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도둑

내가 어렸을 때는 시간이 한 달 단위로 흘렀다. 보물섬이라는만화잡지가 창간된 후부터 그랬다. 한 달 내내 그 잡지가 집으로 배달되기를 기다렸다. 우체부가 두툼한 잡지를 건네주면 방에 틀어박혀 단숨에 읽어치우고는 또 한 달을 기다렸다. 인터넷은커녕 TV 신호도 잘 안 잡히는 시골에서는 잡지가 구원이었다. 시간은 무한정으로 남아도는 것이어서 그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 P25

"뭐라고?"
"무지요. 가난에 대한 무지, 부에 대한 무지요."
정답이다. 부자를 정말 부자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가난에대한 무지다. 예를 들어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재벌집 아들 김주원은 가난한 배우 길라임에게 천진한 얼굴로 이렇게 묻는다.
"이봐, 길라임씨, 혹시 가난한 사람들은 뭐 사고 싶은 게 있거나 하면 오랫동안 저축도 하고 마음도 졸이고, 뭐 그러는 거야?"
그가 타고 다니는 수입 컨버터블이나 고급 양복, 대저택이 아니라 이런 천진한 무지가 그를 정말 타고난 부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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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은 지구 질량의 1퍼센트에도 못 미치며, 우리가 비유한 달갈의 얇은 껍데기에 해당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관찰하고 채집할수 있는 유일한 층이기에, 놀라운 지식의 보고이기도 하다. 대륙은 지각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각에는 석영과 소듐(나트륨 Na)과 포타슘(칼륨)이 풍부한 장석 광물이 포함되어 있다. 뉴햄프셔의 화이트산맥이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극적으로 잘려 나간 모습의 시에라네 바다산맥에서 보이는 화강암은 대륙 지각을 이루는 전형적인 암석이다. 대양 밑의 지각은 다르다. 하와이 화산에서 뿜어지는 것과 같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무암에는 칼슘이나 소듐이 풍부한 장석 광물이 들어 있지만, 석영은 섞여 있지 않다. 대륙 지각은 대양 밑의 지각보다 더 두껍고 밀도가 낮아서, 대양 지각 위에 뜨는 양상을띤다. 차가운 음료에 얼음이 둥둥 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사실, 지표면의 물이 지형학적으로 낮은 곳에 고이는 이유는 바다 밑에 대부분(상대적으로) 가라앉은 현무암 지각 때문이다.
- P38

광물마다 녹거나 결정이 되는 온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 말이다. 지구가 형성된 지 수백만 년이 흐르는 동안, 뜨거운 맨틀에서 녹은 물질이 표면으로 솟아올라 넓게 퍼지면서, 행성과학자들이 마그마 바다 magma ocean 라고 부르는 것을 이루었다. 하와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화산인 킬라우에아에서 흘러나오는 용암을 본 적이 있다면, 어떤 풍경인지 감을 잠을 수 있을 것이다. 표면을 검게 뒤덮은 채 이따금 갈라지는 틈새로 주황색으로 이글거리면서 흘러가는 용암이 지구 전체를 뒤덮었다고 상상해보라.
열이 대기로 빠져나감에 따라서, 마그마 바다는 곧 식어서 대체로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드넓은 원시 지각을 형성했다. 그리고 이 지각이 두꺼워지고 바닥 쪽이 녹기 시작하면서, 화강암과 대체로 비슷한 이산화규소가 풍부한 암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대륙 지각이었다. 각이었다. 초기 지각 진화는 지르콘zircon 이라는 아주 작은 광물 알갱이에 기록되어 보존되어 있다.  - P42

지구 탄생의 이 놀라운 드라마 고대의 별 부스러기들이 뭉치고, 지구 전체가 녹고 분화하면서 지구 내부를 형성하고, 대양과 대기가 만들어지는 는 1억 년이나, 그보다 적은 시간에 걸쳐서 일어났다. 44억 년 전쯤에, 지구는 얇은 공기 아래 물에 잠겨 있는 암석형 행성의 모습을 갖춘 상태였다. 대륙은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작았고, 대개 바다에 잠기곤 했을 것이다. 나는 어린 지구가 인도네시아를지구 전체로 확장한 것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바다 위로 줄지어서 화산들이 봉우리를 내밀고 있지만, 대륙 같은 땅덩어리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수준 말이다. 지구는 짙은 대기로 감싸여 있었지만, 그 공기에는 산소가 없었다. 시간 여행자인 사람은 그 원시 지구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몇몇 친숙한 특징들을 지니고 있긴해도, 그 세계는 아직 우리의 지구가 아니었다. 거대한 대륙,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 -그리고 생명 - 가 있는 우리가 아는 세계는 아직 오지 않은 상태였다.
- P50

저명한 저자 존 맥피 John McPhee 는 지구의 복잡 미묘한 양상을 탐사한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어떤 이유로 이 모든 내용을 한 문장에 담아야 한다면, 나는 이 문장을 고르련다. ‘에베레스트산의 정상은 해양 석회암이다.‘"  - P55

지구가 점점 커지지 않는 한(커지고 있지 않다), 해령에서 새 지각이 형성된다면 다른 어디엔가에서는 오래된 지각이 사라져야 한다.
지각의 무덤은 섭입대 subduction zone 다. 섭입대는 한 지각판이 다른 지각판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지각의 암석을 원래 기원했던 맨틀로 돌려보내는 곳으로, 지각판의 가장자리를 따라 뻗어 있다. 대서양은 느리기는 하지만 가차 없이 넓어지고 있는 반면, 태평양 분지의 가장자리는 섭입대로 둘러싸여 있다. 알류샨 열도에서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이 지대에서는 화산과 지진이 빈발한다. 사실 해양 지각을 찢어서여는 것은 반대쪽에서 벌어지는 이 지각판의 침강 작용 때문이다. 그 결과 해령에서 수동적으로 새 지각이 생겨나는 것이다. 섭입되는 지각판은 뜨거운 맨틀로 가라앉으면서 녹기 시작하며, 이 녹은 물질이 지표면으로 솟아오를 때 화산이 분출한다. 지각판 사이의 마찰력으로 일시적으로 섭입이 멈출 수도 있지만, 꾸준히 가해지는 가라앉는 힘에 압력이 계속 쌓이다가 결국 마찰력을 넘어서게 된다. 그러면 지각판이 빠르고 격렬하게 움직이게 된다. 지진이 일어나는 것이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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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리는 지구의 중력에 얽매인 채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바위나 흙을 접할 수밖에 없다. 포장도로나 바닥 마루를 덮는다고 해도 한 꺼풀 벗겨내면 마찬가지다. 항공기를 타고 이륙할 때면 중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흥분은 잠깐일 뿐이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중력이 다시금 이기면서, 우리는 단단한 땅으로 돌아올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지구에 매여 있는 것이 오로지 중력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대기나 바다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흙이나 바다에서 흡수한 물과 영양소로부터 만들어진다. 또 숨을 들이쉴 때마다 허파에 들어오는 풍부한 산소는 음식물의 에너지를 추출하는데 쓰이며, 대기의 이산화탄소는 우리가 얼어붙지 않게 막아준다. 또냉장고 문의 강철, 음료수 캔의 알루미늄, 동전의 구리, 스마트폰의 희토류 등 필수로 쓰이는 갖가지 금속도 모두 지구에서 나온다. 우리에게 이런 온갖 것을 내어주고 우리를 지탱하며 지진이나 태풍이 찾아올 때처럼 이따금 해를 끼치기도 하는 이 거대한 공에 대다수가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랍기 그지없다. - P13

빅뱅으로 생성된 물질은 대부분 가장 단순한 원소인 수소 원자였고, 중수소(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추가된 것)와 헬륨도 약간 있었다.
리품도 아주 조금 있었고, 다른 가벼운 원소들도 그보다 더 적게 생기긴 했다.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사실 생겨난 것이 더 있긴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1950년대에 천문학자들은 별과 은하 별, 가스, 먼지가 마찬가지로 중력으로 묶여 있는 집함)의움직임을 이용하여 깊은 우주에서의 중력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늘에서 보이는 알려진 모든 물체들의 질량을 더했을 때, 그들은 하늘에서 관측한 사항들을 설명하기에는 질량이 모자란다는 점을알아차렸다. 우주에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중력을 통해 일반적인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면서도 빛과는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천문학자들은 그것에 암흑물질 dark matter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들은 그 뒤로 암흑물질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했지만, 아무도 확실하게 말하지 못한다. 게다가 우주가 돌아가는 양상을 설명하려면 암흑에너지 dark energy 라는 더욱 수수께끼 같은것도 있어야 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약 9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여겨진다. 즉, 우주를 만드는 데 주된 역할을 한다고 여겨지는데도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수수께끼의 구성 요소들이다. 우리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 P25

구체적으로 지구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모습을 갖추었고, 우리는 지구의 유아기에 관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빛이 우주의 역사를 말해준다면, 암석은 우리 행성의 역사를 알려준다. 그랜드캐니언을 바라보거나 루이스 호수를 둘러싼 산봉우리들에 감탄할 때, 우리는 돌에 새겨진 지구의 역사서들로 가득한 자연의 도서관을 보고 있는 것이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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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코의 색소폰 소리를 다쿠오도 들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서로의 마음은 신기하게도 통했다. 어느 쪽이나 같은 「A열차로 가자」를 연주하고 있다는 것은 ‘빅밴드 하자!‘ 라는 것이었다. 마음을 확인하는 것처럼 두 사람의 소리는 냇물을 사이에 두고 합주가 되었다. 두 사람 다 기뻐서 눈에 살짝 물기가 맺혔다.
"그만 두지 않아도 돼, 할 수 있을지 몰라. 아니, 하자, 재즈재즈 하자!"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두 사람의 섹션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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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은 교문을 나서자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걷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 잔뜩 흐린 얼굴이었다. 모처럼의 여름방학, 그토록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학교였는데 지금은 쫓겨나는 것이 괴롭고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
교사가 멀어져 보이지 않게 되자 갑자기 한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도모코다.
"으아아아앙!"
그것을 계기로 봇물 터지듯이 모두가 울었다. 누구도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앙!"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 눈물 집단을 마을 사람들은 놀란 채 바라보았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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