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가가 강을 건너서 어디로 갔다더냐? 남한산성이라 하더냐?
- 모르옵니다. 묻지 않았소이다.
미숫가루 냄새를 맡고 개들이 다가와 댓돌 아래 엎드렸다.
사공이 돌을 던져 개들을 쫓았다.
- 청병이 곧 들이닥친다는데, 너는 왜 강가에 있느냐?
- 갈 곳이 없고, 갈 수도 없기로……
- 여기서 부지할 수 있겠느냐?
- 얼음낚시를 오래 해서 얼음길을 잘 아는지라……
- 물고기를 잡아서 겨울을 나려느냐?
-청병이 오면 얼음 위로 길을 잡아 강을 건네주고 곡식이라도 얻어 볼까 해서……
••• 이것이 백성인가. 이것이 백성이었던가…. 아침에 대청마루에서 남쪽 선영을 향해 울던 울음보다도 더 깊은 울음이 김상헌의 몸속에서 끓어올랐다. 김상헌은 뜨거운 미숫가루를 넘겨서 울음을 눌렀다. 이것이 백성이로구나. 이것이 백성일 수 있구나. 김상현은 허리에 찬 환도 쪽으로 가려는 팔을 달래고 말렸다. 김상헌은 울음 대신 물었다.
- 너는 어제 어가를 얼음 위로 인도하지 않았느냐?
- 어가는 강을 건너갔고 소인은 다시 빈 마을로 돌아왔는데, 좁쌀 한 줌 받지 못했소이다. - P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