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조현병에 있어서는 어떤 진보가 이루어졌는가? 갤빈 형제들이 50년쯤 후에 태어나, 즉 1950년대 또는 1960년대가 아니라 지금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면 다른 방식의 치료를 받게 되었을까? 어떤 점에서 보면 치료법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조현병 신약 시장은 여전히 침체되어 있다. 항정신병 약물 시험은 초기 임상부터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이 따르며, 인간 대신 쥐로 실험할 수도없다. 조현병이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조금 더 심화되었을 뿐 여전히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예전에는 프로이트가 논의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환경적 촉발 요인에 의해잠복 유전자가 작동한다는 후성유전학적 설명이 등장했다. 어떤 연구자들은 대마초나 박테리아 감염과 같은 무언가가 촉발 요인의 일부가 되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머리 부상, 자가면역질환, 뇌염증질환, 기생미생물 등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었고 이에 대한 옹호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각자 회전목마를 타고 달리며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 P486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예방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즉, 최초의정신착란 전에 조현병 발생 위험이 있는 사람을 정확하게 진단하고자 한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리버먼은 해마의 기능을 측정하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예방약이 개발 중인 것처럼 신약이 나온다면 조현병의 발병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콜린연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로버트 프리드먼은 자신의 첫 콜린 연구를 오랜 기간 계속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임산부가 콜린 보충제를 복용하기 시작할 때부터 조현병이 주로 발생하는 청소년기 후기에 이를 때까지 아이들의 삶을 추적하는 새로운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샘 게리와 낸시 게리가 이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프리드먼은뉴욕의 시상식장에서 말했듯이 연구 결과가 나올 무렵이면 분명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는 여러 건설업자, 부동산 개발자, 낸시 같은 석유 부호들도 참여합니다." 프리드먼이 말했다. "그들은 ‘좋아요. 끝까지 해봅시다. 그게 우리가 사업을 경영하는 방식입니다‘라고 말했어요." 후원자들은 프리드먼에게 만약 연구가 도중에 길을 잃는다고 해도 자신들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좋은 여정이었다고 말할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 P489

조현병 환자의 가족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이자 빠지기 쉬운 유혹은, 소통되지 않으니 환자들이 자아를 상실했으리라고 착각하는것이다. 정신의학자 실바노 아리에티는 "감정은 언제나 일종의 인지적 과정과 함께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가 쓴 《조현병의 해석Interpretation of Schizophrenia》 초판은 1950년대에 조현병 개념의 주류를 지배했고, 1970년대에 전미 도서상을 받은 두 번째 판으로 다시한번 주목을 받았다. "인지적 과정은 무의식적일 수도 있고 자동적이거나 왜곡될 수도 있지만, 항상 존재한다." - P498

2017년 초여름, 로버트 프리드먼은 이례적으로 학부생을 실험실인턴으로 채용했다. 신경과학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의 예비 의과 학생이었다. 그 여학생은 프리드먼처럼 조현병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어 했다. 가족들이 앓고 있는 병이기 때문이었다.
화창한 6월의 어느 날, 케이트는 처음으로 프리드먼의 실험실에방문해 실험 기술자들, 조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모두 케이트보다 다섯 살 정도 많은 대학원생이었다. 그녀가 열여덟 살인것을 알게 된 그들은 어떻게 그녀가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인턴 자리를 따냈는지 궁금해졌다. 그중 한 명이 그녀의 가족이 대단한 기부자라서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다.
케이트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아, 기금 기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세포 조직 기부요?" 그녀가 물었다.
케이트는 자신이 태어나기 한참 전에 어머니, 이모, 삼촌들이 머리에 전극을 붙이고 두 번의 소리를 들으며 감각 관문 검사를 받았던방을 지나갔다. 그녀는 CHRNA7 결함의 증거를 발견하기 위해 갤빈 가족과 다른 여러 가족의 유전 자료를 분석하던 실험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 나서 조현병의 징후를 찾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관찰한 콜린 시험 자료 앞에 멈춰 섰다. 미래 세대를 크게 변화시킬 수있을 이 모든 실험은 그녀의 삼촌 여섯 명 덕분에 시작될 수 있었다.
아마 케이트 할아버지의 뇌도 이곳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그녀는 언제쯤 그 뇌를 직접 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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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너는 많은 환자들이 겉보기에 괜찮아 보여도 마음은 다른곳에 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병실에 방어벽을 친 채 주변 직원들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한 환자의 격렬한 신경쇠약을 지켜보면서 그는 그곳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들은 자신들의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어서 아무도 그들에게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맥도너는 어째서 대형 제약회사들이 조현병 신약 개발에 변덕을부렸는지, 왜 아무도 신약을 위한 표적을 찾지 못한 채 수십 년을흘려보냈는지, 그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환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보았다. - P413

그 답에는 놀라운 발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첫째, 게놈의 세 가지 SHANK 유전자인 SHANK1, SHANK2, SHANK3은 조현병뿐만 아니라 다른 정신질환들과도 연관성이 있었다. 예전의 다른연구들은 각각의 SHANK 유전자가 자폐증이나 다른 뇌 질환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제 세 가지 SHANK 유전자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적어도 어떤 정신질환은 스펙트럼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SHANK 유전자의 면이는 어떤 사람에게는 자폐증, 어떤 사람에게는 양극성 장애나조현병을 유발한다.
질병의 스펙트럼이라는 개념은 갤빈 가족의 사례에도 적용될 수있다. 가령 피터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가 나중에 양극성 장애로 진단명이 바뀌었다. 도널드도 처음에는 조증 진단을 받아 리튬을 처방받았고 이후 주로 조현병에 사용하는 신경이완제들로 약을 바꾸었다. 조가 보인 증상들은 짐의 증상들과 달랐고 짐과 매슈의 중상도 서로 달랐다. 분명 브라이언과 같은 증상을 보인 또 다른 형제도 없었다. 그러나 델리시에게 표본을 제공한 갤빈 형제 일곱 명은 조현병이 없는 몇 명을 포함하여 모두 같은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돌연변이가 나타난 유전자는 다른 정신질환과도 관련성이 높았다.
"린이 옳았습니다." 맥도너가 말했다. 혈연관계에 있는 여러 명의 정신질환 환자들을 연구함으로써 공통적인 유전적 문제를 발견할수 있었고, 같은 변이도 사람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발현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멀티플렉스 가족 연구를 통해 같은 유전적 결정요인이 미묘하게 다른 질병들을 발생시킨다는 점이 분명하게 나타났지요." - P418

2010년 당시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원장이었던 정신의학자 토머스 인셀은 조현병을 단일 질환이 아니라 "신체발달장애의 집합적 개념으로 재정의할 것을 연구계에 촉구했다. 조현병을 더 이상 천편일률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조현병에 대한 낙인이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의미일 수 있었다. 조현병을 질병이 아니라 증상으로 본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제가 주로 사용하는 비유가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임상가들은 ‘고열‘을 하나의 질병으로 보았습니다." 호주 퀸즐랜드 정신건강 연구센터의 역학자이자 정신질환 유병률 통계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인 존 맥그래스가 말했다. "그러던 임상가들은 고열의 유형을 여러 가지로 분류하다가 고열이 단지 다양한 질병의 비특이적반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신증도 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반응일 뿐이죠." - P419

식품의약국은 프리드먼의 실험에 동의했다. 프리드먼이 이끄는덴버 연구팀은 고용량의 콜린을 임산부들에게 투여하는 이중맹검을 실시했다. 피험자 누구에게도 콜린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구자들은 대조군의 여성들이 충분한 고기와 달걀을 섭취하도록 했다. 콜린 보충제를 투여한 집단의 아기들은 출생 후 더 높은 비율로 프리드먼의 청각 자극 시험을 통과했다. 시험 통과 비율은 실험군이 76퍼센트였던 반면 대조군은 43퍼센트였다. 심지어 CHR-NA7에 이상이 있었던 아기들에게서도 정상적인 청각 관문 능력이확인된 경우가 더 많았다. 아기들이 자라면서 좋은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 40개월 후 프리드먼의 연구팀은 콜린 실험군에서 집중력결핍과 사회적 위축 문제가 대조군에 비해 더 적게 나타났음을 관찰했다. 콜린은 거의 모든 아기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드먼이 콜린 연구를 발표한 2016년에 브로드 연구소의 C4A연구와 델리시의 SHANK2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2017년 미국의사협회는 조현병과 기타 뇌발달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임산부용비타민에 콜린을 더 높은 농도로 첨가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프리드먼은 30년 만에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콜린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갤빈 가족을 연구한 덕분에 프리드먼은 조현병 예방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략을 마련하게 되었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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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수녀님 방을 나와서 혼란스러운 마음에 성당에 가서 성모님께 기도를 올렸더니 다시 마음이 평화로워졌어. 성모님께서는내 기도를 들어주시니까. 항상 나를 사랑해 주시고 내가 신앙을 잃지 않는 한 내게 불행이 닥치지 않도록 지켜주실 테니까. (잠시 말을 멈춘다.
커져가는 불안감이 얼굴을 덮는다. 머리의 거미줄이라도 치우듯 한 손으로 이마를 쓸어내고는 멍하니) 그게 졸업하던 해 겨울의 일이었지. 그리고 봄에 일이 생겼어. 그래, 기억나. 난 제임스 티론과 사랑에 빠졌고 얼마 동안은 꿈같이 행복했지. (슬픈 꿈에 젖어 앞을 응시한다. 티론은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꿈틀한다. 에드먼드와 제이미는 미동도 않고 있다.)


1940년 9월 20일
타오 하우스에서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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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빈 가족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 무엇인지 메리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메리는 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었다. 다음에 일어날 사고를 대비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너무화가 났다. 메리는 커가면서 자신의 답답함을 더는 숨기지 않았다. 열세 살이 된 그녀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마냥 당하고 있을 나이도 아니었다. 그녀는 밤이 되면 도널드를 조용히 있게 하려고 벽을 마구 두드렸다.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메리는 다른 변화도 감지했다.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가 벌어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머니는 이제 아버지의 간병인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였다. 한번은 어머니가 동부에 사는 동생 베티의 집에 몇 주 동안 머무르며 메리를 아버지와 오빠 사이에 남겨둔 적이 있었다. 그때 메리는 또다시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다.
미미는 메리의 그러한 마음을 알았던 듯하다. 메리 마음속의 분노를 알아챘거나 그 분노에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미미는 시내 쇼핑이나 친구들과의 다과회에 메리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터놓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미미는 메리의 기분을 달래며 자신의 사랑을 느끼게 하려고 노력했다. 메리는 어머니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즐겼다. 메리는 집을 떠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생각했지한 사실은 친밀한 관계를 진정 원했을 것이다.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위험하지 않으며, 복잡할 것 없는 사랑 말이다. - P274

 두 번째 소리에는 작은 파형으로 반응했다. 정상뇌는 앞선 인식 경험에서 정보를 학습하기 때문에 같은 소리를 두번째 들었을 때에는 새로운 자극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조현병이 있는 사람의 뇌는 달랐다. 프리드먼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조현병 환자의 뇌에서는 두 번째 소리를 듣고도 첫 번째 소리를 들었을 때와 같은 크기의 파형이 나타난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들의되는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전에 같은 소리를 들었어도 마치 처음들은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청각 자극 시험Double click test은 조현병 유무를 알아보기위해서뿐만 아니라 조현병의 잠재적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감각 관문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였다. 프리드먼의 실험 결과에서 흥미로운 점은 감각 관문 결손이 유전적일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세대를 거슬러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프리드먼은 자신이 조현병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치료로 향하는 중요한 돌파구를 앞두고있다고 보았다. 만약 두 번의 소리에 똑같이 반응하는 사람이 갖고있는 변이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정말로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면, 그는 조현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의 존재를 입증하고 유전적 치료의 가능성을 열게될 것이었다. - P286

린지는 그러한 환경에 있는 어린 소녀가 진실을 말하려면 얼마나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미미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진실성을 의심받을 위험까지 감수한 것이다. 미미의 말이 사실이라면 린지는 지금까지 어머니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미미와 나눈 대화는 린지의 인생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복잡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린지는 한편으로 어머니의 솔직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과거의 이야기를 들은 후 그 어느 때보다도 어머니와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야기가 부정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린지의 불운이 다시 한번 다른 사람의 불운에 가려진 것이다. 미미는 린지가 짐에 대해 했던 모든 이야기를 완전히 건너뛰고 자신의 경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린지는 미미가 자신의 편을 들면서 짐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미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픈 자식을 두고 건강한 자식의 편에 선 적이 없던 어머니가 이제 와서 태도를 바꿀 리 없었다. 대신 미미는 짐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쇠약한지에 대해 말하기시작했다. - P315

그는 1987년 기자에게 "현재의 진단 기준에서 보면 조현병 환자의 가족 중 90퍼센트 이상은 조현병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와인버거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 중 두 명 이상에게 조현병이 생길 가능성은 낮았다. 그렇지만 조현병 환자의 형제에게 조현병이 생길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가족에 비해 열 배 더 높은 것도 사실이었다. 이 확률은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등 다른 여러 유전성 질환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을 연구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로 보였다. - P329

1987년 와인버거가 발표한 이론은 실질적으로 조현병에 관한 모든 연구자들의 생각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그 전까지 연구자들은 조현병이 발병하는 청소년기 후기에 관심을 쏟아부었다. 뇌촬영은 그들의 생각을 더욱 강화했다. 전두엽은 청소년기 말기에즉 인간의 뇌에서 가장 늦게 성숙하는 영역이었으며 MRI 연구는많은 사례를 통해 조현병 환자들의 전두엽 활동에 문제가 있음을보여주었다. 그러나 와인버거는 새로운 이론을 내세우며 뇌의 문제는 훨씬 더 일찍, 그리고 조용하게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현병의 개념을 ‘발달 장애‘의 틀에서 설명한다. 환자들이 태어날 때또는 태아일 때부터 갖고 있던 비정상성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점차 뇌가 정상궤도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유전자는 뇌발달과 기능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 일들은 실시간으로 환경에 영향을 받아 일어난다고 말했다.
와인버거가 옳다면 청소년기의 뇌 성숙화는 전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태아 시절, 출생, 어린 시절을 지나오는 동안 뇌에 문제가 쌓이고 있더라도 뇌가 성숙하는 마지막 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문제를 눈치 채지 못할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조현병의 발현은 사람의 손을 떠나자마자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조금씩 치우치다가 결국 레인의 가장자리를 치고야 마는 볼링공과 다소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첫 몇 미터 구간은 공이 앞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는 것 같다가도, 볼링핀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그동안 궤도를 이탈하고 있었고 중앙에서 너무 멀어져 거터로 굴러 떨어질 것이라는점이 분명해진다. 1957년 에든버러 대학교의 콘래드 웨딩턴 ConradWaddington은 세포가 성장하고 증식하는 다양한 방향을 구슬에 비유해 설명했다. 수많은 구슬이 경사면을 굴러가고 있는데, 경사면에는 튀어나온 부분들과 움푹 파인 부분들이 있다. 각 구슬은 아래로 굴러가며 다양한 곳에서 여정을 마친다. 그가 ‘후성유전적 지형‘이라고 부른 이러한 경사면의 일부는 의도된 설계이며, 일부는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 P331

그가 아는 영역은 뇌 기능에 대한 것이었다. 프리드먼은 사람이 특정 순간에 어디에 있는지, 왜 이곳에 있는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우뇌와 좌뇌에 위치한 해마가 상황 인식을 도와주는 덕분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감각 정보를가져오기 위해서는 뇌 신경세포나 뇌세포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상황정보를 삭제해주는 억제성 신경세포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는 청각 자극 시험으로 증명된 것이었다. 억제성 신경세포가 없다면 우리는 같은 정보를 매번 새롭게 처리해야 한다. 그럴 경우 우리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우리의 장비들은 빠르게 마모되어 방향성을 잃고 결국 초조함과 편집증, 망상까지 겪게 될지도모른다. 
이제 프리드먼은 억제성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세포 차원의 무언가가 있고, 그러한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갤빈 형제들처럼 정신질환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프리드먼의 연구진 몇 명은 쥐의 뇌세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억제성 신경세포의 스위치가 해마 세포의 알파-7 니코틴 수용체에 의해 제어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잡해 보이는 명칭이지만 기능은 꽤 단순하다. 쉽게 말해 알파-7 수용체는 신경세포 사이에서 메시지를보내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요원이다.  - P381

이 일을 하기 위해 알파-7 수용체는 신호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필요로 한다. 프리드먼은 조현병 환자들에게 알파-7 수용체 문제가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수용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아세틸콜린이 충분하지 않은 것인지 답을 찾고 싶었다. 만약 후자라면 갤빈 형제 중 몇 명은 정신이상을 막는 기계에 윤활유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프리드먼은 쥐에서 사람으로 실험 대상을 바꿔야 했다. 1990년대 말 그는 유전학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갤빈가족을 포함하여 아홉 가족의 자료를 수집했다. 36명의 조현병 환자를 포함한 총 104명의 자료였다. 이를 바탕으로 청각 자극 시험에서 이상 반응을 보인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공통적인 유전자 패턴을 찾는 연구가 실시되었다. 프리드먼은 그들의 조직 표본을 분석하여 수용체 문제가 발생한 정확한 지점을 추적할 수 있었다. 인체가 알파-7 수용체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CHRNA7이라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염색체였다.
1997년 프리드먼은 CHRNA7을 조현병과 분명한 관련성이 있는첫 번째 유전자로 정의했다.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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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 어머니가 내려와요.
티론 - (황급히) 게임 계속하자. 못 본 척하면 금방 도로올라갈 거야.
에드먼드 - (앞응접실을 통해 보면서 안도한 목소리로) 안 보여요. 내려오다가 도로 올라가셨나 봐요.
티론 - 다행이다.
에드먼드 - 그래요. 지금쯤 엉망이 되셨을 텐데 그런 어머니를 보는 건 정말 끔찍해요. (고통에 차서) 제일 참기 힘든 건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 벽에 둘러싸여 있는 거예요. 짙은 안개 속에 숨어 그곳에서 헤맨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고의적으로요. 그게 사람을 죽이죠! 고의적으로 그런다는건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서 우리한테서 벗어나,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잊으려는 거죠! 그러니까 마치, 우리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증오하는 것처럼요!
티론 - (점잖게 타이르며) 자. 자, 에드먼드. 그건 네 어머니 잘못이 아냐. 그 빌어먹을 독 때문이지.
에드먼드 - (신랄하게) 그런 효과를 노리고 마약을 하는 거잖아요. 적어도 이번엔 그래요! (느닷없이) 제 차례죠. 예? 여기요. (카드 패를 내놓는다.) - P171

티론 - (약간 비틀거리며 힘에 겨운 듯 일어나서 스위치를 더듬어 찾는다. 그러다 아까 했던 생각이 되살아나서) 도대체 그 돈으로 뭘 사고 싶어서 그랬던 건지 모르겠어. (딸깍 소리를 내며 전구 하나를 끈다.) 난 말이다. 에드먼드. 훌륭한 배우로 성공만 했더라면. 그래서 그 추억에 젖어 살 수만 있다면 하늘에 맹세코, 내 이름으로 땅 한뙈기 없어도 좋고 은행에 저금 한 푼 없어도 좋다. (또 하나를 끈다.) 집도 없이 늙어서 양로원으로 가도 좋아. (세 번째 전구를 끄자 이제 독서등만 남는다. 티론, 다시 의자에 털썩 앉는다. 에드먼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억눌린 냉소적인 옷음을 터뜨린다. 티론, 기분이 상해서) 대체 왜 옷는 거냐?
에드먼드 - 아버지보고 웃는 거 아니에요. 인생이 우스워서요. 인생이 지랄 같잖아요.
티론 - (성을 내며) 또 그놈의 병적인 소리! 인생은 잘못된 거 하나 없어. 다 우리가.••••••. (연극 대사를인용하여) "여보게 브루투스, 우리가 부하가 된 잘못은 우리 운명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는 걸세.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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