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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이렌의 참회
간만에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언론과 사건보도, 기사와 기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언론의 사전적 의미는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말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서로의 뜻과 생각을 주고받는 전달과 교환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건이다. 소위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 또는 기타의 기호를 이용해서 표현하거나 공표하는 것을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즉 소통, 넓은 의미의 언론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쉽게 그리고 간결한 우리표현을 빌리자면,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사회과정, 소통의 이음줄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음줄’ 좋은 말이다. 진실을 보도하고 좋은 기사만을 다룬다면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별로 그렇지가 못한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잘 알다시피 언론을 전달하고 알리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기자라 부르는데, 이들은 신문·방송·통신 분야에서 가십거리가 될 만 한 내용을 수집하고 취재를 통해 기사를 쓰고 보도하는 일을 수행한다. 어떤 사건을 수집, 취재해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바로 언론이다. 그러하기에 기자와 언론은 사람들에게 진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보도해야 한다.
“허가되지 않은 곳에는 대체로 진실이 숨겨져 있어요. 저희는 대중에게 그걸 전달하는 의무가 있고요. 대중도 알 권리가 있어요.”
“진실 말이군.”(62~3면)
언론과 기자는 정의 사회를 구현하는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특종 기사거리를 두고 다른 방송 매체와 벌이는 과도한 경쟁으로 종종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한다. 즉 오보나 아니면 지나친 경쟁, 순위, 타 언론사와의 차별성 때문에 알리지 말아야 할 사실까지도 보도해 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데이토 TV의 간판 보도 프로그램인 <애프터 JAPAN>이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하게 특종을 잡으려고 하다가 본인 아니게 오보 및 무리한 보도가 이어진 끝에 방송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고 경영 압박에, 회사에 위기가 찾아온다. 회사가 코너에 몰리고 절박한 상황이 이어지자 다카미와 사토야는 회사의 경영 위기를 돌파하고 예전의 <애프터 JAPAN>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또 하나의 특종, 즉 가쓰시카 구에서 발생한 여고생 유괴사건을 남들보다 먼저 보도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데,
<세이렌의 참회>는 언론과 기자, 사건 취재, 보도를 매개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왜 제목이 ‘세이렌의 참회’일까? 알 듯 말 듯 궁금했었는데,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소설 중반부쯤에서 쉽사리 풀렸다.
“방금 떠올랐는데, 사이렌이라는 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이라는 요정 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라더군.”
“세이렌…….”
“상반신은 인간 여자, 하반신은 새. 암초 위에 앉아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해 조난과 난파를 유도하는 존재. 내가 보기에 당신들 언론은 꼭 그 세이렌 같아. 시청자를 달콤한 말로 유혹해 불신과 조소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이지.”
“……맞지 않는 비유예요.”
“그렇게 틀린 것 같지는 같은데. 당신들이 항상 큰 소리로 부르짖는 보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같은 것도 실은 세이렌의 노랫소리 같은 거야. 물론 당신들에게는 대의명분이겠지만, 그 대의명분이라는 미명 하에 실제로 하는 일이라곤 사실 추구도, 피해자 구제도 아니지. 그저 당사자들의 비애를 오락거리로 제공할 뿐이야.”_243~244쪽
실로 오랜만에 양장본에 표지가 인상적인 미스터리 소설을 만났다. 원래 일본 미스터리 작품을 대단히 좋아하는데, 중독성 때문에 좀 자제를 하는 편이었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같이 재밌는 장르의 책은 한번 읽게 되면, 한동안은 계속 이런 장르의 책만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세이렌의 참회>는 흡입력이 있고 가독성이 좋은 작품인 것 같다. 소설은 무엇보다도 재미와 가독성이 좋아야 한다. 마스모토 세이초의 미스터리 작품 이후 모처럼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을 만난 것 같다. 다카미와 사토야는 발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결국 다른 취재진을 제치고 경찰의 은밀한 움직임을 따라잡으며 피해자의 죽음과 용의자에 대한 정보라는 엄청난 특종을 거머쥐게 되는데... 이들은 또 다른 특종을 놓고 다시 위험한 승부수를 띠우려 하는데, 과연 이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세이렌은 참회를 할까? 소설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