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영자 씨
이화경 지음 / 달그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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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그림 - 이화경

노란돼지

 

 

 

"천하무적 영자 씨" 는 작가 이화경의 할머니를 소재로 쓴 동화이다.

앞면엔 영자씨의 반쪽 얼굴만 보인다.

빨간 뽀글뽀글 파마 머리와 파란 피부를 하고

이마엔 갈매기 주름이 있으며, 높이 올려다 보는 눈과

높이 올라간 입꼬리를 볼 수 있다.

뒷표지를 펼치자 온전한 영자씨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천하무적 영자 씨는 무엇을 올려다 보는 것일까?

"세월이 어디만치 왔을꼬?"하고 쳐다보는 것일까?

우리의 천하무적 영자 씨는 왜 웃는 것일까?

"네가 와도 나는 하나도 안무섭다. 덤벼봐라!"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자신만만한 웃음을 짓고 계시는걸까?

 

영자씨는 나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이기도 하며

나아가 세계 모든 어머니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단연 우리 엄마가 제일 먼저 떠 올랐다.

아직 돋보기도, 구르는 다리도 사용하지 않지만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삶이 자리잡고 있는 주름진 얼굴,

굳은 살이 박힌 손과

힘든 밭농사도 거뜬히 해내는 강한 정신력, 

높은 한라산 꼭대기까지 제일 앞장서서

씩씩하게 걸어 올라가시는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지는 법이 없는 영자씨!

싸움꾼이라는 말이 아니다.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닌 들판의 잡초처럼

강인하다는 뜻이다.

여자라서, 엄마라서 정신과 몸이

최강파워가 되어 천하무적이 됐으니라.

 

"그런 영자 씨도 쉽게 이길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천하무적 영자씨도 이길 수 없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세월엔 장사 없다고 한다.

시간은 영자씨를 영원불변하게 놔두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천하무적 영자씨는

늙어 가고, 시간의 흐름을 탓하고, 거부하고, 원망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늙어 간다는 것에 대해 현명하게 수용하며

 지금의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천하무적 영자씨는 오늘 아침에도

두 눈을 번쩍 뜨고 씩씩하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주름진 엄마의 얼굴과 손을 보면

'이젠 많이 늙으셨구나!'하는 생각과

마음이 아파진다.

'우리 엄마도 젊었을 땐 피부도 탱탱하고 날씬하고

화장을 안해도 참 이뻤는데...' 하고

옛날을 생각하면 참 착찹해진다.

 

하지만 엄마는 크게 슬퍼하거나 우울해하지 않으신다.

그 주름진 손과 굳은 살은

얼마나 열심히 살아 오셨는지 보여주는 훈장같은 것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나이들어가는 엄마를 옆에서 지켜보며

힘찬 응원을 보내주어야겠다.

 

이젠 내차례다.

요즘엔 거울을 들여다보면 잔주름이 가득하다.

딸들이 들여다보고는 '눈가에 주름있다.

' 손이 거칠거칠해'하고 말할 때가 있다.

'아,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나도 나이드는구나.

나도 늙어가는구나!'라는 생각에

조금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엄마를 보면서, 천하무적 영자씨를 읽으면서

나 역시 깨닫는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당당하게 현재를 보내고 저만치에 있는 미래를

기쁘게 맞이해야겠다.

난 현명한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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