그녀는 피해자들에게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안다고 했다. 그래도 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말했다. 자신에게도 베풀어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너무 자책은 하지 마.‘ 왜, 왜 제가 자책을 할 수 없을까요? 전 이 아이의 엄마입니다. 내가 길렀어요. 만약 내가 한 어떤 일 때문이 아니라면, 내가 하지 않은 어떤 일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 P333

한 퇴직 형사 조앤 아첨볼트가 본 마리의 사건은 경찰의 회의주의가 얼마나 자기충족적인 예언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피해자를 취조하듯 신문하고 진술의 불일치를 따지는 것은 그저 피해자를 입다물게 하고 진술을 번복하게 함으로써, 많은 성폭력 고소가 사실 무근으로 끝난다는 법 집행기관의 편견을 강화하게 됩니다."
린우드 경찰은 마리를 신문했을 뿐만 아니라 보통은 강도 피의자에게 사용하는 리드 테크닉을 사용했다. 도발했다. 속임수를 썼다. 피해자의 신체적인 반응을 살폈다. 그런 방식의 접근은 "부적절했다."고 린타 경사는 외부 감사 보고서에 쓰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신체 언어를 해석하는 것은 부정확한 과학으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진실을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메이슨과 리트간은 분명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니었다."  - P353

한편 성범죄 전문 경찰은 점점 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형사들이 ‘트라우마 피해자 면담‘ 교육에서 강간 피해자들의 뇌에 생기는 신경학적인 변화를 배운다. 다른 디테일을 일깨우도록 도와주는 감각 기억에 관해 질문하는 방법도 배운다.(그때 어떤 소리를 들었나요?
어떤 냄새를 맡았나요?) 피해자들이 시간 순으로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며 중간에 말을 막지 않고 피해자들이 말하도록하는 법을 배운다. 신문의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다양한 답이 나오는 개방형 질문을 하는 법을 배운다.
지서으로 타면 나오는 오리 - P355

는2016년 가을 마리는 길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펜실베이니아였고 메인으로 물류 배송을 하러 가던 중이었다. 스테이시 갤브레이스가전화를 받자 마리는 자신을 소개했다. 마리는 자기의 이름과 성을 밝히면서 갤브레이스에게 자신이 그 사진 속의 여자라고 말했다. 애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말할 때 마리는 목이 메이기 시작했다. 갤브레이스는 마리에게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물었고 마리는 결혼했고 아이가 둘이라고 했다. 갤브레이스는 자기도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5분 정도로만 짧게 통화했는데 마리가 원한 것, 마리에게 진정 필요했던 것은 그저 갤브레이스 형사가 해준 일이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알리는 것뿐이라 시간은 상관없었다. 오리어리가 체포되기 전에 마리의 인생은 출구가 없는 막다른 길 같았다.
운전면허조차 따지 못했다.
"그분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니까요." 마리는 말한다.
마리는 18륜 대형 트럭을 몰고 펜실베이니아를 떠나 뉴잉글랜드로 가서 나머지 800킬로미터의 여정을 마쳤다. 북동쪽 도시에 도착한 후, 화물을 내리고, 새로운 화물을 싣고, 캘리포니아 서쪽을 향해 다시 떠났다.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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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브레이스는 체포한 후 앰버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로 차를 타고 갔다.
강간 39일째였다. 범인 검거 소식을 직접 전하고 싶었다.
앰버는 집 바깥 주차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갤브레이스는 앰버에게 범인의 이름은 마크 오리어리라고 전했다. 그녀 전에 다른 여자들을 강간했고 앰버의 자세한 관찰과 설명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범인과의 대화를 시도한 것도 도움이 되었고 직감도 맞았다고 했다. 경찰에걸었던 전화도 도움이 되었다. 갤브레이스는 원래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말을 전하는 그녀의 마음은 안심, 만족감, 기쁨으로북받쳤다.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당신을 위해 이 일을 했어요. 그녀는생각했다.
앰버는 감정을 비추지 않았다. 갤브레이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갤브레이스를 잠깐 포옹한 다음에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갤브레이스는 이보다는 더 큰 반응을 원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피해자의 감정은 자신이 움직일 수 없다. 강간 피해자의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없다.
헨더샷은 세라에게 전화했다. 우리 만나야 해요, 헨더샷은 말했다. 세 - P259

라는 할 일이 많아 바쁘다고, 따로 만날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했다.
"굉장히, 굉장히 중요한 문제예요." 헨더샷은 말한다. "당신이 있는 곳으로 내가 갈게요. 장소는 당신이 정해요. 무조건 그곳으로 갈게요."
그날 저녁 헨더샷이 데니스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세라는 식당 구석에서 홀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세라에게는 근처에 사는 가족이 없었다. 남편은 사망했다. 그녀는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헨더샷은 앉아서 소식을 전했다.
"끝났어요, 다 끝났어요. 우리가 범인을 잡았어요." 세라에게 말했다.
두 여성은 식당 부스에 나란히 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피해자 맞은편에 앉아 당신이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었지만 그래도 이제 다시는, 다시는 그놈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게 되었을 때요?" 헨더샷은 말한다. - P260

우리가 해야 일 중에서도 그게 가장 최악의 일이었죠." 라이더는 이렇게 말했다.
먼저 콜로라도로 향했다. 3월 14일 두 남자는 강간범을 체포한 두 명의형사들에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린우드 경찰들은 자신의 부서가 저지른과오에 충격을 받고 혼란에 빠졌던 것 같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이후의대처 방식은 갤브레이스의 마음에 들었다. "좋은 경찰들이었어요. 괜찮은 사람들이었죠. 진심으로 피해자의 입장을 우선하는지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바로잡는지 보면 알 수 있죠. 그들은 전혀 오만하지 않았어요. 우리 대화에는 벽도 없었죠. 자신들을 애써 방어하는 느낌도 없었어요. 그저 그런 일이 벌어졌고, 앞으로 이렇게 행동하자. 그런 식이었죠."  - P290

"까다로운 사건을 협력하여 해결하고 우리의 사건도 해결해준 훌륭한수사원들과 함께 있었어요. 우리는 이곳에 속할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을알기 때문에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경찰서가 일을 이렇게까지 망쳐놓았으니까요." 라이더는 말한다. "그 사람들은 우리를 보면서 그랬을거예요. ‘어떻게 일을 이렇게 처리할 수 있어요?"
린우드 경찰들은 콜로라도 기관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협력 수사를 해냈는지에 충격받았다. "협력 정신이 있었죠." 콘하임은 말한다. 그들은 정보를 교환했다. 정기적으로 만나 의견을 나누었다. "이 사람들은 서로 서로를 다 알더라고요. 커뮤니케이션이 부자연스럽다거나 어색하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워싱턴주의 린우드 경찰은 고작 25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않은 커클랜드의 협조 요청을 무시했다. 섀넌이 제보해 두 사건이 관련 있을 거라 주장했지만 두 서의 경찰들은 직접 만나지 않았다. 전화로 오간 정보들을 기록해두지도 않았다. 두 기관의 수사 파일에는 두 기관이 접촉을 했다는 말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
첫 번째 산을 넘었으니 이제 다음 산을 넘어야했다. 가장 두려워했던 일, 마리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 P291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후에 진실로 밝혀질 성폭력을 당하고도가짜 주장을 한다는 비난을 받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런 통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의 사건처럼 피해자가 기소되는, 거짓말했다고 비난받을 뿐 아니라 그 때문에 기소되기까지 한 극단적인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언론에 보도된 유사한 사건만 최소3건이다.
1997년 위스콘신 매디슨에서는 법적으로 시각 장애인이라 인정받은수준의 시력을 가진 패티라는 여성이 칼로 위협하는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저널리스트 빌 루에도가 그 사건을 취재해 쓴 『강간이라 울부짖다(Cry Rape)』라는 책에 따르면 경찰은 그녀가 강간 피해자처럼행동하지 않는다며 그녀를 믿지 않았다. 담당 형사가 그녀를 취조했고, 그녀를 속였다. 경찰은 강간범이 사용한 콘돔의 일부라고 추정되는 라텍스조각을 검사했는데 결과가 음성이었다고 말했으나 그건 거짓말이었다.(그런 검사를 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외상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그녀에게말했다.(간호사는 찾았다.) 페티가 우울증 전력이 있으며 프로작을 복용한사실을 들먹였고 그녀의 시력이 정말 나쁜지 의심했다. 패티는 계속된 신문에 굴복해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말해버렸고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되었다. "그녀가 피고인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것은 세상이 미쳐간다는증거입니다." 그녀의 변호사는 판사에게 말했다. "이건 극단적으로 부조리한 상황입니다.‘ 난 시각 장애인이에요.‘ ‘아니잖아.‘ ‘난 강간당했어요.‘ ‘아니. 안 당했어.‘ ‘물증이 있어요.‘ ‘아니, 없어.‘" - P294

그들은 마리에게 기소 관련 기록은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500달러짜리 수표를 한 장 건넸다. 소송 비용으로 마리가 납부한 금액에 대한 반환이었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상담 정보가 담긴 봉투를 건네주었다.
마지막으로 콘하임이 마리를 본 건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자백을 철회하려고 애쓰던 때였다. 그는 리트간 형사가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에서실패하면 감옥으로 보낼 수도 있다고 협박하는 장면도 보았다. 다시 마리를 보면서 콘하임은 그녀가 "이중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번은 강간범에게, 한 번은 경찰에게.
어떻게 다시 그녀를 전처럼, 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돌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그건 가능한 일 같지 않았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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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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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백작은 나이가 그들 삼인조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을 보아왔다. 안드레이는 가끔씩 왼손을 떨었고, 에밀은 오른쪽 귀가 가늘게 먹었다. 안드레이의 머리털은 회색으로셌고, 에밀의 머리털은 듬성듬성해졌다. 하지만 미시카의 모습에는단순히 세월이 할퀴고 간 흔적만 남은 게 아니었다. 거기에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한 시대가 그 시대의 산물에게 새겨놓은 자국들이 선명했다. - P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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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학생의융은 현대 사회에 원형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원형이란 보편적 심리구조로,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이른바 "집단무의식"에 기인한다. 정신세계의 깊은 곳에는 시공간을 초월해 보편적이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개념과 상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신화는 전사, 사기꾼, 현자‘에 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원형의 보고다. 융은 가장 중요한 원형 중 하나를 "그림자"라 이름 붙였다. 의식적 자아에 의해 숨겨져 있거나 부정되지만 모든이들에게 존재하는 어두운 내면이다. 융은 자아실현으로 가기 위해서는자신의 그림자와 대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림자의 사악한 목적을 수용하지 않되 그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다.
융은 그림자에 관해, 그리고 그림자를 무시했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잠재적 비극에 관해 1938년작 『심리학과 종교에서 설명한다.‘

안타깝게도 인류 전반은 자신이 상상하거나 되고 싶은 이상향보다열등하다. 모두가 그림자를 지니고 있으며, 그림자가 개인의 의식적인삶 안에서 발현되지 않을수록, 그림자는 더 어두워지고 더 짙어진다.
열등함을 의식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개선할 여지가 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다른 이해관계와 상충하기 때문에 수정을 할 수밖에 없게된다. 그러나 무의식이 억압되고 의식으로부터 격리되면 개선될 수없고,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갑자기 튀어나오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융의 인식론은 그에게 아름다운 노래처럼 들렸다. 바로 이거야. 억랍되고 격리되다가 어느 순간 튀어나올 수 밖에 없는 그림자.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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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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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동작은 너무나 능수능란해서 오렌지들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더 멋지게 표현하자면, 오렌지들은 앞으로 밀어내는동시에 우주 공간 속으로 튕겨나가지는 못하도록 붙잡는 중력의힘에 의해 좌우되는 행성들처럼 움직였다. 행성들 앞에 서 있는 안드레이는 그것들을 궤도에서 살짝 잡아당겼다가 다시 놓아줌으로써 행성들이 자연스럽게 정해진 경로를 따라 돌도록 만드는 듯했다 - P355

세상에,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내가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벌써?
겨우 마흔여덟 살에?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너는 네 방식의 삶에 굳어져버린 것은 아닌가?"
젊은 시절의 백작은 주위 사람의 존재에 결코 불편함을 느끼지않았다. 그는 언제나 마음을 여는 친구가 되고자 노력했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을 때면 도중에 무슨 소리가 끼어들든 그걸방해로 여기지 않았다. 사실 그는 주위에 약간의 소음이 있는 상태에서 책을 읽는 게 더 좋았다. 거리의 행상이 내지르는 소리도 좋고,
이웃한 아파트에서 나는 피아노 소리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계단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두 개 층을 급하게 뛰어 올라와서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그의 문을 두드리고, 4두 마차를 몰고 온 두 친구가 지금 보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숨 가쁘게 설명하는 소리가 좋았다. (책에 페이지를 매긴 이유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타당한 이유로 책 읽기가 중단되었을 경우, 그 지점을 찾기쉽게 해주려고 말이다.)그는 소유물에 대해서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지인에게 책이나 - P381

우산을 거리낌 없이 빌려주었다(아담 이래 책이나 우산을 돌려준지인은 없었다는 사실은 괘념치 말기로 하자.
그의 일상은 어떠했는가? 그는 한 번도 일정을 정해놓고 살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어느 날에는 오전 10시에 아침을먹고 다음 날에는 오후 2시에 먹기도 했다. 즐겨 찾는 식당에서는한 철에 같은 요리를 두 번 이상 주문한 적이 없었다. 그와 달리 그는 리빙스턴이 아프리카를 횡단하고 마젤란이 7대양을 항해하는것처럼 다양한 메뉴를 탐험하고 여행했다.
그랬다. 스물두 살 무렵의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에게는 불편하다거나 방해된다거나 심란하다는 따위의 말이 해당되지 않았다.
백작은 예상치 못한 그 어떤 것의 출현도, 그 어떤 발언도, 그 어떤변화도 여름 밤하늘의 폭죽처럼 다 환영했다. 경탄과 환호의 대상으로 환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았다……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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