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그는 침대 위에서 그레고르 잠자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반듯이 누운 자세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안의 어둠침침함에 눈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보아하니 그것은 어디에나 흔히 있는 지극히 평범한 천장이었다. 원래는 흰색이나 연한 크림색 계열로 칠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몰고 온 먼지와 때 탓에 이제는 상해가는 우유를 떠올리게 하는 색으로변했다. 장식도 없고 이렇다 할 특징도 없다. 주장도 메시지도없다. 천장으로서의 구조적인 역할은 일단 무난하게 해내고 있으나, 그 이상의 의욕은 찾아볼 수 없다. - P275

"그나저나 이상한 일이죠." 아가씨는 사려 깊게 말했다. "세계자체가 이렇게 무너져가는 판에 고장난 자물쇠 같은 걸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또 착실히 고치러 오는 사람도 있어요. 생각해보면 참 이상야릇하다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뭐, 그게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의외로 그런 게 정답일 수 있어요. 설령 세계가 지금 당장 무너진다 해도, 그렇게 자잘한 일들을 꼬박꼬박 착실히 유지해가는 것으로 인간은 그럭저럭 제정신을 지켜내는지도 모르겠어요." - P308

"무슨 전화야? 누가 죽었어?" 아내가 물었다.
"아무도 죽지 않았어. 잘못 걸려온 전화야." 나는 말했다. 몹시 졸리다는 듯이 느릿한 목소리로.
물론 그녀는 믿지 않았다. 내 목소리에 죽은 자의 기척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죽은 자가 불러일으키는 동요는 강력한 감염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미세한 떨림이 되어 전화선을타고 와 말의 울림을 변형시키고, 세계를 그 진동에 동기화한다.
하지만 아내는 더는 무어라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어둠 속에 누워 그곳에 깔린 정적에 귀를 기울이며 각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 P318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은 안다. 하지만 이젠되돌아갈 수 없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그건 여자 없는 남자들이 아니고는 이해하지 못한다. 근사한 서풍을 잃는 것. 열네 살을 영원히 -십억 년은 아마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리라-빼앗겨버리는 것. 저멀리선원들의 쓸쓸하고도 서글픈 노랫소리를 듣는 것. 암모나이트와실러캔스와 함께 캄캄한 바다 밑에 가라앉는 것. 한밤중 한시가넘어 누군가의 집에 전화를 거는 것. 한밤중 한시가 넘어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것. 지와 무지 사이 임의의 중간지점에서 낯선 상대와 만날 약속을 하는 것. 타이어 공기압을 측정하며 메마른 길바닥에 눈물을 떨구는 것. - P327

어쨌거나 당신은 그렇게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눈 깜짝할사이다. 그리고 한번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어버리면 그 고독의 빛은 당신 몸 깊숙이 배어든다. 연한 색 카펫에 흘린 레드 와인의 얼룩처럼, 당신이 아무리 전문적인 가정학 지식을 풍부하게갖췄다 해도, 그 얼룩을 지우는 건 끔찍하게 어려운 작업이다. 시간과 함께 색은 다소 바랠지 모르지만 얼룩은 아마 당신이 숨을 거둘 때까지 그곳에 어디까지나 얼룩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얼룩의 자격을 지녔고 때로는 얼룩으로서 공적인 발언권까지 지닐 것이다. 당신은 느리게 색이 바래가는 그 얼룩과 함께, 그 다의적인 윤곽과 함께 생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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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헤어진 아내나 그녀와 동침한 옛 동료에 대한 분노와 원망은 일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았고 한동안 제대로 뭔가를 생각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지만, 이윽고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에는 이런날을 맞닥뜨리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원래부터 아무런 성취도아무런 생산도 없는 인생이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고 당연히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지도 못한다. 행복이라는 것이도대체 어떤 것인지, 이제 기노는 이렇다 하게 정의 내릴 수 없었다. 고통이나 분노, 실망, 체념, 그런 감각도 뭔가 또렷하게 와닿지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렇듯 깊이와 무게를 상실해버린 자신의 마음이 어딘가로 맥없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둘 장소를 마련하는 것 정도였다. ‘기노‘라는 골목 안쪽의 작은 술집이 그 구체적인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그곳은 어디까지나 결과적인 얘기지만-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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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정부는 게임의 규칙을 정한다. 정부는 법률을 집행한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사회와 경제가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 인프라와 하드 인프라를 제공한다. 만일 정부가 도로, 항만, 교육, 기초 연구를 제공하지 않으면(혹은 다른 주체가 이상의 일을 하도록 조처를 하거나, 하다못해 다른 주체가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지 않으면 평범한 기업들은 번창하지 못한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투자를 <공공재>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기초 지식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공재>다.
현대 사회는 집단적인 행동을 필요로 한다. 국가는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서 공공 투자를 실현한다. 민간 투자자는 이런 투자로부터 비롯하는 광범한 사회적 편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만 맡겨 둘 경우 공공재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국과 세계는 정부 후원 연구 덕분에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 몇십 년전에는 주립 대학교들과 농업 지도 조직을 통해서 이루어진 연구 덕분에 농업 생산성이 대대적으로 증가했다. 오늘날 정부 후원 연구는 정보 기술혁명과 생명공학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은 수십 년째 기간 시설, 기초 연구, 교육에 대한 투자 부족을 겪고있다. 민주당, 공화당의 재정 적자 감축 공약과 하원의 세금 인상안 거부등의 동향을 고려하면 이 분야에 대한 투자 감소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 P202

이처럼 중요한 공공 투자가 방치되고 있는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부의 편향적인 분배에서 비롯한 결과다. 부와 관련해서 사회 계층 간간극이 벌어질수록, 부자들은 공익을 위한 지출에 저항감을 느낀다. 부유층은 공원이나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나 신변 안전을 정부에 의탁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자비로 이런 것들을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부유층은 서민층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진다. - P203

지대 추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제를 왜곡한다. 가장 중요한 측면은미국의 <인재>가 엉뚱한 곳에 배분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총명한 젊은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직업에 관심이 있었다. 그중 일부는 의료나 교육, 공무원 등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일부는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는 직업을 선택했다. 물론 그중에는 항상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금융 위기가 일어나기 여러 해 전부터 미국 최고의 인재들은 금융업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고, 갈수록 이 비율이 높아졌다. 수많은 인재들이 금융업에 몰려 있으니 그 부문에서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이룬 <금융계의 혁신> 중 대다수는 규제를 피해 갈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었고, 실제로 장기적인 경제 성과를 위축시켰다. 이런 금융계의 혁신은 인류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킨 트랜지스터나 레이저 등의 진정한 혁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미국 경제에서 지대추구 행위의 원천은 금융 부문만이 아니다. 충격적인 일은 그 밖의 중요 부문들에서도 경쟁 제한 행위와 지대 추구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의 장들에서 언급한 대로 하이테크 부문(마이크로소프트)도 여기에 속한다. 이 밖에도 의료 서비스 부문과 전기통신 부문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약품의 가격은 생산 비용보다 훨씬 더 높은데, 이는 제약 회사들이 의사들과 환자들이 자기 제품을 사용하도록 설득하는 데 엄청난 돈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연구 개발에 지출하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마케팅에 지출한다. 그마나 진행되는 연구개발 자체도 대부분 지대추구다. 경쟁사의 대박 상품이 올리는 고수익을나눠 가지기 위해서 유사 약품me-too drug을 생산하는 데 연구 개발비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돈이 국가의 생산력을 증대시키는 <진정한> 연구와 <진정한> 투자에 쓰인다면 우리 경제는 얼마나 큰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지 상상해 보라. - P207

사법 체계는 개인과 기업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유인을 제공하여 경제의 효율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군비 경쟁이나 다름없는 사법 제도를 가지고 있다. 즉 사법 제도에 참여하는 양방은 상대방보다 뛰어난 법률가를 고용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보다 더 많은 돈을 쓰려고 애를 쓴다. 뛰어난 법률가는 수임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결국 사건이나 사안의 내용보다는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의 액수가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 보니, 소송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소송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동과 애초에 소송 제기를 막기 위한 행동의 측면에서도 자원의 엄청난 왜곡이 일어난다.
인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법률가가 적은 나라일수록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는 일부 연구들은 소송 빈도가 높은 미국 사회의 특성이 거시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암시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들은 어떤 사회에 인구대비 법률가 비율이 높으면 인재들이 과학이나 공학 같은 보다 혁신적인 활동 대신에 법률가로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경제의 생산성이 저해된다고 주장한다.
- P211

외교 정책은 국가 간 이익의 균형과 국가 간 자원의 균형을 바로잡는 행위다. 상위 1퍼센트가 전쟁을 벌이면서도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는 상황에서는 균형과 억제라는 개념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이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모험을 감행할 수 있다. 기업들과 정부 조달 업체들에게 떨어지는 것은수익뿐이다. 세계 각지의 정부 조달 업체들은 정치 기부만 제대로 하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도로 및 건물 건축 사업을 선호한다. 특히 군대는 미국 정부의 조달 업체들에게 상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수익을 제공한다. - P213

경제학자들은 <상대 소득>과 상대적 박탈감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여기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를테면 개인의 행복감은 개인의 절대 소득이아니라, 다른 사람의 소득에 대비된 상대 소득이다. 선진국들에서는 상대 소득이 대단히 중시된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총생산 성장률과각국 국민의 주관적인 행복도 간에 장기적인 상관관계가 있느냐 없느냐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비 수준을다른 사람들의 소비 수준만큼 끌어올리려는 갈망 때문에 분수에 넘치는소비 생활을 하고, 장시간 동안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다.
오래전에 케인스가 던진 질문이 하나 있다. 수천 년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주의 해결이라는 생존 활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전례 없는 생산성 증대가 나타났고, 한계 생존의 쇠사슬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짧은 시간만 일을 해도 생활필수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생산성 향상이 가져다준 혜택을 어떤 식으로 누릴까?"
뚜렷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여가 시간을 늘리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화를 더 많이 소비하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경제이론만으로는 이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측정하자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재화의 소비도 늘리고 여가 시간도 늘리는 결정을 내릴것이다. 유럽 사람들은 일반적인 추정과 부합하는 행동을 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달랐다. 미국 사람들은 여가 시간(여성들이 노동 인구로 추가된 경우에는 가구당 여가시간)을 줄이고 재화의 소비를 늘렸다.
이런 차이를 해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실마리는 미국의 심각한 불평등(그리고 다른 사람의 씀씀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개인의 태도)이다. 미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뒤처지지 않게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동 시간을 늘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허망하기 짝이 없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 식의 무한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는 250년 전에 이런 가능성을 지적했다. <모든사람이 우위를 다투는 이런 경쟁에서는 누군가가 위로 올라가면 다른 누군가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일반적인 경제 이론으로는 케인스의 질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찾을 수 없지만, 미국 사회는 충격적인 해답을 내놓고 있다. 사람들은 <가족을 위해서 >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말하지만,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가족을 위한 여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가족의 삶의 질은 떨어진다. 즉, 수단과 공언된 목적이 모순을 이루는 결과가 나타난다. - P217

두 번째 현실적인 문제점은 진보주의자들이 결과의 평등을 지향한다는주장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체이트가 표현했듯이 결과의 평등을 옹호하는것이 아니라, 천정부지로 치솟는 소득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있는 정부 정책을 옹호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어느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성공할 수없다. 개발도상국에는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열정이 넘치는데도 가난하게사는 사람들이 많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제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수 세대에 걸친 집단적인 노력으로 구축된 물리적, 제도적 기반 덕분에 혜택을 누리고 있다. 걱정스러운 점은 상위 1퍼센트가 이 시스템이 제공하는 혜택을 부당하게 많이 차지하려 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갈수록 심화되는 불평등 때문에 생산성 감소, 효율성 감소, 성장 둔화, 불안정 심화 등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현재의 심각한 불평등의 수위를 낮출 때 얻어지는 편익은 그 비용을 크게 상회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우리는 불평등이 부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다양한 경로들을 확인했다. 심각한 불평등이 경제 성장의 둔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여러 나라들이 장기간에 걸쳐서 경험해 온 사례에서 확인된다. - P231

 공정하지 못하다는 믿음이 강해지면, 사람들은 시민적 덕목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벗어던진다. 사회적 약속이 무너지고 정부와 국민 간의 신뢰가 깨지면, 사람들은 정치에 환멸감을 느끼거나, 이탈하거나, 그보다 더 심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오늘날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의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점점깊어져 가고 있다."
고약한 일이지만, 정치 시스템을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조종하고자하는 부유층은 이런 결과를 환영한다.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혹은 그나마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정치 시스템이 상위 계층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상위 계층 사이에서는 정치에 참여하려는 유인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결국 정치 시스템은 자기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혜택을 베풀게 된다.
한편으로 정치적 환멸감에 빠진 투표자들을 투표소로 <유인>해야 하는상황이 되면 투표 행위의 비용이 상승한다. 사람들의 정치적 환멸감이 심하면 심할수록 투표 비용은 상승한다. 그런데 투표 비용이 커지면 커질수록 금전적인 이해관계의 위력은 강해진다. 부유한 사람들이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치 과정에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투표를 단순히 시민적 덕목이 아니라 수익을 요구하고 그것을 얻어 낼 수 있는 일종의 투자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치 과정을 만들어 내고, 이런 결과는 나머지 유권자들의 정치적 환멸감을 더욱 강화하는한편으로 돈의 위력을 더욱 강화한다. - P238

발리의 산간 지역이나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공동체들체면관개 농업에 의존하는 공동체들은 협력을 하지 않고서는 수자원을 관리하고 관객 수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 공동체들은 결속력이 강하고 사회적 자본에 대한 인식이 투철하여 <사회 계약>을 어기는 일이 전무하거나 매우 드물다.
••••••
좀 더 일반적인 이야기로 넘어가자, 소련 붕괴의 여파로 러시아의 국민총생산은 크게 감소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을 해명하지 못했다. 물리적 자본과 인적 자본, 자연 자본은 소련 붕괴 이전이나 이후나 전혀 변동이 없었다. 경제를 왜곡시켜 온 과거의 중앙 집권형 계획 경제가 폐지되고 시장 경제가 대신 들어섰으니, 이런 자원들이 예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 경제 분석이 전혀 고려하지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74년간의 공산당 지배와 민간 사회 조직에 대한 억압 때문에 사회적 자본이 무너져 없어졌다는 사실이었다. 국가를 결속시켜온 유일한 요소는 중앙 계획형 시스템과 극심한 독재였다. 이 시스템이 무너지자 국가와 경제를 결속시키는 데 필요한 사회적 자본은 바닥을 드러냈다.  - P241

일부 사회과학자들은 <신뢰>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인적 자본이나 물리적 자본이 풍부할수록 경제의 생산성이 높은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자본이 풍부할수록 경제의 생산성이 높다. 광의의 사회적 자본에는 공공 부문 및 민간 부문의 효율적인 거버넌스 구축에 기여하는 요소들이 포함된다. 모든 종류의 사회적 자본의 토대를 이루는 것은 바로 신뢰다. 신뢰가있는 경제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품위를 잃지 않고 만족스럽고 공정하게 대우받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상대방에게 자신이 받은 것과 같은 대우를 베풀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를 결속시키는 접착제다. 사람들이 경제 시스템과 정치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접착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사회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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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하바라를 그다지 불안하게 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혼자 힘으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뚫고 나갈 수 있어. 나는 외딴섬에 혼자 있는 게 아니야, 하바라는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 나 자신이 외딴섬이지. 그는 원래부터 혼자인 것에 익숙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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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우리는 오늘날 미국에서 진행되는 정치 과정 가운데 사회의 나머지 성원을 희생시켜 부자들에게 이득을 몰아주는 여러 가지 행위들에 <지대 추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대 추구는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한다. 정부가 비공개적, 공개적으로 현금을 이전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경쟁을 촉진하는 기존 법률을 느슨하게 집행하는 것, 기업들이 다른 사람들을이용하거나 사회의 나머지 성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규를 마련하는 것도 지대의 일종이다. <지대 rent>라는 용어는 원래 토지로 인한 수익을 이르는 말이있다. 토지 소유자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보상을 받는다. 지대는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임금은 노동자들이 제공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지대>라는 용어는 독점 이윤 혹은 독점 지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어,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얻는 소득을 의미하게 되었다. 마침내 이 용어는 더욱 확장되어 이와 유사한 소유권주장으로부터 얻는 수익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정부가 어느 기업에게 제한된 양(쿼터)의 상품(예컨대 설탕)을 수입할 독점적 권리를 부여한 경우, 이 권리를 소유함으로써 얻는 초과 수익은 <할당 지대quota-rent>라고 불린다. - P130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나라들에서는 지대 추구 행위가 극심하다. 이런나라들에서 부자가 되려면 부를 창출하는 것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는 편이 훨씬 쉽다. 대개의 경우 이것은 네거티브섬 게임이다. 이런 까닭에 자원 부국은 일반적으로 자원 빈국보다 경제 성장이 더디다.
풍부한 자원이 모든 국민에 대한 교육 및 보건 혜택을 보장하고 가난한사람들을 돕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현실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근로와 저축에 대한 과세는 유인을 약화시키지만, 토지, 원유, 기타 천연자원에서 나오는 <지대>에 대한 과세는 유인을 약화시키지않는다. 천연자원은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채취할 수 있고, 따라서 <지대>에 대한 과세는 유인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없다. 이론상으로 따지면, 이런 세입을 확보하면 사회복지지출과 공공투자(이를테면 교육 및 보건 분야에 대한)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자원 부국 중에는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나라들이 있다. 이 나라들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지대 추구에 능숙한 소수의 사람들(대개 정치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원에서 얻는 수익이 대부분 자신에게 돌아오게 할 방책을 마련한다. 라틴 아메리카 최대의 원유 생산국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까지는 인구의 절반이 빈곤층이었다. 우고 차베스 같은 지도자들이 출현할 기회를 제공한 것은 바로 이런 풍요 속의 빈곤이었다. - P131

미국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의 기원은 최상층 갑부들의 면면에서도 나타난다. 이들 가운데서는 과학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발명가들이나 자연법칙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킨 과학자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현대 컴퓨터 과학의 초석을 이루는 수학적 업적을 쌓은 앨런 튜링을 떠올려 보라. 아인슈타인은 어떤가. 찰스 타운스"와 함께 레이저를 발명한 사람들은 어떤가.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존 바딘,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는 어떤가.
DNA의 비밀을 해독하여 현대 의학의 중요한 기반을 구축한 왓슨과 크릭은 어떤가. 이들은 인류의 안녕과 복지에 막대한 기여를 했지만 미국 경제시스템에서 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최상층 갑부들은 대개 경제계의 한두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사람들이다. 애플의 최고 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나 검색 엔진 혹은 소셜 미디어를 창안한 혁신가들을 천재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생전에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목록에서 110위였고, 페이스북의 최고 경영자 마크 주커버그는 52위였다. 하지만 이 <천재들>가운데 많은 수가 월드 와이드 웹을 창안한 팀 버너스-리와 같은 위인들의 업적을 기반으로 하여 기업 왕국을 세웠다. 그러나 포브스의 억만장자 목록에는 팀 버너스-리의 이름이 들어 있지 않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지만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무상으로 공개했고, 그 덕분에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할수 있었다.
최상층 갑부들의 성공담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지닌 천재성의 상당부분은 시장의 힘이나 여러 가지 시장의 불완전성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대개의 경우 정치 과정을 사회 전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낸 데 있었다. - P132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야기된 배경에는 중대한 경제 구조의 변화가 놓여 있었다. 이를테면 미국에서는 이십여 년에 걸쳐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었다. 특히 두드러진 변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여러 해 동안 중산층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던 제조업 부문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사라진 것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 과학 기술의 진보, 즉 수요 감소를 앞지르는 생산성 향상이 초래한 결과였다. 이를테면 중국 같은 신흥 시장이 저력을 키우고 교육과 과학 기술, 기간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함에 따라 비교우위의 변화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세계 제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역할은 점차 줄어들었다. 물론 역동적인 경제에서는 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롭게 생겨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번에 일어난 변화는 달랐다. 새로 생겨난 일자리들은 과거의 일자리들보다 보수가 낮거나 장기적인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제조업 부문에서 노동자들의 가치를 향상시켜 온(따라서 노동에 대한 보수를 증대시켜 온 기술은 설사 그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다 하더라도 새로운 직종에서 별다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제조업 부문에서 숙련 노동자로 대우받던 이들은 다른 경제 부문에서는 미숙련 노동자로 취급받았고, 이들의 달라진 위상은 이들의 임금에 반영되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미국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이룬 성과에 발목이 잡힌 희생양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자신이 이룬 생산성 향상 때문에 피해를 입는 모순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일자리에서 밀려난 제조업 노동자들이 다른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아다님에 따라, 다른 부문의 임금도 악화되었다. - P151

지난 25년 동안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히 컴퓨터 부문에서 급속하게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정형화가 가능한 직종들은 기계로 대체되었다. 새로운 과학 기술에 능숙한 사람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난 반면 그렇지않은 사람들에 대한 수요는 감소했고, 새로운 과학 기술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상승했다.‘ 세계화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증폭시켰다. 정형화가 가능한 직종은 미국보다 인건비가 훨씬 낮은 해외로 이전되었다.
처음에는 수요 공급의 법칙 덕분에 중위 계층의 임금이 꾸준히 상승했고하위 계층의 임금은 정체되거나 하락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탈숙련화deskilling 및 아웃소싱 효과가 강화되면서 최근 15년 동안 중위 계층의 임금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 왔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1장에서 거론한 미국 노동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다. <돌봄> 서비스와 기타 서비스 부문 직종을 포함해 전산화가 용이하지 않은 저임금 직종이 꾸준히 늘어났고 상위 계층에서는 고숙련 직종이 마찬가지 현상을 보여 왔다. - P153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조합 결성을 장려 혹은 저해하는 법률이나, 경영진의 재량권 범위를 결정하는 기업 지배구조 법률, 독점 지대의 규모를 제한해야 <마땅한〉 경쟁 관련 법률 등을 통하여 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을 정한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거의 모든 법률들은 <분배>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서 법률은 특정 집단에게 혜택을 제공하는데, 대개 이런 혜택은 다른 집단을 희생시킨 데서 비롯한다. 어떤 정책 혹은 프로그램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효력은 대개 분배 방식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 P156

 즉 자본 수익률 격차는 노동 수익률 격차에 비해 아주 작게 나타난다. 그러나 금융 시장은 세계화를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효율성 개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들이 실제로 노리는 것은 전혀 다른 것, 이를테면 자신들이 노동자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게 하는 일련의 규칙이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권리 및 임금과 관련해서 강력한 요구를 할 경우에는 자본이 철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게 유지한다. 국가 간 투자 유치 경쟁은 임금 삭감뿐 아니라 노동보호의 후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기업에 대한 규제와 조세 부담을덜어 주려고 하는 <규제 완화 경쟁>도 그중 하나다. 금융 부문의 규제 완화 경쟁은 매우 큰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불평등의 심화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국가들은 금융 기업들이 다른 시장으로 옮겨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최소규제방침에 입각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경쟁을 벌여 왔다. 미국에서는 일부 하원의원들이 이런 규제완화 정책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그들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아무것도 없었다. 게임의 규칙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고용과 주요 산업의 붕괴가 훨씬 더 우려할 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은 착각이었다. 부실한 규제 때문에 발생한 위기로 미국이 입은 손실은 부실한 규제 덕분에 금융 부문의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고 보전되어 얻은 편익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 P159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어느 한 나라에서 발생한 문제는 다른 나라로 신속하게 전파된다는 점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진행되는 과도한 금융 통합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다.은행들에 대한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구제 금융이 이루어진 것도 따지고 보면 연쇄 파급 효과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전염병의 기본적인 대처법은 바로 <격리〉다. 마침내 2011년 봄, 국제통화기금은 금융 시장에 이와 유사한 대처법이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자본의 변덕스러운 국경 이동을 제한하는 자본 통제 방식을 채택했다.  - P160

결론적으로, 세계화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 불평등의 심화에 기여하고 있다. 내가 늘 강조해 온 바와 같이, <현재와 같은 세계화>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으로 엄청난 소득을 올렸다. 일부 국가들(이를테면 중국)은 늘어난 세입의 상당부분을 빈곤층 지원에 투입했다. 그중 일부는 공교육에 투입되었고, 상당히 많은 부분이 경제에 재투자되어 일자리가 늘어났다. 다른 국가들에서는승자뿐 아니라 대규모의 패자 집단이 등장했다. 농업 보조금을 받아 생산된 미국산 옥수수가 세계 시장 가격을 낮추고 있기 때문에 멕시코의 옥수수 생산농들은 소득이 줄어들었다.
많은 국가들이 부실한 거시 경제 정책으로 인해서 일자리 소멸 속도가일자리 창출 속도를 앞서 가는 곤경을 맞았다. 금융 위기 이후에는 미국과유럽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 세계화로 이득을 보는 승자는 상위 계층이다. 세계화로 손해를 보는 패자는 대부분 하위 계층이고, 패자 가운데 중위계층이 차지하는 비율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 P164

조세 정책은 부자들을 더 큰 부자로 만들어 주거나 불평등의 심화를 억제할 수 있는 반면에, 사회 복지 정책은 하위 계층이 더 가난해지는 것을예방하는 데서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사회 보장 연금 덕분에 노년층의 빈곤은 거의 사라졌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사회 복지 정책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가난한 근로자 가구의소득을 지원해 주는 근로 장려 세제가 도입되면서 빈곤율은 2퍼센트나 감소했다. 주택 건축 지원금, 식료품 할인 구매권, 학교 급식 등도 빈곤율을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빈곤층 아동에 대한 의료 보험과 같은 복지 프로그램은 수백만 명의 아동에게 혜택을 제공하여 병이나 기타 건강 문제 때문에 불리한 조건에서 인생을 살아갈 위험을 낮추는 데기여한다. 이런 정책과 정반대되는 것이 바로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기업 지원 제도나 조세 회피 통로의 허용이다. 미국은 대형 은행들이 초래한 금융 위기 때문에 실업자가 된 사람들을돕기 위해서 지출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대형 은행의 구제 금융에지출했다. 미국은 가난한 미국인들을 위해서 마련한 안전망보다 훨씬 튼튼한 안전망을 은행들(그리고 AIG 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두드러진 특징은 시장 때문에, 즉 정치와 지대 추구로 인해 왜곡되어 있는 시장 때문에 다른 선진 공업국들보다 불평등이 훨씬 심각한데도, 조세 및 복지 제도를 통해서 이런 불평등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덜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야기한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노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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