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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의 모자 - 2022 문학나눔 선정도서 ㅣ 미어캣
임경섭 지음 / 소동 / 2021년 12월
평점 :
지은이 - 임경섭
소동
제목만 보았을 때는 동물들과 모자 사이에 어떤 재미난 일이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추측을 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리고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우리의 뼈 아픈 전쟁의 결과인 분단의 역사적 이야기이며
파주의 DMZ 근처에 사는 통일촌의 실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
1970년대에 통일촌 마을사람들이 주민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빨간 모자를 썼던 이야기를 DMZ에 사는 동물에 비유하여
잊어서는 안될 역사이기에 살며시 꺼내어 쓴 이야기다.
조금은 진지해지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으며
전쟁을 겪은 후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 속에서 살아가는
DMZ 근처의 주민들과 동물들의 생활 모습을 느껴볼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철조망이 쳐진 마을에 사는 재두루미는 서쪽 사막에 사는 미어캣을 찾아간다.
같은 편임을 표시하는 빨간 모자를 쓰게 된 사연과
모자를 쓰게 되면서 불편해진 동물들의 생활에 도움을 받고자
패션디자이너인 미어캣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왔음을 말한다.
기꺼이 재두루미를 따라 나선 미어캣은
동물들의 불편사항을 꼼꼼히 체크 한 후
많은 모자를 스케치 하고 동물들에게 실용적인 빨간 모자를 만들어 준다.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똑같은 빨간 모자.
개개인의 취향이나 편리함은 무시한 채 획일화 된 모자는
동물들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처음 본 빨간 모자는 예쁜 고깔 모자도 아니고
공사장이나 도로 위에 두는 고깔을 보는 것 같았다.
사막에 사는 미어캣은 일면식도 없고 자신이 사는 환경과는 너무나 다른 곳인데
왜 멀고 먼 곳으로 선뜻 길을 나선 것일까?
마치 전쟁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가서 도움의 손길을 주듯이
미어캣은 전쟁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동물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닐까?
각자에게 알맞은 빨간 모자를 쓰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했지만
겨울이 가고 봄이 되자 이번엔 노란 모자를 쓰게 되었다.
더운 곳에서 사는 미어캣은 힘겹게 추운 겨울을 나고
동물들에게 다시 노란 모자를 만들어 준다.
뾰족뾰족한 철조망 위의 노란 모자를 쓴 새!
가까이 갈 수 없는 듯한 뾰족한 가시 철조망은 긴장감과 위협을 느끼게 하며
철조망 위의 새가 쓴 노란 모자는 대조적으로 따뜻하고 평화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읽던 아이가 철탑의 노란 깃발을 보고는
"엄마, 여긴 프랑스야!"
상대를 감시 하기 위해 설치한 철탑은 아이(막둥이)의 눈에
낭만적인 프랑스의 에펠탑으로 비춰졌다.
더운 여름날, 모자색은 다시 파란색으로 바뀌게 된다.
문득 미어캣은 수많은 파란색을 보게 되고
다른 동물들이 자연에서 보고 느낀 다양한 파란색 이야기를 듣는다.
이번에 만들어진 파란 모자는 한껏 변화된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미어캣은 떠나며
"자, 이제 어떤 모자를 쓰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 보렴." (본문 중)하고 말을 남기고
자신의 고향 서쪽으로 떠난다.
똑같은 빨간 모자 - 각자에게 알맞게 변형된 빨간 모자 - 노란 모자 -
다양한 색깔을 담은 여러가지 모양의 파란 모자
동물들은 불편했던 모자를 미어캣의 도움을 받아 점차
색깔과 모양으로 자신들만의 모자를 만들어 간다.
이것은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스스로 변화하려는 것,
좀 더 나아지려고 모두가 노력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 같다.
전쟁으로 인해 나라가 두 동강이 났지만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과의 교류, 종전선언, 경제협력 방안,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통해 조금씩
국민들의 염원인 통일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미어캣이 말한 말은 또 다른 색깔의 모자를 만들어 쓰게 되어도
이젠 혼자서도 잘 만들어 쓸 수 있음을,
철조망에 가로 막힌 분단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지 동화로 알려주는 것 같다.
슬픈 역사는 왜 꼭 잊지 말아야 할까?
슬픈 역사를 직접 경험해야 했고, 그 역사를 밟고 살아가는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누군가 슬픔과 힘겨움, 무서움, 공포를 경험하지 않도록
우린 역사의 진실을 항상 직시하고 기억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전쟁 이후, 빨간 모자를 써야 했던 실제 상황을 동물들이 대신해 보여주면서
조금은 웃음 짓게 만들고, 많은 생각할 것을 남겨주는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파트마다 친구들이 다른 색깔의 모자를 쓰면 어떨까?"라고 질문을 했다.
아파트에 따른 빈부의 격차로 인한 차별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렇게 구분을 짓는다는 것은 어쨌든 불편함을 만드는 것 같다.
"DMZ가 있어 다양한 동식물들이 건강한 생태계를 가지게 되었는데
DMZ가 계속 보존되어야 할까?(분단) 아니면 사라져야 할까? (통일)"
조금은 어려운 질문이지만 잃는 것도 있었지만 얻는 것도 있었다.
DMZ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미어캣이 만들어 준 모자들!
그 모자를 통해 조금씩 내(동물)가 스스로 변화 해 가려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