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고블 씬 북 시리즈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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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유하

도서출판 들녘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마을"이다. 

어느 집을 가도, 어느 마을을 가도, 어느 나라를 가도 삶과 죽음은 항상 공존해 있다. 

뗄레야 뗄 수 없는 삶과 죽음이 앞 서거니 뒤 서거니 하며 삶을 지배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환승을 하듯 삶에서 죽음으로, 죽음 직전에서 삶으로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안에서 함께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고 표현한 것일까?


  "얼음 왕국"이라 불리는 책 속의 배경이 되는 마을은 1년 12달이 겨울인 곳이다. 

추운 날 얼음 관에 누워 있는 엄마의 몸에 물을 붓는다. 

추운 날씨에 물은 금방 얼어 붙고 엄마는 얼음 관에 갇힌다.

마을의 풍습대로 엄마의 얼음 관은 집 앞에 놓여지게 되고

에니아르가 되어 가족을 지켜주게 된다.  


 죽은 이를 땅에 묻거나 화장해서 강에 뿌려주는 건 많이 봤지만

얼음 관에 넣어 집 앞에 세워둔다는 것은 정말 생각도 못할 일이다.

가족이긴 하지만 죽은 이를 집 앞에서 오다 가다 본다고 생각하니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한 명도 아니고 여럿이라면?

그렇다는 건 우리 가족 뿐 아니라 이웃의 죽은 이들도 다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라마다 민족마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나 마음, 풍습이 다르다는 걸 인정한다.

허구 속, 상상 속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보지만 문화적 충격이었다. 


 엄마의 시신을 스미스 사장이 대가를 지불하고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조각상처럼 정원에 엄마의 얼음 관을 세워 두고 감상을 한다. 

시체를 거래한다?

아니 무슨 물건도 아니고 사고판다니 .....

시체를 사는 사람이나 가족의 시체를 파는 사람이나....

읽는 순간 참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곧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며 입장을 생각해 보았다. 

스미스 사장은 외지인이다. 이곳의 죽음에 관한 풍습을 알고는 있지만

죽음을 너무 가벼이 여기고 다른 이의 슬픈 마음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력이나 부를 이용해 죽음까지도 사고파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아내를 장식품 팔듯이 팔아버린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손가락질 당하고 욕을 먹어도 쌀까?

하지만 그에겐 어린 딸이 있고 추운 겨울이 1년 12달 지속되며

먹거리와 난방에 쓸 돈이 없어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거릴 수 밖에 없다면?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이 딱 떠 올랐다. 

절대 머리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아버지로서 딸을 책임져야 하고

앞으로 살아남아야 하기에 피눈물로 아내를 떠나 보내지 않았을까?

다른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그나마 스미스 사장은 양심은 있었던 걸까?

엄마를 보러 오는 카야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엄마를 실컷 볼 수 있게 배려해준다. 

출장으로 집을 비운 아빠의 빈자리 대신 카야는 매일매일

스미스 저택으로 엄마를 보러 간다. 

하지만 스미스 사장은 친절한 듯 보이는데 무언가 본능적으로 경계를 하게 만든다. 

대체 뭐지? 무엇이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고, 소름 돋게 만들고, 

설마 아니겠지? 라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걸까?

에니아르가 된 엄마가 딸 카야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린 딸에게 절대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출장 간 아빠가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죽은 이를 떠나 보내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예전과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랑하는 이를 옆에 두고 매일 보는 것이 행복할까?

아니면 땅에 묻음으로써 육신을 자연으로 보내고 추억을 간직하는 것이 행복할까?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아직까진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내 곁에서 영영 떠나 보낸다는 것, 슬픔이 오랜 시간 지배 할 거라는 것만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는 정도다. 


 환경적 요인이 삶과 죽음에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대대로 내려오는 마을의 풍습. 

죽은이의 얼음관을 집 앞에 세워 두는 것이 외지인에게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지만

마을 사람들에겐 죽은 이가 가족을 지키는 에니아르가 되어준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이 춥고 배고프고 힘든 이 곳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몸은 차갑게 식었지만 내 곁에 사랑하는 이가 있으니 말이다. 


 고블씬북은 가볍고 얇은 판형으로 되어 있어 가지고 다니기도 좋고

빠르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는 글도 어렵지 않고

빠른 전개로 몰입하며 읽게 만든다. 

얼음 왕국의 어린 소녀 카야가 엄마의 죽음으로 겪으며 강해지는 이야기다. 

삶과 죽음을 다룬 이야기로 현실적으로 다가오면서,

얼음 왕국을 상상하게 만들며, 차갑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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