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드 - 어머니가 내려와요.
티론 - (황급히) 게임 계속하자. 못 본 척하면 금방 도로올라갈 거야.
에드먼드 - (앞응접실을 통해 보면서 안도한 목소리로) 안 보여요. 내려오다가 도로 올라가셨나 봐요.
티론 - 다행이다.
에드먼드 - 그래요. 지금쯤 엉망이 되셨을 텐데 그런 어머니를 보는 건 정말 끔찍해요. (고통에 차서) 제일 참기 힘든 건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 벽에 둘러싸여 있는 거예요. 짙은 안개 속에 숨어 그곳에서 헤맨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고의적으로요. 그게 사람을 죽이죠! 고의적으로 그런다는건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서 우리한테서 벗어나,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잊으려는 거죠! 그러니까 마치, 우리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증오하는 것처럼요!
티론 - (점잖게 타이르며) 자. 자, 에드먼드. 그건 네 어머니 잘못이 아냐. 그 빌어먹을 독 때문이지.
에드먼드 - (신랄하게) 그런 효과를 노리고 마약을 하는 거잖아요. 적어도 이번엔 그래요! (느닷없이) 제 차례죠. 예? 여기요. (카드 패를 내놓는다.) - P171
티론 - (약간 비틀거리며 힘에 겨운 듯 일어나서 스위치를 더듬어 찾는다. 그러다 아까 했던 생각이 되살아나서) 도대체 그 돈으로 뭘 사고 싶어서 그랬던 건지 모르겠어. (딸깍 소리를 내며 전구 하나를 끈다.) 난 말이다. 에드먼드. 훌륭한 배우로 성공만 했더라면. 그래서 그 추억에 젖어 살 수만 있다면 하늘에 맹세코, 내 이름으로 땅 한뙈기 없어도 좋고 은행에 저금 한 푼 없어도 좋다. (또 하나를 끈다.) 집도 없이 늙어서 양로원으로 가도 좋아. (세 번째 전구를 끄자 이제 독서등만 남는다. 티론, 다시 의자에 털썩 앉는다. 에드먼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억눌린 냉소적인 옷음을 터뜨린다. 티론, 기분이 상해서) 대체 왜 옷는 거냐?
에드먼드 - 아버지보고 웃는 거 아니에요. 인생이 우스워서요. 인생이 지랄 같잖아요.
티론 - (성을 내며) 또 그놈의 병적인 소리! 인생은 잘못된 거 하나 없어. 다 우리가.••••••. (연극 대사를인용하여) "여보게 브루투스, 우리가 부하가 된 잘못은 우리 운명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는 걸세. -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