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연결 능력과 공감 능력에 대한 신경과학자들의 연구는 잦은 상호작용의 필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과 같은 과학자들은 뇌와 심장을 연결하는 미주신경이 얼굴 표정을 읽고 어조를 이해하는 능력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보여주었다. "미주신경 긴장도(심박의 변동을 파악하고 측정한다)"의 증가는 연결 능력과 관련이 있다. 프레드릭슨은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발표한 연구를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인식하고 그들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건강해집니다. 그 반대도 성립합니다." 얼굴을 직접 마주할 때 주고받는 표정과 몸짓은 인간관계뿐만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중요하다. 미주신경계는 인간관계를 위한생물학적 시스템의 일부다. 공감의 원동력이 되는 진화의 산물인것이다. 이 신경계는 사용하지 않으면 능력이 저하된다. "기본적생물학적 능력인 대면 상호작용은 정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결국 사라진다." 프레드릭슨의 말이다. - P63

 나는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의 연구를 떠올렸다. 그는 20세기 중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관찰함으로써 공적 공간에서 사람들이 지키는 근접성의 규범들을 탐구했다. 아브라모비치와 마찬가지로 고프먼은 평범하고 작은 행동들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책 《상호작용 의례》에서 "우리가 때때로 무의미하게 여기는 몸짓이 사실 그 어떤 것보다 충만한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프먼은 공적 공간에서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지지 않는 상호작용이 사회적 삶의 기초를 형성한다고 생각했다. - P64

하지만 기술은 개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총격사건이 분명히 보여주었듯이 우리가 갖고 있는 기기들은 주변에대한,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암묵적 의무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기본 예의를 지키는 것과 같은 의무는 그리 힘들지 않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요청받게 된다. 그런 순간에 그들의 고통을 촬영하면 유튜브의 조회수가 얼마나 높아질지 생각해서는 안된다. 행동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무관심한 방관자가 아니라 잔인한 관음증 환자가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 P85

이제 우리는 경험 보상 효과를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대면 경험이 드물어지고 성급함이 개입하고 만족감이 떨어지면서 우리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매개된 경험에 더 깊이 빠져든다. 악순환은 끝없이 반복된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선천적 능력인 현실에서의 상호작용 능력은 저하된다. 고프먼은 말했다. "어떤 행동이 거짓이 되는 것은 새로운 거짓 루틴이 생겨서아니다. 변화한 상황에서도 기존에 유효했던 루틴을 계속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면 경험, 즉 실제 세계에서의 경험은 불쾌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냄새나는 남자가 옆에 앉아 있는 경험이 깨달음을 가져다줄리는 없다. 도덕군자인 척하는 사람이나 그런 경험에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세계와의 이런 일상적인 만남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강화한다. 거기에 마음을 열어야 놀라움, 불쾌, 불편 그리고 뜻밖의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말했다. "관심은 가장 희귀하고 순수한 형태의 관대함이다." 물리적으로 구현된 존재로서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즉 같은 공기를 마시고, 말로 하지 않은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서로의 몸짓에 공감하는 것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주려면 그의 물리적 존재에 시간을 할애해야만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이런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강록서序

어째서 후삼경자後三庚子라고 했는가. 여정과 날씨의 흐리고 맑음을 기록하면서 한 해를 가지고 달과 날짜를 말하려는 것이다. 어째서 ‘후後‘라고 했는가.
지금이 숭정崇禎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외층이 통치하던 시기의 연호) 연간의 뒤를 잇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삼경자‘라 하였는가. 숭정 황제가 즉위한 지 세번째로 맞는 경자년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숭정‘을 말하지 않았는가. 압록강을 건너야하기 때문에 이를 피한 것이다. 어째서 이를 피했는가. 강 저편은 온통 청나라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천하가 모두 청나라의 연호를 쓰기 때문에 감히 숭정을 말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째서 사사로이 숭정을 말하는 것인가.
황명皇明은 중화인데 우리나라가 애초에 승인을 받은 상국上國인 까닭이다. 숭정17년 의종황제가 명나라 사직을 위하여 죽었다. 명이 망한 지 벌써130여 년이나 되는데 어째서 지금까지 숭정의 연호를 쓰고 있는가. 청나라사람들이 들어와 중국을 차지하자 선왕의 제도가 변해서 오랑캐가 되었다. 우리의 동녘 수천리 강토는 강을 경계로 나라를 이룩하여 홀로 선왕의 제도를지켰다. 이는 명나라의 황실이 여전히 압록강 동쪽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주는 일이다. 힘은 비록 저 오랑캐를 쳐 없애고 중원 땅을 깨끗이 정리함으로써 선왕의 옛 시절을 광복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사람마다 모두 숭정을 높여 중국을 보존하자는 뜻이다.
숭정 156년 계묘에 열상외사(열上外史연암의 별호)는 쓰다.
‘후삼경자‘는 곧 우리 성상聖上 (정조를 말함) 4년(1780년) 청淸 건륭乾隆 45년이다. - P36

성문에 못 미쳐 동쪽에서 한바탕 소나기가 몰려온다.
채찍을 마구 휘두르며 서둘러 성 문턱에 와서야 말에서내렸다. 혼자 문루에 걸어 올라갔다. 성 밑을 굽어보니,
창대 혼자 말을 잡고 섰고 장복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뒤 장복이가 튀어나와, 길 옆 작은 일각문‘에 버티고 서서위아래를 살피더니 삿갓으로 비를 가린다. 손에는 조그만오지병을 들고 바람나게 걸어온다. 둘이 주머니를 터니 돈스물여섯 푼이 나왔단다. 조선의 돈은 청나라로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길에 버리자니 아깝고 해서술을 샀다는 것이다.
"너희들, 술은 얼마나 하느냐?"
"입에도 못 댑니다요."
"예끼! 한심한 놈들, 술도 마실 줄 모르다니."
한바탕 꾸짖으면서 다른 한편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술도먼 행로에 약간의 도움은 될 테지."
혼자서 쓸쓸히 한 잔을 부어 마시며 동쪽을 바라보니,
용만과 철산의 모든 산들이 첩첩 구름 속에 들어 있다.
다시 한 잔을 가득 부었다. 문루 첫번째 기둥에 뿌리며, 잘다녀올 것을 스스로 빌었다. 그리고 또 한 잔을 부어 그다음 기둥에 뿌리며 장복과 창대를 위해 빌었다. 술병을 흔들어 보니, 아직도 몇 잔 더 남아 있기에 창대를 시켜 술을 땅에 뿌리도록 했다. 말을 위한 것이다. - P42

"길이란 알기 어려운 게 아니야. 바로 저편 언덕에 있거든."
"먼저 저 언덕에 오른다"는 말씀을 이르시는 겁니까?"
"그런 말이 아니야. 이 강은 바로 저들과 우리 사이에경계를 만드는 곳일세. 언덕이 아니면 곧 물이란 말이지.
사람의 윤리와 만물의 법칙 또한 저 물가 언덕과 같다네.
길이란 다른 데서 찾을게 아니라 바로 이 사이에 있는것이지."
"무슨 뜻인지요?"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한 법이지. 서양 사람들은기하학의 한 획을 변증하면서 선 하나를 가지고가르쳤다네. 그런데도 그 미세한 부분을 다 변증하지 못해 빛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라고 말했어. 이건 바로,
부처가 말한 ‘닿지도 떨어져 있지도 않는다‘는 그 경지일세.
그러므로 이것과 저것, 그 사이에서 존재하는 것은 오직길을 아는 이라야만 볼 수 있는 법, 옛날 정자산‘ 같은사람이라야 될걸." - P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정신판 머리말
열하일기,
천의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쾌한 유목일지

1780년, 부도 명예도 없이,
울울한 심정으로 40대 중반을
통과하고 있던 연암 박지원에게
중원대륙을 유람할 기회가 찾아왔다.
삼종형 박명원이 건륭황제의
만수절(70세 생일) 축하 사절로
가게 되면서 개인수행원 자격으로
연암을 동반하기로 한 것이다.
5월에 길을 떠나 10월에 돌아오는
장장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이 여행의 기록이 바로 『열하일기」다. - P4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단 하나의 텍스트만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열하일기』를 들 것이다. 또 동서고금의 여행기 가운데 오직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또한 ‘열하일기」를 들 것이다. 「열하일기」는 이국적풍물과 기이한 체험을 지리하게 나열하는 흔해 빠진 여행기가 아니다. 그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뜨거운 ‘접속‘의 과정이고, 침묵하고 있던 ‘말과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굴‘의 현장이며, 예기치 않은 담론들이 범람하는 ‘생성‘의 장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열하일기』를 통해 아주 낯설고 새로운 여행의 배치를 만나게 된다. - P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험은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공간에서 자신의 육체를 통해 즐기는 것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난 후에도 사진을 보거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그 사건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경험에 대한 감정을, 특히 극적이거나 인상적인 경험에 대한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때라면 그 느낌은 "네가 거기 있었어야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구글 엔그램 Google Ngram에 따르면, 이 문구의 사용 빈도는 1960년대부터 2012년까지 꾸준히 상승하다가 이후 가파른 하락세로 돌아섰다. 엔그램은 다양한 출판물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언어 사용을 측정한다. 2012년은 미국인의 스마트폰 사용이 전년 대비 가장 빠르게 증가한 해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사용 비율은 단 12개월 만에 31퍼센트에서 44퍼센트로 증가했다. - P29

1930년대 비평가 발터 벤야민은 경험과 분리된 문화, 대부분의 경험이 가장된 문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했다." 그는 "경험의 빈곤이 사람들을 낯선 유형의 절망으로 몰아넣고 "모든 것이 가장 단순하고 편안한 방법으로 해결되는" 존재 방식에서 안도감을 찾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경혐의 대단히 많은 부분에서 매개 기술을 수용함으로써 우리는 확실히 더 편안하고 편리한 삶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따랐다.
가상의 연결에 실질적인 이점이 있는 것은 맞지만 전체로서 우리는 대면 연결보다 매개된 연결을 선호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공적 공간에서 ‘부재의 현존‘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비판받는 수많은 일 중 하나를 한 것에 불과하다. 인도를 걸으면서 어떤 식으로든 경험을 매개하는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를 세어보라. 운전중에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흔해졌는지 생각해보라. 우리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문자 메시지에만 매달린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에 뒤덮여 살지만 사회적 기술(예의범절, 인내, 눈 맞춤)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물리적 공간에 대한 이해와 상호작용이 부족하다. 물리적 현실이 가진 한계를 참지 못한다. 우리 몸의 신체적 한계든, 대기 줄에서의 기다림이든, 혹은 지루함이든 말이다. 우리는 실제보다는 가장된 것에 점점 더 끌린다. - P32

20세기 마케터들은 ‘라이프스타일‘을 만능 용어로 사용했다. 21세기에는 ‘경험‘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1997년에 B. 조지프 파인 2세와 제임스 H. 길모어는 고객에게 단순한 상품과 서비스가 아닌 "기억에 남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의 부상에 대해 설명했다. ‘
애플 광고가 이런 추세의 전형이다. "바로 이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경험, 즉 어떤 느낌을 주는가입니다." 이 문구는 매력적인 남성의 이미지와 함께한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적당히 맺힌 땀, 그리고 조각같이 잘 다듬어진 이두박근에는 아이팟이 매달려 있다. 그는 조깅 중에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치 이 아이팟이 가능하게 한 순간을 음미하기 위해 멈춰선 것처럼. <뉴욕타임스>와 같은 매체에 두 페이지로 실린 이 광고는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이 광고는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경험을 판매하고 있다.
사회심리학 연구는 우리가 물건의 구매보다 여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콘서트 관람과 같은 경험을 통해, 즉 "갖는" 것보다 "하는" 것을 통해 더 큰 행복을 얻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호텔, 화장품, 음료수 등 모든 것을 특별한 경험으로 마케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P37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해졌다"는 유르겐슨의 말이 옳다. 그러나 그것만이 모호해진 것은 아니다. 인간인 우리의 관점도 모호해졌다. 얼마 전만 해도 다른인간의 자살을 목격하는 것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식되었고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여전히 그렇다.
그러나 이제는 뉴욕의 한 여성이 다리 위에서 자살을 시도하는남자를 의도적으로 배경에 넣어 ‘셀카‘를 찍었다는 이야기나 교통체증에 짜증을 내던 로스앤젤레스 고속도로 통근자들이 고가에서 뛰어내리겠다며 교통 체증을 일으킨 남자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무엇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자살 시도 같은 비극적인 사건조차도 일상적인 오락거리로 훔쳐보게 되었을까? 기술은 우리에게 힘과 통제감을 선사하지만 너무 많이 사용하면 그 힘은 바람직하지 못하게 변질될 수 있다. 리처드 세넷은 썼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 갈망하는 것은 보통의 경험이 아닌 과장된 경험이다. 그들은 경험 속에서 자신을 보여주는 데에만 집중해 개별적인 상호작용이나장면이 갖는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 지리학자 이-푸투안Yi-Fu Tuan은 "경험은 위험을 극복하는 것이며 ‘경험‘이라는 단어는 ‘실험experiment‘, ‘전문가expert‘, ‘위험한 perilous‘과 어원이 같다"고 했다. 그는 경험은 낯선 곳으로 과감히 나아가고 불확실성과 잠재적인 위험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의 위험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것은 경험이 아니다. - P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대체 이 두 사람은 누구를 만족시키려고 이러는 거였을까? 리마의 관객들? 아니,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만족하고 있었다. 우리는 놀라운 수준의 훌륭한 것들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와서, 우리가 다시 경험하지 못할 아름다움을 희미하게 기억한 채 살다가,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간다. 피오 아저씨와 카밀라 페리촐레는 그들보다 앞서 칼데론이 스페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천상계 수준의 연극을 페루에서 일궈내려고 스스로를 고문하고 있었다. 걸작이 목표로 하는 대중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 P145

 화창한 날이면 두 모자가 인공으로 조성된 계단식 정원을말없이 걷고 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럴 때 카밀라는 자신이 항상 사회적 지위와 연관 지어온 지극한 행복이 언제 시작될지 생각한 반면, 돈 하이메는 그저 햇살을 즐기며 언제 또 구름이 밀려올지 걱정했다. 그들은 어느 외딴 나라에서, 혹은 옛 민요에서 튀어나와 길을 잃고 이곳에 흘러든 존재처럼 보였다. 아직 새로운 언어를 배우지도 새로운 친구를 찾지도 못한 채 말이다. - P163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그녀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의젓한 어린소년이 여관에 나타났다. 소년이 입은 고급 옷은 낡고 얼룩져 있었고, 갈아입을 옷이 담긴 작은 보따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소년의 어머니는 용돈으로 쓰라며 금화 한 닢을 챙겨 주었다. 잠 못 이루는 밤에 보라며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작은 돌멩이도 주었다. 그들은 마차를 타고 함께출발했지만, 곧 피오 아저씨는 덜컹거리는 마차가 소년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소년을 목말 태우고 걸어갔다.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에 가까워졌을 때, 하이메는 수치심을 감추려 애썼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이 드러날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오 아저씨가 그의 친구인 한 선장을 방금 앞질렀기 때문에 특히 더 창피했다. 그들이 다리에 도달했을때, 피오 아저씨는 어린 소녀와 함께 여행 중인 한 노부인에게 말을 걸었다. 피오 아저씨는 다리를 건너고 나면 잠시 앉아서 쉬자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그럴 필요가 없게되었다. - P181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삶의 목표로 삼았던 특성들이 어디에나 있고, 세상은 이미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그것을 말해 주는 새로운 증거에,
마치 소녀처럼 행복감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 P204

지금 이 순간에도 나 말고 에스테반과 페피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오직 카밀라만이 그녀의 아들과 피오 아저씨를 기억하고, 오직 이 여인만이 자신의 어머니를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는 곧 죽을 것이고, 그 다섯 명에 대한 모든 기억도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받다가 잊힐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모든 사랑의 충동은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랑으로 돌아간다. 사랑을 위해서는 기억조차 필요하지 않다. 산 자들의 땅과 죽은 자들의 땅이 있고, 그 둘을 잇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오직 사랑만이 남는다. 오직 사랑만이 의미를 지닌다. - P2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