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풍이 불어닥친다.
떠 있는 해가 무색하다. 밤도 아닌데 세상은 이미 어둠을 맞아들였다. 깊은 바닥에서 끌어올린 듯한 바람 소리가 세상을 잡아먹을 듯이 윙윙거리고 있다.
끼이익, 한 남자가 힘겹게 문을 밀고 들어서더니 촉 낮은 전등 불빛 아래에서 구석에 놓여 있는 물그릇을 찾아 들고는 눈을 씻어 낸다.
이내 물을 한 모금 삼키더니 뱉어 낸다. 뱉어 낸 물이 누렇다. 입안에 들어간 모래 때문일 게다. 남자는 이제 몸에 붙어 있는 모래를 떨어낸다. 모자를 벗어 털고, 겉옷을 벗어 털고, 장화를 벗어서 뒤집어 털고….. 그때마다 누런 모래가 쏴르르 한 뭉텅이씩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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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슈퍼 태풍만 일어나는 게 아니에요. 물은 4℃에서 가장 부피가 작은데, 온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그만큼 부피가 팽창하게 되지요. 그런 이유로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어요. 또 기체가 물에 녹는 정도인 용해도는 온도가 낮을수록 커지는데, 수온이 올라가면 바닷물에 다량으로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실기체가 대기 중으로 날아가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기후 변화가 더 심하게 일어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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