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억력 착각은 개인적인 정보나 경험의 기억에서 더욱 강력하게 작용한다. 기억력착각은 기억을 통해 지난 경험을 얼마나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느냐에 가장 크게 좌우된다. 단순히 무엇을 경험하고 배웠는지보다는, 어떻게 경험하고 배웠는지 기억할 때의 정확도를 훨씬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생생한 시각적 인식 때문에 실제보다 주의를 더 기울일 수 있다고 착각하듯이, 거침없이 생생히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완벽하게 기억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아무 상관없는 숫자나 사실들을 회상할 때는추억의 경험을 강하게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9.11 테러를 어떻게 알게되었는지 회상하면 경험했던 추억이 강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힐러리클린턴과 닐 리드가 자신의 기억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은 것이다. 그들은 일어났던 일에 대해 뚜렷하고 강하게 회상했으며 생생하게 느꼈기에 더욱 자신의 기억을 확신했다. 기억의 생생함은 기억들이 감정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숫자 목록은 두렵거나 슬픈 감정을 자아내지 않지만, 9.11 사건은 공포나 슬픔을 불어넣는다. 이 감정들은 비록 실제로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지에는 영향이 없어도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실험에서 대상자들에게 농장 풍경처럼 감정 중립적인 사진과 카메라를 향해 총부리를 들이대는 사진처럼 매우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시간이 지난 후 이전에 본 이미지들이 기억나는지 질문했을 때 중립적인 사진보다 자극적인 사진을더 확실히 기억했다. 9.11에 경험했던 것 같은 감정적인 기억들은 정확성에 관계없이 강하고 생생한 기억력을 만든다. 감정적이며 생생한 내용에 동반되는 기억을 조심하라. 그것들은 일상적인 기억만큼 틀릴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깨닫기는 어렵다. - P122

5년이 지나서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실제 강도라고 평가했던 수준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그러니 선수들이 보였던 지나친 자신감이 미래의 발전을 합리적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랜 시간을 거쳐 경쟁적인 체스 점수와 친숙해졌으면서도, 선수들은 자기 실력을 과대평가했다. 그들은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세 번째 일상적인 착각, 즉 자신감 착각自信感 錯覺illusion of confidence 에 빠져 있었다.
자신감 착각에는 서로 다르면서도 관련이 있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체스 선수들의 경우처럼 우리 자신의 능력을, 특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 상대적인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한다. 둘째, 진찰실에서 크리스가 겪었던 일처럼 자신감(또는 자신감 부족)을 다른 사람들의 능력과 지식 정도, 정확한 기억력을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신호라고 생각하게한다. 자신감이 이런 것들과 실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문제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자신감과 실제 기량은 별개일 수 있으므로 자신감을믿는 것은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커다란 정신적 함정이 된다. 체스에서 자신을 실제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일은 그저 시작에불과하다. - P132

미숙함이 지나친 자신감을 유발한다는 발견은 사실 안도감을 준다. 우리가 어떤 일을 배우고 연습하면, 그 일을 더 잘하게 되고 우리 실력도 더 제대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라.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면 기술 수준은 낮지만 흔히 자기 실력보다 과한 자신감을 보인다. 기술이 향상될 때 자신감은 서서히 증가하므로 결국 높은 실력 수준이 되었을 때는 자기 실력 수준에 걸맞은 정도,
아니면 최소한 적당한 정도에 가까운 자신감을 갖게 된다. 능력에 비해 위험할 정도로 지나친 자신감은 어떤 일에 능숙할 때가 아니라 미숙할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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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우리에게 이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감으로 그 사람의 지식, 능력, 의지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앞서 살펴보았듯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감이 넘치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자신감이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믿고 있다. - P140

나는 미국 정보부 요원과 집단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인터뷰한 적이있다. 그는 정보부 조직에서 미확인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데 종종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각각 위에서부터 직급 순서대로 의견을 제시한다고 한다. 25 상관이 제시한 최초의 의견을 한 사람씩 차례로 확인할 때 그룹 전체에 퍼지는 잘못된 의견일치와 왜곡된 확신이 어떻겠는가. 각 직원들은 비밀투표로 독립적이고 편견 없이 자신의 고유한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중히 생각해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개인의 의견을 모으는 바로 이 과정 때문에, 집단의 결정은 독립적인 의견이나 참여의 결과물이 될 수 없다. 그 대신 누가 무엇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관계없이, 집단 내 역학이나 개인 간의 갈등, 그 밖의 다른 사회적 요인들의 영향을 받게 된다.
집단의사결정 과정은 구성원들의 능력을 잘 이해하고 잘 표현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소극적인 구성원들 사이에 ‘다수에 속한 안정감‘이라는 동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에 사실을 축소시키고 확신은 확대시킨다. 집단의사결정 과정은 사람들의 또 다른 착각을 반영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집단 구성원들의 능력을 사용하는 최고의 방법은 정답을 심사숙고해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직관말이다.
- P147

당신이 어느 집단의 일원이라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큰 병 속에 들어있는 젤리 개수와 같이 미확인된 일을 추측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접근법은 다른 구성원들과 답을 논의하여 의견을 일치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틀렸다. 다른 어떤 방법보다 일관성 있게 뛰어난 결과를 가져오는 전략은, 사전 논의 없이 집단 구성원 각자 자기 의견을 적은 다음 각자의 의견을 모두 합해서 간단하게 평균을 내는 방법이다. 하버드 교수이자 집단심리 전문가인리처드 해크먼Richard Hackman 교수에게 곧바로 토론과 논쟁을 시작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이런 절차를 밟는 집단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물론 집단의 의견 일치에서 나오는 지나친 자신감이 필요한 상황도있다. 전장 한가운데에서 자신감을 잃고 두려움에 떠는 병사가 전우와 사령관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목숨을 걸고 위험을 무릅쓰는 (혼자 결정해야 했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감 착각은 많은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서 비극적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집단 또한 자기 능력을 과신하는 성향이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 P148

답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가장 먼저 말했기 때문이다. 최초로 나온 답안이 최종 답안이된 경우가 94퍼센트였는데, 지배적 성격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단호하게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처럼 집단의 리더십은 대부분 자신감에 의해 결정되었다. 지배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감을 더 크게 표현하고, 다른사람들은 자신감 착각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을 믿고 따른다. 당신이 의견을 먼저 그리고 자주 제안한다면 남보다 능력이 뛰어나지않더라도, 사람들은 당신의 자신감을 능력의 지표로 받아들일 것이다. 자신감 착각은 능력 있는 사람을 부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따라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면 능력과 함께 자신감을 갖춰야만 한다. - P150

그러나 자신감은 정답과 관련이 없었다. 자신감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보다 시험을 잘 친 것은 아니었다. 자신감은 지능과도 관련이 없었다.
자신감이 일반적인 특성임을 알려주는 다른 실험도 있다. 시각과 같은 특정 영역에서 높은 자신감을 보인 사람들은 기억력과 같은 다른 영역에서도 높은 자신감을 보였다. 즉 자신감은 개인차가 있는 일관된 특성이지만 근본적인 지식이나 지능과는 비교적 관련이 적다. 유전자는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간주된다. 스웨덴 경제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더 비슷한 수준의 자신감을 지녔다고 한다. 일란성 쌍둥이의 유전자가 같은 데 비해 이란성 쌍둥이의 유전적 유사성은 보통 형제자매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자신감이 어느 정도는 유전자에 바탕을 두고 있을 것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자신감이 유전자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지만 유전자와 전혀 무관하지도 않다. - P153

하지만 적어도 이런 종류의 일반상식 문제에서는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올 게 없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문제풀이 능력은 비슷했다. 그러나 집단에 속하면서 참가자들의 믿음은 부풀려졌다. 정답률은 좋아지지 않고 대신 자신감만 높아진 것이다! 더욱이 둘 다 자신감이 낮은 사람으로 이루어진 집단의 자신감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 집단의 정답률은 그대로였는데도 서로를 북돋아 11 퍼센트 향상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실험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야기한 그루지야 정부의 대딤한 결정이 어느 한 개인의 자만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 각자는 자신감이 낮았을지도 모르고 아마 혼자였다면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집단을 이루면서 이들은 실제로 위험하고 불확실한 조치가 성공하리라고 믿을 정도로 자신감이 팽창할 수 있었다. - P156

우리가 실제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음주뿐만이 아니다. 변기나 지퍼처럼 간단한 물리적 장치에서부터 인터넷처럼 복잡한 기술, 보스턴의 빅 덕 프로젝트Big Dig Project 같은 어마어마한 토목계획, 금융시장이나 테러리스트 네트워크 같은 추상적인 실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실제로 잘 모르는 일들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있다고 자신을 쉽게 속인다. 지식의 범위와 깊이를 과대평가하는 위험한 경향은 다음 장에서 우리가 논의할 일상의 착각이다. 지식 착각은 자신감 착각과 비슷하지만 한 사람의 확실성의 수준이나 능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자신 있고", "확실하고", "평균보다 낫고" 등을 말하는 것과 다르다. 지식 착각은 우리가 사물을 실제보다 더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암묵적으로 믿는것이며, 우리가 내리는 가장 위험하고 그릇된 몇몇 결정의 배후에 잠재해 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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