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말라리아원충 가운데 열대열 말라리아원충은 가장 흔하며 가장 살해 가능성이 높아서, 매년 21만 5,000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 폭격으로 죽은 사람 수와 거의 같은데, 이런 일이 매년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기생충 자체를 공격하는 방법은 말라리아와 싸우는 데 그리 성공적인 전략이 되지 못했다. 특히 가장 널리 쓰이는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chloroquine과 설파독신 - 피리메타민 sulphadoxine-pyrimethamine에 대해 열대열 말라리아원충이 점차 내성을 지니게 되면서 더 그러했다. 
"이 질병의 아킬레스건은 매개체예요." 2016년 세계 최고의 말라리아 퇴치 전문가인 분자생물학자 안드레아 크리산티 Andrea Crisanti가《스미스소니언 Smithsonian > 매거진에서 말했다. 병원체를 공격하면
"결국 내성만 기르게 되니까요."
그런데 매개체를 파괴한다면? 게임 오버다.
- P352

모기는 대략 3,500종 정도 된다. 이 가운데 병을 전파하는 것은 약100 종뿐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 말라리아 감염의 대다수를 전파하는 것은 겨우 8종으로, 모두 형태학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생식적으로격리 된 아노펠레스 감비아이 Anopheles gambiac 종 복합체에 속한다.
아노펠레스 감비아이가 질병을 퍼뜨리는 것 말고는 우리 세계에서별 의미 있는 생태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믿는 과학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들은 계속 살펴보고, 또 열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모기가 사라졌을 때 다른 생물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생태적 틈새도 없음을 알아냈다. 우리가 이제껏 사냥, 서식지 손실, 인간 활동으로인한 기후변화 등으로 많은 동물을 멸종시키긴 했지만, 이제 피 빨아먹는 이 모기들, 그리고 치명적 질병을 옮기는 얼마 되지 않는 이 모기를 최초로 인간의 의도에 따라 지구 표면에서 멸종시켜야 한다고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내가 의도적 멸종intentional extinction이라는 개념에 대해 처음으로 들은 것은 2010년 《네이처》에 실린 저널리스트 재닛 팡Janet Fang의 기사를 통해서였다. "궁극적으로, 다른 생명체는 하지 못하는데 모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아마도 한 가지만 빼고는. 모기는 한 개체의 피를 빨아 먹은 뒤 이를 다른 개체의 몸속에 주사하는 점에서는 치명적일 정도로 능률적이다. " - P354

그리하여 이 대목에서 유전자 드라이브가 등장한다. 하나의 종을멸종으로 몰아가지 않고 그 대신 이 종을 근본적으로 변형시켜 훨씬털 위험한 형태로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고 판단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2015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의 한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을 쉽게 하는 크리스퍼 캐스CRISPR-Cas9이라는 기술로 모기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열대열 말라리아원충을 죽이는 항체를 옮기도록 했다. 나아가 이 항체 유전자가 월등한 우성유전자가되어 다음 세대에 항체가 유전되는 비율이 99%까지 올라가고 거의 모든 자식, 그리고 그 자식의 자식까지 말라리아를 퍼뜨리지 못하도록 모기의 신체 기관계를 조작했다. 모기의 출생과 번식 주기가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런 유전자가 광범위한 개체군 전체에 퍼지게 될 것이다.
- P355

돌고래가 실제로 고조된 감정을 지닐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보다 자기감정을 훨씬 잘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큰돌고래의 대뇌변연계가 뇌 전체에 퍼져 있는 양상 때문에, 서로 충돌하며 작용하는 감정적 측면과 이성적 측면이 따로 있지 않을 수도 있다(운전중에 분통을 터뜨리는 인간 뇌가 너무도 자주 그렇듯이), 야생 돌고래 프로젝트의 연구 총책임자 데니스 허징Denise Heizing의 믿음에 따르면, 오히려 감정은 모든 돌고래의 생각과 행동에서 훨씬 완전하게 통합된 부분을 이룰 수도 있다. 그 결과 인간보다 훨씬 깊은 감정적 애착을 서로에게 느끼고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도 훨씬 큰 공감을 보이게 되는데,
이 공감이 바로 고래목이 가진 인간 감정의 유사물이다.
더욱이 뇌 손상을 입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시각이나 청각 등 감각 정보의 처리와 관련된 신피질의 뉴런과 대뇌변연계의 뉴런 비율은 감정 절제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돌고래는 이 비율이 인간보다 훨씬 높다. 야생 돌고래 프로젝트의 과학 고문인 토머스 화이트 Thomas White는 "인간이라면 흥분하여 폭력적 반응을 보였을 법한 상황에서도 돌고래가 인간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않는이유"가 이런 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전형적인 상황에서 돌고래가 가령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과 같은 특정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실은 감정 상태가 고조되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말 그렇다면 이는 감정 지능이 엄청나게 높다는 지표일 것이다.
- P370

비교적 평온한 삶을 살아온 코끼리들의 경우 위협적인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거나 코를 쳐들어 바람의 냄새를 맡거나 서로 무리를 짓는 방식으로 반응했다. 도살 과정에서 살아남은 코끼리들은 위협적이지 않은 소리는 위협적인 소리든 별반 다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한 순간에 응당 느꼈어야 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물리적 현실에 감정을맞추려고 힘겹게 애쓰는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당연히 이들 코끼리에게 PTSD에 대해 알려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연구 팀은 자신들이 목격한 것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필라네스버그국립공원의 코끼리 떼가 장기간에 걸쳐 심리적 고통을 받아 온 결과라고 결론 내렸다. 인간의 PTSD가 단지 문화적으로 구축된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유전자 속에, 그리고 수천만 년 전 공통조상을 두었던 생물의 유전자 속에 박혀 있는 것임을 입증하는 증거의 토대에 또 하나의 벽돌이 쌓인 것이다.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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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하나의 종으로 더 오래 살고자 한다면, 확실히 또 다른 식량 공급원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땅은 많이필요하지 않으면서 오염은 덜 발생하고, 젖소와 돼지와 가금류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식물을 단백질로 바꿀 수 있는 식량 공급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우리가 음식에 대한 까다로운 성향을 줄여야 한다고 믿고 있다. 곤충을 널리먹기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 P295

군집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개미가 보여 주는 행동을 생각할때, 단지 짐작일 뿐이긴 하지만, 인간이 이런 개미를 더 많이 닮기 위해 배울 수 있다고 고무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인간이 점점 더 서로 연결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어쩌면 그런 방향으로 가고있는지도 모른다. 탁월한 포유동물학자이자 자연에 관해 쓰는 작가인 팀 플래너리 Tim Flannery도 분명 이렇게 믿게 되었다.
플래너리는 다음과 같은 사색을 쓴 적이 있다. "인터넷의 발명으로 우리 종도 이와 비슷한 사회적 진화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세계적인 경제 참사를 막고자 노력하거나 파멸적인 기후변화를 막기위한 세계 조약에 합의할 때, 필연적으로 우리는 개미와 마찬가지로 초개체가 더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구조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 P305

"근본적으로 담배는 매우 지속 가능한 작물이에요." 엘 사예드는 이렇게 말하면서,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오래전부터 북미 원주민이 담배를 재배하고 있었으며 1550년대에 처음으로 유럽에서 상업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담배는 잘 번성하는 작물이고,
농업적으로 가치가 아주 높아요. 이미 많은 주가 경제적으로 담배 작물에 의존하고 있어요."
최근 연구에서 담배의 셈브라노이드가 유방 및 전립선 종양 안에새로운 혈관이 자라는 것을 막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지면서, 엘 사예드는 이제 담배 작물의 이로운 용도와 관련한 연구에 추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  - P322

호주 라트로브대학의 연구자들이 담뱃잎뿐 아니라 식물의 나머지부분에도 연구를 집중하면서 바로 그 일을 해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관상용 담배 종의 트럼펫 모양 분홍색과 흰색 꽃에서 NaD1이라는 분자를 발견했다. 암세포에 정밀 타격을 가하는 동안 주변의 건강한 세포가 아무런 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데 이 분자를 이용할 수 있다. 27 이 때문에 라트로브대학의 환경관리및생태학과 과장 수전 롤러 Susan Lawler는 엘 사예드와 비슷하게 미래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잎 말고 꽃을 이용하기 위해 재배하는 담배밭을 상상해 보라. 건강을 고려한 담배 재배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그녀는 《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에 이렇게 썼다.
실제로 상상해 보라. 뭔가를 위험한 것으로만 바라볼 때, 가장 커다란 위험은 이것이 지닌 진정한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 P324

양서류는 지구에 있었던 몇 차례의 대멸종에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들은 깨끗한 물과 습기 찬 서식지에 의존하여 흔히 열대우림 같은 곳에 사는데, 이런 곳이 인간의 필요로 과도하게 개발되어 양서류는 특히 홀로세 멸종에서 큰 타격을 받아 왔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도 있다. 독이 있는 양서류는 독이 없는 친족에 비해 태생적으로 멸종에 직면할 가능성이 무려 60% 정도 더 큰 것 같다는점이다.  그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마도 독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거나, 혹은 화학 방어를 하는 동물이 강해져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주변부 서식지로 옮겨 간 결과, 장기적으로는 취약해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가정해 왔다.
••••••

천연 독은 당연히 의약 분야에서 특히 훌륭한 로드맵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그리고 더 치명적인 독일수록 그 가능성도 훨씬 크다. 독개구리가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조제실을 하나씩 닫아 버리는 셈이다.
- P328

독액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과학적 노력을 쏟지 않는 주된 이유중 하나는 우리가 말라리아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에 대해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이런 연구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이는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독액 분석도 결국 역사적으로 보면 해독제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는데, 해독제가 필요한사람은 대부분 개발도상국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해독제가 존재하더라도 세계적으로 해독제 공급은 "만성적 격차를 보였으며, 이 때문에 누적 수치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보다 수백만 명 더 많은 사람의 신체가 잘렸으며, 많은 국가를 무겁게 짓누르는 가난과 권리 박탈의 무게가 더욱 가중되었다."
호주독액연구소AVRU에 있는 데이비드 윌리엄스 David Williams는 2015년 《영국 의학 저널》에 이렇게 썼다. 국경없는의사회MSF가 뱀에 물린 아프리카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해독제를, 세계 최대 제약 회사 가운데 한 곳이 더는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였다.
- P336

대부분 먹이를 잡기 위해 거미줄을 치는 거미집은 거미의 가장 상징적 특징 중 하나이며, 만일 거미집이 없었다면 그렇게 치명적인 생물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거미줄은 강철보다 강하며 이런 강도를지닌 덕분에 로프, 그물망, 낙하산, 방탄 소재 등을 만드는 제조업자에게 매우 탐나는 물질이다. 또 거미줄은 생체에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거미줄이 어떤 단백질 때문에 이렇게 강하면서도 탄력적일 수 있는지 탐구하여 인공 인대나 힘줄, 뼈, 피부 등의 소재로 사용 가능한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거미는 세력권을 주장하고 흔히 동족을 잡아먹는 일도 많아서 사육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랜디 루이스 Randy Lewis는 거미 대신 염소를 이용한다.
물론 염소는 그물 집을 짓지 않는다. 그러나 루이스는 유타대학에있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거미 유전자 두 개를 염소에게 이식하여 거미줄 단백질이 든 염소젖이 나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염소젖을 냉동하여 탈지한 뒤 해동해 걸러 내면 흰색의 가는 분말이 나오는데, 이 분말을 용액으로 만들어 주사기 바늘로 뽑아내면 거미의 버팀줄처럼 아주 가볍고 튼튼한 실을 얻을 수 있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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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2018년 세계에서 가장긴 것으로 알려진 총 320억 염기쌍의 염기서열을 지닌 아홀로틀의 유전체가 발표되면서 과학자들은 의문을 해결하는 데 큰 진전을 이루었다. 이는 인간의 유전체보다 열 배나 길다. 의학 연구의 성배라 할수 있는 재생의 비밀이 이 모든 암호 속에 숨겨져 있다.
- P283

브라디푸스 Bradypits속의 세발가락나무늘보도, 이보다는 아주 약간 빠른 사촌인 콜로이푸스 Chaloeps 속의 두발가락나무늘보도, 아나콘다나 재규어, 부채머리수리 같은 육식동물이 우글거리는 중남미 숲에서 어떤 식으로든 생존해 왔기 때문이다.
••••••
이 약한 동물은 자연선택으로 사라졌어야 하지 않을까??
루시 Lucy Cooke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나무늘보가 결코 약하지 않다고 믿는다. 동물학자이자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 탐험가인 그녀는 나무늘보가 다름 아니라 그렇게 느리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강인한 동물로 꼽힌다고 여긴다.
2013년 쿡은 다음과 같이 썼다. "나무늘보에게는 결함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사실은 매우 성공적인 동물이다. 열대 정글에서 나무늘보는 포유류 생물량의 거의 3분의 2를 이루는데, 이는 ‘난 상당히 잘 지내고 있어요, 고마워요.‘라고 생물학이 대신 말해 주는 것이다.
- P289

이 약한 동물은 자연선택으로 사라졌어야 하지 않을까??
루시 Lucy Cooke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나무늘보가 결코 약하지 않다고 믿는다. 동물학자이자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 탐험가인 그녀는 나무늘보가 다름 아니라 그렇게 느리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강인한 동물로 꼽힌다고 여긴다.
2013년 쿡은 다음과 같이 썼다. "나무늘보에게는 결함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사실은 매우 성공적인 동물이다. 열대 정글에서 나무늘보는 포유류 생물량의 거의 3분의 2를 이루는데, 이는 ‘난 상당히 잘 지내고 있어요, 고마워요.‘라고 생물학이 대신 말해 주는 것이다. - P289

"나무늘보를 잡아먹는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나무늘보가 먹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야 해요."
나무늘보는 잎을 먹는다.
••••••
그 결과 나무늘보가 하루에 약 100칼로리를 연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대략 땅콩버터 1tbsp(큰 스푼을 뜻하며, 약 15ml- 옮긴이)에 해당하는 칼로리이다. 나무늘보가 이제껏 알려진 포유류 가운데 가장 낮은 대사율을보인다는 의미이다. 에너지 소비 및 산출에서 비슷하게나마 이 정도낮은 수준에 근접하는 것은 나무늘보보다 훨씬 몸집이 큰 대왕판다뿐이다. 26대다수 동물은 먹이를 찾으러 다니느라 평생을 보내지만, 나무에사는 나무늘보는 주변이 온통 먹이로 둘러싸여 있다. 파울리가 이렇게 말했다. 잎은 어디에나 있지만 질이 좋지 않은 음식이에요. 그래서 나무늘보는 에너지 소모를 제한하기 위해 생리, 소화, 행동, 해부학과 관련한 일련의 특징들을 진화시켜 왔죠."
먹이를 구해야 하는 필요가 쉽게 해결되다 보니 나무늘보는 다른일, 가령 더 많은 나무늘보를 만드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나무늘보는 한 번에 한 마리 새끼만 낳으며 수년간 함께 지낸다. 그러나 수명이 30년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길다 보니 세발가락나무늘보는 개체군 번성의 측면에서 실제로 ‘상당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종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사실 가끔 나무늘보를 나무에서 떼어내 버려도, 심지어는 자주 이런 일이 있어도 큰 지장은 없다. 그래도 많은 자손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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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바는 동물 울음소리가 환경 변화에매우 민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린스가 1986년 처음으로 카리브국립공원에서 푸에르토리코 고속도로 191번을 따라가며 13km에 걸쳐 코키 개구리를 찾아 녹음한 울음소리, 그로부터 거의 사반세기가 지나서 다시 녹음한 울음소리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 사이의 기간 동안 코키개구리의 울음소리는 음높이가 올라가고 지속 시간이 짧아졌다.
이는 기온의 상당한 증가와 상관있는 변화였다. 
"원래 우리 지역 소속이 아닌" 개구리를 퇴치하는 데 우리의 온 관심이 쏠려 있던 동안, 세상에서 가장 소리 큰 개구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경고하기 위해 소리쳐 울고 있었던 것이다.
- P251

젊은 수컷 향유고래는 매년 이렇게 이동한다. 그렇다면 2016년에는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다름 아닌 태양 폭풍이라고 하는 코로나질량 분출coronal mass ejections이 있었는데, 이는 지구의 자기권을 교란하여 우리 행성의 자기 극성을 미묘하게 방해한다. 고래가 떠 내려올 무렵에 두 차례의 태양 폭풍이 있었으며 《국제 우주생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에서 자신들의 발견을 발표한 독일과 노르웨이의 연구자들은 이 태양 폭풍으로 인해 고래가 방향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향유고래는 반향정위를 이용하여 길을 찾을뿐 아니라, 나아가 지구 자기장의 도움을 빌려 아마도 고래의 경랍안에 들어 있을 추적 자기 성분을 통해서도 길을 찾는다는 의미가된다. 기본적으로 이 이론에서는 고래가 지구의 자기 작용에 귀 기울이는 방식으로 먼 거리를 항해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 인간의 내비게이션 기술에도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방식이다.
- P263

완보동물은 지난 5억 년에 걸쳐 거의 진화하지 않았다. 유성우가 쏟아지던 대변동의 시기에도, 빙하기에도, 지구 대기의 기체 구성이심각하게 변했던 때에도, 그 밖에 동물 목 전체를 전멸로 몰아간 많은 일이 일어난 시기에도 대차게 맞서면서, 갖가지 척 노리스 농담을 모아 놓은 것처럼 대자연 (그리고 인간)이 무엇을 퍼부어 대든 상관없이 꿋꿋하게 버텨 왔다.
완보동물은 미국 건국 이전에도 과학자들에게 알려져 있었고, 가장 높은 산꼭대기는 가장 깊은 바닷속 해구이든 가리지 않고 세계곳곳에서 발견되었지만 진지한 연구의 주제가 되지 못하다가, 이제야 연구자들이 완보동물을 대상으로 온갖 끔찍한 것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또 이러한 시험 과정에서 어쩌면 이 강인한 작은 생물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깨닫게 되었다.
우리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하는 세상이므로 세계 최강의 생존 능력을 지닌 동물을 연구한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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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곶 끝에서 남쪽의 외해를 보면 엄청나게 큰 빙산들이 많았다. 정말로 커다란 탁상빙산도 보였다. 하지만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배가 없었다. 조디악으로외해에 나가는 것은 정말 위험한 짓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 빙산이 이곳으로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제발 남풍이 불어서 이곳으로 들어오기를애태워 바란 적도 있다. 하지만 해류의 방향과 바람의 방향에 복합적으로 영향을받아 움직이던 빙산이 한때 바람이 바뀐다고 이곳으로 정확히 들어오기는 쉽지가 않았다. 그 거대한 산이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그 진행 방향도 바뀌려면 내가 보이는 이곳이 아니라 저만치 한참 가야 가능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빙산 하나가 들어왔다. 드디어 걸려들었다.  - P177

빙산을 자세히 살펴보있다. 처음에는 거대했을 빙산이 점점 작아지면서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일부는 물 위로 솟아나 있고, 일부는 수면 아래 잠겨 있었다. 또 그것들이 어느 순간 또 수면 위로 올라오고 다시 잠기고 하는 것을 반복해서 어느 부위는 여인의 풍만한 선처런 우윳빛으로 부드럽게 보이기도 하고, 또갈라져서 떨어져 나간 단면은 거진 얼은이 단만이 칼날처럼 날카롭기까지 했다.
햇빛을 받은 빙산은 투명한 파란빛을 내고 있었다. 그 파란빛은 맑고 청명하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깨끗하고 많이했다.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도 뭔가가 베어 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나가는 구름에 잠시 가려지기만 하더라도 좀전의 그 청명함과 단아함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어둠의 회색빛 공포로 바뀌었다. 이내 눈이 갑작스던 어둠에 익숙해진 후에야 아이스크림 같은 빙산으로 바뀌었다. 코끼리 등처럼 생긴 그 안의 능선은 빙산 꼭대기를 지나 팔부능선 뒤로 넘어가는 듯 아득하게만 보였다. 그 앞에 있는 내가 얼마나 조그마하고 보잘것없던지, 너무나 고요해서 빙산에 부딪치는 물결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아쉬웠지만 한 바퀴 돌고 귀환했다. 다음에 또 빙산이 들어올 기회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것도 탁상형 빙산으로 말이다.
- P179

남극에서 스키를 탈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월동대원으로 선발되고 이곳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서 꼭 한 번 타 보고 싶었던 것이 스키였다. 상상만 해도 황홀했다. 일단 깨끗이 다듬어 놓은 스키장이 아니라 ‘천연‘의 스키장이란 점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점을 스키장 끝이 바다라는 것이다. 전 세계 스키장 중에 슬로프 끝이 바닷가인 곳이 몇이나 될까.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저 넓디넓은 바다를 향해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다.
- P203

이곳의 물개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공놀이도 하고 사람들에게 애교도 부리는 그런 물개가 아니다. 너무나 사납고 공격적이다. 말 그대로 개다. 덩치는또 엄청 크다. 더구나 위험의 수단으로 방귀를 뀌기도 하는데 그 냄새는 정말 지독하다. 겉은 무슨 들쥐마냥 거친 털에 짙은 갈색을 하고 있다. 바위 틈에 있으면 절대 구분하기가 힘들다. 나도 산기슭까지 올라온 물개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간 적이 있고, 대원들 모두도 바닷가에서 바위 옆에 있는 물개를 모르고 지나친 경험이 있다. 물 위에서도 행동이 무척이나 빠르고 민첩하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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