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감옥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지음 - 쓰네키어ㅣ 거티러

옮김 - 이규원

고요한숨

 

 

 가을의 감옥이란 제목을 보고 상반된 느낌이다.

가을은 한창 바쁜 시기이다. 수확의 계절로 일손들은 바삐 움직이고

겨울을 준비하기도 하며 자연 또한 화려한 변신을 하는 시기이다.

가을은 풍요롭고 즐거운 마음이 샘 솟고 겨울을 준비하는 바쁜 시기이다.

그런데 감옥이라 함은 어둡고 공간이 한계적이며 자유롭지 못한 공간이기도 하다.

왜 가을을 감옥이라 했을까?

세편의 단편 이야기 중 대표 이야기인 가을의 감옥의 시기가 11월이다.

11월인 가을 이야기.

11월에 갇힌 시간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나무에 가려진 얼굴이 어떤 표정일지 참 궁금해진다.

 

 키워드 시간, 공간, 환상!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있는 평범함이라고 생각했던 시간, 공간, 환상이

어느 순간 특별함으로 내게 다가 온다면 어떨까?

평범함이 특별함이 되는 순간 나에게 선이 될까, 독이 될까?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그 특별함에서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세계관, 인간의 본능과 욕망,

동서양의 민담이 섞인 환상적인 판타지를 느껴 볼 수 있다.

 

 가을의 감옥 - 어느 날, 평범했던 일상이 이상해졌다.

11월 7일은 지나갔는데 똑같은 상황이 데자뷰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11월 7일은 어떤 의미일까?

기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그 수많은 11월 7일.

그런데 나와 같이 11월 7일을 반복하는 이들이 있다.

멈춰버린 시간, 반복되는 시간, 더 이상 흘러가지 않는 시간에서

과연 나는 희망을 갖고 살아갈 미래를 경험하게 될까?

 

 신의 집 - 신의 집이란 무엇일까? 종교와 관련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일본이 배경인 만큼 일본과 연관된 종교일 것 같다.

평소 눈에 띄지 않던 무언가가 갑자기 눈에 들어온다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아니면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게 될까?

초가집 앞을 지나던 나에게 노인이 신의 집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신의 집을 지키는 지킴이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우연히 초가집에 들어 갔다가 들어 간 문으로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내가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이가 이 집에 들어와야 한다.

아니, 나처럼 이 집안에 갇혀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내가 나올 수 있다.

초가집이라면 기와집보단 작은 느낌이다.

그 작은 공간에서 언제,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는 시간 동안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홀로 갇혀 있어야 한다.

대체 누가, 왜 이 공간안에 지킴이를 가둬두는 것일까?

특별한집, 신역, 무당집, 신의집이라 불리는 이 공간에서

나는 세상을 떠돌며 무엇을 하게 될까?

 

 환상은 밤에 자란다 - 환술이란 남의 눈을 속이는 기술 (표준국어대사전)

마법, 도술, 마술이란 말은 많이 들어 봤는데 환술이란 말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남의 눈을 속이는 기술을 선보이는 사람은 마술사만 접해보았다.

그 화려한 기술에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며 신기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그런데 그 환술을 과거 옛날옛날에 사용한다면 미신을 믿는 그 시대에

어떤 대접을 받게 될까?

환술능력이 있는 할머니를 사람들은 마녀라며 집을 불태우고 적대시 한다.

할머니와 함께 살던 리오는 간신히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오고

자신에게 할머니의 능력이 전해졌음을 알게 된다.

평범한 사람에서 환술이라는 힘을 얻으며 배척과 숭배의 대상이 된다.

밤에 펼쳐지는 환상 속에서 일본의 전통민담과 사양의 판타지의 적절한

조화가 황홀하면서도 강렬하게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리오는 그 힘에 대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시간, 공간, 환상이라는 일상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판타지를 더해 신비롭게 느껴지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것 같다.

매일 집, 학교, 학원을 돌고 도는 아이들

회사, 집을 돌고 도는 어른들!

아침을 시작해 매일 모든 시간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모든 이들의 시간이

바로 우리를 가둔 시간의 감옥, 공간의 감옥이 된다.

조금이라도 시간과 공간을 이탈하게 되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함은 당연하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열심히 체바퀴를 돌리는 나만 있을 뿐이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11월 7일은 큰 변화없이 무난하게

흐르는 시간을 매일매일을 똑같이 보내는 나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쓰네카와 고타로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해 본다.

우리 현대인들의 획일화된 그 평범함을

한 순간의 틀어진 그 틈새로부터

특별한 운명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 같다.

세가지의 단편 이야기에서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세계관을 한 번쯤 되짚어 보게 하며

즐겁게 책 속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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