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의 속편 격인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명사들이 추천하는 고전 목록에 단골로 끼어드는소설들이다. 그런데 이 책들은 사실 솔직히 따지고보면 완전 거짓말들을 적어놓은게 아니던가? 물론 소설이란 다 거짓말이지만 이두 작품은 정말 황당무계하기 이를 데 없는 거짓말들을 늘어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들은 모두 캐럴이 친구의 어린 딸 앨리스를앉혀놓고 풀어놓은 화려한 거짓말들을 묶어 책으로 펴낸 것들이다. 다만 즉흥적인 거짓 속에 담겨 있는 번뜩이는 상상력에 우리 모두 탄복하고 있을 뿐이다.
1872년까지 붉은 여왕은 서양장기판 위에만 서 있었다. 그러다가루이스 캐럴에게 손목을 붙들려 거울 나라로 들어가 앨리스의 손목을 잡고 제자리에 서 있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1백 년이 지난 1973년 어느 날 그는 또 한 번 시카고대학의 리밴 베일런 교수에게 손목을 잡혀 생물학의 세계로 끌려 나왔다. 그후 그는 진화생물학자들의 손을 잡고 수없이 많은 곳을 뛰어다녔다.
리 밴 베일런 교수는 사실 진화의 게임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절멸해버린 생물들의 운명을 표현하기 위해 ‘붉은 여왕‘의 개념을 고안해냈다. 우리는 흔히 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으로 우선 기후 조건이나 서식지 등 이른바 ‘물리적 환경‘을 떠올린다. 그러나 생물은 누구나 다른 생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기 때문에 생물 환경 또한 중요하다. 생물 환경은 물리적 환경과 달라서 그 자체가 진화한다. - P5

외과 의사는 수술에 앞서 환자의 수술 부위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 이미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위장을수술하려 한다면 의사는 어느 환자의 경우든 같은위치에서 위장을 찾을 것이다. 인간은 모두 위장을가지고 있으며, 그 크기나 모양도 거의 같고 또한 몸의 같은 부위에있다. 물론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어떤 이는 병약한 위장을, 어떤이는 작은 위장을, 또 어떤 이는 기형의 위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이런 차이는 그 유사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수의사나 푸줏간주인쯤 되면, 의사에게 여러 종류의 위장에 대해서 잘 이야기해줄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뉜 암소의 커다란 위장이라든지, 쥐의 조그마한 위장이라든지, 혹은 사람의 위장과 흡사한 돼지의 위장에 대해서 말이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일반적인 사람의 위장은 다른 동물의 위장과는 전혀 다르다.
똑같은 방식으로 인간에게는 전형적인 본성이 존재한다는 것이이 책에 설정된 가정이다. 이 책의 목표는 바로 인간의 본성을 찾는것이다.  - P24

이 책은 그러한 인간 본성의 본질에 대한 하나의 질문인 셈이다. 이 책의 주제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알지 못하고서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성性이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진화해왔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 진화의 중심 주제는 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왜 하필이면 성이란 말인가? 인간의 본성에는 너무 많이 알려지고 성가신 출산의 유희 말고 다른 특징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 해도자식을 낳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목표이다. 그밖의 다른 것은 그 목표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인간은 조상으로부터 살아남고, 먹고 마시며, 말하는 것 등의 성향을 이어받는다. 그러나 인간이 자식을 낳는 성향을 이어받았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식을 낳은 조상들은 그 자손에게 자신들의 특성을 물려줄수 있지만, 자식을 낳지 못한 조상들은 자신들의 특성을 물려줄 수없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 성공적으로 자식을 낳을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키는 요소는 다른 모든 대가를 치르고도 전해진다. 인간의 본성은 모두 궁극적으로 번식의 성공에 기여하도록 주도면밀하게 선택되었다. - P25

나는 배아의 유효 물질 중 일부분인 생식질이 난자가 개체로 발생되는 과정에서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으며, 이 생식질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체의 생식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유전의 근거가된다는 것을 믿는다. 그러므로 생식질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전해 내려가는 영속성을 지니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어머니가 아니라 어머니의 난소로부터 온 것이다. 사는 동안 어머니의 몸이나 정신이 겪은 어떤 일도자식의 본성에는 직접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물론 태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인 한 예로서, 임신부가 마약이나 알코올에 중독되면 태아는 유전적 원인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선천적 기형이 될수 있다). 태아는 아무 죄 없이 태어난다. 아우구스트 바이스만은 이 때문에 생전에 비웃음을 샀으며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유전자의 발견과 유전자를 이루는 DNA의 발견, 그리고 DNA의 정보가 쓰인 암호의 발견으로 바이스만의 주장은 완벽하게 증명되었다. 생식질은 신체와는 분리되어 유지된다.
이 이론의 완전한 의미는 1970년대에 가서야 명확히 파악되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이 개념을잘 정리하였다. 즉 신체는 스스로 복제하지 못하지만 성장할 수 있으며, 반면에 유전자는 스스로 복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체는 단지 유전자의 진화적 전달 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유전자는 신체의 진화적 전달 수단이 아님이 필연적으로 따라나온다. 만약 유전자가그 신체에게 유전자를 영속시킬 수 있는 일만 하게 한다면(먹고, 생존하고, 성교하고, 자식을 양육하는 등), 유전자는 영속할 것이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신체는 사라지게 된다. 오직 유전자의 생존과 영속에 들어맞는 신체만이 살아남게 된다. - P32

인류가 가장 두드러진 점 가운데 하나는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과 똑같은 아들을 가진 아버지도 없으며, 어머니와 똑같은 딸도 없다. 형과 똑같은 아무도 없으며, 언니와 같은 동생도 없다. 물론 드물지만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천하의 바보라도 천재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될 수 있으며, 그어떤 천재라도 바보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모든개인의 얼굴이나 지문은 실제로 유일하다. 사실 인간의 이러한 유일성은 다른 어떤 동물에 비교해보아도 매우 발달된 것이다. 사슴이나 참새들은 스스로의 의지대로 행동하면서도, 다른 모든 사슴이나 참새들과 같은 행동을 한다. 인간 남녀에게서는 결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며, 수천 년 동안 그렇게 이어져왔다. 모든 개인은 그가 땜장이이든, 가정주부이든, 극작가이든, 혹은 창녀든 어떤 점에서는 전문가이다. 외모에서뿐 아니라 행동에서도 모든 인간 개개인은 유일하고 독특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모든 인간이 유일한 존재라면 어떻게 보편적이면서도 인간에게만 특이한 인간의 본성이 있을 수 있단말인가? 이 역설의 해결점은 성이라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성이야말로 두 남녀의 유전자를 함께 섞을 수 있으며, 섞인 유전자의 반을 버림으로써 어떤 자식도 어머니나 아버지 중 한쪽만을 꼭 닮을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바로 성을 통한 유전자의 혼합에 의해 모든 유전자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유전자 군群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성에 의해 인간 개인 사이에 차이가 생기기는 하지만 그러한 차이점도 인류 전체의 공통적 특성에서 결코 벗어나지않는다. - P37

물론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어미 나나니벌은 ‘영리한‘것이 아니다. 어미 나나니벌은 무엇을 ‘선택‘ 한 것도 아니고 무슨행동을 하는지 ‘아는 것도 아니다. 어미 벌은 몇 개의 뇌세포를 지닌 작은 나나니벌일 뿐이며 어떤 의식 있는 생각을 지녔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 어미 나나니벌은 ‘가루이에 다른 나나니벌이 들어가있으면 정자를 제거하라‘는 신경 프로그램의 간단한 지시 사항을 수행하는 자동기계일 뿐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수백만 년 동안의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것이다. 가루이에 다른 나나니벌이 들어가 있으면 정자를 제거하는 성향을 물려받은 나나니벌은 그렇지않은 나나니벌보다 훨씬 많은 자손을 낳게 된다. 사물을 보기 위한 ‘목적‘을 위하여 자연선택에 의해 눈이 설계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나나니벌의 행동은 자연선택에 의해 목적에 맞게 설계된 것이다 - P42

물리학에서는 ‘왜‘라는 질문과 ‘어떻게‘라는 질문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즉 ‘지구는 어떻게 태양 주위를 도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답은 ‘중력에 의해서이다. 마찬가지로 ‘지구는 왜 태양 주위를 도는가?‘에 대한 답변 역시 ‘중력 때문이다. 그러나 생물학의 경우는다르다. 이는 진화 때문인데, 진화는 우연한 역사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인류학자인 라이오넬 타이거 Lionel Tiger는 "우리는 어떤 면에서 보면 부추김을 당하며 몰리고 있거나, 적어도 수천 세대를 거쳐오면서 이루어진 선택적 결정이 축적한 충격에 영향받고 있다"고말했다!" 어떠한 역사적 관점에서 보든 중력은 중력일 뿐이다. 공작새의 경우, 과거의 한때 암공작새의 조상이 실리적인 기준보다는 예쁜 자태를 지닌 수공작새를 선호하였기 때문에, 그 자손들은 보기좋고 현란한 공작새가 되었다. 모든 살아 있는 생물은 그들의 과거의 소산물이다. 신다윈론자 한 사람이 왜냐고 묻는다면 이는 사실 ‘어떻게 이 일이 일어났느냐?‘고 묻는 것과 다름없다. 즉 그는 역사학자가 되는 것이다. - P45

모든 진보가 상대적이라는 개념을 생물학에서는 ‘붉은 여왕 RedQueen‘이라고 부른다. 이는 『거울나라의앨리스』에서 앨리스가 거울 속에서 만난 체스판의 말로서, 주변 경치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별로 멀리 가지는 못하면서 끊임없이 뛰어야 하는 그 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것은 진화학에서 점차 그 영향력이 커가고 있는 이론으로,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여러 번 등장하는 개념이다. 더빨리 뛰면 뛸수록 세상 또한 빨리 움직이므로 점점 더 진보가 둔화된다는 것이다. 인생은 마치 한 게임에 이긴 사람이 다음 게임에서는 졸 하나를 빼고 경기를 해야 하는 체스 게임과 같다. - P47

찰스 다윈의 매우 불명확한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는 동물들이 일관되게 특정한 유형의 상대를 선택하고 그럼으로써 종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마치 종마 사육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성선택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이론은 다윈이 죽은 이후 오랫동안 무시되다가 최근에 들어와서야 다시 유행하게 되었다. 이 이론의 핵심적인 통찰은 동물의 목표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번식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생존과 번식이 서로 상충되는 지점에서는 번식이 우선권을 차지하게 된다. 그 예로, 연어는 번식 기간에 굶어 죽는다. 암수가 있는 종에서 번식은 적절한 상대를 찾아내는 것과 그 상대에게 유전자 보따리를 지니고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 목표는 삶에있어서 너무나 중심이 되었으므로, 신체뿐 아니라 정신의 설계에도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간단히 말해서 무엇이든 번식의 성공을 증대시키는 것은 생존의 위협을 포함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퍼져나간다.
성선택은 자연선택처럼 합목적적으로 ‘설계‘ 되었다. 마치 수사슴이 성선택으로 성적 라이벌과의 싸움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것처럼 공작은 유혹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남자의 심리 역시 생존을 희생해서라도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질 좋은 짝을 찾거나 유지하는 확률을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남성다움의 근본 물질인 테스토스테론 자체는 전염병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 남자들이 좀 더 경쟁본성을 띠는 것은 성선택의 결과이다. 남자들은 위험하게 살도록 진화되었는데, 그것은 경쟁이나 전투에서의 성공이 더 많은 혹은 더 좋은 성적 정복과 더 많은 자손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위험하게 사는 여자들은 단지 그들이 이미 얻은 자손들을 위기에 처하게 할 따름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자의 아름다움과 번식능력의 밀접한 관계 (아름다운 여자는 정의상 대체로 늙은 여자에 비하여젊고 건강하며, 따라서 생산 능력이 더 높고 앞으로도 더 오랜 기간 출산할수 있다)는 남자의 심리와 여자의 몸에 동시에 작용한 성선택의 결과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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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내 소개부터 하자면, 나는 소설가다. 그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내로라하는 두뇌 전문가들이 플라이스토세에 발생한 인간의 서사 능력이 진화의 주요 동인이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야기 재주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우리의 언어는 「워킹데드(미국의 좀비 드라마) 수준일 것이고,
오늘 우리가 하는 인간 가치관 논의 따위는 가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여, 이야기꾼을 비웃지 말지어다. 내 분야는 그대들의 분야보다 뿌리 깊다."
문학이 인류를 발전시켰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마거릿 애트우드에게 박수를 보낸다.  - P125

역설적이게도 마거릿 애트우드는 희망을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디스토피아 소설을 발표했다. "인류는 과거에 여러번 끔찍한 병목을 통과했다. 그리고 매번 살아남았다." 그녀는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금도 "새로운 소설"을쓰고 있다.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여전히 글을 쓴다는 80대의 현역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그녀는 자신이 가진 어떤 화려한 이력보다도 메리 웹스터의 후예임을 자랑스러워한다.
17세기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마녀로 몰려 교수형에 처해진 메리 웹스터는 밤새도록 밧줄에 매달려 있었지만 죽지않았다. 다음 날 아침 밧줄이 끊어질 때까지 숨을 쉬고 있었던 메리 웹스터는 그 이후로도 14년을 더 살았다. 실제로 메리 웹스터가 마거릿 애트우드에게 얼마나 가까운 선조인지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고 살길을 모색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일관되게 글로 써 온 마거릿 애트우드는 마녀로 몰려 목이 매달렸지만 살아남은 메리 웹스터와 어딘지 모르게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
캐나다의 적막한 숲 속에서 곤충을 관찰하며 혼자 책을읽고 글을 쓰던 어린 소녀가 인류의 역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살아 있고지금도 글을 쓴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다음 작품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더 많은 독자들이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을 만나길 바란다. 분명 세상이 좋아질 것이다. 글 쓰는 여자는 결국 승리한다. - P130

 "애틀랜타나 조지아 같은 곳에서는 서점과 도서관 책장에서 제 책을 빼버리기도 했어요. 흑인들이 그랬지요." 토니 모리슨은 현명했다. 화가 난다고 다음 작품을 망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글로 쓰기엔 분노는 너무 시시하고 연민은 너무 질척거리는 감성"이었다.
토니 모리슨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말과 글의 힘을 믿었다. 
"저는 세 살쯤 되었을 때 언니와 함께 조약돌로 보도에 글자를 쓰곤 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울타리에 어떤 단어가 검정 페인트로 크게 적혀 있었는데, 우리는 그 글자를 따라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에프(f)를 쓴다음 유(u)를 썼지요. 그러자 어머니가 고함을 지르며 계단을 내려오더니 ‘가서 빗자루 가져와 물도 한 통 가져오고. 너희 대체 왜 그러니?"라고 말했습니다. •••••• 아무튼, 그때 저는 말의 힘에 대해서 두 가지 사실을 배웠습니다. 말은 어머니를 완전히 기겁하게 만들 수 있었지요. 또 조약돌로 보도에 글자를 쓰는 것만으로도 아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토니 모리슨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비판을 모두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해석하며, 작가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했다.
lll았다 1987년 『빌러비드』를1-1-1.⠀⠀⠀...... - P165

어느 날부터인가 나딘 고디머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는일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내가 다니던 수도원 학교는 모두 백인 아이들이었고 토요일 오후에 극장을 가도 모두 백인뿐이었습니다. 나는 지방 도서관에 다녔는데 흑인들은 들어갈 수 없었어요." 만약 흑인으로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학교를 다니며 책을 마음껏 읽고 작가의 꿈을 가질 수 없었을것이라고 생각하니, 자신이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이 왜 자신과 같은 보통 사람들의 몫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폭력적이고 모순적인 제도가 사회를 분열시키고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음을 자각하자 분노에 휩싸였다. 반드시 작가가되어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겠다고 결심한다. - P170

1919년 4월, 가네코 후미코는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반기지 않았다. 아버지는 늙은 친척에게 돈을 받고 딸을 팔아넘기려 했다. 가네코 후미코는 결혼을 빙사한 인신매매를 거부했고, 아버지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결국 떠나기로 결심한다. 무엇보다 도쿄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내 생활을 스스로 개척하고 스스로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은 나날이 강해졌다. "운명이 나에게 은혜를 베풀지 않은 덕에 나는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가네코 후미코는 "과거의 모든 것에 감사하며 "아버지여, 안녕"을 외쳤다. - P178

"정작 죽음의 공포, 암이라는 병에 대한 불안은 가을, 회복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언덕길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아이들이 뛰어가고 시장바구니를 든 주부가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세상은, 모든 생명, 나뭇잎을 흔들어 주는 바람까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박경리는 퇴원하자마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지 않는 내 삶의 터전은 아무것에도 없었다. 목숨이 있는 이상 나는 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고, 보름 만에 퇴원한 그날부터 가슴에 붕대를 감은 채 『토지』의 원고를 썼던 것이다. 100장을쓰고 나서 악착스러운 내 자신에 나는 무서움을 느꼈다." 박경리가 《현대문학>에 1969년 6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토지』는 각 부마다 연재 지면이 바뀌는 곡절을 겪으면서도 1994년총 5부 16권으로 완간되었다. 집필 시간만 25년, 원고지로는3만 1,200장 분량이었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P190

극심한 가난도 어린 박경리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국민학교 때 수업료 때문에 몇 번씩 집에 쫓겨 가야 했던 일은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부끄러움이겠습니다만 우연히 장롱 속에서 수업료의 천 배가 넘는 백 원짜리 지폐들을 접어서 넣은 전대를 발견했을 때의 슬픔, 돈을 보았노라 했을 때나를 보던 어머니의 험악한 눈은 타인의 눈이었습니다." 그래도 박경리는 "인생은 물결 같은 것"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다만 그 "물결"은 어김없이 거칠고도 잔인했다.
1946년 결혼한 박경리는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편을 잃었고, 몇 년 후에는 어린 아들마저 세상을 떠난다.
참척의 고통은 혼자만의 몫이었다.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암흑시대」는 아이를 홍제동 화장터에 갖다 버리고 돌아온날부터 책상에 달라붙어 쓴 것이고, 「불신시대」는 아이를잃은 후 거미줄처럼 보이지 않게 인간들을 휘감아 오는 사회악과 형식화되면서 위선의 탈을 쓴 종교인과 인간 정신이 물체화되어 가는 현실을 바라보며 쓴 것입니다." 그 와중에도박경리는 냉철함을 잃지 않았다. "하나의 어린 생명이 부당하게 그리고 처참하게 도수장의 망아지처럼 없어졌다는 일은 도처에서 언제나 일어나고 있는 사소한 사건입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슬픔을 겪으면서도 박경리는 자신의 고통을과장하지 않았고, 더 큰 고통에 처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품위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 P191

"마음속으로 온갖 고통을 꾹꾹 누르고 있다가 마지막해를 넘기는 날 같은 때에는 한 번씩 창자가 끊어지듯 우셨어요. 어머니는 마치 온몸을 부숴 버릴 듯 통곡을 하시고 난 다음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단정하게 앉아, 그야말로 모질게 원고지 앞에 앉아 펜을 드시곤 했습니다." 한평생많이 슬프고 크게 아팠던 박경리는 그 고통 앞에 굴복하지않았다. 글을 써 내려가며 그 무엇에도 "눌리지는 않으리라는 독한 마음"을 지킬 수 있었다. 2008년 4월 박경리는 마지막 시를 남긴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모진 세월은 그냥 물러가지 않았다. 억울하고 혹독했던 시간들과 싸우기 위해서 무엇보다 살기 위해서 박경리는 소설을 썼다. "소설이란 삶과 생명의 문제이며, 삶이 지속되는 한 추구해야 할 무엇이지요." 글 쓰는 여자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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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짐작하겠지만, 이런 얼굴 형상 목격담에 대해 이제는 세속적인 설명을 해보기로 하자. 우리의 시각체계가 얼굴, 사물, 단어를 인식할 때 해결하기 어려운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조명 상태, 거리, 각도, 부분 노출, 색상 등 인식 대상이 다양한 조건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신호가 약할 때 증폭기를 켜듯 시각체계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패턴을 접할 때 극도로 민감해진다. 우리 뇌의 시각 영역은 기대하는 이미지와 조금이라도 비슷하면 활성화된다. 뇌는 단 0.2초 안에 의자나 자동차 같은 사물들과 사람의 얼굴을 구별할 수 있다. 의자 같은 사물에서 주차요금 징수기나 3극 접지 콘센트처럼 사람의 얼굴 모양을 닮은 사물을 구별하는 데에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얼굴과 비슷한 사물을 보면 실제 얼굴에 매우 민감한 방추이랑 fusiform gyrus(좌측 측두엽에 위치)이라는 뇌 영역이 활동을 시작한다. 즉 무엇이건 얼굴처럼 생긴 물건을보게 되면 뇌는 즉시 그 물건을 얼굴로 취급하고 주변 사물과 다르게처리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얼굴 모양의 패턴을 매우 쉽게 실제 얼굴로 인식한다.  - P227

<그레이 아나토미>와 <하우스> 같은 텔레비전 의학드라마나 키팅 박사가 운영하는 세인트루이스 진단 클리닉에서 만날 수 있는 특이 환자들과는 달리, 의사들이 매일 만나는 환자들 대부분은 지극히 평범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플루보다는 흔한 감기, 임상적 우울증보다는 일상적 슬픔을 접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예상해 가장 개연성있는 진단을 내리도록 배웠기 때문에 일반 증상을 재빨리 알아낸다.
일반인들은 전문가일수록 더 다양한 종류의 질병과 대안을 고려해 진단을 내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전문성은 다양한 것들을생각하는 능력이 아니라 관련 없는 것들을 걸러내는 능력이다.  - P229

수많은 심리학 입문서에는 아이스크림 소비와 익사율의 상관관계 고찰이 등장한다. 아이스크림 소비가 많은 날에 사람들이 더 많이 익사하고, 아이스크림 소비가 거의 없는 날에는 익사율이 낮다. 아이스크림섭취가 익사 원인은 아닐 테고, 익사 소식 때문에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기피하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제3의 요인인 ‘더위‘가 이 둘의 주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겨울에는 아이스크림 소비도 줄어들고 수영하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 익사율도 낮다이 사례를 통해 원인 착각에 숨겨진 두 번째 중요한 편견(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때 한 사건을 다른 사건의 원인으로 추론)을 살펴볼 수 있다. 심리학 교재가 아이스크림-익사 상관관계를 이용하는 이유는 한쪽이 다른쪽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반면, 언급되지 않은 제3의 요인이 두 사건 다 일으켰을 가능성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처럼 간단하게 원인 착각을 간파하기 어렵다. - P232

음모론은 대부분 음모가 있었다는 관점에서 사건 원인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패턴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음모론은 우연의일치로부터 인과관계를 추론한다. 음모론을 믿으면 믿을수록 원인 착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음모론은 예측을 벗어난 패턴 인식 방법에서 비롯된 결과이며 ‘성모마리아 샌드위치‘ 의 인식적 변형이다. 부시가 사전에 계획한 이라크침공을 정당화하려 9.11 테러를 조작했다고 믿는 음모론자들은 부시가그 공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증거로, 첫번째 비행기가 타워에 부딪치는 것을 보았다는 부시의 잘못된 기억을 재빨리 떠올렸다. 힐러리 클린턴을 ‘당선되려고 별별 수를 다 쓰는 인간‘ 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보스니아 저격수에 대한 힐러리의 잘못된 기억을 ‘거짓말하고 있는 증거라고 재빨리 결론지었다. 둘 다 자신의 편견대로 그 사람의 모습을이용해 사건을 패턴에 끼워 맞춘 케이스다.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한 원인을 찾았다고 강하게 확신한 나머지 더 이치에 맞는 다른 설명이 있을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 P233

상관관계의 원인에 대한 인지 오류는 이야기의 힘과 밀접한 관련이있다. 십대가 성적인 음악을 듣거나 폭력적인 게임을 한다고 들으면 사람들은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같은 십대가 그 뒤에성관계를 갖거나 폭력적이 되기 쉽다고 하면 인과관계로 인지한다. 이런 행동들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해석은 논리적 오류에 기초한다. 원인착각을 일으키는 세 번째 주요 메커니즘은 이야기를 해석하는 방식에서 발생한다. 사건이 순차적으로 일어나거나 연결되기만 해도 우리는먼저 일어난 사건이 나중에 일어난 사건의 원인이라고 추정한다. - P239

아들 질병의 진짜 원인을 안다고 확신하는 엄마의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그 원인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수백 수천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한 실제 연구자료 수십 개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크다. 또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소재로도 훨씬 매력적이다. 강간당했다는 제니퍼 톰슨의강력한 증언이 로널드 코튼을 범죄자로 만들었듯, 한 엄마의 경험담은우리가 그 증거를 적절히 저울질할 수 있는 능력을 압도한다. 그 이야기는 감정, 즉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고 일화에 지나치게 영향력을 부여하려는 우리의 본성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경험에 공감할수록 그 경험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덜 비판하고 더 잘 기억하게된다. 수많은 광고 캠페인은 바로 이 약점을 파고든다. 광고 모델에게공감하는 시청자는 비판의 말을 아낀다. 자폐증의 경우 그 결과는 재앙이었다. - P259

감지한 원인을 착각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과학과 통계자료로 개인적 일화를 극복하는 것은 더 어렵다. 이런 개인적 일화에 바탕을 둔 가설의 강력한 영향력은 그 가설이 불어넣은 감정의 결과일 것이다. 자폐증과 백신접종이 과학적으로 연관 없다고 밝힌 오피트의 권위있는 저서는 아마존닷컴의 5점 만점의 독자평점에서 3.9점을 받았다. 그러나 이 책에 달린 평점은 보통 다른 책에 매겨진 일반적인 평균과는다르다. 이 책을 집필 중인 현재를 기준으로 102명의 독자 중 70명은 최고점, 25명은 최저점을 준 반면 중간점(3점)을 준 사람은 단 한 명도없었다.  오늘날 백신접종이 자폐증과 전혀 관련 없다는 증거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29퍼센트의 사람들이 "자녀에게 접종시키는 백신에는 자폐증을 일으키는 책임이 일부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대중매체들이 착각에 불과한 원인에 그토록 관심을 보인 걸 감안하면, 영향을 받은 사람이 그 정도라는 사실이 다행스럽긴 하지만 과학은 기껏해야 불완전한 승리만을 얻었을 뿐이다. 만약 29퍼센트에 해당하는 부모가 그러한 믿음을 실천에 옮겨서 자녀에게 백신접종을 시키지 않는다면, 사회 전체의 면역력은 대규모 홍역 발생을 일으킬 만큼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철저한 실험보다 개인적 일화를 바탕으로한 증거에 의존하는 새로운 자폐증 치료법이 계속 나타나 부모들을 위험한 길로 인도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이 장을 읽음으로써 원인착각을 이용한 이러한 시도들에 면역력을 갖길 바란다. - P264

잠재력 착각潛在力錯覺 (illusion of potential)은 방법을 알기만 한다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 활용하지 못하는 지적 능력이 우리 뇌에 엄청나게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착각이다. 이 착각은 다음의 두 가지 믿음의 결합이다. 첫째, 인간의 정신과 뇌는 여러 다양한 상황이나 환경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기고 있다. 둘째, 이 잠재력은 매우 쉽고 간단한 기술로도 발휘할 수 있다. ‘모차르트 효과‘는 이런 착각이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어떻게 수백만 달러짜리 사업이 될 수 있는 인기 있는 전설로 탈바꿈시키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 P269

스토와 스틸 그리고 그 외 연구자들의 연구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초 발견자들의 출판물은 대중의 인식뿐 아니라 국가 정책에도 끊임없이 영향을 미쳤다(심지어 로셔는 미 의회에서 자신의 발견을 발표하기도 했다). 언론은 연구 주제가 발표된 첫 번째 연구에 무게를 실어 집중적으로 보도했으며 이후에 발표된 연구들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러한편향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명성은 몇 달 후에 도달한 사람이나 최초의 업적을 이어나가는 사람이 아닌, 최초 발견자에게만 수여된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 위대함의 여부는 역사만이 판단할 수 있는 회고적인 - P274

면이 있으며, 언론은 역사의 초안이 된다. 새로운 발견이 발표되면 언론인들과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두 곳 이상의 연구실에서 결과를 재현하기 전까지 이 결과를 보도할 생각이 없습니다" 라고 말하기 어렵다. 더욱이 10분 만에 IQ 점수가 9점이 오르는 놀라운 방법이 있다면더욱 그럴 것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처음 보도되는 방식은 모든사람이 주시하는 희대의 범죄 사건이 신문 1면에 대서특필되는 것과비슷하다. 나중에 용의자가 무혐의로 풀려난다 해도 별로 중요하지 않게 보도되는 것처럼, 눈길을 끌지 못하는 후속 실험 결과는 아예 소개되지도 않거나 어느 구석에 작게 실리는 것으로 그친다.
모차르트 효과 이야기는 전개될수록 점점 더 부풀려졌다. 관련 연구들이 모두 대학생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수행됐는데도 모차르트가 아이, 유아, 심지어 태아에게까지 유익하다는 전설이 퍼져나갔다. 중국의 한 신문 칼럼니스트는 "서양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임신 기간에 모차르트의 오페라나 음악을 들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더욱총명한 상태로 태어난다"고 썼다. 사회심리학자 에이드리언 뱅거터 Adrian Bangerter 와 칩 히스가 로셔와 쇼의 첫 번째 연구를 보도한 뉴스들을 조사해 본 결과, 연구 발표 해인1993년에는 언론의 큰 관심을 받긴 했지만 같은 시기에 같은 잡지에 발표된 다른 연구들이 받은 관심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언론은 정신분열증, 명왕성 궤도, 피부암, 심지어 남성과 여성의 섹스 파트너 수와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다뤘다. 하지만 그 뒤 8년여에걸쳐 모차르트 효과에 관한 논문은 다른 연구들보다 10배 이상 언론에 보도되었다. 다른 연구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첫 번째 보도 이후 급격히 사라졌지만, 모차르트 효과는 그렇지 않았다. - P273

다수의 사람들이 미지의 수량에 대한 총 개수를 예측하려 할 경우에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은 모든 사람이 각각 자신의 예상 수치를 제안한 다음, 모든 예상 수치의 평균을 계산하는 것이다. 각 개인의 예상은 정확하지않을 수 있으나 똑같이 높거나 낮을 순 있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예상수치의 평균을 계산하면 너무 높은 예상 수치들과 너무 낮은 예상 수치들은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실제 총 개수에 가까운 예상 수치를 얻을수 있다. 21과학 분야의 연구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각각의 연구는 실제의 효과를 부정확하게 예측하도록 함으로써 결과를 왜곡시키는 무의식적인 편견이나 오류들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모차르트의 음악을들은 후에 IQ가 얼마나 높아지는지에 관한 연구가 바로 그렇다). 다수의 연구로부터 평균치를 구하면 효과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게 하는 임의의 오류들은 평균으로 수렴하여 진실에 가장 가까운 예상 수치만 남게된다. 관련 연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메타분석의 결과는 하나의 뚜렷한 연구 결과나 로셔와 쇼의 첫 번째 논문과 같이 잘 알려진 연구 결과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다. - P277

나는 ‘모차르트 효과‘는 없으며, 일반적으로 음악을 들었을 때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 이외에 어떤 이득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모차르트 음악이 당신을 더 총명하게 해주기보다는 아무 소리도 듣지 않거나 긴장을 푸는 일이 당신을 조금 더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으로본다면 모차르트의 음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일반적인 수준의 정신 자극과 비슷한 대조 조건이며 무음조건과 이완조건은 인지능력을 축소시키는 ‘처치‘ 이다. 어느 쪽이건 모차르트 효과를 거의 또는 전혀 설명할 수 없다.
일부 추가 연구는 이완조건이나 무음조건과 같은 대조 조건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 메타분석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그 연구들은모차르트 음악의 뚜렷한 효과에 대해 또 다른 설명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한 예로, 연구자 수잔 할람Susan Hallan BBC 방송과 함께 영국 전역의 200개 학교, 8천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을 진행했다. 어린이들은 모차르트의 현악 5중주, 과학 실험에 관한 토론, 또는 3곡의 팝송을 들은 다음, 로셔가 최초 실험에서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인지능력 검사를 받았다. 인기곡을 들은 어린이들의 인지능력이 가장 높았고 모차르트 음악과 과학 토론을 들은 어린이들은 차이가 없었다. 논문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모차르트 효과에 빗대어 ‘블러 효과‘라 불렀다.  - P278

여러 면에서 이 믿음은 아주 순수한형태의 잠재력 착각이다. 우리가 뇌의 10퍼센트만 사용하고 있다면 방법을 찾을 경우 사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90퍼센트의 뇌를 틀림없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 없는 이 믿음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일부 법령들이 부정확하게 쓰여있어서 집행이 어렵듯, 이 설명도 "불분명해서 무효하다"고 선언되어야 한다. 첫째, 사람의 뇌 용량을 측정하거나 어느 정도의 용량을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둘째, 어떤 경우에서든 뇌 조직이 장시간 어떤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조직이 죽은 거란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의 뇌가 10퍼센트만 사용되고 있다면 기적적인 부활이 일어나거나 뇌 이식을 수행하지 않고선 사용 비율을 끌어올릴 수 없다. 마지막으로 진화가 (또는 아주 총명한 창조주가) 우리에게 90퍼센트가쓸모없는 기관을 주었으리라 의심할 이유가 없다. 큰 뇌를 갖게 되면 인간은 생존하기 매우 어려운 종이다. 큰 뇌를 덮고 있는 머리도 커져서 힘들게 산도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으므로 분만 중에 죽음에 이를 수있는 위험이 커진다. 우리가 뇌의 일부만 사용하고 있었다면 자연 선택은 오래 전에 인간을 줄어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 P286

그렇다면 팝콘과 콜라 연구는 뭐였을까? 바로 이 실험이 대중에게 잠재의식 설득 기술이 효과 있다고 믿게 만든 원인이다. 연구 발표 후고작 일 년 만에, 미국 성인 41퍼센트가 잠재의식 광고를 들어봤다고응답했다. 이 수치는 1983년에는 81 퍼센트까지 치솟았고 우리 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잠재의식 광고가 효과적이라고 믿었다. 윌슨은 저서에서 팝콘 콜라 실험 배후에 있던 제임스 비커리James Vicary라는 광고 전문가를 상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로부터 10년도 전에비커리가 그 연구는 사기였다고 공공연히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광고시대Advertising Age〉와 가진 인터뷰에서 비커리는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고객을 끌어들이려고 ‘연구‘를 꾸며냈다고 고백했다. 다른 연구자들이 비커리가 거짓으로 주장한 실험결과를 재현해보려 했지만 성공사례는 없다. 한 캐나다 방송국은 자사 프로그램에서 "지금 전화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순간적으로 짧게 반복해서 내보냈지만 전화량은 늘지 않았다. 이후 그들은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정답을 말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이 배고프거나 목말랐다고만 응답했다. - P291

이 놀라운 발견은 <네이처>에도 실렸다. 우리의 정신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당신이 스도쿠를 잘하기 위해 여가시간의 대부분을스도쿠 게임으로 보낸다고 가정하자. 물론 그럴 경우 스도쿠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비록 해본 적은 없더라도 캔캔 퍼즐(스도쿠의 최신변형)을 풀 수 있는 능력 역시 향상될 것이다. 캔캔퍼즐의 수행능력 향상은 어느 정신적 기술이 이와 매우 유사한 다른 기술도향상시키는 ‘제한적인 이전‘의 사례다. 스도쿠 연습이 암산능력을 향상시켜 머릿속으로 소득세를 산출하거나 전화번호 숫자를 기억하는 능력을 향상시켰다면 더욱 놀라운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향상은 ‘폭넓은 이전‘을 의미한다. 메달오브아너 게임을 훈련한 결과, 상대보다 빨리 총을 쏴야하는 비슷한 비디오게임에서 타깃을 발견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면 제한적인 이전이다. 운전 중에 주변상황에 대한 주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메달오브아너 게임을 하는 것은 전화번호를 더 잘 기억하기 위해 스도쿠를 하는 것과 같다. 이는 폭넓은 이전의 예이며, 특별히 훈련되지 않은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유용하다. 게다가 이경우에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뭔가를 하면서 다른 기술을 향상시켰다. "연습하면 완벽해진다"는 격언이 있는데, 만약 그 ‘연습‘ 이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것뿐이라면 누가 연습을 마다하겠는가. - P307

또한 게임에 숙달된 전문가들이 실험실에서는 인지 테스트 성과가좋더라도 실생활에서 인지과제를 수행할 때는 나아진 게 없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인지능력과 관계없는 뭔가 다른 요인이 테스트 성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월터 부트는 댄과의 인터뷰에서 과학 문헌에서는 좀처럼 논의되지 않았던 새로운 가능성을언급했다.

"비디오게임에 숙달된 사람은 자신의 전문기술에 근거한 연구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과제를 더 잘 수행했을 것이다. 광고를 통해 모집된 참가자들이나 선발된 게이머들은 자신들이 전문가라서 선택되었다는 걸 알고,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동기부여가 잘되어 있고, 더 주의를 집중하며, 더 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중매체에서 다루고, 특히 게이머들이 자주 가는 블로그에서 그들은 남들보다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반면 비전문가들은 자기가 참여한 실험이 비디오게임 연구라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

달리 말하자면, 전문가들이 초심자들을 능가했던 것은 원래 그런 과제를 더 잘해서라거나 수천시간 동안 비디오게임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연구가 비디오게임 기술에 관한 것이고 그들이 더 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효과‘는 이런 부류의 실험에서는 잘 알려진 주제다.  - P315

이런 종류의 상식을 나타내는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직관直觀intuition이다.
우리가 직관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믿는가는 주로 과거에추측하고 이해하며 축적해온 경험들에 기인한다. 직관은 아무런 생각없이 자동적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한다. 또한 직관으로 인해 우리는, 실제 능력 이상으로 주의를 집중할 수 있고, 기억은 실제보다 세세하고 확실하며,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은 유능하기 때문이고, 자신은 실제보다 더 많이 알고 있으며, 우연히 시간상 같이 일어나고 관련 있으면인과관계라 여기고, 사람의 뇌는 방대한 능력을 발휘할 잠재력이 충분하고 언제든지 활용가능하다고 섣불리 판단하고 착각한다.  - P329

분석이 언제나 직관보다 우세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 직관은 분명 유용하지만, 실제로 직관에 의한 판단이 더 옳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는한 직관이 분석보다 훌륭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성공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열쇠는 직관을 신뢰해야 할 때와 직관을 경계하면서 고되지만 모든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때를 아는 데 있다. - P336

일상의 착각들을 염두에 두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예전처럼 자기 자신을 확고히 믿진 못하겠지만, 자신의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사람들이 때로 어이없이 행동하는 이유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멍청해서, 오만해서, 무지해서, 부주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상의 착각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결론으로 성급하게 뛰어들기 전에 항상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하기를 바란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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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몇 년 전 바버라 콜스를 처음 보았을 때, 그가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은 순전히 누군가가 "저 여자가 존슨의 새 여자야"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은밀하고 야한 의미로 쓰는
"아, 그거"라는 말을 그녀에게 사용하지는 않았다. 존슨이 그 여자에게서 과연 무엇을 보았는지 궁금했다. 그때 존슨을 지켜보면서 ‘저 여자는 오래가지 못하겠군‘이라고 생각한 기억이 났다. 존슨은 미남이었지만, 술기운에 조금 붉어진 얼굴로 어떤 여자에게 수작을 걸고 있었다. 바버라는 벽 앞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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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부터 2008년까지 도리스 레싱은 50편이 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거의 매해 책을 출간했다. 그는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미래가 달라질 리 없다고 단정 짓는 "도덕적 피로"를 항상 경계했다.  - P31

안타깝게도 프리다의 건강은 빠른속도로 악화되고 있었다. 오른발은 염증 재발로 썩어들어가고, 요추 통증도 나날이 심해졌다. 1950년 프리다는 오른발 절단 수술을 받았고, 영국에서 일곱 번의 척추수술을 받은 후 또다시 9개월을 병상에서 머물러야 했다. "한 세기분의 고통이 지속되었다. 거의 이성을 잃을 정도로 "그렇다고 마냥 운명 앞에 굴복할 수는 없었다. 프리다는 반전 평화 운동 서명에 참여했고, 개인전을 준비했으며, 꼬박꼬박 일기를 썼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의 삶을 통틀어 22번의 외과 수술을 받았다." 고통도 프리다를 이기지는 못했다.
1953년 4월, 멕시코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프리다의 작품전이 열렸다. "내 의지는 강하다. 내 의지는 변함이 없다." 개막식 날 프리다는 구급차를 타고 전시장에 도착해 침대에 누워 친구들과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로부터 1년 3개월 후인 1954년 7월 13일, 프리다는 세상을 떠났다.
죽기 직전 프리다는 자기 작품에 짧은 인사를 남긴다.
"인생 만세!" 스스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말이었다.
쓰라렸던 자신의 삶에 보내는 찬사도 잊지 않았다. "나는 많은 것을 이루었다." 프리다 칼로의 성취 앞에 서면 언제나 겸손해진다. 삶을 다시 사랑하게 된다. 매번 큰 용기를 얻는다.
글쓰는 여자는 사랑을 증명한다. - P68

제이디 스미스가 지향하는 문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의 믿음은 확고하다. 시간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을할 것인가? 작가는 오직 그 질문만을 던진다. "구원은 현재하고 있는 일에, 지금 쓰고 읽는 것에 존재한다." 글 쓰는 여자는 오늘에 집중한다. - P94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 지면을 얻지 못하고 독자를 만나지 못하게 된다 할지라도 타협할 수는 없었다. 좀 더 기다리기로 결심한다. 아무래도 당대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들 때마다 후대의 독자들을 상상하며 글을 썼고 책을 만들었다. 막연한 희망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큰 용기가필요했다. "소리 내 싸우는 건 / 아주 용감하다// 하지만 더용감한 건/ 내면에서 싸우는 슬픔의 기병대/ 이겨도 나라가 알아주지 않고/쓰러져도 누가 봐 주지 않으며," 결과도장담할 수 없었다. 에밀리 디킨슨에게 기다림과 희망은 같은 말이었다. "나는 가능성 속에서 살아갑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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