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참는 아이 장애공감 어린이
뱅상 자뷔스 지음, 이폴리트 그림, 김현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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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뱅상 자뷔스

그림 - 이폴리트

옮김 - 김현아

한울림스페셜




  '숨을 참다'라는 의미는 생명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활동을 하지 않는 다는 것.

즉, 죽음과도 가깝다는 말일 것이다. 

'숨 죽이다.'라는 의미는 숨 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는 것.

즉, 두려움, 외로움, 괴로움, 긴장감이 가득하다는 말일 것이다. 


 이렇듯 삶과 직결된 숨을 아이는 왜 참고 있는 것일까?

나는 책이 가득 차 있는 책장, 서재, 도서관, 서점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무 인기척도 들리지 않고 책만 무수히 꽂혀 있는 조용한 공간에

둘러 쌓인 아이의 모습이 숨 막히는 듯 하면서 왠지 가여운 느낌이 난다.

아이야, 왜 혼자니?





 열 한 살 루이는 혼자다.

학교에서도 혼자, 집에서도 혼자다.

유일하게 혼자 하는 것은 1, 2, 3 숫자를 세고 코를 세 번 두드리는 것,

횡당 보도의 하얀 선 밟지 않고 건너기,

검은 자동차 피해서 먼저 앞서 가기,

엄마 생각하지 않기,

자신이 정한 규칙대로 움직이면서 스스로 잘한 행동에 점수를 준다. 

이런 행동들은 누구나 한 번 쯤 할 수 있다. 

뭐가 문제지?


  루이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보살펴주어야 할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담임선생님과 외삼촌이 필요한 순간 나타나 도움을 준다.

아빠는 목소리만 들리고 엄마는 얼굴이 까맣게 칠해진 채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친구들과도 어울려 놀지 않고 오히려 숨거나 피하면서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가끔 누군가 나타나 말을 걸긴 하지만

인형인가? 상상 속의 인물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무서운 형체들이 

루이 주변에 나타나 괴롭힌다. 

흠.... 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루이가 많이 힘들다는 게 느껴진다.            


 소극적이고 외톨이처럼 외롭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루이는 용감하게 도전을 하기도 한다.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당당하게 하기도 하고

학교 대표, 지역 대표로 발표를 하기도 한다. 

발표 주제를 얻기 위해 멋들어지게 꽃단장을 하고 국왕을 만나러 가는 모습은

여느 아이들과 똑같았다. 힘내, 루이!!


 마음이 아픈 아이!  

무엇이 루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강박 행동을 보이는 루이에게 관심을 갖기는 커녕

코빼기도 안 보이는 엄마와 아빠. 

작가는 왜 부모를 빼고 어린아이만 외롭게 두었을까?

루이가 도움을 요청하고 필요로 할 때 

"잠깐만 기다려. 곧 갈게" (본문 중) 라고만 말하고 얼굴 한번 비치지 않는다. 

루이는 아빠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깊고 넓은 골이 생겼으며,

화도 내지 않고 투정도 부리지 않을 만큼 

지쳐버렸음을 얼굴 표정에서 보여주는 것 같다.

아빠를 찾아 가 얼굴을 보고 화도 내고 짜증도 부릴 만 한데

루이는 문 밖을 나서지 못하고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외로움, 슬픔을 삼킨다.

 

 "살아 있는 엄마보다 죽은 엄마가 더 좋아." (본문 중)

아빠 보다 엄마에 대한 마음은 더 절망 적인 듯 검은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다. 

엄마에 대한 루이의 부정적이면서도 날카로운 감정을 쏟아부을 땐

나쁜 말버릇이라고 혼내기 보다는,

편견을 갖고 삐딱하게 바라보기 보다는,

그냥 누구든지 가만히 그 여린 어깨를 감싸 안아주면서

루이의 어깨가 부드럽게 들썩일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때론 말보다 스킨쉽 하나로 위로 받고 평온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루이가 마음의 병을 가정에서 얻은 것 같다. 

부모들의 속사정은 나오지 않지만 어른들의 일과 무관심이

루이에게 마음의 상처로 영향을 준 것 같다. 

마음의 병이 있었지만 루이는 누구보다 용감했고 

스스로 이겨내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소년이였다. 

별것도 아닌 바나나 껍질에 의해 특별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조그만 일에도 희망을 갖고 조금씩 변화를 일으켜 나간다.


  루이의 어지럽고 복잡한 마음을 표현하는 그림에선 어른인 나도 조금 섬뜩했다. 

귓가에서,  머리 속에서,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말들을 물리치고

조금씩 변화해 가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루이야, 이젠 숨을 참지 않아도 돼.

 숨을 깊이 들이 마시고 후~~~ 하고 소리 내어 내뱉어 보렴! 소리 내어 크게 크게!"


 그래픽 노블로 열한 살 소년 루이가 마음의 병을 이겨내고

변화를 일으켜 가는 이야기를 감동 깊게 읽었다. 

이건 한 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곱씹어 보면서 읽어 봐야

루이가 겪은 심리 상태를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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