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너는 많은 환자들이 겉보기에 괜찮아 보여도 마음은 다른곳에 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병실에 방어벽을 친 채 주변 직원들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한 환자의 격렬한 신경쇠약을 지켜보면서 그는 그곳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들은 자신들의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어서 아무도 그들에게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맥도너는 어째서 대형 제약회사들이 조현병 신약 개발에 변덕을부렸는지, 왜 아무도 신약을 위한 표적을 찾지 못한 채 수십 년을흘려보냈는지, 그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환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보았다. - P413
그 답에는 놀라운 발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첫째, 게놈의 세 가지 SHANK 유전자인 SHANK1, SHANK2, SHANK3은 조현병뿐만 아니라 다른 정신질환들과도 연관성이 있었다. 예전의 다른연구들은 각각의 SHANK 유전자가 자폐증이나 다른 뇌 질환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제 세 가지 SHANK 유전자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적어도 어떤 정신질환은 스펙트럼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SHANK 유전자의 면이는 어떤 사람에게는 자폐증, 어떤 사람에게는 양극성 장애나조현병을 유발한다. 질병의 스펙트럼이라는 개념은 갤빈 가족의 사례에도 적용될 수있다. 가령 피터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가 나중에 양극성 장애로 진단명이 바뀌었다. 도널드도 처음에는 조증 진단을 받아 리튬을 처방받았고 이후 주로 조현병에 사용하는 신경이완제들로 약을 바꾸었다. 조가 보인 증상들은 짐의 증상들과 달랐고 짐과 매슈의 중상도 서로 달랐다. 분명 브라이언과 같은 증상을 보인 또 다른 형제도 없었다. 그러나 델리시에게 표본을 제공한 갤빈 형제 일곱 명은 조현병이 없는 몇 명을 포함하여 모두 같은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돌연변이가 나타난 유전자는 다른 정신질환과도 관련성이 높았다. "린이 옳았습니다." 맥도너가 말했다. 혈연관계에 있는 여러 명의 정신질환 환자들을 연구함으로써 공통적인 유전적 문제를 발견할수 있었고, 같은 변이도 사람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발현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멀티플렉스 가족 연구를 통해 같은 유전적 결정요인이 미묘하게 다른 질병들을 발생시킨다는 점이 분명하게 나타났지요." - P418
2010년 당시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원장이었던 정신의학자 토머스 인셀은 조현병을 단일 질환이 아니라 "신체발달장애의 집합적 개념으로 재정의할 것을 연구계에 촉구했다. 조현병을 더 이상 천편일률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조현병에 대한 낙인이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의미일 수 있었다. 조현병을 질병이 아니라 증상으로 본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제가 주로 사용하는 비유가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임상가들은 ‘고열‘을 하나의 질병으로 보았습니다." 호주 퀸즐랜드 정신건강 연구센터의 역학자이자 정신질환 유병률 통계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인 존 맥그래스가 말했다. "그러던 임상가들은 고열의 유형을 여러 가지로 분류하다가 고열이 단지 다양한 질병의 비특이적반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신증도 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반응일 뿐이죠." - P419
식품의약국은 프리드먼의 실험에 동의했다. 프리드먼이 이끄는덴버 연구팀은 고용량의 콜린을 임산부들에게 투여하는 이중맹검을 실시했다. 피험자 누구에게도 콜린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구자들은 대조군의 여성들이 충분한 고기와 달걀을 섭취하도록 했다. 콜린 보충제를 투여한 집단의 아기들은 출생 후 더 높은 비율로 프리드먼의 청각 자극 시험을 통과했다. 시험 통과 비율은 실험군이 76퍼센트였던 반면 대조군은 43퍼센트였다. 심지어 CHR-NA7에 이상이 있었던 아기들에게서도 정상적인 청각 관문 능력이확인된 경우가 더 많았다. 아기들이 자라면서 좋은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 40개월 후 프리드먼의 연구팀은 콜린 실험군에서 집중력결핍과 사회적 위축 문제가 대조군에 비해 더 적게 나타났음을 관찰했다. 콜린은 거의 모든 아기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드먼이 콜린 연구를 발표한 2016년에 브로드 연구소의 C4A연구와 델리시의 SHANK2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2017년 미국의사협회는 조현병과 기타 뇌발달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임산부용비타민에 콜린을 더 높은 농도로 첨가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프리드먼은 30년 만에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콜린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갤빈 가족을 연구한 덕분에 프리드먼은 조현병 예방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략을 마련하게 되었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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