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곶 끝에서 남쪽의 외해를 보면 엄청나게 큰 빙산들이 많았다. 정말로 커다란 탁상빙산도 보였다. 하지만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배가 없었다. 조디악으로외해에 나가는 것은 정말 위험한 짓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 빙산이 이곳으로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제발 남풍이 불어서 이곳으로 들어오기를애태워 바란 적도 있다. 하지만 해류의 방향과 바람의 방향에 복합적으로 영향을받아 움직이던 빙산이 한때 바람이 바뀐다고 이곳으로 정확히 들어오기는 쉽지가 않았다. 그 거대한 산이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그 진행 방향도 바뀌려면 내가 보이는 이곳이 아니라 저만치 한참 가야 가능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빙산 하나가 들어왔다. 드디어 걸려들었다.  - P177

빙산을 자세히 살펴보있다. 처음에는 거대했을 빙산이 점점 작아지면서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일부는 물 위로 솟아나 있고, 일부는 수면 아래 잠겨 있었다. 또 그것들이 어느 순간 또 수면 위로 올라오고 다시 잠기고 하는 것을 반복해서 어느 부위는 여인의 풍만한 선처런 우윳빛으로 부드럽게 보이기도 하고, 또갈라져서 떨어져 나간 단면은 거진 얼은이 단만이 칼날처럼 날카롭기까지 했다.
햇빛을 받은 빙산은 투명한 파란빛을 내고 있었다. 그 파란빛은 맑고 청명하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깨끗하고 많이했다.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도 뭔가가 베어 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나가는 구름에 잠시 가려지기만 하더라도 좀전의 그 청명함과 단아함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어둠의 회색빛 공포로 바뀌었다. 이내 눈이 갑작스던 어둠에 익숙해진 후에야 아이스크림 같은 빙산으로 바뀌었다. 코끼리 등처럼 생긴 그 안의 능선은 빙산 꼭대기를 지나 팔부능선 뒤로 넘어가는 듯 아득하게만 보였다. 그 앞에 있는 내가 얼마나 조그마하고 보잘것없던지, 너무나 고요해서 빙산에 부딪치는 물결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아쉬웠지만 한 바퀴 돌고 귀환했다. 다음에 또 빙산이 들어올 기회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것도 탁상형 빙산으로 말이다.
- P179

남극에서 스키를 탈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월동대원으로 선발되고 이곳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서 꼭 한 번 타 보고 싶었던 것이 스키였다. 상상만 해도 황홀했다. 일단 깨끗이 다듬어 놓은 스키장이 아니라 ‘천연‘의 스키장이란 점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점을 스키장 끝이 바다라는 것이다. 전 세계 스키장 중에 슬로프 끝이 바닷가인 곳이 몇이나 될까.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저 넓디넓은 바다를 향해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다.
- P203

이곳의 물개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공놀이도 하고 사람들에게 애교도 부리는 그런 물개가 아니다. 너무나 사납고 공격적이다. 말 그대로 개다. 덩치는또 엄청 크다. 더구나 위험의 수단으로 방귀를 뀌기도 하는데 그 냄새는 정말 지독하다. 겉은 무슨 들쥐마냥 거친 털에 짙은 갈색을 하고 있다. 바위 틈에 있으면 절대 구분하기가 힘들다. 나도 산기슭까지 올라온 물개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간 적이 있고, 대원들 모두도 바닷가에서 바위 옆에 있는 물개를 모르고 지나친 경험이 있다. 물 위에서도 행동이 무척이나 빠르고 민첩하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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