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더링 하이츠의 내 방에 누워 있는 줄 알았어. 허약해지고 머리가 혼란스러워 무의식적으로 소리를질렀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와 함께 있어줘. 잠드는게 두렵고 꿈꾸는 게 무서워."
"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아씨. 이만큼 고생하셨으니 다시는 굶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아, 우리 집 내 침대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씨는 애처롭게 말을 계속하면서 두 손을 마주 잡고 뒤틀었어요. "창밖에 서 있는 전나무를 잡아 흔들던 그 바람소리, 그 바람을 쐬게 해줘. 바로 저 벌판으로 불어오니까. 그 바람을 한 번만 들이마시게 해줘!" - P204

갑자기 기억이 되살아나서 그때까지의 슬픔이 절망적인 발작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어. 왜 그렇게 미칠 듯이 슬펐는지는 모르겠어. 틀림없이 일시적인 정신 착란이었을 거야. 별다른 원인이라곤 없었으니까. 그러나 열두 살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워더링 하이츠와 어렸을 때 친숙했던 모든 것과 그 당시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던 히스클리프한테서 억지로 떨어져 나와서 단박에 린튼부인이며, 드러시크로스 저택의 안주인이며, 낯선 사람의 아내가 되어버린 거지. 그때부터 쭉 자기 세계에서 쫓겨나고 버림받은 사람이 되었다는 걸 생각해 봐. 그러면 깊은구렁을 기어 다닌 듯한 내 기분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거야! 넬리가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봤자 넬리도 함께 거들어서 내 머리를 이상하게 만든 셈이야. 넬리는 그이에게 말을 해야 했어. 정말 넬리는 그이가 나를 가만 놔두게 애기를 해줬어야 했어. 오. 내 몸이 불덩이 같아! 밖으로 나갔으면, 다시 야만에 가까운. 억세고 자유로운 계집아이가되어 어떠한 상처를 입더라도 미치거나 하지 않고 깔깔 웃올 수 있었으면! 왜 나는 이렇게 달라졌을까? 왜 조금만 뭐라고 해도 내 피는 끓어오를까? 저 언덕 무성한 히스 속에 한번 뛰어들면 틀림없이 정신이 날 텐데. 다시 창을 활짝 열어줘, 빨리. 왜 가만히 있어?" - P206

히스클리프 씨는 이사벨라를 붙잡아 방에서 밀어내고는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돌아왔어요.
"내가 불쌍히 여길 줄 알아! 어림도 없지! 벌레가 꿈틀거리면 꿈틀거릴수록 나는 더욱더 짓밟아서 창자가 튀어나오게 하고 싶어진단 말이야. 마치 이가 돋아나느라 아픈거나 마찬가지지. 아프면 아플수록 더 힘을 주어 지그시 물고 싶거든!" - P248

"오, 저렇다니까, 넬리! 저이는 잠시 동안이라도 나를가엾게 여겨 살리려고 하질 않아. 내가 받은 사랑이란 저런 것이야. 하지만 괜찮아. 저런 것이 나의 히스클리프는아니니까. 나는 그래도 나의 히스클리프를 사랑할 것이고,
저승까지도 데리고 갈 거야. 그는 내 마음속에 있으니까."
그리고 잠깐 쉰 다음에 아씨는 생각에 잠긴 듯이 말했어요. "내가 싫어하는 것은 결국 이 부서진 감옥 같은 육신이야. 이런 육신 속에 갇혀 있는 것에 지칠 대로 지쳤어.
나는 한시바삐 저 영광스러운 세계로 피해 가서 항상 거기에 있고 싶어. 눈물을 통해 어슴푸레하게 보고, 아픈 가슴의 벽을 사이에 두고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것과 함께 있고 그 속에 있고 싶은 거야. 넬리, 당신은 나보다도 더 낫고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건강하고 힘이 넘치니까 내가 불쌍할 거야. 그러나 머지않아 처지가 바뀔 거야. 내가 당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나는 당신네들 있는 곳과는 비할 바 없이 멀고 높은 곳에 가 있을거야. 저이는 내 옆에 오지 않으려고 하니 이상하지." 아씨는 혼잣말을 계속하는 것이었어요. "내 옆에 오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이봐, 히스클리프! 당신은 지금 그렇게시무룩해서는 안 돼. 내가 있는 데로 와, 히스클리프."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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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병이 나게 하는 데는 때릴 필요도 없었지요. 서방님은 캐서린 아씨의 손에서 열쇠를 빼앗으려고 했어요.
그러나 아씨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난로 속으로 던져 넣었어요. 그러자 에드거 서방님은 몸을 덜덜 떨면서 얼굴이 파랗게 질렸어요. 아무리 해도 그 격정을 참을 수가 없었고 고통과 굴욕이 한데 뒤섞여 기진맥진했지요. 서방님은 의자 등에 기대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어요.
"아! 세상에! 옛날 같으면 이 정도 용기로도 기사가 됐을 텐데! 그래요. 우리가 졌어요. 우리가 졌어! 히스클리프는 왕이 생쥐 떼에게 군대를 보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신에겐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을 거예요. 기운 내요. 다치지는 않을 테니까! 당신 같은 사람은 양 새끼가 아니라 젖먹이 토끼 새끼예요." 캐서린 아씨가 소리쳤어요.
"이 젖내 나는 겁쟁이를 남편으로 둔 행복을 즐기기를빌어, 캐시! 당신의 취향을 치하하지. 나보다도 이렇게 침흘리고 벌벌 떠는 녀석을 좋아하는 취향 말이야! 이런 녀석은 주먹이 아니라 발로 뻥 차줘야 속이 후련하겠는데.
그가 울고 있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무서워서 까무러치려고 하고 있는 거야?"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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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워더링 하이츠로 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물었습니다. "보기에 그는 모든 점에서 달라졌어요. 완전히 기독교도다워졌어요. 사방의 원수에게 우정의 손을내밀고 있어요!"
"그가 설명을 하더군. 나도 빌리 못지않게 놀랐어. 넬리가 아직도 거기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넬리한테 내 소식을들으려고 갔었다는 거야. 그래 조셉이 힌들리 오빠에게 말했더니 오빠가 나와서 그동안 무엇을 했으며 어떻게 살았느냐고 묻기 시작하더라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엔 들어오라고 하더래. 마침 몇 사람이 노름을 하고 있었는데 히스클리프도 끼게 되었고 오빠가 그에게 돈을 좀 잃었대. 게다가 그에게 돈이 많은 것을 알고 저녁에 다시 와달라고부탁을 해서 그도 승낙했다는 거야. 힌들리 오빠는 너무 무모해서 신중하게 친구를 고르지 못하지. 그렇게 야비하게 욕을 보인 사람에게는 조심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하려 들지를 않는단 말이야. 그러나 히스클리프가 옛날에 자기를 박해하던 사람과 다시 인연을 맺으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저택에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에 몸을 두고 싶고, 우리가 함께 살았던 집에 대한 애착이 있어서야. 게다가 기머튼보다 거기서 살면 나도 그를 만날 기회가 더 많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거야. 워더링 하이츠에서 살게 해주면 사례는 후하게 할 작정이라니까 오빠는 틀림없이 욕심이 나서 단박에 허락할 거야. 오빠는 언제나 욕심이 많았거든. 오른손으로 잡은 것을 왼손으로 내버리기도 하디난 말이야." - P163

"젊은 사람이 살기에는 좋은 집이지요!" 저는 말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염려되지 않으세요. 아씨?"
"히스클리프라면 조금도 걱정 없어. 그는 똑똑하니까 위험한 일은 하지 않을 거야. 힌들리 오빠는 조금 걱정이 되지만. 그러나 지금보다 심보가 더 나빠질 리도 없고, 해를입힌다거나 하지 않게 내가 중간에 서지 뭐. 오늘 저녁 일로 해서 나는 다시 신과 인간에게로 돌아서게 됐어. 지금까지는 하나님의 뜻에 화가 나서 거역했었어. 정말 넬리, 나는 너무 괴로웠어! 그 괴로움이 얼마나 지독했는지 안다면 그이도 괜한 화로 그것이 사라진 기쁨을 흐리게 하는것을 부끄러워할 거야. 그 괴로움을 혼자 참으려 한 것은그이에 대한 배려에서였어. 자주 느끼는 괴로움을 내가 표시라도 했더라면 그이도 나 못지않게 그 괴로움이 덜어지기를 원했을 거야. 그러나 이젠 지난 일이야. 그러니 그이가 어리석은 짓을 한다고 해서 보복하지는 않겠어. 지금부터는 무슨 일이든지 참을 수 있어. 아무리 천한 인간에게 뺨을 맞더라도 다른 쪽 뺨을 돌려 댈 뿐만 아니라 화를 돋운 데 대해 용서를 빌 거야. 그 증거로 당장 그이한테 가서 화해를 청하겠어. 잘 자. 나는 이제 천사야!" - P164

 "넬리, 아가씨가 미쳤다는 걸 납득시켜줘. 히스클리프가 어떤 사람인지, 즉 세련된 데라고는 없고 교양도 없는 야만인이며, 퍼즈와 현무암뿐인 메마른 들판과 같은 인간이란 걸 말해 줘. 내가 아가씨에게 그를사랑하라고 권하느니 차라리 저 어린 카나리아를 겨울 숲에 놓아주겠어! 아가씨가 그러한 꿈을 꾼다는 것은 그의 성격을 한심할 정도로 모르기 때문이야. 그가 겉으로 봐서는 무서워도 마음속에는 깊은 인자함과 애정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야! 그는 아직 다듬지 않은 다이아몬드나 진주가 들어 있는 조개와 같은 촌뜨기가 아니라. 사납고 무자비하고 늑대 같은 사내야. 난 그 사람에게 이러저러한 원수를 해치는 것은 너그럽지 못하고 잔인한일이니까 그대로 놓아두라는 투로 말한 적 없어. 그들이 욕을 보는 게 싫어서 놔두라고 말하는 거야. 만약 아가씨가 귀찮다고 생각되면 그는 아가씨를 참새 알처럼 쥐어서 터뜨릴걸. 그가 린튼 집 사람을 사랑할 리 없다는 걸 난 알고 있어. 그렇지만 아가씨의 재산과 앞으로 물려받을 유산을 보고 결혼할 수는 있겠지.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그사람은 점점 탐욕이라는 죄에 빠지고 있는 것 같아. 내가보기에는 그래. 그리고 나는 그와 친구 사이야. 어느 정도인가 하면 만약 그가 정말 아가씨를 차지하려 한다면 아마 나로서는 아가씨가 덫에 걸리도록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할 정도로 친하단 말이야." - P169

"그는 생각하지 마요. 아가씨." 저는 말했습니다. "불길한 징조를 가지고 오는 새 같은 사람이죠. 아가씨의 짝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캐서린 아씨의 말이 좀 지나치긴 했지만 틀렸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의 마음을 나나 그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을 실제보다도 더 나쁘게 말하는 법이 없어요. 정직한 사람들은자기가 한 짓을 감추지 않아요. 그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돈을 벌었으며, 왜 그가 미워하는 사람의 집인 워더링 하이츠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사람이 오고부터는 언쇼 서방님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들 해요. 그두 사람은 날마다 밤샘 노름을 하고, 힌들리 서방님은 토지를 잡혀 돈을 꿔가지고는 노름이나 술 외에는 하는 일이없어요. 바로 일주일 전에 들은걸요. 조셉 영감이 말했어요. 기머튼에서 만났거든요. 그가 그러더군요. ‘넬리, 우리는 머지않아 검시관의 조사를 받아야 한대. 우리 집 두양반 중에 한 사람이, 다른 하나가 마치 송아지라도 죽이듯 제 몸에 칼을 꽂는 것을 말리려다가 손가락이 떨어질뻔했어. 자살하려고 한 것은 주인이야. 하나님의 심판을 받고 싶어서 못 견디겠다는 거지. 주인은 하나님의 법정에앉아 있는 재판관들을 두려워하지 않아. 바울, 베드로, 요한, 혹은 마태, 그 어느 누구도 겁내지 않는단 말이야. 우리 주인은 그러한 성자들 앞에 그 뻔뻔스러운 얼굴을 내밀고 싶다는 거지. 게다가 그 히스클리프라는 녀석 말이야.
그 녀석 대단해! 진짜 악마의 장난을 보고도 누구 못지않게 껄껄 웃을 수 있으니 말이야. 임자네 집에 가서, 우리집에서 자기가 얼마나 멋지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던가? 이런 식이야. 해질 때 일어나서 주사위를 던지고브랜디를 마시고 덧창을 닫고 다음 날 낮이 될 때까지불을 켜놓는단 말이야. 그러고 나면 우리 집 주인이 욕지거리를 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자기 방으로 가는데, 점잖은 사람은 낮부끄러워서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지 않을 수 없어. 그리고 그 악한은 돈 계산을 하고 먹고자고, 그리고 가서 남의 마누라와 쓸데없는 수작을 하는거지. 물론 캐서린 아씨에게는 아씨의 아버님 돈이 어떻게해서 자기 주머니로 들어오는지, 그리고 아씨 오빠가 몰락의 대로를 달음질쳐 가면 자기가 미리 달려가서 통행세를받고 문을 열어주어 빨리 파멸에 이르게 하고 있다는 걸 말해 주겠지? 자, 보세요, 린튼 아가씨. 조셉은 고약한 늙은이이긴 하지만 거짓말쟁이는 아니랍니다. 히스클리프의 행동에 대한 그 영감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아가씨도 그러한 남편을 갖고 싶지는 않겠지요?" - P170

태양이 제게 여름을 연상시키면서 그 잿빛 돌의 꼭대기를 노랗게 비추고 있었어요. 그런데 까닭은 모르겠지만 갑자기 어린 시절의 감회가 왈칵 가슴속에 이는 것이었어요.
이십 년 전에 힌들리 서방님과 제가 즐겨 놀았던 곳이라서요.
저는 그 비바람에 깎인 돌을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몸을 구부려 보니까, 그 돌 밑바닥 가까이 있는 구멍에 아직도 달팽이 껍질과 조약돌이가득 차 있지 뭐예요. 우리는 그러한 것을 그보다 빨리 썩어 없어지는 것들과 함께 그곳에 두기를 좋아했었지요. 그래서 제 눈에는 어릴 적 친구인 힌들리 서방님이 메마른잔디에 앉아 까맣고 네모진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그 작은 손으로 납작한 돌조각을 쥐고 흙을 파내는 모습이 선했답니다.
"불쌍한 힌들리 서방님." 저는 무심코 소리쳤어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어릴 적 힌들리 도련님이 얼굴을쳐들고 저를 똑바로 쳐다보는 게 역력히 보이는 듯했거든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습니다만, 저는 당장 어떻게해서라도 그 집에 가보지 않고는 못 견딜 그리움을 느꼈답니다. 게다가 미신 같은 생각이 들어 그 기분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만약 그분이 죽었다면! 혹은 곧 죽게 된다면! 이것이 죽음을 알리는 것이라면!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던 것이지요.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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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라는 용어는 1958년 마이클 던롭 영Michael Dunlop Young이 자신의 저서 능력주의의 부상 TheRise of Meritocracy』 (국내 출간 제목 「능력주의」)에서 풍자적인 개념으로 처음 사용하였으며, 비굴하게 성과에 집착하고 하이퍼포머 Highperfomer, 즉 고성과자의 폭정이 지배하는 2033년 사회의 억압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비록 마이클 영은 능력주의를 조소적으로 표현했지만 이개념은 더 정의로운 사회질서라는 긍정적인 의미의 약속으로 발전했다. 왜냐하면 역으로 생각해보면 능력주의는 왕국이 없는 사람은자기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괴물을 물리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거나 도전에 사용할 무기로 고작풍툭한 막대기만 손에 쥐게 된다는 사실은 함께 고려되지 않는다. 마이클 영은 2001년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씁쓸하게 확인했다. "나는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로그렇게 되었다. 업적을 무척이나 중시하는 사회에서 업적이 없다는평가를 받는 건 정말로 괴로운 일이다. 하층계급이 이처럼 도덕적으로 무방비하게 노출된 적은 없었다."36•능력주의적 관점은 교육, 직업, 인간관계로의 접근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미 학교교육에서 재능이나 성과, 자질에서 쉽게 파생되지 않는 사회적 불평등을 만든다. 거의 모든 서구 사회에서 교육과 직장에서의 성공에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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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1801년 집주인을 찾아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이제부터 사귀어가야 할 그 외로운 이웃 친구를. 여긴 확실히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국을 통틀어도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이렇게 완전히 동떨어진 곳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을 싫어하는 자에겐 다시없는 천국이다. 더구나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이 쓸쓸함을 나누어 갖기에 썩 알맞은 짝이다. 멋진 친구! 말을 타고 다가가는 나를 보고 그의 시꺼먼 두 눈이 눈썹 아래에서 미심쩍게 찌푸려지는 것을 봤을 때, 그리고 내가 이름을 대자 그의 손가락들이 잔뜩 경계하며 조끼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을 때, 내가슴이 얼마나 그에게 호감을 품었는지 그는 상상도 못 했으리라.
"히스클리프 씨지요?" 내가 물었다.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 P7

워더링 하이츠란 히스클리프 씨의 집 이름이다. ‘워더링‘이란 이 지방에서 쓰는 함축성 있는 형용사로, 폭풍이불면 위치상 정면으로 바람을 받아야 하는 이 집의 혼란한 대기를 표현하는 말이다. 정말 이 집 사람들은 줄곧 그 꼭대기에서 일 년 내내 그 맑고 상쾌한 바람을 쐬고 있을 것이다. 집 옆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한 전나무 몇 그루가 지나치게 기울어진 것이나, 태양으로부터 자비를 갈망하듯이 모두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고 늘어선 앙상한 가시나무를 보아도 등성이를 넘어 불어오는 북풍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다행히 이 집을 지은 건축가는 그것을감안하여 튼튼히 지었다. 좁은 창들은 벽에 깊숙이 박혀있고 집 모서리는 크고 울퉁불퉁한 돌로 견고하게 되어 있었다. - P9

방이며 가구 등속은 투박한 외모와, 바지에 각반이나 차야 어울릴 억센 다리를 가진 소박한 북쪽 농부의 것으로는조금도 이상할 게 없었다.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이면 이 산중 오륙 마일 안쪽에서는 어느 집에서나 둥근 탁자 위에 거품이 넘치는 커다란 맥주잔을 앞에 놓고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농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히스클리프 씨에게는 그의 거처나 생활양식과는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데가 있었다. 얼굴은 집시처럼 검지만 차림새와 태도는 신사이다. 신사래야 시골 유지 정도의 신사로, 단정하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나 잘생기고 곧은 체구라서 아무렇게나 하고 있어도 어색하지는 않고, 약간 침울한 편이었다. 아마 사람에 따라서는 그를 얼마만큼은 천한 자존심을 풍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마음속에 공감하는 바가 있어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가 무뚝뚝한 것은 감정을 야단스럽게 드러내 보이는 것, 이를테면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내보인다든가 하는 것이 싫어서라는것을 나는 직감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랑이라든가 미움의 감정을 똑같이 마음속에 접어두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사랑을 받는다든가 미움을 사는 것을 대단치 않은 일로 여기리라. - P11

시키는 대로 하여튼 그 방에서만은 나왔다. 그러나 그좁은 복도로 가면 어디로 나가는지도 몰라서 가만히 서 있으려다 본의 아니게 집주인의 미신적인 일면을 보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겉보기의 그와는 아주 딴판이었다.
그는 침대에 올라가서 창을 비틀어 열고 당기면서 걱정을 걷잡을 수 없었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들어와! 들어와!" 그는 흐느꼈다. "캐시, 제발 들어와.
아, 제발 한 번만 더! 아! 그리운 그대, 이번만은 내 말을들어주오. 캐서린, 이번만은!"
그러나 유령은 유령다운 변덕을 보였다. 그것은 나타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눈과 바람만이 사납게 회오리치며 들어와, 심지어는 내가 있는 데까지 불어 들어와서 촛불을 꺼버렸다.
이러한 울부짖음과 더불어 복받쳐 오르는 비통함 속에 너무나 쓰라린 고뇌가 있었으므로, 나는 불현듯 동정심이들어 그 어리석은 짓도 그대로 보아 넘겼다. 그러한 것을 엿들은 나 자신에게 화가 날 지경이었고, 바보 같은 꿈 얘기로 고통을 준 것이 난처해서 나는 그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내 꿈 이야기가 왜 그를 그렇게 슬프게 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 P49

뜻밖에도 히스클리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일어나서그대로 자기가 마음먹었던 일을 해나갔어요. 안장이고 뭐고 다 바꾸어놓고는 조금 전에 얻어맞아서 생긴 현기증을가라앉히느라 짚단 위에 앉아 있다가 집으로 들어갔지요.
그가 멍이 든 것은 말 때문이라고 해두자고 제가 타이르자 그는 쉽게 말을 들었어요. 원하던 것을 가진 이상 그밖의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던 거지요. 정말이지 그는 그정도의 일로는 좀처럼 불평을 하지 않아서 저는 그가 진심으로 복수심을 품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시겠지만 제가 감쪽같이 속았던 거랍니다. - P67

사정 이야기는 조셉에게 맡겨두고 저는 아이들 방으로 달려갔어요. 문이 조금 열려 있어 들여다봤는데, 자정이지났는데도 자지 않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까보다 차분해져 있어서 제가 위로할 필요는 없었어요. 두 아이는 저 같으면 떠올리지 못할 기특한 생각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어요. 세상에 어떠한 목사님도 그들이 순진하게 이야기하면서 그려낸 것만큼 아름다운 천국은 그려내지 못했을거예요. 저는 흐느끼면서 두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우리도 모두 그러한 천국에 갔으면 하고 바라지않을 수 없었지요. - P74

캐시 아가씨는 숨어 있는 친구를 언뜻 보고는 껴안으려고 달려갔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예닐곱 번이나 키스를하더니 멈추고 뒤로 물러나 깔깔 웃으면서 소리를 쳤어요.
"아니, 어쩌면 이렇게 시커멓고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있는 거지? 왜 이렇게 우습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을까!
에드거와 이사벨라 린튼을 늘 보아왔기 때문에 그런 걸거야. 그래, 히스클리프, 나를 잊어버렸어?"
아가씨가 그렇게 묻는 데는 이유가 없지 않았지요. 수치심과 자존심이 그의 얼굴에 이중의 어둠을 던져 그가 꼼짝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 P89

캐시 아가씨는 새 친구 맞을 준비를 여러 가지 하느라늦게까지 앉아 있었어요. 옛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부엌에도 한번 들렀지만 그는 가버린 뒤였고, 아가씨는 그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만 묻고는 도로 들어갔지요.
다음 날 아침에 히스클리프는 일찍 일어났더군요. 그날이 일요일이었던 탓에 기분이 나쁜 채로 벌판으로 나가버리고, 집안사람들이 교회에 갈 때가 되어서야 다시 나타났어요. 먹지도 않고 반성을 하느라 기분은 좀 누그러진 것같았지요. 제 앞에 와서는 한동안 우물거리더니 용기를 내서 불쑥 이렇게 소리쳤어요.
"넬리, 나를 보기 싫지 않게 해줘. 나도 점잖아지고 싶어."
"잘 생각했어, 히스클리프, 너는 캐서린 아가씨를 슬프게 했어. 집에 돌아온 것을 후회하고 있을 거야! 모두들 아가씨를 너보다 소중히 하니까 네가 시기하는 것 같아."
저는 말했습니다.
캐서린 아가씨를 시기하는 것 같다는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녀를 슬프게 한다는 말은 분명히 알아들은 것같았어요.
"캐시가 슬프대?" 그는 매우 심각한 얼굴로 물었어요.
"네가 오늘 아침 다시 나갔대니까 아가씨가 울었어."
"나도 간밤에 울었단 말이야." 그는 대답했어요.  - P93

"그런 게 아니야. 한번은 내가 천국에 간 꿈을 꾸었어."
"꿈 이야기는 듣지 않겠어요. 캐서린 아가씨! 그만 가서 잘래요." 저는 다시 말을 가로막았어요.
아가씨는 깔깔 웃고, 제가 의자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저를 붙잡았어요.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아가씨는 외쳤어요. "천국은 내가 갈 곳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려 했을 뿐이야. 나는 지상으로 돌아오려고 가슴이 터질 만큼 울었어. 그러자 천사들이 몹시 화를 내며 나를 워더링 하이츠의 꼭대기에 있는 벌판 한복판에 내던졌어. 거기서 나는 기뻐서 울다가 잠이 깼지. 이것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내 비밀을 설명해 줄 거야. 나는 천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에드거 린튼과 꼭 결혼할 필요도 없는 거지. 저 방에 있는 저 고약한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천한 인간으로 만들지않았던 내가 에드거와 결혼하는 일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나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격이떨어지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것을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 - P133

"그렇지 않아." 아가씨는 반박했습니다. "그것이 제일 훌륭한 동기지! 다른 동기는 내 변덕을 만족시키는 것들이었고, 에드거를 위해서도 만족할 만한 거야. 하지만 이것은 에드거나 나 자신에 대한 나의 느낌을 몸소 이해해 주는 사람을 위한 것이거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당신이든 누구든 자기를 넘어선 삶이 있고, 또는 그런 삶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만약 내가 이 지상만의 것이어야 한다면 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무엇일까? 이 세상에서 내게 큰 불행은 히스클리프의 불행이었어. 그리고 처음부터 나도 각자의 불행을 보고 느꼈어.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무엇보다도 생각한 것은 히스클리프 자신이었단 말이야.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 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나는 그 일부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그러니 다시는 우리가 헤어진다는 말은 하지 마. 그것은 있을 수 없는일이니까. 그리고•••••." - P136

자정까지도 우리는 앉아 있었는데 그때 그 언덕 너머로폭풍이 맹렬히 불어왔어요. 천둥뿐만 아니라 바람도 사나웠고, 그 어느 쪽인지 집 모퉁이에 선 나무를 마구 부러뜨렸어요. 커다란 가지 하나가 지붕에 떨어져서 동쪽 굴뚝한 모서리가 무너졌고, 돌이며 검댕이 부엌 난로 속으로 와르르 떨어졌답니다.
우리는 벼락이 우리 한복판에 떨어진 줄 알았지요. 조셉은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죄 있는 자는 벌하시더라도 족장인 노아와 롯을 생각하시어 옛날처럼 바르게 사는 자들은살려주십사고 기도를 드렸어요. 저도 그것이 정녕 우리에대한 심판일 거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요나가 바로 언쇼 서방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직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분의 방문 손잡이를 흔들어보았어요. 서방님은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대답했고, 그 소리에 조셉은더욱 요란하게 자기 같은 성자와 주인 같은 죄인 사이에확실한 구별을 해주십사고 고함을 지르면서 기도하는 것이었어요. 이십 분 후에 폭풍은 지나갔답니다. 우리들은 모두 무사했지요. 다만 캐시 아가씨는 고집을 부려 비를 피하지 않고 모자와 숄도 쓰지 않은 채 서 있다가 머리고 옷이고 함빡 젖었지요.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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