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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공부 ㅣ 소녀성장백과 11
박정은 지음 / 풀빛미디어 / 2020년 8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908/pimg_7264622162665713.jpg)
지은이 - 박정은
풀빛미디어
"어머, 우리 집에 누가 몰래카메라 달아놨나?" ^^
읽는 내내 우리집 이야기 같아서 순간 의심의 눈초리로 집안을 살폈다. ㅎㅎ
소이네 가족 이야기를 다루면서 엄마의 빈자리를 통해
가족의 커다란 의미와 소중함을 슬며시 일깨워 준다.
아니, 우린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명확하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빈자리를 느낀 후에야 알게 되는 것 같다.
사춘기 소이는 엄마와 항상 투닥거리며 하루 아침을 시작한다.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잔소리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녹음기처럼 듣는
엄마의 말이 너무나 듣기 싫고 더 반발심이 생긴다.
엄마 역시 태어나줘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던 아이였는데
커가면서 변화하는 아이 모습이 영 성에차지 않고
같이 화를 내며 어린아이처럼 딸과 다툰다.
이건 우리집이랑 똑 같다.
오죽하면 상황을 보던 아빠가
"어떻게 엄마가 애들이랑 똑같이 싸워. 엄마는 말이 너무 많아."하고
애들편을 들면 정말 속상하고 부글부글 끓는다, 끓어. ^^;;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만 지내는 엄마를 위해 아빠가 여행을 준비한다.
소이와 소은이는 엄마, 아빠의 여행이 탐탁지 않고 괜히 심술이 나서
울며 매달리기도 하고 여권을 숨기기도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넌지시 여권을 내밀고 엄마, 아빠는 이탈리아로
일주일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일주일 동안 정말 다른 아이들이 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일찍 일어나고 할머니를 도와 집안 일도 하고
동생을 위해주고, 언니를 위해주며 무언가 따뜻한 변화를 느끼게 한다.
엄마와 할머니의 다른 점이 있을까?
엄마는 "그놈의 밥타령, 밥 안먹고 살면 좋겠다"라며 투덜대고
훈계형으로 말을 해서 마음을 상하게 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잔소리도 하지 않고 무언가 고난도 기술의 대화를 하신다.
엄마는 속사포처럼 잔소리를 하는 반면 할머니는 용건만 간단히 말을 한다.
그래서 오히려 큰 불평없이 할머니 말씀을 따르게 한다.
엄마도 처음이고 아이도 처음이다.
인생을 경험하고 다시 사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이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겪고 실패와 성공을 오가며 깨달음을 얻는다.
처음이라 서툰 엄마의 역할인 반면 할머니는 자식을 키우며 겪었던 경험과 노하우가
손녀, 손자들에겐 또 다르게 느껴지나보다.
우리도 이와 똑 같다.
아이들이 할머니댁에 가면 할머니에게 엄마흉을 본다.
"엄마가 혼도 내고, 잔소리도 하고, 짜증도 내고....."
집에 오면 "할머니는 예쁘게 말하는데 엄마는 왜 화내면서 말해?
왜 내 얘기는 안들어줘?" 하며 비교를 한다.
비빌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엄마에게 속상했던 아이들은 할머니께 응석을 부리며 위로를 받는다.
소이 역시 할머니를 통해 엄마의 빈자리를 따스하게 채운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에겐 엄마, 아빠의 자리는 따로 있는 듯하다.
엄마를 대상으로 관찰기록을 쓰면서 소이는 어떤 걸 느꼈을까?
부모님의 여행을 통해 부모님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도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지진이 일어나 부모님과 연락두절되고 말이 씨가 되듯
두 번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 자신의 말에 공포심도 느낀다.
할머니도 집을 비운 그 하루 동안 동생 소은이와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이 되고 초조했던 그 순간 자신과 엄마의 관계를 떠올리며
엄마의 마음도 이해하게 된다.
아이는 부모를, 부모는 아이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였다.
실생활과 너무 흡사해 더욱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엄마가 여행 전 써 놓았던 편지... 혹시 모를 대비 해 써 놓았을까?
음.. 유서라고 해도 되나? 아님, 전하고 싶은 마음을 편지로
서로에게 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평소 말하기 힘들었던 것을 글로 전해보는 것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좋을 것 같다.
우리 세 아이들도 매일 간단히 일기를 쓴다.
엄마가 읽고 댓글을 달아준다.
화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풀어준다.
기분이 좋은 아이의 마음은 함께 기뻐해준다.
의견을 제시하면 함께 생각해보자고 한다.
아주 작은 소통의 길을 조금 열어 둔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서로의 빈자리를 통해 좀 더 애틋해지고
돈독해 질 수 있도록 "나도 며칠 여행이나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