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한참 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문을나섰다.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다. 환한 모습으로…… 발길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저택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프랑스와와 아나톨, 그들이 꿈꿨던 행복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이 집에 살아 있고 앞으로도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었다. - P3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작하며:소개하다

새우는 바다의 열매 같은 거야. 바비큐 해도 되고 끓여도 되고 볶아도 되고살짝만 익혀도 되고 프라이팬에 튀겨도 되고 기름솥에 넣고 튀겨도 되고...
파인애플 새우도 맛있고 레몬 새우도 맛있고 코코넛 새우도 맛있고 고추새우도 맛있고 새우 수프도 맛있고 새우 스튜도 맛있고 새우 샐러드도 맛있고 새우샌드위치도 맛있고..."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바‘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주인공 톰행크스의 절친한 군대 동기로 머릿속엔 오로지 새우 생각밖에 없는 어딘가 살짝 모자라 보이는 청년이다. 버바의 가족은 대대로 앨라배마에서 새우 요리를 만들며 살아왔는데 그의 꿈도 군에서 돈을 모아 자신만의 새우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보시다시피 버바에게는 오직 한가지 대화 주제만이 존재했다. 새우. 소총 조립할 때도, 군화 닦을 때도, 바닥 청소할 때도 버바는 오직 새우 이야기뿐이었다.
작가란 어떤 면에선 버바 같은 존재다. SF를 쓰든 동화를 쓰든 논픽션을 쓰든 깊숙이 내려가 보면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버바의 새우가 내게는 ‘노동‘이다. 사람들이 일하는 이야기. 먹고살기 위해 우리가 참고 벼르고 각오하는 이야기. 인간이 무의식의 세계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 내가 읽고 싶고 또 쓰고 싶은 이야기는 항상 그런 것이다. - P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과 다르게 과거 집들의 문은 오직 하나뿐인 형태로 존재했다. 마치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문 또한 그랬다. 문은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그 집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저택의 문 앞에 서면 그 집과 첫인사를 나누는 기분이 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각각의 문들은 서로 다른 말투로 인사를 건넨다. 때론 무섭게, 때론 무표정하게, 때론 웃음 지으며…사람의 표정과 닮은 존재, 그게 바로 대문이다. - P51

"원장님. 아까 그 복도, 아니 통로라고 부르던 그 공간은 도대체 뭐죠?"
"우리는 그 통로를 자연의 나팔관, 자연의 통로라고 불러요. 거기는 사람이 지나는 통로가 아니에요."
"네? 사람이 다니는 복도가 아니라 자연의 뭐라고요?"
"아까 수잔 부인이 뤼미에르 씨를 발견한 곳은 야외 테라스이면서 동시에 복도예요. 그 테라스 복도 기억나세요?"
"수잔 부인이 누구죠? 아, 아까 제 손을 잡으셨던 그분이요?"
"네, 실어증을 앓고 계신 할머니요. 그분이 계셨던 곳, 기억하시나요?"
"경황이 없어서 기억이 나질 나네요."
"바로 그곳이 바깥 자연과 연결된 외부 테라스 복도였어요. 외부 테라스는 건물 뒤편 온실과 이어져 있죠. 밖에서 보면 분명 테라스인데 건물 안에서 보면 복도인 공간이죠."
"아, 그래요? 그런데 나팔관은 뭐죠?"
"그 공간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듣고 향기도 맡을 수 있어요.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요. 예를 들면 꽃향기, 풀잎 내음도들어오고 귀를 기울이면 새소리, 바람 소리도 들을 수 있죠.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음악을 듣는 거예요. 더불어 ……아침햇살이 그 틈으로 들어올 때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답니다. 저희 병원에 계신 분들은 모두 그 공간에서 귀를 기울이거나 가만히 바라보세요. 그곳에 들어가려고 애쓴 분은 오늘 처음 봤어요." - P82

웅장한 종탑은 나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거인 같았다. 저종소리가 울리면 이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종탑으로 시선을 향할 것이다. 소리는 과연 얼마나 멀리까지 퍼질까? 건축가는 종탑을 설계할 때 이웃 종탑과 겹치지 않는 범위와 어디까지 들리게 할 것인지를 고려한다. 베니스국제건축포럼에 참여할 때 만났던 건축대학의 돌체타 교수는 베네치아사람들이 같은 종소리를 듣는 사람과 연대감을 느낀다고 알려주었다. 베니스에는 수많은 작은 광장과 성당 그리고 종탑이 있다. 그러나 한 종탑의 소리는 주변 다른 종탑과 소리가 섞이지 않는다. 지도상의 행정구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듣는 종탑의 소리가 같은 지역 주민이라는 연결고리는 만드는 셈이다. - P1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화 한 통이 내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은 날이었다.
침대에 누운 채 눈도 뜨지 않고, 손을 허우적거리면서 휴대전화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도저히 잡히지않았다. 할 수 없이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작은 스탠드를 더듬거리며 불을 켰다. 주변이 좀 밝아지자 침대 밑에 떨어진 휴대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실 경기는 어느 쪽으로도 흐를 수 있고 누구도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구호를 외치면서정말로 이길 거라 믿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아주 객관적으로 생각해서 질 가능성을 감안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런데 스타렉의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를 성공적으로 속이는 선수들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이렇게 스스로를 속일 수 있는 사람들은 운동경기에서 승리할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더 행복하다고 한다(그런 의미에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라는 말도 있다). 운동선수들의 멘탈 트레이닝은 결국 분명한 신체 손상의 위험, 분명한 패배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거나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하는 연습이다. - P326

케이 박사는 자신의 신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면 경제적으로 편안한 여생을 살았을 것이다. 이라크에서 사찰 작업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와 사직서를 냈을 때 CIA에서는 그에게 고문직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CIA의 제안이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한것임을 알았기에 거절했고, 의회와 언론 앞에서 진실을 알리는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는 워싱턴에서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드로긴 기자는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용기 있게 신념을 선택한 데이비드 케이 박사야말로 진정한 미국의 영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케이 박사는 영웅이기에 앞서 전문가로서의 자세를 보여준 사람이다. 사담 후세인이 WMD를 갖고 있다고 굳게 믿고이라크에 들어갔음에도 자신의 신념으로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자기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자 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인정하는 것이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앞길을 막을 것임을 알았어도 진실을 말하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드로긴 기자의 말처럼 "세상은 이런 전문가보다는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기꺼이 거짓말을 하거나 입을 다무는 사람을 선호한다." 케이 박사는 대중에게 잊혔지만 9.11 테러가 일어난 날 백악관 사람들에게 후세인이 WMD 를 숨기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내세우며 이라크를 침공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던 폴 울포위츠는 그런 충성의 대가로 2005년에 세계은행 총재가 되었다(성추문 등의 문제로 2년 만에 사퇴했다). 부시의 다른 충성파 멤버들도 대부분 영전했다. 데이비드 케이 박사의 용기가 더욱 널리 알려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험 많은 전문가의 정직한 의견을 듣기 싫어하는 사회는 대중을 기꺼이 속이려는 사람들이 이끌게 되기 때문이다. - P3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