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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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황정은 소설의 정치성을 말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이 실제로는 비정치성을 수행하고 있다고 느낀다. "누구도 죽지 않는 이야기"라는 이상에는 너무나도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그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점에서 나는 그의 작품이 새롭기보다는 진부하고, 치열하기보다는 순진하다고 생각해왔다. 불편함에 대한 감수성을 민감하게 유지하는 것으로는 불편함을, 나아가 죽음을 만들어내는 세상을 바꿀 수 없지 않는가. 끊임없이 누군가를 배제하는 이 세계를, 그 배제된 것으로부터도 무언가를 다시 배제하는 이 세계를, 상식의 이름으로 통용되는 폭력을 바라보고 느끼며 기록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 윤리에 대한 호소? 작은 것에 대한 감수성? 회복되고 발견되어야 마땅한, 기각할 수 없는 이 가치들은 왜 좀처럼 구현되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작가의 문학적 답변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답을 가지고 작가는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 문학은, 더군다나 정치나 혁명에 대해 말하는 문학이라면 이 고민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작가가 한 것은 이 세상과의 싸움이었는가 세상에 대한 논평이었는가. 비분강개하여 나와 남의 상처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드는 것과, 자신이 받은 상처를 계속 더듬기만 하며 대들지 않고 나지막이 읊조거리는 것. 전자를 진정한 정치라 신화화하는 것도 역겹지만 후자를 섬세한 정치라고 상찬하는 것 역시 건강해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답이 필요하지 않은가. 내가 정치와 문학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 새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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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1 한길그레이트북스 63
게오르크 W.F. 헤겔 지음, 임석진 옮김 / 한길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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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로서 나름의 의미가 있는 성과라고 생각하지만, 백종현의 칸트, 임석진의 헤겔 말고 새로운 세대에 의한 번역을 읽고 싶다. 검증된 견해인지 의문스러운 역자주는 정확한 독해에 방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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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사회 한길그레이트북스 56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박여성 옮김 / 한길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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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힐 책이 아닌 데다가, 내가 읽은 최악의 번역서로 기억하고 있는 이 책에 높은 평점이 생각 이상으로 많아서 찾아보니 모두 2017년 6월에 집중적으로 매겨졌다. 이상한 일이다. (독일어 할 줄 아는 사람 말고) 사회학 전공자에 의해 다시 번역되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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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2018-07-2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ㅋㅋㅋㅋ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맑스주의의 향연 - 컬리지언총서 22
마샬 버먼 지음, 문명식 옮김 / 이후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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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들이 실려 있는 책이다. 


맑스의 작업들을 모더니즘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맑스의 작업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등과 구별되는 자율적 영역을 표방하는) 근대 학문이라면 근대 속에서 근대와 불화하는 모더니즘의 몸짓을 (적어도 어느 정도는)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변증법이라는 것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번역에 아쉬움이 있지만 원문을 대조하다 보면 역자가 겪었을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역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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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의 삶, 사랑의 말 -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하여
양효실 지음 / 현실문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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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하여‘이지만, 읽으면서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참 멋있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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