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빈 가족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 무엇인지 메리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메리는 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었다. 다음에 일어날 사고를 대비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너무화가 났다. 메리는 커가면서 자신의 답답함을 더는 숨기지 않았다. 열세 살이 된 그녀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마냥 당하고 있을 나이도 아니었다. 그녀는 밤이 되면 도널드를 조용히 있게 하려고 벽을 마구 두드렸다.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메리는 다른 변화도 감지했다.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가 벌어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머니는 이제 아버지의 간병인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였다. 한번은 어머니가 동부에 사는 동생 베티의 집에 몇 주 동안 머무르며 메리를 아버지와 오빠 사이에 남겨둔 적이 있었다. 그때 메리는 또다시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다.
미미는 메리의 그러한 마음을 알았던 듯하다. 메리 마음속의 분노를 알아챘거나 그 분노에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미미는 시내 쇼핑이나 친구들과의 다과회에 메리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터놓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미미는 메리의 기분을 달래며 자신의 사랑을 느끼게 하려고 노력했다. 메리는 어머니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즐겼다. 메리는 집을 떠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생각했지한 사실은 친밀한 관계를 진정 원했을 것이다.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위험하지 않으며, 복잡할 것 없는 사랑 말이다. - P274

 두 번째 소리에는 작은 파형으로 반응했다. 정상뇌는 앞선 인식 경험에서 정보를 학습하기 때문에 같은 소리를 두번째 들었을 때에는 새로운 자극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조현병이 있는 사람의 뇌는 달랐다. 프리드먼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조현병 환자의 뇌에서는 두 번째 소리를 듣고도 첫 번째 소리를 들었을 때와 같은 크기의 파형이 나타난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들의되는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전에 같은 소리를 들었어도 마치 처음들은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청각 자극 시험Double click test은 조현병 유무를 알아보기위해서뿐만 아니라 조현병의 잠재적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감각 관문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였다. 프리드먼의 실험 결과에서 흥미로운 점은 감각 관문 결손이 유전적일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세대를 거슬러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프리드먼은 자신이 조현병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치료로 향하는 중요한 돌파구를 앞두고있다고 보았다. 만약 두 번의 소리에 똑같이 반응하는 사람이 갖고있는 변이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정말로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면, 그는 조현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의 존재를 입증하고 유전적 치료의 가능성을 열게될 것이었다. - P286

린지는 그러한 환경에 있는 어린 소녀가 진실을 말하려면 얼마나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미미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진실성을 의심받을 위험까지 감수한 것이다. 미미의 말이 사실이라면 린지는 지금까지 어머니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미미와 나눈 대화는 린지의 인생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복잡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린지는 한편으로 어머니의 솔직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과거의 이야기를 들은 후 그 어느 때보다도 어머니와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야기가 부정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린지의 불운이 다시 한번 다른 사람의 불운에 가려진 것이다. 미미는 린지가 짐에 대해 했던 모든 이야기를 완전히 건너뛰고 자신의 경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린지는 미미가 자신의 편을 들면서 짐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미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픈 자식을 두고 건강한 자식의 편에 선 적이 없던 어머니가 이제 와서 태도를 바꿀 리 없었다. 대신 미미는 짐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쇠약한지에 대해 말하기시작했다. - P315

그는 1987년 기자에게 "현재의 진단 기준에서 보면 조현병 환자의 가족 중 90퍼센트 이상은 조현병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와인버거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 중 두 명 이상에게 조현병이 생길 가능성은 낮았다. 그렇지만 조현병 환자의 형제에게 조현병이 생길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가족에 비해 열 배 더 높은 것도 사실이었다. 이 확률은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등 다른 여러 유전성 질환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을 연구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로 보였다. - P329

1987년 와인버거가 발표한 이론은 실질적으로 조현병에 관한 모든 연구자들의 생각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그 전까지 연구자들은 조현병이 발병하는 청소년기 후기에 관심을 쏟아부었다. 뇌촬영은 그들의 생각을 더욱 강화했다. 전두엽은 청소년기 말기에즉 인간의 뇌에서 가장 늦게 성숙하는 영역이었으며 MRI 연구는많은 사례를 통해 조현병 환자들의 전두엽 활동에 문제가 있음을보여주었다. 그러나 와인버거는 새로운 이론을 내세우며 뇌의 문제는 훨씬 더 일찍, 그리고 조용하게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현병의 개념을 ‘발달 장애‘의 틀에서 설명한다. 환자들이 태어날 때또는 태아일 때부터 갖고 있던 비정상성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점차 뇌가 정상궤도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유전자는 뇌발달과 기능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 일들은 실시간으로 환경에 영향을 받아 일어난다고 말했다.
와인버거가 옳다면 청소년기의 뇌 성숙화는 전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태아 시절, 출생, 어린 시절을 지나오는 동안 뇌에 문제가 쌓이고 있더라도 뇌가 성숙하는 마지막 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문제를 눈치 채지 못할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조현병의 발현은 사람의 손을 떠나자마자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조금씩 치우치다가 결국 레인의 가장자리를 치고야 마는 볼링공과 다소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첫 몇 미터 구간은 공이 앞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는 것 같다가도, 볼링핀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그동안 궤도를 이탈하고 있었고 중앙에서 너무 멀어져 거터로 굴러 떨어질 것이라는점이 분명해진다. 1957년 에든버러 대학교의 콘래드 웨딩턴 ConradWaddington은 세포가 성장하고 증식하는 다양한 방향을 구슬에 비유해 설명했다. 수많은 구슬이 경사면을 굴러가고 있는데, 경사면에는 튀어나온 부분들과 움푹 파인 부분들이 있다. 각 구슬은 아래로 굴러가며 다양한 곳에서 여정을 마친다. 그가 ‘후성유전적 지형‘이라고 부른 이러한 경사면의 일부는 의도된 설계이며, 일부는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 P331

그가 아는 영역은 뇌 기능에 대한 것이었다. 프리드먼은 사람이 특정 순간에 어디에 있는지, 왜 이곳에 있는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우뇌와 좌뇌에 위치한 해마가 상황 인식을 도와주는 덕분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감각 정보를가져오기 위해서는 뇌 신경세포나 뇌세포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상황정보를 삭제해주는 억제성 신경세포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는 청각 자극 시험으로 증명된 것이었다. 억제성 신경세포가 없다면 우리는 같은 정보를 매번 새롭게 처리해야 한다. 그럴 경우 우리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우리의 장비들은 빠르게 마모되어 방향성을 잃고 결국 초조함과 편집증, 망상까지 겪게 될지도모른다. 
이제 프리드먼은 억제성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세포 차원의 무언가가 있고, 그러한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갤빈 형제들처럼 정신질환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프리드먼의 연구진 몇 명은 쥐의 뇌세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억제성 신경세포의 스위치가 해마 세포의 알파-7 니코틴 수용체에 의해 제어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잡해 보이는 명칭이지만 기능은 꽤 단순하다. 쉽게 말해 알파-7 수용체는 신경세포 사이에서 메시지를보내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요원이다.  - P381

이 일을 하기 위해 알파-7 수용체는 신호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필요로 한다. 프리드먼은 조현병 환자들에게 알파-7 수용체 문제가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수용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아세틸콜린이 충분하지 않은 것인지 답을 찾고 싶었다. 만약 후자라면 갤빈 형제 중 몇 명은 정신이상을 막는 기계에 윤활유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프리드먼은 쥐에서 사람으로 실험 대상을 바꿔야 했다. 1990년대 말 그는 유전학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갤빈가족을 포함하여 아홉 가족의 자료를 수집했다. 36명의 조현병 환자를 포함한 총 104명의 자료였다. 이를 바탕으로 청각 자극 시험에서 이상 반응을 보인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공통적인 유전자 패턴을 찾는 연구가 실시되었다. 프리드먼은 그들의 조직 표본을 분석하여 수용체 문제가 발생한 정확한 지점을 추적할 수 있었다. 인체가 알파-7 수용체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CHRNA7이라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염색체였다.
1997년 프리드먼은 CHRNA7을 조현병과 분명한 관련성이 있는첫 번째 유전자로 정의했다.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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