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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아버지 ㅣ 단비어린이 문학
이정록 지음, 배민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9월
평점 :
글 - 이정록
그림 - 배민경
단비어린이
아들과 아버지란 말을 들으면 침묵으로도 느껴지는
그 무언가의 듬직함과 묵직한 사랑이 느껴진다.
딸에 대한 아버지의 부정 느낌과는 또 다른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부정을 느껴 볼 것 같은 제목의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옛날 옛날,
과거로 되돌아가는 느낌이 들면서 내가 어린아이가 되는 기분이였다.
나도 소 등에 올라타고, 나무 위에 올라가고, 개천에서 물놀이를 하고,
신나게 산과 들을 뛰어 놀던 개구쟁이였음이 떠 올랐다.
하지만 참새구이처럼 남에게 피해를 줄 만한 위험천만한 장난은 안했는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심각한 장난에 이마에 내천자가 그려지기도 하고
순수한 반전에 웃음이 빵터지기도 하고
아들을 믿고 잘못을 감싸주는 아버지의 마음에 찡해지고
단짝 친구이면서도 서로 견제하는 친구를 보며 나의 친구를 떠 올려보고
언어의 마술사 같은 글의 표현에 감탄을 하고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시를 읽을 땐 한 번 더 읽으며 곱씹어 보기도 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어설프면서도 이해와 믿음과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참 새꼽맞은 개구쟁이란 뜻을 가진 참새구이는 할머니께서 지어주신
박찬세 별명이다. 별명 만큼 어떤 개구진 일을 하는 악동인지 궁금해진다.
놀부자식이란 뜻을 가진 놀자와 놀부새끼란 뜻을 가진
놀새의 별명을 가진
변칠수는 내 친구이면서도 개구쟁이 짓에는 막상막하의 라이벌 관계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참새구이가 조금 밀리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놀자에게 복수와 복수가 뒤이어 펼쳐지지만 그 결과가...
덫에 걸린 생쥐와 눈이 마주치고는 찬세의 애완동물이 된다.
알뜰살뜰 먹이고 돌봐준 따뜻한 마음 끝에는 놀자에 대한 복수의 도구가 된다.
다친 생쥐를 돌봐주는 따뜻한 마음, 놀자에 대한 복수의 도구로 해서는 안될
장난을 치는 마음, 그리곤 다시 생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심리적 변화가 참 다채롭게 펼쳐진다.
생쥐가 먹고 남긴 누룽지를 함께 뭉쳐 놀자에게 주는 소심한 복수에 만족해 하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처럼 오히려 된통 당하는 찬세다.
학교 청소담당을 소홀히 하고 친구들과 벌을 받지만
친구들은 도망가고 혼자서 몇시간을 무릎꿇고 두 손을 들고
자갈을 입에 물고 시간이 흘러간다.
느즈막이 나타난 선생님의 "바보 같다"는 말과 한심한 눈초리로 바라보자
찬세는 너무나 선생님이 밉고 한동안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고생을 한다.
요즘 학교 풍경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아마 요즘 선생님이 저런 벌을 준다면 아마 대서특필 될 것이다.
찬세는 하나님과 결혼한 고모가 선생님과 핑크빛 교류가 펼쳐질 찰나
오작교 다리를 뚝 끊어버린다. ㅎㅎ 찬세를 잘못 건드렸다. ^^;;;
어린아이들끼리 주고받는 심리전과 힘자랑에는 귀여움으로 봐 줄 수 있지만
화재나 음식에 돼지똥으로 장난치는 것은
개인만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 것이기에 장난이 정말 과하다 싶다.
친구에게 당한 것에 되갚아주기 위해 복수를 하지만
오히려 본인이 혼비백산 당하는 반전의 결과를 얻는다.
여기서 아버지는 다 알고 있지만 침묵하고 오히려
찬세가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아버지만의 허풍을 이용해 용기와 자신감을 준다.
흠, 그래도 아이의 잘못에 대해선 따끔하게 훈육을 해야 할 것 같다.
한낱 어린시절의 장난으로 그치면 다행이지만 이게 어른이 되어서도
조절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큰일이다.
중간중간에 나와 있는 동시 와
편지 또한 예술이다.
<성장하는 나> (P93)
성
행
위
라는 세글자를 보면 누구나 오해를 할 것이다.
읽는 나도 낯뜨겁고 민망했으니까.
하지만 이것 또한 어른들의 편견이 만든 아버지의 오해이다.
찬세가 이 세글자에 채워 넣은 글은 너무나 멋지기 때문이다.
성 - 성장하는 나
행 - 행복한 가족
위 - 위로 할 줄 아는 어른
이 외에도 기발하게 뜻풀이를 하고 함축적 의미들이 가득담긴 시들이 많다.
요즘 모습과는 참 많이 다른 사건사고들이 가득한 이야기다.
작가의 말에는 "매끈하게 잘 쓰면 거짓 같고, 솔직하게 쓰면 못나 보이지?
아버지와 아들이란 게 본래 어설픈 거야."라는 말이 있다.
가감없이 있었던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를 썼기에 과거의 현실감이 가득했던 것 같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무한사랑과
허풍스러운 아버지의 말에도 마냥 믿음을 갖고
그 울타리 안에서 사랑으로 크는 아들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비 오는 날 아들이 비에 젖을까 안아든 아빠,
아빠가 비 맞을까 함께 우산을 받쳐든 아들이다.
다정다감한 이 모습이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고
서로에게 많은 의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들이 아빠가 되었을 때 "내가 어렸을 때 말이야~~~"하고 도란도란
그의 아들에게 들려주는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