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풍이 불어닥친다.

떠 있는 해가 무색하다. 밤도 아닌데 세상은 이미 어둠을 맞아들였다. 깊은 바닥에서 끌어올린 듯한 바람 소리가 세상을 잡아먹을 듯이 윙윙거리고 있다.
끼이익, 한 남자가 힘겹게 문을 밀고 들어서더니 촉 낮은 전등 불빛 아래에서 구석에 놓여 있는 물그릇을 찾아 들고는 눈을 씻어 낸다.
이내 물을 한 모금 삼키더니 뱉어 낸다. 뱉어 낸 물이 누렇다. 입안에 들어간 모래 때문일 게다. 남자는 이제 몸에 붙어 있는 모래를 떨어낸다. 모자를 벗어 털고, 겉옷을 벗어 털고, 장화를 벗어서 뒤집어 털고….. 그때마다 누런 모래가 쏴르르 한 뭉텅이씩 떨어진다.
- P11

그런데 태풍이 불면 왜 해일이 일어날까요? 태풍은 "열대 해상에서 일어난 강력한 저기압"이라고 앞에서 이야기했지요. 저기압은 주변과 견주었을 때 기압이 낮은 것을 말해요. 강한 저기압이라고 하는 것은 주변보다도 기압이 더 낮은 것을 말합니다. 해수면 위에 강한 저기압이 있으면 해수면을 누르는 힘이 작아지겠지요? 저기압이니까요. 해수면을 누르는 힘이 약하니까 해수면이 상승하는 거지요.
- P48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슈퍼 태풍만 일어나는 게 아니에요. 물은 4℃에서 가장 부피가 작은데, 온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그만큼 부피가 팽창하게 되지요. 그런 이유로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어요. 또 기체가 물에 녹는 정도인 용해도는 온도가 낮을수록 커지는데, 수온이 올라가면 바닷물에 다량으로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실기체가 대기 중으로 날아가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기후 변화가 더 심하게 일어날 거예요.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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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미 문화에서 빅 미 문화로의 변화가 딱히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너무 과도했다. 한계와 도덕적 투쟁을 강조하는 실재론적 전통은처음에는 긍정의 심리학이 꽃피면서, 그다음에는 소셜 미디어의 자기과시 풍조가 만연하면서, 마지막으로 능력주의 시스템의 경쟁 스트레스로 인해 부주의하게 옆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제 우리는 외적인아담 I은 강하게 단련하지만 내적인 아담 Ⅱ는 무시하는 도덕적 환경에 살고 있고, 이로 인해 불균형이 생겼다. 이 문화에서는 외적인 능력과 성취로 개인이 규정되고, 서로에게 자기가 얼마나 바쁜지 이야기하느라 바쁜, 말 그대로 ‘바쁨‘을 숭배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내 학생인 앤드루 리브스는 이런 문화에서는 삶이란 당연히 성공을 향한 오르막으로 곧장 올라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비현실적 기대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작은 성과에 만족하고, 가진재능으로 연명하고, 맡은 일을 제시간에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 느끼지, 어떤 임무에도 온 영혼을 바쳐서 몸을 던지지 않는다.
이 전통은 정상으로 전진하기 위해 ‘어떻게‘ 일할지는 가르쳐 주지만, ‘왜‘ 그 일을 하는지를 묻도록 장려하지는 않는다. - P451

이 두 가지 큰 특징, 즉 더 많은 칭찬과 더 많은 연마는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한다. 어린이들은 사랑을 듬뿍 받지만, 그 사랑에는 방향성이 있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애정을 듬뿍 쏟지만, 그애정은 단순한 애정이 아닌 능력주의적 애정이다. 자녀들이 세속적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욕망이 뒤섞인 애정인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을 성취와 행복에 이르게 할 거라고 생각하는 행동들을 장려하는 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부모들은자녀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연습을 열심히 하고, 1등을 하고, 명문대학에 들어가고, 우등생이 되면 (요즘 학교에서 우등생이라 하면 1등 하는 것을말한다) 더 열렬히 기뻐한다. 부모의 사랑이 성과급처럼 되어 가는 것이다. 그냥 단순히 "사랑해"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저울 위에 있으니 사랑해. 그 위에 잘 있어야지만 너한테 칭찬과 사랑을 쏟아부을거야."
- P453

인격은 내적 투쟁 과정에서 길러진다. 인격은 자신의 결함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서서히 각인되는 여러 기질, 욕망, 습관 들이합쳐져서 만들어진다. 자제력을 발휘한 수천 번의 작은 행동들, 나눔, 봉사, 우정, 정제된 즐거움 등을 통해 더 절도 있고, 사려 깊고,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된다. 절도 있고 사려 깊은 선택을 하면마음속에 서서히 특정 성향을 각인시키게 된다. 옳은 것을 원하고, 옳은 행동을 실행할 확률이 높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기적이고, 무자비하며, 무질서한 선택을 하게 되면 서서히 자기 내면의 중심이 타락하고, 변덕스럽고, 조각난 무언가로 변해 버릴 것이다. 이 내적 중심은 타인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고, 그저 비열한 생각을 품는 것만으로도 손상받을 수 있다. 동시에 이 내적 중심은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억제력을 발휘함으로써 강화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일관성 있는 인격을 길러 나가지 않으면, 삶은 언젠가 산산조각 나고 말 것이다. 정념의 노예가 될 수도있을 것이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자제력을 발휘해 행동하면 변함없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될 것이다.
- P467

성숙함은 빛나지 않는다. 성숙함은 사람들을 유명하게 만드는 성향들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성숙한사람은 안정되고 통합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성숙한 사람은 내면이 조각난 상태에서 중심이 잡힌 상태로 변화한 사람이고, 마음의 불안과 동요에서 벗어난 사람이며, 삶의 의미와 목적에 관한 혼돈이 가라앉은 사람이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에 따라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무엇이 옳은지를 결정하는 견실한 기준을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몇몇 압도적이고 중요한 긍정을 위해 수많은 부정을 해 온 사람이다.
- P473

기쁨은 다른 사람이 칭찬을 한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기쁨은 뜻하지 않은 순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다. 기쁨은 전혀예상치 못한 순간 선물처럼 온다. 극히 짧은 순간, 우리는 문득 우리가 왜 이곳에 있는지, 우리가 섬기는 진리는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 순간 현기증이 느껴지는 것도, 오케스트라의 황홀한 클라이맥스가 들리는것도, 휘황찬란한 불빛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대신 만족감, 정적, 평화, 그리고 숨죽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순간이야말로 축복이자 아름다운 삶의 징표다.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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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의 가르침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하나님이 그 아기를 찾아간다는구나. 그리고 그 아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다 알려주시고는,
손가락으로 아기 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쉬" 하고 말씀하신단다. 하나님은 그렇게 아기와 비밀을 간직하자는 약속을 하는 거야. 네 얼굴을 보면 코 바로 아래 부분, 윗입술 위에 움푹 들어간 자리가 있지? 
인중이라 부르는 그곳이 바로 하나님의 지문이 남아 있는 자리, 하나님과 네가 한 비밀 약속의 흔적이다.
•••••
네가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네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믿는 것! 하나님과의 비밀 약속을 기억하고, 네가 지니고 있는 삶의 지혜를 되찾는 것이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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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숲 근처에 사는 하야카와네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P4

나무나 화초의 부모들도 걱정이 많겠죠.
소중하게키운 씨앗도 언젠가는 바람에 실리거나 빗방울에 튕겨나가 독립하죠.
부모가 계속지켜줄 수는 없으니까요..
무사히 싹을 틔워 살아가기를 바랄 뿐,
기대를 따라주지 못하는 씨앗도 분명 있겠죠.
기대는 기대일 뿐.
씨앗 본인과는 관계없죠.
- P88

이렇게도아름다운 세계에 이별을 고하고 언젠가 죽을 자신이 슬펐던 일.
이 슬픔은 분명 아름다움의 일부겠지.
곧, 밤이 열리는 계절이야.
잘 부탁해!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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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있어서, 아무런 목적 없이저지르는 그 사소한 범죄 행위는 일상의 타락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자기만족적인 삶의 일부로서 이렇듯 사소한 악행들을 저지르고 산다.
그가 정말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그릇된 사랑과 죄악을 자연스럽게 쫓는 성향이 인간의 본성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죄를 지을 뿐 아니라, 죄에 묘하게 매료된다. 우리는 유명인사가 말도 안 되는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결국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명되면 조금 실망하곤 한다. 귀여운 아이들도 아무할 일 없이 내버려두면 금세 말썽을 일으킬 방법을 찾아내곤 한다.(영국 작가 G. K. 체스터턴은 화창한 일요일 오후, 따분함을 참을 수 없게 된 아이들이 고양이를괴롭히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죄악이 실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동지애나 우정 같은 아름다운 관례도 더 고귀한 소명과 연결되지 않으면 왜곡될 수 있다. 배를 훔친 일화도 타락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날 밤 혼자 있었다면 아마도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으리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날 소년들이 그런 일을 벌인것은 동지애를 나누고 싶은 욕망, 서로를 치켜세우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우리는 패거리에서 소외당하는 것이 두려워 다른 상황에서라면 양심에 꺼린다고 생각할 일을 할 때가 많다. 올바른 목표와 연결되지 않은 집단은 개개인보다 더 야만적일 수 있다.  - P351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삶을 개혁하기 시작했다. 마니교와 절연하는 것으로 그 첫걸음을 뗐다. 세상이 칼로 자르듯 순수한 선과 순수한 악의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진실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선은 항상 악을 동반한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에는 자만심이, 정직함에는 무자비함이, 용기에는 만용이 따르는 식으로 말이다. 윤리학자이자 신학자인 루이스 스메데스는 우리 내면세계의 얼룩진 본성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며 아우구스티누스적 사상을 드러냈다.
「우리 내면의 삶이 밤과 낮처럼 구분되어, 한쪽은 순수한 빛만이,
다른 쪽은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영혼은 그늘진 곳과 같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차단하고,
내면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경계에 살고 있다. (..) 우리가 늘 어디에서 빛이 끝나고 그림자가 시작되는지, 어디에서 그림자가 끝나고 어둠이 시작되는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P354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가 자기 힘으로 구원을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구원에 이르지 못하도록 하는 죄를 더 크게 만들게 된다고 믿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자만의 죄를 허용하는 것이다.
- P357

고대 그리스의 데모스테네스는 말을 더듬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말을 더듬었기 ‘때문에‘ 위대한 웅변가가 되었다고들 한다. 결함이 오히려 그와 관련된 기술을 완벽하게 연마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영웅은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존슨은 자신의 결함 때문에 위대한 도덕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선이 악을 정복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했다. 그의 이야기는 기껏해야 선이 악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가 될 것이었다. 존슨은 자신의 결점을 치유하기보다 완화할 방법을 모색한다고 썼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결함과 영원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결함에도 연민을 가질 수 있었다. 존슨은 도덕주의자였지만, 인정 많은 도덕주의자였다.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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