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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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이브 엔슬러

옮김 - 김은령

해제 - 은유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의 자질, 부모의 양육방식, 최근에 읽은 동의가 생각났다.

갓 태어난 아기 이브를 안아들며 부드러움, 연약함, 나의 아기라고 느끼는

아빠의 진한 감동을 표현하는 줄 알고 '역시 아빠는 아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기에 대한 아빠의 느낌이 뭔가 뒤로 가면 갈수록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 아빠가 갓 태어난 아기를 상대로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나?'하고

의아함과 함께 읽는 나도 섬뜩함이 생겼다.

소유욕, 성욕, 애인, 아내? 같은 나의 딸이라니!!!

 

 어릴 적 엄격한 부모 밑에서 통제를 받고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형의 가혹한 괴롭힘에 어린시절을 보낸 아서 앤슬러는

결국 어른이 되어서 그 상처가 드러나게 된 것 같다.

하필이면 그 딸을 상대로 그런 가혹한 성폭력을 저지르는 아버지가 되다니...

 

 5살 딸은 정말 맑고 아름다운 영혼의 아이였을것이다.

그런 아이를 상대로 시작한 성폭력. 아빠와 딸의 비밀 이야기.

은연중 엄마와 형제들의 묵인이 결국 이브의 영혼에 상처를 입혔다.

스스로 일어서서 당당히 일어서려는 딸에게

아빠의 폭력은 한 인격을 무참히 짓밟았다.

10대에 들어서며 아빠와 딸의 숨막히는  대립에 긴장감이 감돈다.

악순환이 연속이라고 할까?

하지만 이브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나가길 원하고

아빠는 이브를 놓치 않으려 하며 이브의 반항에 오히려 더 큰 폭력을 가한다.

딸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고도 반성은 커녕,

오히려 딸에게 화를 내는 아빠의 모습에 분통이 터지는 나다.

'아니 대체 엄마는 뭐하는거지? 딸을 지켜줘야지.

 집을 떠나서라도 딸을 지켜야지!'

하고 엄마에게도 도끼눈을 뜨게 만들었다.

 

 일어서면 짓밟히고 반항하면 더 큰 고통이 따랐던

어린 이브의 삶에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그런데 가정내, 친족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직접 이런 내용을 접해보니 '아니, 이게 가족이야? 이게 무슨 가족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진솔한 사과가 담긴 진짜 용서의 글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미 죽은 아빠에게 듣고 싶었던 사과의 말을 상상해서라도 받고 싶었던

이브의 마음이 너무나 마음 아팠다.

인생에 있어 절대 용서를 할 순 없는 아빠이지만

그 암흑의 시기에서, 몸서리쳐지는 그 기억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이브만의 선택이 아니였을가 싶다.

 

 이브가 상상한 아버지의 사과.

이브는 역시 천사인가보다.

아빠를 너무 잘 포장해서 사과편지를 쓴 것 같다.

현실은 정말로 말도못할정도로 괴롭고 끔찍하고 몸서리쳐질만큼

공포스러웠을텐데도 아버지의 입장을 핑계아닌 핑계로

아버지의 어쩔 수 없었던 어린시절의 상처를 이유로 써 주며 이해하려 한 것 같다.

 

 이세상에 있을 수 없는 성폭력을 당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도 의존하고 사랑받고 믿어야 할 한 울타리 안의 사람들로부터 받는

성폭력이 만도안되게 일어나고 있다.

바르지 않은 남성우월주의 , 그리고 성에 대한 삐뚤은 의식이 낳은

폭력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것을 고스란히 인내하고 참아내야 하는

여성들이 있다. 참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한동안  '미투'가 불붙듯이, 화산이 폭발하듯이 일어났었다.

피해자이면서도 온 몸을 웅크리고 숨어야만 했던 이들이 용기내어 외쳤다.

이브 역시 용기내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려 밖으로 끄집어 내었고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이들,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이들이

용기 내어 밖으로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을 것 같다.

상처받은 이들이 하루 빨리 마음을 치유했으면 한다.

건전한 정신과 올바른 사랑을 가진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하고

정말 부모의 양육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멋지게 상처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쳤던 이브에게 박수를 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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