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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 ㅣ 책마중 문고
질 티보 지음, 이정주 옮김, 마리 클로드 파브로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8월
평점 :
글 - 질 티보
그림 - 마리 클로드 파브로
옮김 - 이정주
어린이 작가정신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럴수가,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 잘못된 행동, 잘못된 욕망이
어린 한 아이의 인생과 마음과 몸을 무참히 짓밟은 것에 대해 너무나 화가났다.
법적 처벌 또한 강력해져야 하며 사회적 심각성이 각인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자녀를 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성폭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방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더 이상 나탈리처럼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책의 내용은 짧다.
하지만 어린 나탈리가 겪은 끔찍한 고통은
너무나 너무나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 한글자 한글자 읽을 때마다
나탈리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저몄다.
어린 작은 가슴에 담긴 두려움이 한껏 부풀도록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미움받고 외면당하고
버려질까봐 스스로를 자책하며 마음의 감옥에 갇혀버린
나탈리는 얼마나 말하고 싶었을까? 얼마나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랬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힘겨웠던 순간이 각인되면서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나탈리의 모습은 변해간다.
하지만 아무도 나탈리의 고민과 걱정과 아픔을 알아주지 않았다.
부모님은 나탈리의 모습이 걱정되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찾아내지 못하고
그저 나탈리의 대답만 듣고 끝내버린다.
평상시와 다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도 왜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을까?
아마 부부사이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어 나탈리에게까지 신경을 못 썼을까?
그래도 그렇지.... 그건 어른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고 아이에게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나탈리의 작은 행동을 눈여겨 본 코테선생님이 없었다면
나탈리는 정말 무시무시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지도 모른다.
옷을 갈아 있듯 살갗을 갈아 입고 싶다는 생각,
깜깜한 밤에 창문밖을 내다보며 바닥으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부분에선 정말 아찔했다.
최근에 청주 여중생 두명이 성폭행 동반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다.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딸, 그리고 친구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친구.
"나 너무 아팠어.."라는 글의 유서를 보면서 정말 눈물이 났다.
어린 아이들이 감당해야 했던 만큼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식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고 멀리 떠나 보내야 했던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슬플까?
부모는 얼마나 자신의 가슴을 때리며 그 순간을 후회하고 후회하며 눈물로 살아갈까?
"네 잘못이 아니야!"
모두가 말해 줄 수 있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부디 하늘에서는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길...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고
소리없는 말로 그 고통을 입밖으로 내는 아이들...
그 누구도 아이에게 나쁜짓을 할 수 없다.
어른이란 이유로 물리적인 힘을 가하고, 정신적인 폭력을 가해선 안된다.
"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
코테선생님이 펑펑 우는 나탈리를 가만히 끌어 안으며 한 말이다.
어린 어깨에 마음의 짐을 지어주지 않도록
예전처럼, 그 모습 그대로 돌아 올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할 것이다.
아동성폭력예방에 참여한 지은이는 분명 나탈리 같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어른으로서 많은 생각과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겪은 마음의 고통을 책으로 씀으로써
혹시라도 고통받고 있는 친구들이 평온해지길 바라며
성폭력 예방을 위해 읽혀지길 원했을 것이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진정 잘못한게 없단다."
책을 읽고 나서 아이도 많은 생각을 했나보다.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서 대처방법과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대처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도 배워서 다 알고 있는데 막상 누가 물어보면 나도 모르게 대답하게 돼.
어떤 아저씨가 어디가냐고 해서 학원에 간다고 했어. 학원이 어디니?라고 물어서
저기 00학원이요.하고 나도 모르게 말했어."라고 이야기를 했다.
최근엔 나이가 좀 있는 할아버지 한분이 학원 근처에서 자주 마주친다고 해서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온다.
혹시 엄마가 못 올때를 대비해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다.
이론적으로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막상 상황이 일어나면 아이들의 생각은 정지하는 것 같다.
그래도 계속해서 안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끔찍한 성폭력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탈리의 마음을
섬세하면서도 가슴아프게 그린 이야기를 엄마의 입장에서 읽어보았다.
부모와 아이들이 꼭 한번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