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억력 착각은 개인적인 정보나 경험의 기억에서 더욱 강력하게 작용한다. 기억력착각은 기억을 통해 지난 경험을 얼마나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느냐에 가장 크게 좌우된다. 단순히 무엇을 경험하고 배웠는지보다는, 어떻게 경험하고 배웠는지 기억할 때의 정확도를 훨씬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생생한 시각적 인식 때문에 실제보다 주의를 더 기울일 수 있다고 착각하듯이, 거침없이 생생히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완벽하게 기억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아무 상관없는 숫자나 사실들을 회상할 때는추억의 경험을 강하게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9.11 테러를 어떻게 알게되었는지 회상하면 경험했던 추억이 강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힐러리클린턴과 닐 리드가 자신의 기억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은 것이다. 그들은 일어났던 일에 대해 뚜렷하고 강하게 회상했으며 생생하게 느꼈기에 더욱 자신의 기억을 확신했다. 기억의 생생함은 기억들이 감정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숫자 목록은 두렵거나 슬픈 감정을 자아내지 않지만, 9.11 사건은 공포나 슬픔을 불어넣는다. 이 감정들은 비록 실제로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지에는 영향이 없어도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실험에서 대상자들에게 농장 풍경처럼 감정 중립적인 사진과 카메라를 향해 총부리를 들이대는 사진처럼 매우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시간이 지난 후 이전에 본 이미지들이 기억나는지 질문했을 때 중립적인 사진보다 자극적인 사진을더 확실히 기억했다. 9.11에 경험했던 것 같은 감정적인 기억들은 정확성에 관계없이 강하고 생생한 기억력을 만든다. 감정적이며 생생한 내용에 동반되는 기억을 조심하라. 그것들은 일상적인 기억만큼 틀릴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깨닫기는 어렵다. - P122

5년이 지나서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실제 강도라고 평가했던 수준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그러니 선수들이 보였던 지나친 자신감이 미래의 발전을 합리적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랜 시간을 거쳐 경쟁적인 체스 점수와 친숙해졌으면서도, 선수들은 자기 실력을 과대평가했다. 그들은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세 번째 일상적인 착각, 즉 자신감 착각自信感 錯覺illusion of confidence 에 빠져 있었다.
자신감 착각에는 서로 다르면서도 관련이 있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체스 선수들의 경우처럼 우리 자신의 능력을, 특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 상대적인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한다. 둘째, 진찰실에서 크리스가 겪었던 일처럼 자신감(또는 자신감 부족)을 다른 사람들의 능력과 지식 정도, 정확한 기억력을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신호라고 생각하게한다. 자신감이 이런 것들과 실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문제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자신감과 실제 기량은 별개일 수 있으므로 자신감을믿는 것은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커다란 정신적 함정이 된다. 체스에서 자신을 실제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일은 그저 시작에불과하다. - P132

미숙함이 지나친 자신감을 유발한다는 발견은 사실 안도감을 준다. 우리가 어떤 일을 배우고 연습하면, 그 일을 더 잘하게 되고 우리 실력도 더 제대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라.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면 기술 수준은 낮지만 흔히 자기 실력보다 과한 자신감을 보인다. 기술이 향상될 때 자신감은 서서히 증가하므로 결국 높은 실력 수준이 되었을 때는 자기 실력 수준에 걸맞은 정도,
아니면 최소한 적당한 정도에 가까운 자신감을 갖게 된다. 능력에 비해 위험할 정도로 지나친 자신감은 어떤 일에 능숙할 때가 아니라 미숙할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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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우리에게 이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감으로 그 사람의 지식, 능력, 의지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앞서 살펴보았듯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감이 넘치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자신감이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믿고 있다. - P140

나는 미국 정보부 요원과 집단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인터뷰한 적이있다. 그는 정보부 조직에서 미확인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데 종종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각각 위에서부터 직급 순서대로 의견을 제시한다고 한다. 25 상관이 제시한 최초의 의견을 한 사람씩 차례로 확인할 때 그룹 전체에 퍼지는 잘못된 의견일치와 왜곡된 확신이 어떻겠는가. 각 직원들은 비밀투표로 독립적이고 편견 없이 자신의 고유한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중히 생각해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개인의 의견을 모으는 바로 이 과정 때문에, 집단의 결정은 독립적인 의견이나 참여의 결과물이 될 수 없다. 그 대신 누가 무엇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관계없이, 집단 내 역학이나 개인 간의 갈등, 그 밖의 다른 사회적 요인들의 영향을 받게 된다.
집단의사결정 과정은 구성원들의 능력을 잘 이해하고 잘 표현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소극적인 구성원들 사이에 ‘다수에 속한 안정감‘이라는 동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에 사실을 축소시키고 확신은 확대시킨다. 집단의사결정 과정은 사람들의 또 다른 착각을 반영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집단 구성원들의 능력을 사용하는 최고의 방법은 정답을 심사숙고해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직관말이다.
- P147

당신이 어느 집단의 일원이라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큰 병 속에 들어있는 젤리 개수와 같이 미확인된 일을 추측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접근법은 다른 구성원들과 답을 논의하여 의견을 일치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틀렸다. 다른 어떤 방법보다 일관성 있게 뛰어난 결과를 가져오는 전략은, 사전 논의 없이 집단 구성원 각자 자기 의견을 적은 다음 각자의 의견을 모두 합해서 간단하게 평균을 내는 방법이다. 하버드 교수이자 집단심리 전문가인리처드 해크먼Richard Hackman 교수에게 곧바로 토론과 논쟁을 시작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이런 절차를 밟는 집단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물론 집단의 의견 일치에서 나오는 지나친 자신감이 필요한 상황도있다. 전장 한가운데에서 자신감을 잃고 두려움에 떠는 병사가 전우와 사령관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목숨을 걸고 위험을 무릅쓰는 (혼자 결정해야 했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감 착각은 많은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서 비극적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집단 또한 자기 능력을 과신하는 성향이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 P148

답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가장 먼저 말했기 때문이다. 최초로 나온 답안이 최종 답안이된 경우가 94퍼센트였는데, 지배적 성격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단호하게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처럼 집단의 리더십은 대부분 자신감에 의해 결정되었다. 지배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감을 더 크게 표현하고, 다른사람들은 자신감 착각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을 믿고 따른다. 당신이 의견을 먼저 그리고 자주 제안한다면 남보다 능력이 뛰어나지않더라도, 사람들은 당신의 자신감을 능력의 지표로 받아들일 것이다. 자신감 착각은 능력 있는 사람을 부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따라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면 능력과 함께 자신감을 갖춰야만 한다. - P150

그러나 자신감은 정답과 관련이 없었다. 자신감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보다 시험을 잘 친 것은 아니었다. 자신감은 지능과도 관련이 없었다.
자신감이 일반적인 특성임을 알려주는 다른 실험도 있다. 시각과 같은 특정 영역에서 높은 자신감을 보인 사람들은 기억력과 같은 다른 영역에서도 높은 자신감을 보였다. 즉 자신감은 개인차가 있는 일관된 특성이지만 근본적인 지식이나 지능과는 비교적 관련이 적다. 유전자는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간주된다. 스웨덴 경제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더 비슷한 수준의 자신감을 지녔다고 한다. 일란성 쌍둥이의 유전자가 같은 데 비해 이란성 쌍둥이의 유전적 유사성은 보통 형제자매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자신감이 어느 정도는 유전자에 바탕을 두고 있을 것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자신감이 유전자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지만 유전자와 전혀 무관하지도 않다. - P153

하지만 적어도 이런 종류의 일반상식 문제에서는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올 게 없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문제풀이 능력은 비슷했다. 그러나 집단에 속하면서 참가자들의 믿음은 부풀려졌다. 정답률은 좋아지지 않고 대신 자신감만 높아진 것이다! 더욱이 둘 다 자신감이 낮은 사람으로 이루어진 집단의 자신감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 집단의 정답률은 그대로였는데도 서로를 북돋아 11 퍼센트 향상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실험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야기한 그루지야 정부의 대딤한 결정이 어느 한 개인의 자만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 각자는 자신감이 낮았을지도 모르고 아마 혼자였다면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집단을 이루면서 이들은 실제로 위험하고 불확실한 조치가 성공하리라고 믿을 정도로 자신감이 팽창할 수 있었다. - P156

우리가 실제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음주뿐만이 아니다. 변기나 지퍼처럼 간단한 물리적 장치에서부터 인터넷처럼 복잡한 기술, 보스턴의 빅 덕 프로젝트Big Dig Project 같은 어마어마한 토목계획, 금융시장이나 테러리스트 네트워크 같은 추상적인 실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실제로 잘 모르는 일들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있다고 자신을 쉽게 속인다. 지식의 범위와 깊이를 과대평가하는 위험한 경향은 다음 장에서 우리가 논의할 일상의 착각이다. 지식 착각은 자신감 착각과 비슷하지만 한 사람의 확실성의 수준이나 능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자신 있고", "확실하고", "평균보다 낫고" 등을 말하는 것과 다르다. 지식 착각은 우리가 사물을 실제보다 더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암묵적으로 믿는것이며, 우리가 내리는 가장 위험하고 그릇된 몇몇 결정의 배후에 잠재해 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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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은 순청 앞마당에 모여 있었다. 인근 수령들이 말을몰고 들어오자 마구간이 모자랐다. 행궁과 옥당에 딸린 말은순청 마구간을 차지했고, 수령들의 말은 민촌의 헛간에 가두었다. 나머지 말들은 노지에서 눈비를 맞았다.
주린 말들은 묶어 두지 않아도 멀리 가지 못했다. 말들은 모여 있어도 제가끔 따로따로인 것처럼 보였다. 말들은 주려도 보채지 않았다. 먹을 때나 굶을 때나 늘 조용했다. 말들은고개를 숙여서 눈 덮인 땅에 코를 박았다. 그러고는 앞발로눈을 헤치고 흙을 긁었다. 말들은 흙냄새 속에서 아직 돋아나지 않은 풀냄새를 더듬었다. 말들의 뼈 위로 헐렁한 가죽이늘어져 있었다. 언 땅 밑에서 풀냄새는 멀었다. 말들은 혀를내밀어서 풀뿌리를 앓았고, 서로의 꼬랑지를 빨아먹었다. 주저앉은 말들은 갈비뼈가 드러난 옆구리로 가늘게 숨을 쉬었다. 말들은 주저앉아서도 코를 땅에 박고 풀냄새를 찾았다.
말들은 가끔씩 가죽을 실룩거려서 등허리에 쌓이는 눈을 털어 냈다. 주저앉은 말들은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옆으로 쓰러졌고, 쓰러진 말들은 앞다리를 뻗어 눈을 긁었다. 뱃가죽을 보이며 발랑 뒤집힌 말도 있었다. 자지가 오그라진 수말들이네 다리를 들어서 허공을 긁었다. 말 다리는 곧 땅 위로 늘어졌다. 말들의 죽음은 느리고 고요했다. 말들은 천천히 죽었고질기게 숨쉬었다. 옆으로 쓰러져 네 다리를 길게 뻗은 말들도사나흘씩 옆구리를 벌럭거리며 숨을 쉬었다. 숨이 다한 직후에 묵은똥이 비어져 나오고 오줌이 흘러나오는 소리 외에는,
말들은 죽을 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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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손이나 눈에 있지 않다. 운전대를 한 손으로 잡고도 운전을잘 할 수 있고 전화를 쥐고서도 도로로 시선을 향할 수 있다. 사실 전화기를 손에 쥐는 행동이나 운전대를 조종하는 행동에는 인지능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과정은 대부분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좌회전할 때 혹은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어야 할 때 팔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운전 행위에 따르는 한계가 아니라 주의력 자원과 인지가 갖는 한계다. 사실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는 점에서 손에 드는 전화기나 핸즈프리 전화기는 거의 차이가 없다. 같은 방식, 같은 정도로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아주 능숙하고 별로 힘을 들이지 않는 것 같아도 운전과 통화는 둘 다 한정된 용량의 주의력 자원을 소모하는 행위다. 그리고 운전과 통화라는 다중작업을 하게 되면, 비록 전화로 무슨 말을 듣든,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던 간에 운전이나 통화를 따로 할 때보다 더 많은 주의력 자원이 요구된다. - P46

고릴라 실험을 다시 한 번 진행하면서 나는 실험 참가자의 과제인 패스 횟수 세기의 난이도를 높여 주의력의 한계를 실험했다. 흰 셔츠를입은 사람들의 패스를 모두 세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흰 셔츠를 입은 사람들에 집중하되 공중에서 넘기는 패스와 바닥에 튕겨서 넘기는 패스, 두 종류로 나누어 세라고 한 것이다. 내 예상대로 갑자기 등장한 고릴라를 못 본 사람의 수는 20퍼센트 증가했다. 횟수 세기 과제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실험 참가자들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했고, 그결과 고릴라를 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정신적 자원은 줄어들었다. 주의력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예상치 못한 일을 알아차리게 될 가능성은 줄어든다. 전화기를 손으로 드는 게문제가 아니라 한정된 인지 자원을 소비하는 게 진짜 문제다. 무엇보다중요한 사실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실험 참가자들에게서 볼 수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인지의 한계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P47

 이런 실패나 주의력 착각이 시각이라는 감각에만 국한되는 것은아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무주의 난청無主意 難聽 inattentional deafiness 을 경험할수도 있다.  - P50

진이 설정한 상황에서 출근 중인 사람들은 회사에 빨리 가야 한다는생각에 빠져 다른 어떤 것에도 신경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그저 그런 거리의 악사들과 조슈아 벨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연주에 관심을 기울이기는커녕, 조슈아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도 모른다. 바로 이것이 핵심이다. 누구도 조슈아의 수준 높은 음악에 귀 기울이지 못한 이유는 진이선택한 시간과 장소였다. 진은 우려를 표명했다. "만약 우리가 지상 최고의 음악가 중 한 사람이 연주하는 가장 아름다운 곡들을 듣기 위해 잠시 멈출 시간조차 없다면, 현대인들이 삶의 물결에 휩쓸려 그런 소중함을 느낄 수 없게 귀가 멀고 눈이 먼다면, 그때는 또 무엇을 놓치게 되는가?" 분명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되겠지만, 이 거리 공연은 현대인의 삶에 아름다운 것들을 감상할 기회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다. 이치에 맞게 설명하자면, 출근할 때처럼 하나의 일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나타나도, 설령 그것이 출근길에서 연주하는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라 할지라도, 그 존재를 몰라볼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P53

주의력 착각이 곳곳에 배어 있다면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아 이런 사실을 연구하고 있을까? 어째서 우리 조상은 예기치 않은 포식자들에게모두 잡아먹히지 않은 것일까? 무주의 맹시와 그에 따른 주의력 착각은 현대 사회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도 무언가를 인식하는 데 현재의 우리와 비슷한 한계를 지녔음에 틀림없지만 세상이 단순했던 만큼 인식해야 하는 대상 역시 적었을 것이다. 즉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물체나 상황도 지금보다 드물었을 것이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새로운 기기들에 엄청난 주의를 더 많이, 더 자주, 더빨리 기울여야만 한다. 시각과 주의력을 담당하는 우리 신경계는 자동차 속도가 아니라 보행자 속도에 맞춰져 있다. 걸을 때는 예상외의 물체를 발견하기까지 지체되는 몇 초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운전할 때는 다르다. 예상외의 상황을 알아차리는데 1초의 10분의 1이라도 지체하면 당신 혹은 다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알아차리기가 지체되는현상은 가장 빠른 속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무주의 효과는 빠른 속도에서 증폭된다. - P64

문제는 우리의 주의력이 부족할 때 이를 알려줄 증거가 부족하다는것이다. 이것이 바로 주의력을 착각하는 근본원인이다. 우리는 미리 알았을 때만 예외상황을 인식할 뿐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은 인식할 수없다. 세상을 제대로 인지하려면 미리 알아챌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지 깨닫게 해주는 경험, 즉 가슴을 두드리는 고릴라를 못 본 것처럼 타인에게 핑계를 전가할 수 없는 (그리고 변명해봤자 소용없는) 경험을 필요로 한다. - P65

기억력 착각이란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한계를 착각한다는 뜻이 아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기억력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기억력 착각은 자신이 한 일을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강조되어 발생하는 착각이다.  - P79

무엇을 인지할 때 사람은 모든 정보를 상세하고 완전하게 조합하기보다는 본 것(들은 것, 냄새 등)으로부터 어떤 의미를 추출하려 한다. 인간이 입수되는 모든 자극을 똑같이 충직하게 간직하도록 뇌를 진화시켜 왔다면 보유 에너지와 자원을 터무니없이 낭비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억은 우리의 인지내용을 모두 저장하는 대신, 보고 들었던 사실을 가지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과 연관성을만든다. 이런 연관 작업은 우리가 본 것에서 중요한 사실을 포착하고세세한 내용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억을 더 잘 저장하고 꺼낼수 있도록 ‘회상의 실마리retrieval cues‘ 를 제공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회상의 실마리는 유용하지만 기억의 정확성을 실제보다 부풀려서 느끼도록 만들기 때문에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사람은 원본의 기억과 연관 작업 및 지식에 기초해 재구성된 기억을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 P80

앞뒤 방면 사이에 명백히 보이는 변화를 포착하지못하는 놀라운 현상을 변화 맹시Change bindiness 라고 한다. 현재 상황과 이전 상황 사이에 존재하는 변화를 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앞에서 논의했던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indness와 관련 있지만 동일한 현상은 아니다. 무주의 맹시 현상은 목격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던 어떤 대상의 등장을 알아채지 못했을 때 일어난다. 우리가 포착하지 못한 대상은 마치 고릴라처럼 우리 바로 앞에 내내 있으면서 충분히 알아볼 수 있게 뚜렷하다. 변화 맹시로 인해 줄리아 로버츠가 크루아상을 먹고 있던 장면을 기억하지 못하면 팬케이크를 먹고 있는 현재 장면에서 변화를 전혀 포착할 수 없다. 변화 맹시는 현재 모습과 이전 모습 사이의 변화를 비교하여 포착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사물이 갑자기 다른 사물로 바뀌는 일이 좀처럼 없다. 그러니 변화 없음을 확인하기 위해 매순간 눈에 보이는 대상을 꼼꼼히 점검한다면 뇌의 능력을 지나치게 낭비하는 일일 것이다.
변화 맹시보다 큰 문제는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다. 이러한 오해에 대니엘 레빈은 깜찍하게도 ‘변화 맹시에 대한 맹시change blindness blindnes‘ 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람들은 본인의 변화 맹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 P90

우리는 보고들은 것을 정확히 기억한다고 믿지만, 실제로 그 기억은놀랄 만큼 불완전하다. 대개 우리가 재생하는 기억은 개략적일 뿐이고나머지는 추론으로 채워지며 다른 영향에 좌우된다. 즉 기계로 녹음한음악이라기보다 즉흥적인 반복 연주에 가깝다. 우리는 자신의 기억이정확하다고 믿는 실수를 종종 저지르며, 일어난 일에 대한 정확한 기억과 나중에 덧붙여진 기억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이것이 켄의 사례를설명해준다. 켄은 그 일을 선명하게 기억하긴 했지만 그 이야기를 자신의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런 유형의 왜곡은 ‘기억출처의 오류 記億出處誤謬failure of source memory‘ 라는 용어로 알려져 있다. 켄은 그 기억의 원출처를 잊어버렸다.
기억출처의 오류는 고의적이지 않은 여러 표절 사례의 원인이 된다. - P100

1899년 프레더릭 컬그로브Frederick Colgrove는 클락Clark 대학 박사과정으로 주요 사건에 대한 상세 기억‘을 체계적으로 처음 연구한 사람이다. 컬그로브는 179명의 중·노년에게 아브라함 링컨의 암살 소식을 들었을 때 어디 있었는지 질문했다. 30년도 넘은 사건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도록 요청했는데도 70퍼센트가 그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해냈다. 게다가 몇 명은 이례적으로 대단히 자세하게 기억했다.
80년이 흐른 뒤 사회심리학자 로저 브라운과 제임스 컬릭은 충격적이거나 중요한 사건에 대한 선명하고 상세한 기억의 특성을 기술하기위해 ‘섬광기억 閃光記憶 flashbulb memories‘ 이라는 표현을 만들었다. 사진 촬영과 비슷하게 들리는 이 용어에는 충격적이고 감정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둘러싼 상세한 일들은 사건이 발생되는 순간 기억에 각인된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사건은 어떤 장면이 필름에 찍히듯 뇌에 각인된다. 브라운과 컬릭에 따르면 섬광기억은 ‘플래시가 터질 때 현장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보존하는 사진‘과 매우 흡사하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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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가가 강을 건너서 어디로 갔다더냐? 남한산성이라 하더냐?
- 모르옵니다. 묻지 않았소이다.
미숫가루 냄새를 맡고 개들이 다가와 댓돌 아래 엎드렸다.
사공이 돌을 던져 개들을 쫓았다.
- 청병이 곧 들이닥친다는데, 너는 왜 강가에 있느냐?
- 갈 곳이 없고, 갈 수도 없기로……
- 여기서 부지할 수 있겠느냐?
- 얼음낚시를 오래 해서 얼음길을 잘 아는지라……
- 물고기를 잡아서 겨울을 나려느냐?
-청병이 오면 얼음 위로 길을 잡아 강을 건네주고 곡식이라도 얻어 볼까 해서……
••• 이것이 백성인가. 이것이 백성이었던가…. 아침에 대청마루에서 남쪽 선영을 향해 울던 울음보다도 더 깊은 울음이 김상헌의 몸속에서 끓어올랐다. 김상헌은 뜨거운 미숫가루를 넘겨서 울음을 눌렀다. 이것이 백성이로구나. 이것이 백성일 수 있구나. 김상현은 허리에 찬 환도 쪽으로 가려는 팔을 달래고 말렸다. 김상헌은 울음 대신 물었다.
- 너는 어제 어가를 얼음 위로 인도하지 않았느냐?
- 어가는 강을 건너갔고 소인은 다시 빈 마을로 돌아왔는데, 좁쌀 한 줌 받지 못했소이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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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일상의 착각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세상에는 아주 단단한 것이 세 가지 있다.
강철, 다이아몬드,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인식이다.
- 벤저민 프랭클린

약 12년 전, 우리 (크리스와 댄)는 우리가 가르치는 하버드대학 심리학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그 실험은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이 되었다. 교과서에 실려 심리학을 가르치는 입문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었다. <뉴스위크>와<뉴요커> 같은 유명 잡지에도 실렸고 ‘NBC 데이트라인‘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다.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을 비롯한 여러 박물관에도 전시되었다. 그 실험이 이와 같은 커다란 인기를 얻은 이유는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못 보고 있는지를 재미있는 방법으로 밝혀냈기 때문이다. - P5

놀랍게도 연구에 참가한 실험대상자 중 약 절반이 고릴라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여러 가지 조건에서 다양한 실험대상자를 대상으로, 여러 나라에서 여러번 반복해서 실험이 진행되었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약 50퍼센트는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고릴라가 바로 카메라앞까지 걸어와 그들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가슴을 친 다음 멀어져 가는것을 사람들이 왜 못 보는 걸까? 고릴라가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이 무엇일까? 이러한 인식의 오류는 기대하지 못한 사물에 대한 주의력 부족의 결과이며 과학적으로는 ‘무주의 맹시無注意 盲示 inattentional blindness‘ 라 부른다. 이 용어는 시각 체계의 손상으로 인한 맹시와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이실험에서 사람들이 고릴라를 보지 못한 이유가 눈에 어떤 문제가 있기때문은 아니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세상의 특정 부분의 모습이나 움직임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사물이 나타나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 사물이 두드러지는데다 중요성을 띄고 있고 시선을 두고 있는 바로 그 자리에 나타날 때조차 그렇다.  - P21

빛이 반사되는 옷을 입은 오토바이 운전자는 눈에 더 잘 띄지만, 이 역시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진 않는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위 실험의 십자가와도 같다.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못 보는 이유는 다른 교통수단들에 비해 작아서도 아니고 덜 독특해서도 아니다. 그 이유는 오토바이가 너무 다른 대상이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더 독특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다른 운전자들이 오토바이 운전자를 잘 알아보게 하기위해 두루 쓸 만한 방법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오토바이를 눈에 더 잘 띄게 하는 효과를 보려면 오토바이를 자동차와 비슷하게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두 개의 헤드라이트를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오토바이에 장착하면 오토바이를 감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P37

왜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자동차 운전자가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를 칠 가능성이 낮을까? 운전자가 보행자와 자전거를 자주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운전자가 차 주변으로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 런던 도로를 건너는 게 안전할까. 아니면 운전자가 경고도 없이 자기 차 앞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사람들을거의 보지 못하는 로스앤젤리스 교외의 넓은 대로가 더 안전할까? 제이콥슨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보행자가 두 배 많은 마을로 이주한다면 걷는 동안 차에 치일 확률을 3분의 1가량 줄일 수 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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