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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ㅣ 초록잎 시리즈 11
신운선 지음, 장선환 그림 / 해와나무 / 2021년 5월
평점 :
글 - 신운선
그림 - 장선환
해와나무
어느 맑은 날, 아버지와 아들이 햇살 아래서 걸어가는 뒷모습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면서 위로가 되어주고 용기를 주는 따뜻한 모습이다.
이 두사람이 나란히 걷기까지 겪어야 했던 마음의 힘겨움은
그저 속으로만 삼켜야 했고 들켜서는 안되는 것이였다.
할아버지 할머니들과의 보물같은 인연을 통해
삶의 진리와 지혜를 듣고 깨달으며 은수는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엄마 말이야. 주소 알아?" (본문 p159)
보고 싶지만 꾹꾹 눌러야 했던 보고픈 엄마를 아빠에게 묻는다.
어린 아이가 엄마를 찾는 건 당연한 것인데
입밖으로 내지 못한 그 마음이 오죽 아팠을까?
엄마를 찾는 아들을 보며 아빠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고 아팠을까?
이혼가정인 은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바람같은 존재이다.
외부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청춘 복지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글공부를 돕는
보조 선생님 역할을 하게 된다.
책을 읽어드리고 서로 생각한 것을 이야기 나누면서
연륜에서 느껴지는 깊은 삶의 맛을 느끼게 된다.
왠지 내 이야기 같은 그림책 이야기.
내 처지가 들킬까 움츠러든다.
은수는 아빠이야기를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점점 쭉정이가 되어가는 아빠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고 불쌍해 보인다.
남편과 자식보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난 엄마를
원망하기 보다는 이해하려고 하면서 다시
눈 앞에 나타나주길 바란다.
부모의 이혼으로 부모 중 한명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심리적 갈등과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부모에게 이끌려 살면서 원치 않는 애어른이 되어버린다.
만원어치 장을 보기 위해 이것저것 합리적인 계산을 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또래와 어울리는 시간을 포기한다.
엄마가 없어 편할 것 같으면서도 편하지 않는 것은
엄마의 부재가 짧은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부터 혼자서 노는 방법을 찾고
혼자서 놀이를 하며 은수는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엄마가 옆에 있을 때도..... ㅠㅠ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작했지만
점차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와 할머니와의 시간이 소중해지고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이 시간이 좋아진다.
봉사활동이 끝날 때마다 보고서를 쓴다.
은수는 수업시간에 느낀 점, 할아버지 할머니를 관찰하고
읽어드린 책의 내용에 대해 나눈 이야기에
자신의 생각, 감정을 적절히 덧붙여 썼다.
초등학교 5학년이 쓴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정말 잘 썼다.
담임선생님께서 좋은 활동을 제시해 주셨기에
은수의 글쓰기 재능이 빛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싶다.
은수의 곁에 민세가 있다.
장난을 치는 개구장이 같지만 동생을 돌보는 의젓한 모습도 있고
수련관에서 진지하게 배우며 속깊은 모습으로
은수에게 친구가 되어준다.
은수에게 자신의 환경과 속내를 먼저 솔직히 말함으로써
감추고 싶었던 은수의 상처도 자연스럽게 터지고 아물게 된다.
[바람]
수업에 참가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손수지은 별칭으로 불린다.
보조선생님 은수도 고민하다가 바람이라고 짓는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있고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바람도 있다.
엄마의 꿈이 이루어져 빨리 은수 곁으로 돌아온다는
약속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바람.
곁에 없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엄마가 존재하듯이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시원함과 소리로 엄마가 되어 은수를 찾아오는 바람.
삶이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외로워도
바람이 있기에 살아지는 것 같다.
은수도 바람과 함께 씩씩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