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것에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결국 무의미의 존재로만 남게 되는 좀 어려운 이야기.

그것은 단지 맥스 워크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였다. 따라서 그가 창조해 낸 탐정은 현실적이어야 했다. 그가 쓴 책들의 특성상 그럴 필요가 있었다. 설령 퀸이 자신을 사라지게 했거나 이상하고 비밀스러운 삶 속으로빠져들게 했을지라도, 워크는 타인들의 세상에 계속 살아 있었다. 그리고 퀸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면 보일수록 그 세상에서 워크의 존재는 더욱더 확고해졌다. 퀸은 자기가 벌거벗은 채로 잘못된 곳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 반면, 워크는호전적이고 입심 좋고 어느 곳에서건 거리낌이 없었다. 퀸에게는 문제를 일으키는 종류의 일도 워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가득 찬 모험을 대수롭지 않게 헤쳐 나가서 그의 창조자에게 감명을 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퀸은 워크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 하다못해 워크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책을 쓰는 동안에는 워크가 된 것처럼 가장을 함으로써, 자기가 그러려고만 한다면 마음속으로나마 워크처럼 될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앞으로써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날 밤 마침내 잠 속으로 빠져들면서 퀸은 워크라면 전화를 건 낯모르는 상대방에게 뭐라고 했을지 생각해 보았다.나중에는 잊어버렸지만 그날 밤 꿈에서 그는 혼자서 어느 방의 텅 빈 하얀 벽에다 대고 총을 쏘고 있었다. - P18

그 다음에, 가장 중요한 일로서, 내가 누구인지를 상기할 것.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명심할 것. 나는이 일이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반면, 명확한것은 아무것도 없다. 예를 들자면, 너는 누구인가? 그리고만일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어째서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을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할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내 말에 귀를 기울이자 내 이름은 폴 오스터다. 그것은 내 진짜 이름이 아니다. - P68

머릿속으로 간단한 트릭을 써서 이름을 요령 있게 살짝 바꿈으로써 그는 더없이 가볍고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이 모두 일종의 망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어떤 위안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정말로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단지 그런 척하고 있을 뿐이어서 언제든 원하기만 하면 다시 퀸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이제 폴 오스터가 되는 데 목적 - 그에게는 점점 더 중요해지는 목적이 있다는 사실 덕분에 퀸은 그런 제스처게임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었고 자신의 거짓말을 변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자신을 오스터라고상상하는 일이 곧 이 세상에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으니까. - P83

84번가의 어느 상점 앞에서 그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상점 전면에 거울이 하나 붙어 있었고, 퀸은 감시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자기의 모습을 보았다. 그동안에 그가 자신의모습을 보기 두려워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럴 생각이떠오르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그는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너무 골몰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마치 그의겉모습이라는 문제는 아예 없어지고 만 것처럼. 그런데 이제, 상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놀라거나실망하지도 않았다. 그 모습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런 느낌도받지 못했다. 사실 그로서는 거울에 비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도 알 수 없었으니까. 그는 거울 속에서 웬 낯선 사람을 보았다는 생각으로 그게 누구인지 알아 볼 셈에서 고개를 홱 돌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P185

누가 뭐래도 삶이란 우발적인 사실들의 총계, 즉우연한 마주침이나 요행, 또는 목적이 없다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 무작위적인 사건들의 연대기에지나지 않는 거니까.
- P333

나는 지금 욕망이 아니라 지식에 대해서, 두 사람이 욕망을통해 그들 각자가 혼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보다 더 강한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알아낸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지식이 나를 변화시켜서 실제로 내가 더 인간적인 기분을 느끼도록 해준 듯싶다. 소피와관계를 맺음으로써 마치 다른 모든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은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진실로 있어야 할 곳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어느 곳이었으며, 설령 그곳이 내 안에 있다 하더라도 거기가 어디인지는알 수 없었다. 그곳은 자아와 비자아 사이에 있는 작은 틈이었고, 난생 처음으로 나는 그 어디인지 모르는 곳이 바로 이세상의 정확한 중심임을 알게 되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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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화

김종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P36

별을 보며

이성선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 P52

절정

박흥식

눈부신 슬픔의 구름이 사라지고
평원에 쓰러진 검은 소는 뜯겨나가는 제 몸과 사자 무리를 한눈으보고 있었다.
가는 비명마저 천천히 먹히우고
거기엔
재봉질하던 어머니와
일찍 집을 나가 오래 잊혀졌던 누이가 먼지도 없이 내렸다그것은 들판과 구름을 불태우면서 - P78

비가 오신다

이대흠

서울이나 광주에서는
비가 온다는 말의 뜻을
알 수가 없다
비가 온다는 말은
장흥이나 강진 그도 아니면
구강포쯤 가야 이해가 된다
내리는 비야 내리는 비이지만 비가
걸어서 오거나 달려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어떨 때 비는 싸우러 오는 병사처럼
씩씩거리며 다가오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그 병사의 아내가
지아비를 전쟁터에 보내고 돌아서서
골목길을 걸어오는
그 터벅거림으로 온다
그리고 또 어떨 때는
새색시 기다리는 신랑처럼
풀 나무 입술이 보타 있을 때
산모롱이에 얼비치는 진달래 치마로
멀미나는 꽃내를
몰고 오시기도 하는 것이다 - P92

업어준다는 것

박서영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사람이 짐승을 업고 긴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한없이 가벼워진 몸이
젖어 더욱 무거워진 몸을 업어주고 있다.
울음이 불룩한 무덤에 스며드는 것 같다 - P107

참 좋은 저녁이야

김남호

유서를 쓰기 딱 좋은 저녁이야
밤새워 쓴 유서를 조잘조잘 읽다가
꼬깃꼬깃 구겨서
탱자나무 울타리에 픽픽 던져버리고
또 하루를 그을리는 굴뚝새처럼
제가 쓴 유서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왜가리처럼
길고도 지루한 유서를
담장 위로 높이 걸어놓고 갸웃거리는 기린처럼
평생 유서만 쓰다 죽는 자벌레처럼
백일장에서 아이들이 쓴 유서를 심사하고
참잘 썼어요, 당장 죽어도 좋겠어요
상을 주고 돌아오는 저녁이야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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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갑자기 골목길을 돌아보니 막다른 길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막막함이란.

그저 피고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들이기때문입니다. 그들이 매력적인 게 죄 때문은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적어도 나는 변호사로서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데, 모든 피고인이 죄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장래에 받게 될 처벌이 그들을 미리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고도 할 수 없지요. 왜냐하면 모든 피고인이 다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그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 소송, 즉 그들에게 제기되어 계속 따라다니는 그래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소송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떤 피고인은 다른 피고인보다 더 매력적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피고인은 모두 매력적입니다. 저 한심한 인간 블로그조차도 그렇습니다."
- P229

" K가 말했다. "뭔가 잘못된 겁니다. 도대체 인간이라는 사실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이 땅에서 우리는 너나 할 것없이 모두 인간입니다." "그건 맞는 말입니다." 신부가 말했다. "하지만 죄 있는 사람들이 늘 그런 식으로 말하지요." "신부님도 저에 대해편견을 갖고 계신가요?" K가 물었다. "난 당신에 대해 편견을 갖고있지 않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K가 말했다. "그러나소송에 관여하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저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소송과 무관한 사람들에게도 그런 편견을 주입합니다. 제입장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사실을 잘못 이해하고 있군요." 신부가 말했다. "판결은 어느 시점에 단번에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소송이 서서히 판결로 넘어가는 것이지요." "그렇군요." K가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 P264

나는 늘 스무 개의 손을 가지고 세상에 뛰어들고자 했으며,더구나 그다지 합당하지 않은 목적을 이루고자 그렇게 했지. 그건 잘못된 것이었어. 이제 일 년에 걸친 소송조차도 내게 아무런 가르침을주지 못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나? 정말 우둔한 인간이라는 이미지만 남기고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하는 것인가? 소송이 시작될 때 그것을 끝내려고 했으며, 소송이 끝나가는 지금 그걸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세상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라도 좋단 말인가? 나는 세상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걸 원치 않는다. 나의 이 길에 이런 반벙어리에다 아무것도 모르는 한심한 작자들을 동행으로 붙여준 거, 그리고 내가 꼭 해야 할 말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도록 해준 건 고마운 일이야. - P284

따라서 카프카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작가의 실존적인 상황의 서술, 광기의 전체주의로 흘러가는 현대 관료체제에대한 예견, 인간 존재에 대한 은유 또는 종교적 비유담 등으로 읽히며여러 해석을 낳았다. 이 소설은 비인간화된 현대 세계에서 인간이 느끼는 소외와 불안을 묘사한 ‘카프카적‘ (kafkaesk. 몽환적이고 위협적인 분위기, 악몽과 부조리를 연상케 하는 텍스트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확정적인 해석을 거부하는데, "모든 문장이 ‘나를 해석해보라고 하면서 어떤 문장도 그것을 허용하려 하지 않는다"는 테오도르아도르노의 진단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카프카의 작품이 데리다.라캉, 들뢰즈 같은 후기구조주의 또는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의 주어린 선택목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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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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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은 성인에게도 마음의 학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자신의 저서 곳곳에서 ‘자기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에대한 인식 없이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함에도, 그 깊은 자기 인식을 향한 고난의 발걸음을 먼저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자기 인식이 과학기술로 해결되는 문제였다면 인간은 어떻게든 길을 발견했겠지만, 진정한 문제는 가장 중요한 것, 즉 인간의 심혼과 관계이기 때문에 선생이나 학교도 없고 교재나 강의도 없다고 자기 인식의 커리큘럼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기 인식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스승은 중요하지만 최종 단계의 자기 인식에서는 스승조차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 P250

융은 말했다. 인간은 빛의 형상을 상상함으로써 계몽되는것이 아니라 어둠을 의식함으로써 계몽된다고. 우리는 늘 탁월하고 훌륭한 것들에 이끌리도록 교육받지만, 추악한 것들, 암흑속에 있는 것들에도 마음을 돌려야 한다. 인간에게 추악한 본성이 있다는 것, 인간에게 사악한 욕망, 절망적인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의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영혼의 성장은 시작된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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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이상을 조금이나만 알아갈 수 있는 책.


"세상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니라네."
- P7

"네가 세상에 그 어떠한 것을 알고자 할 때에는 우선 네가 먼저그것에 대하여 생각하여 보아라. 그런 다음에 너는 그 첫번 해답의 대칭점을 구한다면 그것은 최후의 그것의 정확한 해답일 것이니." - P8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난 사람은 끝끝내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울어야만 한다. 그 가운데에 약간의 변화쯤 있다 하더라도 속지 말라. 그것은 다만 그 불행한 운명‘의 굴곡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P9

"신에게 대한 최후의 복수는 내 몸을 사바"로부터 사라뜨리는데 있다." - P33

어디로 가나?
사람은 다 길을 걷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어디로인지 가고 있다. 어디로 가나?
광맥을 찾으려는 것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보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은 어둡고 험준하다. 그러므로 그들은 헤맨다. 탐험가나 산보자나 다 같이.
사람은 다 길을 걷는다. 간다. 그러나 가는 데는 없다. 인생은암야의 장단 없는 산보이다.
그들은 오랫동안의 적응으로 하여 올빼미와 같은 눈을 얻었다.
다 똑같다.
그들은 끝없이 목마르다. 그들은 끝없이 구한다. 그리고 그들은끝없이 고른다.
이 고름‘이라는 것이 그들이 가지고 나온 모든 것들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이면서도 가장 나쁜 것이다.
이 암야에서도 끝까지 쫓겨난 사람이 있다. 그는 어떠한 것. 어떠한 방법으로도 구제되지 않는다.
선혈이 임리한 복수는 시작된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복수를.
피 밑 없는 학대의 함정 - - P66

사람은 살아야만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이고는 반드시 죽고야 말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라도 살아야만 할 것이다.
죽는 것은 사람의 사는 것을 없이 하는 것이므로 사람에게는 중대한 일이겠다. 죽는 것, 죽는 것, 과연 죽는 것이란 사람이 사는가운데에는 가장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ㅡ죽는 것은 사는 것의 크나큰 한 부분이겠으나 죽는 것은 벌써사는 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나 사람은 죽는 것에 철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죽는 것에는 벌써 눈이라도 주어볼 아무값도 없어지는 것이다.
"죽는 것에 대한 미적지근한 미련은 깨끗이 버리자. 그리하여죽는 것에 철저하도록 힘차게 살아볼 것이다."
인생은 결코 실험이 아니다. 실행이다. - P95

"모든 사람의 일들은 불행이다. 그러나 사람은 사람이 그렇게도 불행하므로 행복된 것이다." - P99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 P268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 P299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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