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가 좋아하는 인용구 중에는 카뮈의 이런 말이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고통당하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통당하는 아이의 수를 줄일 수 있다. 이게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우리를 돕지 않으면 도와줄 사람이 세상 어디에있겠는가? (케네디는 연설에서 이 말을 인용할 때는 대개 "고통torture" 을 고난suffer-ing"으로 바꿔 말했다.)케네디는 이 말을 1967년에 낸 저서 「더 새로운 세상을 찾아 To Seek a Newer World」의 경구로 사용했고, 그것은 케네디의 믿음을 지탱하는 두기둥을 표현해주었다. 하나는 고통을 경감시킬 의무가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누구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완벽히 행복한 삶을 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 P258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중에 로버트 케네디는 쿠바에 구축된 소련 미사일 기지를 기습 공격하는 것은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는것처럼 비도덕적 행위라고 주장했었다. 자신이 쓴 쿠바 미사일 위기 회고록인 [13일]에서 케네디는 이렇게 말했다.
"전면전에 대한 가장 확실한 반대 의견, 그리고 아무도 (케네디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할 수 없었던 주장은 미국이 기습공격을 한다면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지고 있는 도덕적 지위가 훼손되거나 일시에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 P273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케네디를 지지하는 대학생 모임‘ 대표인 제리 에이브럼슨도 그런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에이브럼슨은 블루밍턴 캠퍼스에서 케네디를 소개했고, 나중에 자신은 징집 명령에 응하지 않고 캐나다로 도피하거나 감옥에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에이브럼슨은 케네디와 함께 인디애나대학교의 다른 캠퍼스를 함께 방문하면서 자신이 처한 곤경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케네다는 감옥에 가기보다는 군대에 갈 것을 권했다. 데이비드 아이젠하워(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손자) 같은 유명인이 군 복무를 거부하고 감옥에 가면 그런 결정이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저항이 모종의 성과가 있겠지만, 에이브럼슨의 병역 거부는 지역 신문에도 언급되지 않을 것이고, 병역 거부로 인해 에이브럼슨의 저항운동은 영향력을 갖기 더 힘들어질 것이었다. 케네디는 일단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면 사회를 변화시킬 도덕적의무를 갖게 되고, 베트남이나 빈곤 같은 이슈에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있다고 했다. 결국 에이브럼슨은 징집되어 군에서 복무했고, 제대한 뒤 로스쿨에 다녔고, 자기 아들의 가운데 이름을 "로버트"라고 지었을 뿐아니라, 공직에 진출해서 훗날 켄터키주 루이빌의 시장이 되었다. 에이브럼슨은 케네디가 자신에게 시스템 내에서 활동하고, 정정당당하게행동하며,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오를 때까지 기다린 후에 그런 영향력을 사회변화에 사용하라는 말을 했을 때 케네디가 출마를 결정한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P2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살면서경험하는 가장 단순하고 흔한 형태의 몰입 중 하나가 독서이며, 다른 형태의 몰입과 마찬가지로 독서 역시 끊임없이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문화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에게 독서는 자신이 경험하는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차분하고 침착하게 인생의 긴 시간을한 가지 주제에 바치고, 그 주제가 우리의 정신에 스며들게 한다. 독서는 지난 400년간 가장 깊이 있는 인류사상의 대부분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도구였다. 그리고 이 경험은 현재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 P125

아네망엔Anne Mangen 은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대학에서 문해력을 연구하는 교수로, 20년간 이 주제를 연구하면서 결정적 사실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독서는 우리에게 특정 방식의 읽기를훈련시키는데, 바로 오랜 시간 한 가지에 집중하는 선형적 방식의 읽기다. 아네는 화면을 통한 읽기가 이와는 다른 방식, 즉 정신없이 넘기면서 초점을 옮기는 방식의 읽기를 훈련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네의 연구는 사람들이 화면으로 글을 읽을 때 "대충 훑어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정보를 재빨리 훑어서 필요한 내용을 뽑아내려 한다. 그러나 아네는 사람들이 이 행동을 오래 지속하면 "이러한 훑어보기가 번져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점차 우리가 종이에 쓰인 글을 읽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행동이 거의 디폴트 상태가 되는 거죠." 내가 프로빈스타운에 막 도착해 디킨스의 책을 읽으려고 할 때 겪은 경험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디킨스보다 먼저 달려 나가고 있었다. 디킨스의 책이 뉴스 기사인 듯이 핵심 사실을내놓으라고 다그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읽기와 다른 관계를 맺게 한다. 읽기는 더 이상다른 세상으로의 즐거운 침잠이 아니라, 붐비는 슈퍼마켓을 마구 뛰어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잡아채서 빠져나가는 행위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전환이 일어나면(화면을 읽는 방식이 독서에 영향을미치면 우리는 독서 자체의 즐거움을 잃게 되고, 독서는 매력을 잃는다. - P126

실험 결과는 명확했다. 소설을 많이 읽을수록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어냈다. 막대한 영향이었다. 이것은 그저 교육을 잘 받았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비소설 독서는 공감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못했기 때문이다.
레이먼드에게 물었다. 이유가 뭐죠? 그는 독서가 "독특한 의식형태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은 종이 위의 단어를 향해 관심을 바깥으로 돌립니다. 동시에 그 내용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내면을 향해 엄청난 주의를 쏟습니다." 눈을 감고 아무거나 상상하려고 애쓰는 행동과는 다르다. "그때 사람들의 관심은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종이 위의 단어를 향해 바깥으로 기울었다가, 그 단어의 의미를 향해 내면으로 기우는 것을 오가는 매우 독특한 상태에 있지요." 독서는 "바깥을 향한 관심과 내면을 향한 관심을 결합하는 방법이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한다. 레이먼드는 그때 우리가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동기, 목표를 이해하려 애쓰고, 그런 다양한요소를 따라가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일종의 연습입니다.  - P135

마커스 라이클은 별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더 활발히 움직이는 뇌부위에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아무것도 안 하는 듯 보일 때 뇌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를 분석하면서 영상에서 이 부위가 밝아지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확인했다. 그는 촬영된 영상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맙소사, 여기있어. 모든 게 다. 말도 안 돼."
이 결과는 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과학자들의 생각에 패러다임 전환을 불러왔고, 이로써 전 세계에서 수십 가지 주제의 과학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딴생각의 과학에 대한 관심이 돌연 급증한 것도 그중 하나였다. 이 연구들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의 생각이 눈앞의 초점에 고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떠다닐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수 있지만, 그 내용이 도대체 무엇일까? 수십 년간 논의가 진행되면서 일부 과학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생각 중에 가장 활성화되는 뇌 부위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일부 과학자는 이 주장에 강력 반대하게 되었다. 이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마커스의 연구 결과로 애초에 인간의 정신이 왜 방황하는지, 그로써 발생 가능한 유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크게 늘었다. - P146

먼저, 우리는 딴생각 중에 천천히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 조너선이 예를 하나 들어주었다.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것처럼 책을읽을 때 우리는 분명히 개별 단어와 문장에 집중하지만, 정신의작은 일부는 언제나 배회하고 있다. 우리는 이 단어들이 자기 삶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생각한다. 이 문장들이 내가 앞 장에서 말한 내용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생각한다. 내가 다음에 말할지 모를 내용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하는 말이 모순으로 가득한지, 또는 결국 한 점으로 모일지 궁금해한다. 갑자기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지난주에 텔레비전에서 본 내용을 떠올리기도 한다. 조너선은 "사람들은 핵심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책의 여러 다른 부분을하나로 합칩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독서에서의 결함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독서다. 지금 정신이 배회하게 두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이해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방황할 정신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독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삶도 그렇다. 딴생각은 상황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조너선은 내게 "딴생각을 하지 못하면 다른 수많은 것들이 사라질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딴생각을 많이 할수록 더욱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더 창의적이며, 끈기있는 장기적 결정을 더 잘 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신이 표류하면서 천천히 무의식적으로 삶을 이해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 P147

둘째, 딴생각을 할 때 우리의 정신은 서로 다른 것들을 새로 연결하기 시작하며, 종종 이 과정에서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른다. 네이선은 이렇게 말했다. "제 생각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때 (여유 공간이 주어지면) 뇌가 적절한 답을 찾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게 유명한 사례를 알려주었다. 19세기의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는 수학의 난제 중 하나로 씨름하고 있었고, 오랜 시간 숫자 하나하나에 자신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으나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을 떠나 버스 계단을 오르던 앙리 푸앵카레에게 섬광처럼 문제의 해답이 떠올랐다.
그는 초점의 스포트라이트를 끄고 정신이 배회하게 두었을 때에야 떨어진 조각을 이어붙여 마침내 문제의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실제로 과학과 공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많은 위대한 발견이집중이 아니라 딴생각을 할 때 나왔다.
"창의력은 뇌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이선이 말했다. "창의력은 이미 그곳에 있었던 두 가지를 새롭게 연결하는 거예요." 딴생각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더욱 활짝 펼쳐지게 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연결이 이뤄"진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 P148

트리스탄이 참석한 마지막 수업에서 학생들은 설득적 기술이미래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 논의했다. 한 그룹이 눈길을 끄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들은 이렇게 물었다. ‘미래에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의 프로필을 수집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설계자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추적해 자세한 프로필을 만들 수 있었다. 그 프로필은 젠더나 나이, 관심사 같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더 심오한 것이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성격과 기질, 그들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아내는 심리학적프로필이 될 터였다. 그 프로필은 사용자가 낙천주의자인지 비관주의자인지,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인지, 과거의 향수에 잘 빠지는지를 알아낼 것이다. 사람들이 가진 수십 가지의 특성을 파악할것이다.
이 수업은 소리 내어 물었다. 만약 사람들에 대해 그만큼 많이알게 된다면 어떻게 그들을 겨냥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정치인이나 기업이 사람들을 설득하고싶으면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가를 지불하고 한사람 한사람을 정확히 겨냥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탄생이었다. 몇 년 뒤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캠프에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Cambridge Analytica라는 기업에 돈을 주고 정확히그 일을 벌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트리스탄은 스탠퍼드에서의 마지막 수업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 수업을 듣고 기겁을 했어요" 트리스탄이 말했다. "그때 이렇게 말했던 게 기억나요. 이거 완전 걱정스러운데" - P171

트리스탄은 어떻게 하면 우리의집중력에 공격을 퍼붓지 않는 이메일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을지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를 동료들과 논의하려 할때마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끊기곤 했다. 곧 그는 구글에서 성공이 주로 참여도engagement‘로 측정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참여도는 사용자의 시선이 상품에 머문 시간으로 정의되었다. 참여도가 높으면 좋은 것, 참여도가 낮으면 나쁜 것이었다. 이유는단순했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더 오래 들여다볼수록 그들이 보는광고도 많아지고, 그만큼 구글이 버는 돈도 늘어난다. 트리스탄의 동료들은 저마다 기술의 방해와 씨름하는 점잖은 사람들이었지만 구글의 유인책은 한쪽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듯했다. 구글의직원은 언제나 최대한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는 상품을 개발해야하는데, 참여는 더 많은 수익을, 이탈은 더 적은 수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트리스탄은 구글을 비롯한 거대 테크 기업들이 아무렇지 않게 10억 명 인구의 주의력을 좀먹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어느 날 그는 한 엔지니어가 신이 나서 하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이메일이 올 때마다 핸드폰이 울리게 하면 어때?" " 모두가 전율했을 것이다. 그리고 몇주 뒤 전 세계의 핸드폰이 주머니 속에서 울리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지메일을 전보다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엔지니어들은 늘 사람들의 시선을 프로그램에 끌어와 붙잡아둘 방법을 찾아 헤맸다. 트리스탄은엔지니어들이 사람들의 삶을 방해하는 요소를 더 많이 제안하고(더 많은 진동과 더 많은 알림, 더 많은 술수) 그에 대해 축하받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았을 것이다. - P1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케네디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설명한 타인의 고통에 대해 행동을 촉구했다.
"여러분의 삶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혜택을 생각하면, 우리는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큰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지 않을까요? 그 책임은 미국 정부가 아니라 우리각자에게 있습니다."
미국인 전체가 전쟁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다른 사람을 가리키며 ‘그 사람들이 결정한 거야. 내 책임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선출되거나 임명된 정부의 관리들은 여러분의 이름을 걸고 일합니다. 그들이 전쟁을 벌일 때는…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하는 것이고, 실제로 미국인의 이름으로 하는 것입니다."
케네디는 베트남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미국인 각자의 책임과 결부시켰다. 가령 베트남의 벤쩨라는 마을을 지키기위해 마을을 파괴해야 했다고 말한 어느 미군 장교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 그 장교는 자기를 위해 한 일이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을 위한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미국인을 위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도덕의 문제이고, 안보의 문제입니다. 여기에 계신 여러분 모두의 문제이며, 미국인인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 P136

징병에개한 질문을 받자 케네디는 자신은 직업군인제도를 원한다고 했다. 징병이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다며,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추첨징병제를 지지하며, 대학생을 위한 징병 유예제도는 대학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에 대한 혜택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쟁 수행의 부담을 지는 사람들은 빈곤층"이라면서 "대학생을 위한 징병 유예를 도덕적으로 변호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번에는 건장한 남학생 하나가 발코니에서 일어섰다. 유세에 참석한 20명에 불과한 흑인 중 한 명이었다.
"케네디 의원님, 저는 의원님께서 만든 제안과 정책에 동의합니다. 의원님께서는 백인 사회가 그걸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전적으로 신뢰하고 계십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미국의 백인 사회를 그렇게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케네디는 크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물론입니다! 저는 흑인 사회도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양측 모두에 극단주의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고, 극소수의 백인들만이 흑인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데 반대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인 대부분은 미국에서 정당하고 옳은 일을 하기를 원합니다." - P139

연설을 시작하기 전, 케네디는 연단에 있던 사람 중 한 사람에게 "사람들이 킹 목사 소식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누군가 "아마 들었겠지만 자세히는 모를 거예요"라고 답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의원님께서 직접 전달하실 수 있도록 따로 알리지는 않았습니다."
케네디가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은 제가 일 분 정도로 짧게만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몹시 슬픈 소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트럭과 가까운 곳에 있던 사람 몇몇은 케네디의 심각한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오해했는지 계속 환호하고 팻말을 흔들고 있었다. 케네디는 팻말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모두에게 아주 슬픈 소식이고, 모든 미국인, 그리고 평화를사랑하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도 슬픈 소식입니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총에 맞아 숨을 거두셨습니다."
현장을 목격한 한 사람의 표현에 따르면 케네디가 말을 마친 직후청중의 모습은 번개가 내려치기 직전, 혹은 대포 포탄이 터진 후 공기가 빨려들어간 순간을 보는 듯했다. 청중들은 "아아"하고 큰 신음을 냈고,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차를 타고 지나가던 한 여성이 케네디가 무슨 말을 했기에 청중이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궁금해 할 정도였다. 남자들은 욕을 내뱉었고, 여자들은 절규하며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흐느꼈다. "오, 맙소사!", "안돼!"라고 외치는 사람도있었다. 바깥쪽에 있던 일부 청년들은 격분해서 자리를 떠났고, 어떤이들은 허공에 주먹을 치켜들며 "블랙 파워!"라는 구호를 외쳤다. - P148

링컨 대통령은 첫 취임사에서 "우리 본성에 깃든 보다 선량한 천사의 손길이 다시금 우리의 심금에 닿게 될 때, 반드시 올 그날에, 연방찬가가 한층 드높게 울려 퍼질 것입니다"라는 말로 희망을 표현했다.
인디애나폴리스 연설에서 케네디는 "이 나라의 대다수의 백인과 대다이 땅의 모든 사람이 정의를 누수의 흑인들은 함께 살기를 원하고리기를 원합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링컨이 이야기한 "보다 선량한 천사"를 끌어내려 했다.
로버트 케네디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킹 목사 암살 사건으로 그가 형 케네디 대통령 암살을 생각할 것을 알았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형의 일을 언급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케네디의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상원의원 선거운동을 할 때까지만 해도 케네디는 케네디 대통령이암살된 "11월 22일"이나 "댈러스"라는 말을 꺼내기를 거부했고, 심지어 사석에서도 형의 암살을 "1963년 11월에 일어난 일"이라고 에둘러말했다. 암살 사건을 조사한 워렌위원회 보고서도 직접 읽기를 거부하고 보좌관에게 대신 읽고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고 했다. 케네디는 암살범의 이름인 "오즈월드"라는 말도 입에 담기 힘들어서 "정부가 지목한 그 사람이 범인이고, 그의 단독 범행이라는 보고서 결론에 동의합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날 케네디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아무도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형의 암살을 언급했다. 존 루이스는이 연설을 "놀라울 정도로 강력했고, 청중과의 연결점을 만들어 주었고, 정서적으로도 진실한 행동"이었으며, 케네디가 이 연설을 통해 청중과 즉각적인 유대를 형성했다고 생각했다. - P155

이날 케네디는 미국의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로서는 가장 급진적인 발언을 했다. 케네디는 폭력과 인종 문제를 분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폭력에 희생되는 사람들은 흑인과 백인, 부자와 가난한 사람, 젊은이와 노인, 유명인과 이름 없는 사람입니다. 중요한 건 (그들이 누구나가 아니라 그들이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고는 킹 목사 암살범과 폭도를 동일시했다.
"저격범은 영웅이 아니라 겁쟁이일 뿐이죠. 통제되지 않은, 통제할수 없는 폭도는 이성의 목소리가 아니라 광란의 목소리일 뿐입니다."
폭도들이 아직 경찰이나 군인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던 시점에, 그리고 케네디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 지명을 받기 위해서 지지가 꼭 필요한 시카고의 데일리 시장이 시카고 경찰에 방화범을 사살하고, 약탈자를 상대로 폭력을 써도 좋다고 명령한 시점에, 폭도의 폭력과 사법기관의 무차별적인 폭력은 도덕적으로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법의 이름으로 행해진 살인이든, 법에 저항하며 행해진 살인이든, 한 사람에 의한 살인이든, 집단이 한 살인이든, 계획된 살인이든, 아니면 흥분한 상태에서 한 살인이든, 폭력에 의한 살인이든, 폭력에 대응하다가 일어난 살인이든 상관없이, 한 미국인의 생명이 다른 미국인에의해 불필요하게 희생되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수치입니다."
170 - P170

케네디는 시티클럽 회원에게 미국 문화와 외교 정책이 폭동 유발의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득히 먼 나라에서 민간인이 대량 학살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별 느낌 없이 받아들입니다. 영화나 TV 화면에 등장하는 살인을미화하고 그걸 오락이라고 부릅니다.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않은 사람도 총기와 탄약을 얼마든지 손쉽게 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힘을 과시하고 큰소리치고 무력을 사용하는 사람을 찬양합니다. 타인의 꿈을산산조각내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사람을 너무 쉽게 용서해줍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업 문제에 관한 관심을 표명하는 연설이었음에도 클리블랜드 기득권층의 핵심 그룹에 해당하는 청중에게 그들이 속해있는 기업과 공공기관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종류의 폭력이 미국에 존재합니다. 이 폭력은 천천히 일어나지만 밤에 일어나는 총격 사건이나 폭발만큼이나 치명적이고 파괴적입니다. 그것이 기업과 기관의 폭력입니다. 무관심과 복지부동, 그리고 서서히 진행되는 부패입니다.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폭력입니다. 이런 폭력이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고, 학교에 책을 주지 않고, 가정집에 난방을 허락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서서히 파괴합니다. 이런 폭력이 한 개인을 아버지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일어설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그 사람의 기를 꺾어놓습니다." - P171

그리고 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각 지역을 다니면서 공항에서 ‘여러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나 ‘이곳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같은 뻔한 말이나 하고 있다고 나무라기도 하죠. 하지만 시끄럽고 풍선으로 가득한 유세장에서 연설하면서 2~3일을 보내면 한 번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을 알려줄 기회가 생겨요. 저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기회가 없어서 알지 못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들려줄 기회인 거죠.
저의 경험을 통해서 도심 빈민가나 인디언 보호구역처럼 직접 가보지않은 장소에 간접적으로 가보게 하는 거죠."
뻔한 말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면서도 선거운동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그런 순간이었다. 1967년 여름 폭동으로 뉴저지주 뉴어크와 미시건주 디트로이트가 쑥대밭이 된 후 케네디는 프랭크 맨키위츠에게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방송사를 설득해 가난한 흑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데 협조해달라고 하겠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사는 곳의 소리와 느낌, 절망, 그리고 그곳에서 절대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어떤 기분인지 방송으로 보여주는 거죠."
"수업에 빠지지 말고 학교를 졸업하라는 공익광고를 듣는 흑인 10대 소년 하나가 그 말대로 학교를 졸업하고도 직업이 없는 형을 쳐다보는 장면을 보여주고, 마피아가 마약을 파는 장면을 보여주고, 몰래카메라 팀을 도심 빈민가에 있는 학교에 투입해서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썩었는지 실상을 보여주는 겁니다. 추위와 쥐의 공격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하려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엄마도 보여주고요. 그러고 나서 시청자들에게 역사상 가장 부유한 사회에서 희망이 없는 삶이 어떤 건지 보고 느껴보라고 권할 겁니다."
케네디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국민이 변화를 요구할 거라 믿었다. - P174

소위 반발 유권자backlash voters의 전형은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였다. 대개 성혁명 sexual revolution과 젊은이의 나이 든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분위기,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소란스러운 일, 도심 지역의 흑인범죄 등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가톨릭 신자와 동유럽계 백인이 그런 반발 유권자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그중 다수는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흑인 동네에 인접해있는 북부 도시나 인근 교외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서 흑인의 정치적, 경제적 성장에 위협을 느꼈다. 이들에게는 ‘법질서‘라는 말이 호소력이 있었다. 이 말에는 도심 빈민가에서의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하고 흑인들을 이런 지역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라는 주장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 P226

히코리 힐 미팅에서는 케네디가 다시 인디애나주로 가서 선거운동을 할 때는 미국 법 집행 기관의 수장 역할을 했던 점을 강조하기로 합의했다. 백인 청중은 케네디가 폭력과 폭동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말로 안심시키고, 흑인 청중은 불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안심시키되, 양측에게 두 메시지를 모두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인디애나주의 보수적인 민주당원에게 호소하기 위해 케네디가 상원에서 취한입장도 강조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복지제도 개혁과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가난한 도심 지역에 일자리와 주택을 공급하게 하는 것과지방 정부와 조직에 연방 사업의 집행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하는 것 등이 포함되었다. 몇몇 정치평론가는 이런 이슈에 대한 케네디의 입장을배리 골드워터 (1964년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가 민주당 존슨 대통령에게 크게 패한 정치인옮긴이)와 비교했고, 케네디가 리버럴한 유권자가 많은지역에서 보수적인 정치인으로 행세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준비한 연설 뒤 질의응답 시간에 케네디는 도시 빈민 지역에 기업 투자를장려하기 위한 세금공제에 찬성하지만, 효과가 없으면 마지막에는 정부가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가난한 가정의 아버지가 직업이 없고 집을 소유한 경우 불이익을 주는 복지 시스템안에 존재하는 편견을 없애기를 바라지만, 우주 개발 프로그램이나 베트남 전쟁 비용 충당을 위한 복지 예산 삭감에는 반대했다. 그리고 거대한 연방 관료제가 지방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막는다고 생각했지만, 그와 동시에 연방정부는 소외계층을 도울 의무가 있고 경제적 최상류층에 유리한 조세법의 구멍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 P228

그날 제임스 부인의 집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와 보좌관들도 케네디가 프리티 보이를 만나는 것과 원주민에 대해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애를 썼다. 로버트 케네디의 인디언 문제에 대한 관심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 시절에 시작되었다. 케네디는 당시 미국 법무부가 일상적으로 인디언의 부동산 권리 청구를 법정소송으로 끌고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곧장 해당 정책을 수정해서 인디언 권리를 아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 결과 1963년 노스다코타주 비즈마크에서 열린전미인디언회의에서는 케네디를 인디언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브레이브하트라는 인디언 이름을 지어주었다. 케네디는 그 자리에 모인 90개인디언 부족의 대표에게 인디언이 사회적·경제적 억압에 묶여 있다며이런 상황은 "국가적 불명예"라고 했다. 그러고는 존 F. 케네디 행정부가 인디언에게 더 나은 주택과 교육, 의료 서비스, 직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정신적인 응급처치" 이상이 되지 못하고,인디언은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케네디는 1965년 상원의원에 당선 뒤 업스테이트 뉴욕을 방문해 인디언이야말로 "자기 땅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희생자" 라고 했다. 케네디는 인디언 손도끼, 화살, 벨트를 너무 많이 모은 나머지 의원 사무실이 인디언 천막 내부처럼 보였고, "인디언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것 같다는 말을 한 적도 있었다.
- P2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잔뜩 쌓아놓은 책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10대와 20대 때는 며칠이고 침대에 누워 쭉 책만 읽을 수 있었는지를 생각했다. 그때와 달리 프로빈스타운에서는 지나치게 들뜬상태로 허겁지겁 책을 읽고 있었다. 블로그를 훑으며 핵심 정보를 찾듯이 찰스 디킨스를 훑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독서는 정신없이 여기저기서 정보를 추출했다. 그래, 이해했어. 이 아이는 외톨이구나. 그래서 요점은? 어리석은 행동임을 알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요가는 내 몸의 속도를 늦추었지만 정신의 속도는 늦출 수가없었다. - P74

스키너는 이 원칙으로 인간의 행동을 거의 설명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우리는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라고 믿는다. 자신이 선택을내린다고, 어디에 주의를 기울일지 결정하는 복잡한 정신을 가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건 다 환상이다. 우리와 우리의 집중력은그동안 살면서 경험한 강화 훈련의 총합일 뿐이다. 스키너는 인간에게 정신(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스스로 선택을 내린다는의미에서의 정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그게 무엇이든 현명한 설계자가 선택한 방식으로 재설계될 수 있다. 오랜 시간이지난 후, 인스타그램의 설계자들은 이렇게 물었다. 만약 우리가 사용자에게 ‘하트‘와 ‘좋아요‘를 줘서 셀카 찍는 행동을 강화한다면, 씨앗을 더 먹기 위해 강박적으로 왼쪽 날개를 펼친 비둘기처럼 사용자들도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할까? 인스타그램의 설계자들은 스키너의 핵심 기술을 수십억 사용자에게 적용했다. - P82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긍정적이고 자양분이 되며, 공허한 기계적 반응 이상의 것을낳는 인간 심리를 탐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미국 심리학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먼저 미하이는 자신이 보기에인간의 가장 훌륭한 성취 중 하나인 예술 활동에 대해 연구하기로했다. 이때까지 그가 목격한 것은 파멸이었으므로, 이제는 창조를 연구해야 할 때였다. 그래서 그는 시카고에서 한 무리의 화가들을 설득해 수개월에 걸쳐 그들의 작업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들이 자기 삶을 바치기로 결정한 목표가 기저의 어떤 심리적 과정에서 동력을 얻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예술가들이 하나의이미지에 집중하며 정성스레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을 관찰했다.
무엇보다 미하이를 놀라게 한 것은, 창작 중인 예술가들에게 시간이 사라진 듯 보인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거의 최면에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깊은 형태의 집중이었다.
그때 미하이는 당황스러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림에 수많은 시간을 쏟은 예술가들은 작업을 마쳤을 때 자기 결과물을 의기양양하게 바라보거나 자랑하거나 칭찬을 구하지 않았다. 거의 모두가 그 그림을 치워놓고 다음 작업에 착수했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저 보상을 얻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스키너의 생각이 옳다면 이들의 행동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작업을 끝마쳤다. 즐길 수 있는 보상이 그곳에, 바로 눈앞에 있다. 그러나 창작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보상에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심지어 돈조차 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훗날 미하이는 한 인터뷰어에게 이렇게 말했다. "작업이 끝나면 그 대상, 그 결과물은 그들에게 별로 중요치 않았습니다." - P83

미하이는 이 사람들이 그때까지 과학자들이 연구하지 않은 인간의 핵심 본능을 묘사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러한 상태에 ‘몰입‘flow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몰입은 하고 있는 일에 너무 푹 빠진 나머지 모든 자아 감각을 잃은 상태, 시간이 사라진 듯한 상태, 경험 그 자체의 흐름을 탄 상태를 뜻한다. 몰입은 우리가 아는 것 중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 P85

미하이의 연구는 몰입의 다양한 측면을 규명했지만, 내가 보기에 (꼼꼼히 여러 번 읽었다) 몰입 상태에 빠져들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이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거야‘, ‘이 언덕을 뛰어오를 거야‘,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칠 거야‘처럼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추구하겠다고 마음먹고, 그러는 동안 다른 목표는 옆에 치워둬야 한다. 몰입은 한 번에 하나만 할 때, 다른 모든것은 접어두고 한 가지만 하기로 할 때 찾아온다. 미하이는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요소와 멀티태스킹이 몰입을 방해하며, 한 번에두 개 이상의 일을 하려 하는 사람은 절대 몰입 상태에 이를 수 없음을 발견했다. 몰입은 한 가지 사명에 모든 지적 능력을 쏟아부을 것을 요구한다. 둘째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는 집중력에 관한 기본 사실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의미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진화했다. 앞에서 인용한 의지력의 최고 전문가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개구리는 자신이 먹을 수 있는 파리를 자신이 먹을 수 없는 돌보다 훨씬 많이 쳐다볼 겁니다." 개구리에게 파리는 유의미하고 돌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파리에게 쉽게 주의를 기울이고, 돌에는 좀처럼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로이바우마이스터는 말한다. "그건 뇌의 설계 때문입니다. 뇌는 자신에게 중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졌어요." 결국 "온종일 자리에 앉아 돌을 쳐다보는 개구리는 굶주리게 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내게 의미 있는 일에는 주의를 기울이기 더 쉽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에는 더 어렵다. 의미를 못 느끼는 일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면 집중력은 자주 미끄러지고 빠져나갈 것이다.
셋째로, 능력의 한계에 가깝지만 능력을 벗어나지는 않는 일을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선택한 목표가 너무 손쉬우면 우리는 자동 조종모드에 돌입한다. 반면 목표가 너무 어려우면 초조해지고 평상심을 잃어서 몰입에 빠져들지 못한다. 중급 수준의 경험과 재능을 가진 암벽 등반가를 떠올려보자. 그 사람이 마당 뒤에 있는오래된 벽돌담을 기어오른다면 너무 쉬워서 몰입할 수 없을 것이다. 갑자기 킬리만자로산맥의 산등성이를 오르라는 말을 듣는다면 역시 기겁해서 몰입할 수 없을 것이다. 그에게 필요한 이상적인 목표는 마지막으로 오른 산보다 약간 더 높고 어려운 산이다. - P87

내게는 이러한 불일치가 오늘날의 세계를 정의하는 갈등 중 하나의 토대가 된 것으로 보였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장악한 기술은 인간정신의 작동 방식에 대한 B. F. 스키너의 관점에 기초한다. 임의적 보상을 간절히 열망하게끔 생명체를 훈련시킬 수 있다는 스키너의 통찰이 우리의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 다수가보상을 얻기 위해 기괴한 춤을 추도록 훈련된 새장 속 새들과 비슷하며, 그러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그러한 행동을 선택했다고 믿는다. 내가 프로빈스타운에서 본 강박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셀카를 올리던 남자들은 이제 내게 식스팩과 피나콜라다가 있는 스키너의 비둘기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표면적 수준의 자극이 주의를 빼앗는 문화에서 미하이의 깊이 있는 통찰, 즉 우리 내면에는 오랜 시간 집중하고 그 상태를 즐길 힘이 있으며, 그 힘이 흐를 수 있는 적절한 환경만 갖춰진다면 우리가 더욱 행복하고 건강해지리라는 통찰은 잊히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내가 끊임없이 산만했을 때 짜증뿐만 아니라 약해지는 기분을 느낀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마음 한편으로사람들은 자신이 집중하지 못할 때 가장 큰 능력 하나를 쓰지 못하고 있음을 안다. 몰입에 굶주린 우리는 자신의 일부만 남아, 어딘가에서 자신이 되었을지도 모를 모습을 감지한다. - P89

나이를 먹은 미하이에게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그의 형 모리츠는 러시아에 있는 스탈린 강제수용소인 굴라크에 끌려갔고, 이처럼 굴라크로 사라진 사람들은 보통 다시는 소식을 들을수 없었다. 모두가 모리츠가 죽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모리츠가 다시 나타났다. 마침내 해빙기 소련으로 풀려난 모리츠는 일거리를 찾으려고 고군분투했다. 굴라크의 생존자들은 그 자체로 수상쩍은 사람 취급을 받았다. 모리츠는 스위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결국 기차의 화부로 고용되었다.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모리츠가 80대가 되었을 때 미하이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서 형을 다시 만났다. 모리츠의 몰입 능력은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파괴되었지만, 미하이는 형이 말년에 인생 처음으로 자신이 늘 사랑했던 것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모리츠는 크리스털에 매료되었다. 이 반짝거리는 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모든 대륙의 표본을 모아두었다. 수집상을 찾아갔고 행사에 참석했으며 관련 잡지를 읽었다. 미하이가 찾아간 모리츠의 집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크리스털이 가득 찬 박물관 같았고, 이 돌들의 광휘를 돋보이게 할 특수조명이 설치되어 있었다. 모리츠가 어린아이 주먹만한 크기의 크리스털을 미하이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어제 이걸 보고 있었어. 현미경 아래 이걸 놓을 때가 아침 9시였지. 바깥은 꼭 오늘처럼 화창했어. 돌을 계속 돌려가면서 모든 틈과 균열, 안팎에 형성된 10여 개의 결정을 들여다봤어... 그때 고개를들고 폭풍이 오나 보다 생각했어. 하늘이 너무 깜깜했거든. 그러다 깨달은 거야. 구름이 덮인 게 아니라 해가지고 있다는 걸. 저녁7시가 된 거였어." 미하이도 크리스털이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열 시간이나?
그때 미하이는 깨달았다. 모리츠는 그 돌들을 읽어내는 법을,
돌이 어디서 왔고 어떤 화학 성분으로 구성되었는지 파악하는 법을 알았던 것이다. 모리츠에게 그건 자기 능력을 사용할 기회였다. 그에겐 바로 이 행동이 몰입을 일으켰다. 미하이는 평생 몰입이 우리를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은은하게 빛나는크리스털을 함께 바라보면서, 이제 그는 굴라크에서 굶어 죽을 뻔한 형의 얼굴에서 그 실례를 보았다. - P90

어느날 찰스는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 그는 사람들이 피곤할 때 자신이 ‘순간적 주의 상실‘이라 칭한 상태를 경험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순간적 주의 상실이 찾아오면 처음에는 약 몇분의 1초간 집중력을 잃는다.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고자 찰스는 눈의 초점을 추적해 사람들이 무엇에 집중하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뇌를 스캔했다.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는 정교한 기술을 이용해 피곤하지만 정신이 또렷한 사람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우리는 피곤할 때 순간 집중력을 상실하는데,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찰스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깨어 있거나 잠들어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찰스는 두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볼 때에도 (부지불식간에) ‘국소 수면‘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이 상태의 이름이 국소수면인 이유는 뇌의 국소부위만 잠들기때문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본인은 정신이 또렷하고 지적 능력이온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책상에 앉아 있고 겉으로는 깨어 있는 듯 보여도 뇌의 일부는 잠들어 있으며, 이때 우리는 지속적으로 사고할 수 없다. 찰스는 이러한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연구한 뒤 "놀랍게도 사람들은 때때로 눈을 뜨고서도 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104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면 시간이 그리 많이 줄지 않아도 이런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거듭 설명했다. 록산느는 18시간 내내 깨어 있다면(아침 6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깨어 있다면) 하루가 끝날 무렵의 반응 속도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일 때와 같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록산느는 이렇게 말했다. "거기서 세 시간 더 깨어 있으면 법적으로 처벌 가능한 혈중알코올농도에 상당하는 상태가 됩니다." 찰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해요. ‘난 밤을 꼬박 새우지는 않으니까 괜찮아. 하지만 매일 두어 시간씩 적게 자고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한두 주가 지난 후에는 밤을 꼬박 새운 상태와 같은 수준으로 수행 능력이 손상됩니다. 그러니까 한두 주 동안 하루에 네 다섯 시간을 자면 그렇게 될수 있다는 뜻이죠." 찰스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우리 중 40퍼센트가 그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 P107

젊은 시절 찰스는 수면이 수동적인 과정이므로 연구할 가치가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수면이 놀라울 만큼 적극적인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잠들면 뇌와 몸에서 온갖 다양한활동이 펼쳐지며, 이 활동들은 사람들이 제대로 기능하고 집중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몸에서 발생하는 일 중 하나는, 수면 중에우리의 뇌가 낮 동안 쌓인 찌꺼기를 청소한다는 것이다. 록산느는 내게 "서파수면 slow-wave sleep 이 발생하면  뇌척수액의 경로가 넓어져서 뇌의 대사 부산물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매일 밤 우리가 잠들면 뇌는 액체로 헹궈진다. 이 뇌척수액은 뇌에서 독성 단백질을 씻어내 간으로 보내고, 간에서 이 독소를 없앤다.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 저는 이 독성 단백질을 뇌세포의 똥이라고 부릅니다. 집중이 잘 안 될 때는 머릿속에 뇌세포 똥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는 것일 수 있어요."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피곤할 때 숙취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말 그대로 머리가 독소로 꽉 막히는 것이다. - P111

그는 내게 이 분야의 일부 과학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꿈이 깨어 있는 시간에 발생한 사건에 감정적으로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꿈을 꿀 때 스트레스를 받은 순간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데, 이번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몸에 흘러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과학자들은 이러한 경험으로 스트레스 관리가 더 쉬워진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우리가 알다시피 스트레스가 잘 관리되면 집중이 더 잘된다. 토어는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고반박하는 증거도 있으며, 더 많은 정보를 알아야 확실한 결론을내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만약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우리에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사람들이 꿈을 점점 적게 꾸고 있기 때문이다. 꿈은 대체로 빠른 안구 운동 수면rapid-eye movement sleep (렘수면)이라는 이름의 단계에서 발생한다. 토어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길고 강력한 렘수면은수면 주기가 시작되고 일곱 시간에서 여덟 시간 무렵에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수면을 대여섯 시간으로 줄이면 길고 강력한 렘수면을 하지 못할 확률이 높죠." - P112

 록산느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약물로 유도한 수면은 일반 수면과 똑같지 않습니다." 수면은뇌와 신체가 많은 활동을 수행하는 적극적 과정임을 기억하자. 약이나 알코올로 유도한 수면에서는 이런 활동 중 다수가 아예 발생하지 않거나 훨씬 적게 발생한다. 인위적으로 수면을 유도하는 디양한 방식은 몸에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록산느는 멜라토닌5밀리그램(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판매되는 멜라토닌의 일반 복용량이다)을 섭취할 때 "멜라토닌 수용체를 망가뜨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멜라토닌 없이 잠들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 강한 약물은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앰비언을 비롯해 병원에서 처방받는 다른 진정제에 대해 록산느는 이렇게 경고한다. "수면은 많고 많은 신경전달물질이 중요한 균형을 이룬 상태입니다. 인위적으로..… 그중 하나를 강화하면 수면의 균형이 깨집니다." 그렇게 되면 렘수면이 줄고 꿈을 덜 꾸게 될 확률이 높으며, 이 중요한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잃게 된다. 그러면 온종일 피곤에 절어 있기 쉬운데, 바로 이러한 이유로 수면제가 온갖 원인의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면제를먹은 사람은 자동차 사고를 당할 확률이 더 크다. 록산느는 이렇게 말했다. 수술받고 회복한 사람, 그러니까 마취에서 깨어난 사람은 ‘아, 너무 개운해‘라고 말하지 않아요." 약물의 도움을 받아잠드는 행위는 가벼운 마취제를 맞는 일과 같다. 그때 우리의 몸은 필요한 만큼 쉬거나 정화하거나 원기를 회복하거나 꿈을 꾸지못한다. - P1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웃고 있지만 우리 삶은 우연에 내던져지고, 속수무책으로 내맡겨지고, 피할 길이 없어. 그 우연한 일에 말이야 알겠니?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그것이 네게 닥쳐서 너를 짓누를 수도, 일으켜 세울 수도 있어. 우연한 사건이란 우연히 일어나거든, 우리는 그런 우연에 내맡겨지고, 그 앞에 먹잇감으로 내던져진 거야.
그런데도 우리는 웃고 있어. 그 곁에 서서 웃고 있다고. 그리하여 우리의 삶과 우리의 사랑과 우리의 삶과 사랑이 빛어낸 고뇌 - 이것들은 파도와 바람처럼 불확실하고 우연한것이야. 제멋대로 알겠니? 알겠냐고!"
그러나 다른 남자는 말이 없다. 창가에 선 남자가 다시 목쉰 소리로 말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이 도시에, 외롭기 짝이 없는 이 숲속 깊은 곳에, 한없이 짓누르는 이 돌무더기에, 우리에게 말한마디 건네는 이 없고, 귀 기울여 듣는 이 없고, 눈 마주치는 사람도 없는 이 도시에 깊이 묻혀 있어. 얼굴 없는 얼굴들이, 이름 없이, 수도 없이 제멋대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이 도시에 관심도 없이, 무정하게, 머물 곳도 없고, 시작도없고, 항구도 없이. 해파리들이야. 시간의 흐름에 떠도는 해파리들. 심해에서 떠올라 흔적도 없이 다시 이 세상 물속 깊이 가라앉는 초록색, 회색, 노란색, 흐릿한 회색의 해파리들. - P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