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더링 하이츠의 내 방에 누워 있는 줄 알았어. 허약해지고 머리가 혼란스러워 무의식적으로 소리를질렀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와 함께 있어줘. 잠드는게 두렵고 꿈꾸는 게 무서워."
"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아씨. 이만큼 고생하셨으니 다시는 굶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아, 우리 집 내 침대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씨는 애처롭게 말을 계속하면서 두 손을 마주 잡고 뒤틀었어요. "창밖에 서 있는 전나무를 잡아 흔들던 그 바람소리, 그 바람을 쐬게 해줘. 바로 저 벌판으로 불어오니까. 그 바람을 한 번만 들이마시게 해줘!" - P204

갑자기 기억이 되살아나서 그때까지의 슬픔이 절망적인 발작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어. 왜 그렇게 미칠 듯이 슬펐는지는 모르겠어. 틀림없이 일시적인 정신 착란이었을 거야. 별다른 원인이라곤 없었으니까. 그러나 열두 살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워더링 하이츠와 어렸을 때 친숙했던 모든 것과 그 당시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던 히스클리프한테서 억지로 떨어져 나와서 단박에 린튼부인이며, 드러시크로스 저택의 안주인이며, 낯선 사람의 아내가 되어버린 거지. 그때부터 쭉 자기 세계에서 쫓겨나고 버림받은 사람이 되었다는 걸 생각해 봐. 그러면 깊은구렁을 기어 다닌 듯한 내 기분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거야! 넬리가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봤자 넬리도 함께 거들어서 내 머리를 이상하게 만든 셈이야. 넬리는 그이에게 말을 해야 했어. 정말 넬리는 그이가 나를 가만 놔두게 애기를 해줬어야 했어. 오. 내 몸이 불덩이 같아! 밖으로 나갔으면, 다시 야만에 가까운. 억세고 자유로운 계집아이가되어 어떠한 상처를 입더라도 미치거나 하지 않고 깔깔 웃올 수 있었으면! 왜 나는 이렇게 달라졌을까? 왜 조금만 뭐라고 해도 내 피는 끓어오를까? 저 언덕 무성한 히스 속에 한번 뛰어들면 틀림없이 정신이 날 텐데. 다시 창을 활짝 열어줘, 빨리. 왜 가만히 있어?" - P206

히스클리프 씨는 이사벨라를 붙잡아 방에서 밀어내고는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돌아왔어요.
"내가 불쌍히 여길 줄 알아! 어림도 없지! 벌레가 꿈틀거리면 꿈틀거릴수록 나는 더욱더 짓밟아서 창자가 튀어나오게 하고 싶어진단 말이야. 마치 이가 돋아나느라 아픈거나 마찬가지지. 아프면 아플수록 더 힘을 주어 지그시 물고 싶거든!" - P248

"오, 저렇다니까, 넬리! 저이는 잠시 동안이라도 나를가엾게 여겨 살리려고 하질 않아. 내가 받은 사랑이란 저런 것이야. 하지만 괜찮아. 저런 것이 나의 히스클리프는아니니까. 나는 그래도 나의 히스클리프를 사랑할 것이고,
저승까지도 데리고 갈 거야. 그는 내 마음속에 있으니까."
그리고 잠깐 쉰 다음에 아씨는 생각에 잠긴 듯이 말했어요. "내가 싫어하는 것은 결국 이 부서진 감옥 같은 육신이야. 이런 육신 속에 갇혀 있는 것에 지칠 대로 지쳤어.
나는 한시바삐 저 영광스러운 세계로 피해 가서 항상 거기에 있고 싶어. 눈물을 통해 어슴푸레하게 보고, 아픈 가슴의 벽을 사이에 두고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것과 함께 있고 그 속에 있고 싶은 거야. 넬리, 당신은 나보다도 더 낫고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건강하고 힘이 넘치니까 내가 불쌍할 거야. 그러나 머지않아 처지가 바뀔 거야. 내가 당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나는 당신네들 있는 곳과는 비할 바 없이 멀고 높은 곳에 가 있을거야. 저이는 내 옆에 오지 않으려고 하니 이상하지." 아씨는 혼잣말을 계속하는 것이었어요. "내 옆에 오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이봐, 히스클리프! 당신은 지금 그렇게시무룩해서는 안 돼. 내가 있는 데로 와, 히스클리프."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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