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을까?
그때 갑자기 모든 의문이 한꺼번에 풀렸다.
어디 가느냐는 질문에 그냥 나간다"고만 대답했을 때, 왜 엄마가더 문지 않았는지,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엄마는 물어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에이다가 내가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캐럴의 집 문을 두드렸을 때 그녀가 따듯한 쿠기를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것, 내 이름이 오스카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게 99퍼센트 확실한데도 doorman215 hotmail.com이 내가 떠날 때 "행운을 빈다. 오스카" 라고 말했던 것이 다 이해가 됐다.
그들은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다.
내가 가기 전에 엄마가 그들 모두에게 미리 말해 두었던 것이다.
블랙 씨조차 그중 하나였다. 그는 엄마한데 미리 들어서 그날 내가자기 집 문을 두드릴 줄 알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아마도 엄마는나와 친구가 되어 함께 돌아다니며 나를 보호해 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그가 나를 정말 좋아하기는 한 걸까? 그가 들려준 모든 근사한이야기들이 사실이기는 했을까? 그의 보청기는 진짜였을까?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침대는? 총탄과 장미는 총탄과 장미일까?
- P406

너 거기 있니? 거기 있니? 거기 있어?
"아빠가 애타게 저를 찾는데, 저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어요. 할수가 없었어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고요. 너 거기 있니? 아빠는열한 번을 불렸어요. 세어봤죠. 손가락을 다 써서 꼽고도 한 번이 남았어요. 왜 아빠는 계속 불렀을까요? 누군가가 집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왜 ‘누구‘ 라고 하지 않으셨을까요? 거기 누구있니?, 라고요. ‘너‘는 딱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잖아요. 가끔씩 내가 거기 있다는 걸 아빠가 알고 계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아하는 내가 수화기를 들 용기를 내도록 시간을 주려고 계속 말하셨던건지도 몰라요. 게다가 아빠가 한 번 물었다가 다시 묻기까지는 꽤 긴 간격이 있었어요.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이에는 십오 초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가 제일 길었어요. 아빠 주위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던 소리가 지금도 제 귀에 들려요. 유리가 깨지는 소리도 들려요. 아마도 사람들이 뛰어내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너 거기 있니? 너 거기 있니? 너 거기 있니? 너 거기 있니? 너 거기 있니? 너 거기 있니? 너 거기 있니? 너 거기 있니? 너 거기 있니?
너 거기 있니? 너

"그러고는 메시지가 끊겼어요.
메시지가 흘러나오는 시간을 재보니 1분 27 초였어요. 10시 24분이 끝났다는 의미였죠. 건물이 무너져 내린 시각이에요. 그러니까아마도 아빠는 그렇게 돌아가셨을 거예요."
- P421

다음 날 밤 11시 50분 길모퉁이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여행 가방 두 개를 갖고 나왔다. 나는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묻지 않았다. 우리 아빠 일이고, 그러니까 그 관도 내 것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가 말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 시간 뒤, 내가 구덩이 속으로 기어 내려가 흙을 털어내고 뚜껑을 열자, 세입자가 여행 가방을 열었다. 가방은 종이로 꽉 차 있었다.나는 그게 뭐냐고 물었다. 그가 적었다. "난 아들을 잃었단다." "정말요?" 그는 내게 왼손을 내보였다. "어떻게 죽었는데요?" "죽기 전에 잃어버렸단다." "어떻게요?" "내가 떠나 버렸거든." "왜요?" "두려워서." "뭐가 두려웠는데요?" "그를 잃을까 봐 두려웠어. 아드님이 죽을까 봐 두려웠어요?" "그가 살아 있는 것이 두려웠어." "어째서요?" "삶은 죽음보다 더 무시무시하니까."
"그래서 이 종이들은 다 뭐예요?"
"아들에게 하지 못한 말들, 편지들."
솔직히 말해서, 그때 내가 그의 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내 머릿속 아주 깊은 곳에서조차 그가 내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당연히 그랬어야 했지만, 그 여행 가방 속의 편지들과 할머니 서랍 속에 있던 봉투들 사이의 연관성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뭔가 이해했던 것이 틀림없다. 분명히 그랬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왜 왼손을 폈겠는가?
- P450

아빠가 나와 함께 침대에 누울 것이다.
우리는 천장의 별들을 볼 것이다. 별들은 우리 눈에서 그들의 빛을도로 거두어 갈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를 거꾸로 말할 것이다.
아빠는 "왜 그러니, 애야?"를 거꾸로 말할 것이다.
나는 "아빠?"를 거꾸로 말할 것이다.
아빠는 내게 여섯 번째 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맨 끝의 캔 속에 든 목소리에 대한 얘기에서부터 처음 시작까지. "사랑해" 에서 옛날 옛적에.…"까지.
우리는 무사할 것이다.
-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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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원문으로는 ‘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으로 확실한 강조를 위해 이중부정의 어법을 쓰고 있다.
여기서 ‘보는 것‘, ‘듣는 것‘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 비록 외부의 자극을 내가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의 선택이다. 또한 어떤 것을 볼지 결정해서 선택하고 가까이 하는 것 역시 어디까지나 내가 결정하는 일이다. 멋지고 웅장하고 화려한 것을 찾아서 보거나, 달콤한 욕망에 빠지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그것에 취해 휘둘린다면 결코 인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없다. 귀에 쓴 말은 배척하고 달콤한 말, 아부하는 말, 높여주는 말, 듣고싶은 말만 들으려고 하는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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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
자절사 무의 무필 무고 무아
공자는 네 가지를 절대로 하지 않았다. 사사로운 뜻을 품지 않았고,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일이 없었고, 고집을 버렸고, 아집을 버렸다.
-논어  - P90

요즘은 자존심과 자존감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스로의 가치를 알고 소중히 여기는 것을 중요시하는 시대다. 자존심은 스스로의 품위나 가치를 지키려는 마음‘,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의된다. 이 마음들은 참 소중하고 귀해서 잘 지켜나가야 한다. 공자도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지혜로운 자는 자신을 알고 어진 자는 자신을 사랑한다. 지자자지, 인자자애 知者自知, 仁者自愛)"라고 했다. 공자가 추구하던 군자의 길에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공자가어에 실려 있는 이 구절에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혜로운 자는 자신을 안다‘가 먼저라는 사실이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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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리를 건냈어.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떨어지는 사람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떨어지는 사람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더 이상 네 앞에서 강한 척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지자, 난 한없이해졌어. 바닥에 쓰러졌단다. 그곳이 내게 맞는 곳이었어.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어. 손이 부서지길 바랐지만, 너무 아파서 멈추었지. 하나뿐인 자식을 위해 손 하나 부서뜨리지도 못하다니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지.
떨어지는 사람들.
호치키스와 테이프.
공허하다는 느낌도 없었어. 그런 느낌이라도 들면 좋았을 텐데.
높은 창문 밖으로 셔츠를 흔드는 사람들.
뒤집힌 주전자처럼 텅 비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돌처럼 묵직했단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화장실에 가야 했어. 일어나고 싶지 않았단다. 내 배설물 속에 널브러져 있고 싶었어. 나는 그래야 마땅해. 내 오물 속에서 뒹굴고 싶었어. 하지만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단다. 그게 바로나야.
- P321

 발소리가 문으로 다가왔지만, 엄청나게 부드러운 데다 카펫이 깔있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발소리가 멈추었다. 숨소리가 들려왔지만, 더 무겁고 느린 것으로 보아 할머니가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뭔가가 문에 닿았다. 한 손? 두 손인가?
"여보세요?"
문손잡이가 돌아갔다.
"도둑이라면, 제발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문이 열렸다.
한 남자가 말없이 거기 서 있었다. 도둑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늙었고, 엄마와는 반대로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있을 때조차도 찌푸린 것처럼 보이는 얼굴이었다. 흰색 반소매셔츠를 입고 있어서, 털북숭이 팔꿈치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아빠처럼 앞니 두 개 사이가 멀어져 있었다.
"아저씨가 세입자인가요?"
그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문을 닫았다.
"여보세요?"
그가 방에서 물건을 뒤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돌아와 문을 열었다. 작은 공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가 첫 페이지를 열었다.
빈 장이었다. "나는 말을 못 해." 그가 이렇게 썼다. "미안하다."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그는 다음 장을 넘겨 대답을 적었다. "내이름은 토머스." "우리 아빠랑 이름이 같네요. 아주 흔한 이름이죠.
아빠는 돌아가셨어요." 다음 장에 그는 이렇게 썼다. "미안하다."
- P329

 그들이 스태튼 아일랜드의 한 집을 나선 후,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그 집의 문을 두드렸어, "세상에, 오늘은 웬 손님이 이렇게많담!" 그 여자가 말했어, 나는 이렇게 적었지, "미안합니다, 저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방금 나간 아이는 제 손자입니다. 그 애가 여기서 무엇을 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참 별난 가족도 다있네요." 나는 생각했어, 가족 맞지. "방금 그 애 엄마와 통화를 했답니다." "그 애가 여기 왜 왔습니까?" "열쇠 때문이라나요." "열쇠라뇨?" "자물쇠 때문이래요." "자물쇠라고요?" "모르셨어요?" 여덟 달동안 난 그 애 뒤를 따라다니며 그 애가 만난 사람들과 얘기를 했지.
그 애가 너에 대해 알아내려고 애쓰는 동안, 난 그 애에 대해 알아내려고 애썼어, 그 애는 너를 찾으려 하고 있었어, 네가 나를 찾으려했던 것과 똑같이 말이야, 그 생각을 하면 이미 조각났던 내 마음이더 작은 조각들로 산산이 부서졌어, 왜 사람들은 자기가 전하려는 뜻을 그 순간에 말할 수 없을까?  - P388

메시지는 끊어졌어, 네 목소리는 아주 침착했지, 곧 죽을 사람의 목소리 같지 않았어, 우리가 몇 시간이고 말없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가 시간을 허비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무한히 두꺼운 빈 공책과 여분의 시간이 필요해.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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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을 얻기 위해 가져야 할 또 한 가지는 이루고자 하는 일이 반드시의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에는 "스스로 옳다고생각하지 못하면 부랑자도 무섭지만, 돌아본 스스로가 옳다면 천만 명에도 맞설 수 있다"고 실려 있다. 증자가 스승인 공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제자 자양에게 전해준 말로, 맹자는 용기를 설명하면서 이 말을 인용했다. 스스로 의로운 일을 한다는 확신이 어려움을 이겨낼 힘이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하늘의 뜻이 자기에게 있다는 확신도 가질 수 있다. 만약 스스로 하는일이 의롭다는 확신이 없다면 당연히 그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부랑자도 무서울 수밖에 없고, 마음도 이리저리 흔들려 두 마음이 아니라 세 마음, 네 마음이 되고 만다.
- P43

신독愼獨이라는 것은 자기 홀로 아는 일에서 신중을 다해 삼간다는 것이지, 단순히혼자 있는 곳에서 행동을 삼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방에 홀로앉아서 자신이 했던 일을 묵묵히 되짚어보면 양심이 드러난다. 어두운 곳에서 스스로를 반주했을 때 부끄러움이 드러난다는 것이지, 어두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감히 악을 행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의 악은 늘 사람과 함께하는 곳에 있다.
- P51

손괘에서 말하는 덜어냄을 계속할 경우 반드시 극에 달하게 되고, 그다음은 반드시 덧붙여지는 이치를 말하고 있다. 이는<<주역>> 의 기본사상인 ‘물극필반 物極必反‘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물극필반은 모든 사물은 극에 다다르면 반전이 생긴다는 뜻으로, 세상사는 반드시 차면 기울고 기울면 이윽고 차는 흥망성쇠를 거듭한다는 원리다. 노자의 ‘물장즉노 物壯즉老, 모든 사물은 장대해지면 노쇠해진다는 철학과 같은 의미인데, 변화의 철학인 <<주역>>이 그 뿌리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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