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워더링 하이츠로 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물었습니다. "보기에 그는 모든 점에서 달라졌어요. 완전히 기독교도다워졌어요. 사방의 원수에게 우정의 손을내밀고 있어요!"
"그가 설명을 하더군. 나도 빌리 못지않게 놀랐어. 넬리가 아직도 거기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넬리한테 내 소식을들으려고 갔었다는 거야. 그래 조셉이 힌들리 오빠에게 말했더니 오빠가 나와서 그동안 무엇을 했으며 어떻게 살았느냐고 묻기 시작하더라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엔 들어오라고 하더래. 마침 몇 사람이 노름을 하고 있었는데 히스클리프도 끼게 되었고 오빠가 그에게 돈을 좀 잃었대. 게다가 그에게 돈이 많은 것을 알고 저녁에 다시 와달라고부탁을 해서 그도 승낙했다는 거야. 힌들리 오빠는 너무 무모해서 신중하게 친구를 고르지 못하지. 그렇게 야비하게 욕을 보인 사람에게는 조심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하려 들지를 않는단 말이야. 그러나 히스클리프가 옛날에 자기를 박해하던 사람과 다시 인연을 맺으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저택에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에 몸을 두고 싶고, 우리가 함께 살았던 집에 대한 애착이 있어서야. 게다가 기머튼보다 거기서 살면 나도 그를 만날 기회가 더 많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거야. 워더링 하이츠에서 살게 해주면 사례는 후하게 할 작정이라니까 오빠는 틀림없이 욕심이 나서 단박에 허락할 거야. 오빠는 언제나 욕심이 많았거든. 오른손으로 잡은 것을 왼손으로 내버리기도 하디난 말이야." - P163

"젊은 사람이 살기에는 좋은 집이지요!" 저는 말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염려되지 않으세요. 아씨?"
"히스클리프라면 조금도 걱정 없어. 그는 똑똑하니까 위험한 일은 하지 않을 거야. 힌들리 오빠는 조금 걱정이 되지만. 그러나 지금보다 심보가 더 나빠질 리도 없고, 해를입힌다거나 하지 않게 내가 중간에 서지 뭐. 오늘 저녁 일로 해서 나는 다시 신과 인간에게로 돌아서게 됐어. 지금까지는 하나님의 뜻에 화가 나서 거역했었어. 정말 넬리, 나는 너무 괴로웠어! 그 괴로움이 얼마나 지독했는지 안다면 그이도 괜한 화로 그것이 사라진 기쁨을 흐리게 하는것을 부끄러워할 거야. 그 괴로움을 혼자 참으려 한 것은그이에 대한 배려에서였어. 자주 느끼는 괴로움을 내가 표시라도 했더라면 그이도 나 못지않게 그 괴로움이 덜어지기를 원했을 거야. 그러나 이젠 지난 일이야. 그러니 그이가 어리석은 짓을 한다고 해서 보복하지는 않겠어. 지금부터는 무슨 일이든지 참을 수 있어. 아무리 천한 인간에게 뺨을 맞더라도 다른 쪽 뺨을 돌려 댈 뿐만 아니라 화를 돋운 데 대해 용서를 빌 거야. 그 증거로 당장 그이한테 가서 화해를 청하겠어. 잘 자. 나는 이제 천사야!" - P164

 "넬리, 아가씨가 미쳤다는 걸 납득시켜줘. 히스클리프가 어떤 사람인지, 즉 세련된 데라고는 없고 교양도 없는 야만인이며, 퍼즈와 현무암뿐인 메마른 들판과 같은 인간이란 걸 말해 줘. 내가 아가씨에게 그를사랑하라고 권하느니 차라리 저 어린 카나리아를 겨울 숲에 놓아주겠어! 아가씨가 그러한 꿈을 꾼다는 것은 그의 성격을 한심할 정도로 모르기 때문이야. 그가 겉으로 봐서는 무서워도 마음속에는 깊은 인자함과 애정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야! 그는 아직 다듬지 않은 다이아몬드나 진주가 들어 있는 조개와 같은 촌뜨기가 아니라. 사납고 무자비하고 늑대 같은 사내야. 난 그 사람에게 이러저러한 원수를 해치는 것은 너그럽지 못하고 잔인한일이니까 그대로 놓아두라는 투로 말한 적 없어. 그들이 욕을 보는 게 싫어서 놔두라고 말하는 거야. 만약 아가씨가 귀찮다고 생각되면 그는 아가씨를 참새 알처럼 쥐어서 터뜨릴걸. 그가 린튼 집 사람을 사랑할 리 없다는 걸 난 알고 있어. 그렇지만 아가씨의 재산과 앞으로 물려받을 유산을 보고 결혼할 수는 있겠지.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그사람은 점점 탐욕이라는 죄에 빠지고 있는 것 같아. 내가보기에는 그래. 그리고 나는 그와 친구 사이야. 어느 정도인가 하면 만약 그가 정말 아가씨를 차지하려 한다면 아마 나로서는 아가씨가 덫에 걸리도록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할 정도로 친하단 말이야." - P169

"그는 생각하지 마요. 아가씨." 저는 말했습니다. "불길한 징조를 가지고 오는 새 같은 사람이죠. 아가씨의 짝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캐서린 아씨의 말이 좀 지나치긴 했지만 틀렸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의 마음을 나나 그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을 실제보다도 더 나쁘게 말하는 법이 없어요. 정직한 사람들은자기가 한 짓을 감추지 않아요. 그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돈을 벌었으며, 왜 그가 미워하는 사람의 집인 워더링 하이츠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사람이 오고부터는 언쇼 서방님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들 해요. 그두 사람은 날마다 밤샘 노름을 하고, 힌들리 서방님은 토지를 잡혀 돈을 꿔가지고는 노름이나 술 외에는 하는 일이없어요. 바로 일주일 전에 들은걸요. 조셉 영감이 말했어요. 기머튼에서 만났거든요. 그가 그러더군요. ‘넬리, 우리는 머지않아 검시관의 조사를 받아야 한대. 우리 집 두양반 중에 한 사람이, 다른 하나가 마치 송아지라도 죽이듯 제 몸에 칼을 꽂는 것을 말리려다가 손가락이 떨어질뻔했어. 자살하려고 한 것은 주인이야. 하나님의 심판을 받고 싶어서 못 견디겠다는 거지. 주인은 하나님의 법정에앉아 있는 재판관들을 두려워하지 않아. 바울, 베드로, 요한, 혹은 마태, 그 어느 누구도 겁내지 않는단 말이야. 우리 주인은 그러한 성자들 앞에 그 뻔뻔스러운 얼굴을 내밀고 싶다는 거지. 게다가 그 히스클리프라는 녀석 말이야.
그 녀석 대단해! 진짜 악마의 장난을 보고도 누구 못지않게 껄껄 웃을 수 있으니 말이야. 임자네 집에 가서, 우리집에서 자기가 얼마나 멋지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던가? 이런 식이야. 해질 때 일어나서 주사위를 던지고브랜디를 마시고 덧창을 닫고 다음 날 낮이 될 때까지불을 켜놓는단 말이야. 그러고 나면 우리 집 주인이 욕지거리를 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자기 방으로 가는데, 점잖은 사람은 낮부끄러워서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지 않을 수 없어. 그리고 그 악한은 돈 계산을 하고 먹고자고, 그리고 가서 남의 마누라와 쓸데없는 수작을 하는거지. 물론 캐서린 아씨에게는 아씨의 아버님 돈이 어떻게해서 자기 주머니로 들어오는지, 그리고 아씨 오빠가 몰락의 대로를 달음질쳐 가면 자기가 미리 달려가서 통행세를받고 문을 열어주어 빨리 파멸에 이르게 하고 있다는 걸 말해 주겠지? 자, 보세요, 린튼 아가씨. 조셉은 고약한 늙은이이긴 하지만 거짓말쟁이는 아니랍니다. 히스클리프의 행동에 대한 그 영감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아가씨도 그러한 남편을 갖고 싶지는 않겠지요?" - P170

태양이 제게 여름을 연상시키면서 그 잿빛 돌의 꼭대기를 노랗게 비추고 있었어요. 그런데 까닭은 모르겠지만 갑자기 어린 시절의 감회가 왈칵 가슴속에 이는 것이었어요.
이십 년 전에 힌들리 서방님과 제가 즐겨 놀았던 곳이라서요.
저는 그 비바람에 깎인 돌을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몸을 구부려 보니까, 그 돌 밑바닥 가까이 있는 구멍에 아직도 달팽이 껍질과 조약돌이가득 차 있지 뭐예요. 우리는 그러한 것을 그보다 빨리 썩어 없어지는 것들과 함께 그곳에 두기를 좋아했었지요. 그래서 제 눈에는 어릴 적 친구인 힌들리 서방님이 메마른잔디에 앉아 까맣고 네모진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그 작은 손으로 납작한 돌조각을 쥐고 흙을 파내는 모습이 선했답니다.
"불쌍한 힌들리 서방님." 저는 무심코 소리쳤어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어릴 적 힌들리 도련님이 얼굴을쳐들고 저를 똑바로 쳐다보는 게 역력히 보이는 듯했거든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습니다만, 저는 당장 어떻게해서라도 그 집에 가보지 않고는 못 견딜 그리움을 느꼈답니다. 게다가 미신 같은 생각이 들어 그 기분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만약 그분이 죽었다면! 혹은 곧 죽게 된다면! 이것이 죽음을 알리는 것이라면!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던 것이지요.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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