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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 편지 왔습니다, 조선에서!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평점 :
지음 - 박영서
들녁
"띵동! 편지왔습니다."
어릴적에 집배원 아저씨의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우편들을 받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우정의 편지, 화해의 편지를 주고 받았고
가족들에게 어버이날, 생일날 등 특별한 날 감사 편지를 썼었다.
그때는 우표도 사서 침 발라가며 편지봉투 한 귀퉁이에 꼭꼭 눌러 붙이고
밀봉이 잘 됐는지 확인도 하고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주소는 잘 썼는지 확인 한 후
빨간 우체통 입 안으로 밀어 넣을 때 그 기분 좋음이란....
요즘에 받는 것이라곤 세금관련 우편들뿐이다.
현재 우리 아이들이 편지를 써 봤던가?
아니다. 핸드폰으로 메신저를 주고 받고 컴퓨터로 메일을 주고 받으며
정말 손 안에서 뚝딱해결되어 기다림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
종이 안에 쓰여진 긴 긴 글을 읽으며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썼을지
생각하며 읽기 보다는 과학이 주는 편리함을 이용해
단순명료하게 압축된 몇글자를 주고 받는게 고작이다.
조선에서 시시콜콜한 편지들이 도착해 읽어보았다. ^^
정말 시시콜콜한 내용이면서도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편지를 주고 받는 인물들 또한 각양각색이다.
조선시대 편지라 하면 위엄과 예절냄새가 물씬 풍길 것 같은
다소 딱딱하고 어려워 읽지도 못할 내용일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위트있는 말투와
이해하기 쉽게 풀어 써서 읽은 내내 웃음이 나기도 하고
사회부조리에 대한 시대도 읽을 수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책속의 편지들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이웃끼리, 직장에서의 일로
주고받는 다양한 편지들이 등장한다.
공부안하는 자식들을 글로 혼을 내는 그 유명한 이황, 정약용!
우와, 똑똑한 분들이 자식들의 공부에 얼마나 열정적이였을지 알 것 같다.
부모가 자식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공부하라고 한마디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 같은것 같다.
계급사회인만큼 관직에 나가 어깨를 으쓱하면 참 좋겠지만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청탁의 편지도 수두룩하다.
자식을 위해 빚을 내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발품파는 부모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라니, 그런 편지들이 수두룩하다니....
하긴 현 사회에도 청탁이며 김영란법으로 공직자들의 청렴을 강조하고 있지만
암암리에 어디선가 청탁의 편지나 문자가 오고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에휴.
자식을 위하는 일이 오히려 자식을 망치는 것임을 알아야 할텐데..
시댁식구를 흉보는 편지...
마치 금단의 열매를 몰래 따 먹는듯한 느낌이다.
앞에서는 할말도 못하고 편지로 흉을 보며 스트레스도 날리고
조금은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힘든것을 해소 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
물론 이런 편지들이 절대 들통나선 알될텐데... ^^;;
90년생인 지은이는 덕질을 통해 재미난 소재의 글을 썼다.
과거의 편지를 현대인들이 읽기 쉽게 정말 재미있게 썼고
그 편지에 대한 나름의 풀이도 써 놔서 조선시대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듯 상상이 간다.
실제 편지나 인물, 그 시대의 모습을 담은 그림등 사진자료를 넣었고
참고문헌도 수록해 놓아 지은이가 얼마나 연구를 했는지 보여준다.
다시 한 번 편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고
가감없이 진솔하게 쓴 편지들이 시대를 반영해 나간 그네들의
삶을 표현해 준 것 같았다.
나도 그동안에 주고 받은 편지들을 한 번 뒤적거려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