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어느 멋진 날

일요일, 어느 멋진 날
플뢰르 우리 지음, 김하연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7월

글, 그림 - 플뢰르 우리

옮김 - 김하연

키위북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가는 걸 좋아한다.

함께 부대끼고 공감하며 살았던 시간이 익숙해졌기에

떨어져 살게 되어도 서로를 기다리고 찾게 되는 것 같다.

여우 클레망틴도 어느 일요일 할머니댁을 방문하게 된다. 

그런데 표정이 전혀 기뻐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 표정이다.

왜 그럴까?

할머니댁에 도착했지만 지루하고 따분하고 재미없는 클레망틴.

할머니께 예의 바르게 행동하길 바라는 부모님은 수시로

클레망틴의 행동과 말을 지적하며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우연히 정원의 한 구석에 있는 구멍을 발견하게 된다.

호기심과 모험심에 클레망틴은 주저하지 않고

구멍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구불구불 미로찾기 같은 길을 지나 그 끝에서

클레망틴은 한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클레망틴과 소년은 서로 다른 모습에 처음엔 서먹하고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같이 놀래?"

아이들에게 이 말은 곧 마법의 힘이다.

처음 만난 사이여도 놀다보면 곧 하하호호 웃으며 친구가 되기 때문이다.

서먹함이 사라지고 신나는 모험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숲에서 두 아이들은 물 속과 하늘을 노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털이 있든 털이 없는 상관 없이 말이다. ^^

하지만 만남 끝엔 이별이 다가온다.

클레망틴을 부르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 소년과 헤어진다.

하지만 또 다른 만남의 약속하며 지속됨을 예측할 수 있다.

여우인 클레망틴이 사는 곳과 인간인 소년이 사는 곳은 경계가 있는 것 같다.

처음 만남에 누구인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정원의 한 구석에 있는 구멍이 서로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 구멍을 발견했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항상 할머니의 몸에 붙어 있는 작은 나뭇가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도 한다.

막둥이에게 할머니와 클레망틴의 몸에 붙은 나뭇가지에 대해 그 이유를 물어보니

"구멍을 지나서 기어가니까 몸에 나뭇잎이 붙은거지! 둘이 똑같네!"

그런데 왜 할머니는 그 구멍의 비밀을 클레망틴에게  바로 말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할머니댁 가는 걸 즐거워 하고

비밀을 함께 공유한 할머니와 더 가까워 질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내 생각에 할머닌 클레망틴이 스스로 모험을 찾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그래서 클레망틴의 모험을 통해 둘만의 비밀이 생기면서

더 할머니와 친밀감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아마 매주 할머니댁을 방문하지 않을까싶다.  ^^

그림을 보면 섬세한 선들과 따스한 색감들이 보기에 좋다.

그림에서 클레망틴 가족의 형광색인듯 한 주황색이 

포인트가 되어 눈길을 확 잡아끈다.

클레망틴과 소년의 다양한 놀이가 판타지 같은 느낌이 든다.

많은 대화도 긴 설명도 없다.

한 두 줄의 이야기와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흐름을 알 수 있고 의문점에 대한 해답이 풀린다.

할머니와 손녀의 공감대형성, 그리고 이해

세대간의 거리감이 점차 좁혀지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온 몸에 작은 나뭇가지를 꽂고 서로를 꼭 끌어 안은 모습과,

따뜻한 표정을 짓는 할머니와 손녀딸의 얼굴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긍정적인 변화를 갖게 되어 참 보기 좋았다.

일요일, 어느 멋진날을 경험할 수 있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