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상상하는 것, 아름답지 못한 세상을 만날 때 저항하고 치유하는 것, 모두 아름다움을 통해 가능하다. 키츠가
‘아름다움이 진리!"라고 선언했고, 니체가 ‘살기 위해 예술과 함께 산다‘고했다. 참된 아름다움은 세상을 제대로 살게 한다.
그래서 이 넓은 도시를 건너는 징검다리로 공공예술을 선택했다. ‘생산의 도시‘를 ‘생활의 도시‘로, ‘체계 중심의 도시‘를 ‘사람 중심의 도시‘로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요즘 도시들은 경쟁적으로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을 끌어들여 ‘살만함 Livability‘ 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삶이 머무는 풍경 Life-Scape과 
거처 Place-Making, 
더불어 사는 공동체Community-Building, 
‘지금 여기‘를 향유하는 참여 Participatory Design 등을 
새롭게 창의하는 공공예술의 궤적을 따라가니 개체와 기능의 근대를 넘어 더불어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새로운 시대를 만날 수 있었다. 
비로소 도시에 아름다움이 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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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공예술, 도시담론, 마을지도 세 가지로 엮였다. 아름다움의 표상인 작품을 찾아 도시를 유람한다. 공짜로 누리는 안 운동까지 덤으로 해결하니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왜 작품만 아름답고 도시는 그렇지 못할까? 정작 아름다워야 할 게 삶인데. 그래서 도시를 작품으로 사는 조건을 상상하고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도시담론을 엮는다. 담론은 현장을 부를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꿈이고, 그 꿈을 지금 여기에 살게 불러내는 것이 예술이다. 
부재를 극복하는 의지 - 실재에의 의지가 꿈이라면 
그것의 실천 - 실재의 드러남, 현실 - 이 예술인 셈이다.

꿈과 현실은 반대말이 아니다. 꿈의 반대는 꿈꾸지 않음, 죽음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꿈을 꾼다. 아울러 모든 산 것은 지금 여기에 있고자 절박하게 몸부림을 친다. 꿈과 현실은 삶의 필수불가결한 현장들이다.
현실이 각박할수록 더욱 꿈으로 살아야 한다
.
 Live a Dream으로 Live aLife해야 한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려면, 걸림돌을 새로 보는, 뛰어넘으려는 간절한 꿈이 있어야 한다.

"어린아이든 위대한 철학자든 보고 듣고 만질 수 없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

‘눈을 뜨게상을 바꾸고 싶다면 사랑하는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 ‘앞을 못 본다고 희망조차 못 볼쏘냐!‘ ‘대통령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힘써 주세요‘ ‘세상 사람들이 눈으로 길을 볼 때, 난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그 말들은 때로 유치하고 때로 의젓하고 귀여운 것이 보통 아이들과 똑같다. 
언어의 차이일 뿐 차별받아야할 근본의 차이는 없다. 
이것이 벽화에 새겨진 가장 큰 진리다.
예술가, 벽 앞에서 세 가지를 묻다참 아름다운 작품이라 고마운 마음이 절로 인다. 작가는 벽화를 통해 우리에게 세 가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첫째, 수화와 점자 같은 장애인 언어는 장애를 안고 있는가? 수화와 점자는 예술성이 최고인 언어다. 제대로 보고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악조건 속의 언어는 꾸밈이나 군더더기를 허용치 않는다. 절박하고 절실한 마음만담을 수 있기에 소통의 본질을 찾고 그것을 형태화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수화나 점자는 예술작품이 표현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한다.
가야금이나 거문고 재료 중 최고로 치는 것이 석상오동이라고 한다. 바위틈에서 모질게 자라다 고사한 오동나무를 말하는데, 힘겨운 삶과의고투를 촘촘한 나무결에 담고 있어 소리가 그윽하고 아름답단다. 당연하리라. 간난을 이긴 삶은 연주하지 않아도 이미 아름다운 곡절이 흐른다. 장애의 삶 자체가 아름다운 비상의 자원이다. 수화와 점자는 비상의 언어다.

둘째, 도시의 공간구조에 대한 질문이다. 도시 공간은 기능과 효율로만존재해야 하나? 도시 공간에 꿈과 희망,사랑, 소통을 담으면 비효율적으

우리 도시는 벅수 같아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더럽고 지저분해서가 아니라,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이 도시를 삭막하게 만드는 제일 큰 이유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사랑을 담는 공간이어야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 수있다.

셋째, 예술이 일방적으로 만든 가치에 대한 질문이다. 예술은 천재작가의 전유물인가? 보통 사람은 예술을 하면 안 되는가? 예술이 함께 만들고나누는 공동의 창의이고 희열이면 그 가치가 훼손되는가? 예술은 탁월한 결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쌍방향 디지털이 연 참여와 나눔의 문화 이호함께하고 체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예술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입증하는사례가 늘고 있다. 
동떨어진 수천 명의 일상인이 유튜브로 만나 노래한 에릭 휘태커의 <버추얼 합창단>을 보라. 참여와 나눔으로 재구성한 예술의 가치는 그 어떤 명작, 명품보다 더 아름답다. 장애인들과 함께해서 아름다운 것은 ‘장애‘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려는 마음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만든 수화·점자벽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요, 작품이다.

"착한 것과 아름다운 것이 하나"라고 말하는 철학자는 욕먹어도 싸다. 그가 더 나아가 진리 또한 그와 하나"라고 말한다면, 마구 몽둥이질을 해줘도좋다. 진리는 추악하다. 진리 때문에 말라비틀어죽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예술과 함께 산다.
"니체, 《권력에의 의지》

아름다움은 진리, 진리는 아름다움 - 이것이 전부,
당신이 이 땅에서 아는 것, 그리고 당신이 꼭 알아야하는 것.
_ 존 키츠,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노래>

도시 읽기
안팎의 신화

추운 겨울을 맞는 고슴도치(정확하게는 ‘산미치광이 .. Porcupine). 서로 떨어져 있으면 얼어 죽는다. 온기를 찾아 서로 뭉친다. 이번에는 가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멀어진다. 추워 죽겠다. 다시 모인다. 아프다. 다시 멀어지고 또 가까워지고………. 고슴도치들은 수많은 시도 끝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를 넘어 동사와 형극둘 다를 이겨내는 공통의
‘사이‘를 찾아낸다.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다르게 읽으면, 자유와 연대에 대한 인간의 부조리한 욕구, 그리고 그 모순을 넘어서는 소통의 생명력을 낚을 수 있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으면 지게워서 혼자 있고 싶다. 부조리하지만,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사회의본성은 좀 다른 것 같다. 획일적인 전체주의나 낱개로 흩어지는 개인주의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끊임없이 강요한다. 국가나 회사, 학교, 동아리들모두 그렇다. 딜레마는 원천 봉쇄되고, 그에 따라 소통은 아예 필요 없는 것이 된다. ‘안‘과 ‘개체‘만 좇는 사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시가 되는 사회다.
‘밖‘과 ‘전체‘를 강요하는 사회는 동토의 왕국이다. 동사의 위험이 상존한다.
소통은 개체와 전체의 ‘사이‘를 만든다. ‘관계‘를 만든다. 추운 날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숱하게 반복하는 고슴도치의 그것처럼 소통은 사느냐?
죽느냐?‘의 사이를 수없이 오가는 삶의 결정적인 여정을 만든다. 사이로

사이를 ‘철학‘하고, 사이로 ‘미학‘하자. <공간의 시학>에서 ‘철학+시‘의 공간론을 펼친 가스통 바슐라르가 좋은 본보기다. 그는 더불어살아가는 사이의 실존적 의미와 아름다움에 대해 유려한 사유의 마당을 물론 근대가 만든 안과 밖의 경계는 한없이 견고하고 단단하다. 근대는안과 밖의 사이에 베를린 장벽보다 더 단단한 물리적 경계를 세우는 한편,
월경을 야합으로 모는 도덕적 장치, 이솝우화의 ‘박쥐‘ 이야기 같은 미학장비도 마련해 놓았다. 
안과 밖의 분할통치가 안팎 사이의 철학과 미학을 압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계가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그 사이를 잇는 노력 또한 더욱 강화됐다. 누르는 힘이 세면 셀수록 반발하는 힘은 더큰 에너지를 얻는다. 
근대가 안과 밖의 장벽을 높고 견고하게 쌓으면 쌓을수록 안팎 사이의 문은 더욱 활짝 열릴 수 있다.

통하였느냐?" 영화 <스캔들>에서 남녀상열지사를 암시하는 광고 카피였지만, 제대로 살기 위해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통하였느냐? 통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앉아 있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도, 쓸 수도 없다. (플로베르) 허무주의자여, 나는 이것으로 그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끈기 있게 앉아서 일을 한다는 ㄱ 성스러운영혼을 거스르는 죄악이다. 걸으면서 얻은 사상만이 참된 가치를 가진다.
근대 사실주의 소설의 초석을 놓은 구스타브 플로베르는 《보바리 부인》과 같은 뛰어난 문학적 성취와는 대비되는 조용한 독신 칩거생활을 했다.
니체가 그런 플로베르를 《우상의 황혼》에 불러내 허무주의자라 쏘아붙였다.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곧잘 거리에서 철학하고 이성(안)을 몸 이성(안팎)

차례머리말_40 걷자, 느리게 161 사람이 제일 아름답다돌로 쌓아 올린 희망 서울광장, 김석 외 시민참여 <서울, 황금알을 품다> 30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올림픽로 김정민 <장사의 꿈> -35하늘을 걷는 도시 삼청동 국제화랑, 조너선 보로프스키 <지붕 위를 걷는 여자 39사람이 제일 아름답다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앞, 조너선 보로프스키 <해머링 맨〉 _ 42이카로스의 꿈 마포구 도화동 태영 데시앙루브, 정현 <날고 싶은 사람>_45달동네 이화동 율곡로19길 동숭교 축대, 이영섭 <마을 풍경>_49그래도 뛴다 잠실 종합운동장역, 김병철 <달리기_도약 21세기> _ 55도시 읽기 ①_시골 쥐와 도시 쥐_59도시 읽기 24_도시촌평 _ 672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소망을 건축한 돌 경복궁, 조임식 · 최연숙 - 신승수 <인왕산에서 굴러 온 바위>_72기억상실의 도시 정동사거리, 안규철 <보이지 않는 문> 77도시를 ‘힙합‘하라 세종문화회관, 김민규 <땅속 예술마당> _ 81봄날은 간다 경기도 과천시, 니키 드 생팔 <미의 세 여인>-85엄마를 부탁해 한남동 리움, 루이스 부르주아 <엄마>_89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다 정동 배재학당, 홍성경 <하늘기둥〉 - 94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서울역사박물관 앞 정류장, 최욱 <무제> 외_98기억을 걷는 베를린 호프 청계천 삼일교, 베를린광장 - 101도시 읽기 3 새로운 도시와 새로운 인종_106도시 읽기 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 _ 111

3 소유냐 존재냐바늘 끝 위의 인생 경기도 안양시,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무제2007_티하우스> _116흔들리며 피는 꽃 경기도 안양시 우편집중국, 안젤라 블로흐 <헌화> _120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부산시 아펙나루공원, 박봉기 외 〈동시상영〉_124당신이 최고 올림픽공원, 세자르 발다치니 <엄지> _ 129섞여야 산다 동숭동 아르코미술관, 최정화 <눈이 부시게 하찮은> 외 _ 133메멘토 모리 대치동 포스코센터, 프랭크 스텔라 <아마벨> _ 137레옹이 화분을 들고 다니는 이유 소격동 학고재, 장 피에르 레노 <백의민족>_142쇼를 하라고? 부산시 광안리해수욕장, 김미애 <유물> _ 146청계천의 부표 청계광장, 클래스 올덴버그 <스프링> 150도시 읽기 _ 제품, 작품을 밀어내고 도시를 점령하다 _ 1554 길에서 길을 묻다정도의 아름다움, 아름다움의 정도 마포대교, 안규철 <바람의 길〉 _ 166Stairway to Heaven 명륜동, 김을 · 안규철 <하늘계단> _ 170당신을 ‘신선‘으로 모시는 의자 청계천, 정재철 <신선도> _ 176길은 걷는 강, 강은 흐르는 길 송파구 송파 워터웨이 _ 181잊힌 자들의 부활 신용산 지하보도, 정원철 <S_peed> _ 186더불어 숲 안양 삼성산, 헬렌 박 <장소성/비장소성> 외_192도시 읽기 6 _ 도시를 바꿔라! _ 198도시 읽기 7 도시에 대한 권리_205

5 관계한다. 고로 존재한다가슴과 몸뚱이를 쪼개라 올림픽공원, 모한 아마라 <대화> 21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말 서울농학교, 배영화 <수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219스스로 참여하고 더불어주인 된 세상 남산 N서울타워, <사랑의 열쇠> 외_226안보다 바깥이 포근하다 서울숲, 임옥상 <상상_거인의 나라> 외_231멍석 깐 도시마당 종로타워, 이교원 · 홍승남 ‘종로타워 앞마당‘ 외_238맞든다. 고로 공존한다 광주 대인시장, 구현준 외 〈시장구경〉 _ 242좌고우면하는 ‘사이‘ 잠실종합운동장, 김광수 (100개의 알 수 없는 방> 외_247도시 읽기 _ 안팎의 신화_252도시 읽기사이의 미학 2616 일상과 이상, 그 사이그리워 그리다 남산 N서울타워, 서울드로잉클럽 <사랑해 사랑해> _ 272니 내 존나? 부산시 수영구문화센터, 이진경 <부산 갈매기가 그냥 갈매긴 줄 아니?> _276구름도 쉬었다 가는 간판 전북 진안, 디자인 벼레별기역 ‘간판 프로젝트‘ 280학교를 넘어서 성산동 중동초등학교, 김광수 <색동 벽 사이로> 외_284여신이여, 다시 취하소서! 부산시 아펙나루공원, 아그네스 아렐라노 <달의 여신, 할리야> _ 288삶은 예술, 예술은 삶 망원동, 공화국 리라 〈예술텃밭〉_ 292도시 읽기 일상의 모호성 294도시 읽기 ①_미의 일상화, 일상의 미화 _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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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서울‘은 여기, 삼청동길 368생명 · 생업 · 생활의 길, 청계천 -376산업화 · 근대화의 길, 을지로_384젊음의 거리이자 공연예술의 메카, 대학로_ 392차도남의 만보, 잠실 올림픽로~강남 테헤란로_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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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 사람 한 사람은 스스로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여기지만,
대개는 어떤 패턴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어 영화 어바웃 타임」이 개봉했을 때, 주변의 편집자 친구들이 레이철 매캐덤스의 앞머리와 옷과 가방을 보고 화들짝 놀랐었다. 너무나 편집자스럽다고, 전 세계의 편집자들은 취향이 그렇게나 겹치는 거냐고 깔깔 서로를 놀렸던 것이다. 
특별한 것 같지만 아무도 특별하지않다.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공동체에 속하면 비슷해진다. 
그런 패턴을 확인할 때 스스로가 작아지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뉴욕에서 방문한 미술관들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리스트를 짜는 데는 ‘뉴욕의 특별한 미술관 (권이선·이수형 지음, 아트북스, 2012)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아트 앤드 디자인 뮤지엄
모건 도서관 / 미술관
휘트니 뮤지엄
구겐하임 뮤지엄
프릭 컬렉션
메트로폴리탄
모마
뉴욕 도서관 부속 갤러리
첼시의 갤러리들
모마나 메트로폴리탄같이 거대한 전시관도 좋지만, 다니면 다닐수록 두 시간 안쪽으로 볼 수 있는 적당한 규모의 공간들이 매력 있

그 바람은 2018년쯤부터 이루어져서 지금껏 시각예술 전시에 텍스트 작업으로 서너 번 참여하게 되었는데 겉으로는 프로페셔널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내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작품과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생산하는 짧은 소설들을 쓰며 소원이 생각보다 일찍 이루어진 것을 벅차했다. 
생뚱맞은 소원인 줄알았는데 오래 품고 마음을 기울이고 있으면 가닿고 싶은 대상 쪽에도 신호가 가나 보다.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을 사랑한다. 책은 남의 책, 예술도 남의 예술이 최고…………. 생산자인 것도 좋지만 향유자일때 백배 행복하다. 향유라는 단어 자체가 입 안에서 향기롭다.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그러나 어쩌면 매우 환경과 훈련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지구에서 한아뿐』의 헌사에 ‘아무리 해도 로또가 되지 않는 건 이미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났기 때문이에요‘라고 쓴 것은 아부나 효도가 아니라 사실 진술에 가까웠다. 
나의 부모님은 1950년대 중반에 태어나 가난과 싸우며 고학했고, 결국 교육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났다. 
경영대 캠퍼스 커플이었는데, 엄마는 과의유일한 여성이었다니 1970년대 중반은 대체 어떤 세상이었는지……….


그러니 사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최악을 각오하고 여행하는지도 모른다. 예민한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조금 더 신경이 굵은 사람들은 무의식 깊이 묻어놓았겠지만, 아름다운 해변에도 맹독성 해파리들이 있고, 환한 잔디밭에서도 흉기가 칼집에서 빠져나온다. 세계는, 인류는, 문명은 순식간에 백 년씩 거꾸로 돌아가기도 하고 그럴 때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견뎌야만 한다.
같은 장소에서 언제나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지금이 그리 좋지 않은 시대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어디선가 다정한 대화들이 계속되고 있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버릴 수가 없다.

여러 성별의 친구들이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내 소설 속에 있으면 좋겠다. 악하고 폭력적인 사람만 아니면 아무도 배제되지 않는세계를 그리고 싶다.
줄곧 관심이 있는 것은 미디어와 현실 사이의 되먹임 관계다. 시민으로 기능하는 남성들은 혐오의 시대에 남성을 대표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미디어에서도 지나치게 다뤄지지 않는데, 되먹임이 쌓이면 그 점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왔다. 미디어에는 범죄자에 가까운 남성들의 이미지만 넘쳐난다. 언론에서도 신이 나서 확성기를 들이대고, 온갖 이야기 매체에서도 마찬가지다. 가학적이고 위법적인 인물들이 우리 공동체에 굉장히 낮은 기준선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선을 좀 끌어올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예 끔찍한 범죄자들은 바뀔 리 없고 그저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하겠지만, 시간에따라 생각이 변화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건 돼‘ ‘저건 안 돼‘ 용인

있을지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다른 전략을 써야겠지만, 세상을 바꾸는 데는 늘 찌르는 전략과 녹이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리고 나는 녹이는 걸 잘하기에, 자꾸 친구들의 좋아하는 면을 소설 속에 녹인다.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다음을 상상하기 위해서. S도 피프티 피플』에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이름이 들어가 있다. 물론 직업도 배경도 다 다르고 그저 큰 눈으로 잘 울면서 묘하게 꼿꼿한 데가 있는 성격만 빌렸지만 말이다.
S는 당시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고 있었다. 카우치 서핑은 대화나 문화 교류 등 비영리적 목적으로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무료로 숙박 공간을 제공하는 일종의 친교 활동이다. 

찾아간 게 아니라 나타난 거라서 흥분하고 말았다. 화려한 전광판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타임스스퀘어가 ‘여러 겹‘을 가진 공간이라서 벅찼던 것 같다. 지금 눈에 보이는 한 겹뿐 아니라 그동안 매체에서 접해왔던 겹들이 있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마차를 탔던 시대까지 가도 타임스스퀘어는 언제나 타임스스퀘어였기에 형성된 겹겹 말이다. 여러 겹을 겹쳐 만드는 인쇄용 필름처럼, 접었다 펼쳤다 할 수 있는 부채처럼 겹겹………. 
나만 흥분한 게 아니어서 사방에서 탄성이 들렸다. 그 흥분을 모르는 사람들과 나누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두 여성과 신나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여행 계획을 물어보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공간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냥 전광판들 사이의 길쭉한 광장일 뿐인데도, 월리를 찾아서』의 한 장처럼 구석구석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나랑 졸업 무도회에같이 가주겠니?"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한 사람은 꼭 거꾸로 든다)다른 학생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흔쾌한 승낙이 이어졌고 청춘영화인 줄 알았다.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어린 연인이 깜찍한 키스를 했다. 갑자기 터져 나오는 음악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신선한 캠페인이 벌어지다가 누군가 텀블링을 했다. 

를 흘리듯 잃어버린 것, 쓰고 버린 것에 다 적용했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아주 제멋대로, 주관적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매일의 산책에서도, 여행지에서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그런 물건들을 만날 수 있었고 기뻐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제 3백 장 정도를 가지고 있다. 따로폴더를 만들어두고 며칠에 한 번씩 열어본다. 그 가지각색의 사진들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목표가 없어야 취미가 즐거운 것 같다. 찍을 때의 원칙은 하나, 절대로 물건에 손대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예뻐도 가져오지 않는 건 물론이고, 연출을 위해 건드리지도 않는다.
(딱 한 번 떨어져 있는 트럼프 카드의 앞면이 궁금해서 뒤집어본 적은 있다.) 꼭필요한 원칙이라기보단 재미를 위해서다.
3백여 장이 모이니,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에다 무언가를두고 가는 사람들은 대개 어린이거나 술에 취한 사람인 것 같다. 온갖 동물 인형들, 스티커, 종이접기 작품, 가제 수건은 아이들 솜씨다.

도시라 음식 문화가 풍부한 것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맛있었던 곳은 뉴욕대학교 근처맥두걸 스트리트 114번지에 위치한 사이공 쉑(Saigon shack)의 반미샌드위치였다. 구글 지도에 검색해보니 여전히 있어서 더 가고 싶어지는데, 일단 가게에서 직접 굽는 바게트 빵이 탁월했고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그 맛을 잊지 못해서 돌아와서내내 ‘반미‘를 검색하는 바람에 CIA 요주의 인물처럼 되어버렸었는데 요새는 반미가 대중적인 음식이 되어 행복하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던 루바브 파이와 체리파이도 오래 그리워했다. 덕분에 뉴욕에서 돌아오고 6개월쯤 되었을 때, 엄마와 아

제대로 기억하지 않으면 나아가지 못한다. 공동체가 죽음을 똑바로 애도하고 기억하고 전하지 않으면...…….
죽은 자들을 모욕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억을 단단히 굳히지 못하는공동체는 결국 망가지고 만다. 역사교육을 전공하며 공부한 자세한내용들은 많이 잊었지만 그것 하나는 배운 것 같다. 배운 것을 자꾸현실과 비교해보며 다급함에 종종거릴 때가 있다.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는 아래로 끊임없이 물이 떨어지는분수대가 있었다. 분수대를 둘러서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정확한 사망자 추산이 불가능했으니 누락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거기 모르는 사람의 이름 위에 손을 얹고 잠시 서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들을 언제까지고 두려워할 것이다. "그놈들 머리에 폭탄이 떨어지면 좋겠어!"라든가 "그놈들 발밑에지진이 나면 좋겠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가장 순정한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것을 외면하는

"나는 나의 최대 가능성을 원해"
최대 가능성이라는 압축적인 다섯 글자로 머릿속이 정리되었다.
이 불완전하고 가혹한 세계에서,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성장해보고 싶다고 스스로의 욕망에 이름을 붙였다. 아시아인은 어릴 때부터 겸손과 중용을 교육받으며 자라기 때문에 한 사람의 최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시아 여성은 더더욱・・・・・・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에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그날부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이 최대 가능성을 향하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삼을 수 있었다. 외부로부터, 사회로부터 주입되지 않은 종류의 욕망을 가진다는 것은 사람에게 힘찬 엔진이 되기 마련이기에 우리는 욕망에 대해 더 이야기해야 한다.
굳이 뉴욕까지, 하이라인파크까지 가지 않고서도 이런저런 답에다다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가끔 뇌에는 그런 자극이 필요하기도한 모양이다. 다른 풍경, 다른 공기, 다른 문화에 감각을 노출시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위해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여행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또 좋았던 것들반려 장미를 위해 열어둔 창문.
수제 애플사이다.
안개가 심한 날 빌딩들의 꼭대기가 보이지 않던 것.
번지는 조명들도.
친구들과 음식점 냅킨에 하던 낙서들.
크고 작은 서점들, 그중 한 곳에서 L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양장본을 한 권씩 살인 것시나몬 가루가 뿌려진 라이스 푸딩.
차이나타운에서 엘리자베스 스트리트로 이어지는 길. 뉴욕에서걸었던 어느 길보다도 아름다웠다. "여기가 어디야? 어딘데 이렇게예뻐?" 하고 물으니 "반은 소호, 반은 이스트빌리지"라고 대답해주던 L의 목소리.

그런데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슈타델 미술관은 규모가 아주 크지 않아도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보티첼리부터 시작해 루벤스, 모네, 르누아르, 페르메이르를 거쳐 현대의 거장들까지 눈에 익은 작품들과 동시대적인 작품들이 근사한 흐름을 이루며 갖춰져 있었다. 관람객이 아직 많지 않은 복도를 천천히 걷자 피로로 무뎌져 있었던 감각이 깨어났다. 
괴테의 가장 유명한 초상화 앞에,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베티」앞에 오래 서 있었다. 언제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이후 몇 년간 출장 등으로 프랑크푸르트에 가는 사람들에게 꼭 방문해보라고 추천했었다. 뉴욕에서 갔던 모마나, 후에 가게될 런던의 테이트만큼 슈타델이 좋았다.

"가장 좋았던 건 해양생물관의 거대한 고래였다. 물론 모형이지만 너무나 크고 푸르고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그 고래 아래, 시원한

돌바닥에 누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거기 누워 있으니 30분쯤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지구는 45억 년 되었는데, 이 모든 것은 결국 항성과 행성의 수명이 다하면 아무 흔적도 남지 않을텐데, 우리는 짧은 수명으로 온갖 경이를 목격하다가 가는구나 싶었다. 

경이를 경이로 인식할 수만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특별해질 것이다. 덧없이 사라진다 해도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들은 분명히 있다. 자연사 박물관에 갔던 날이 나에게 그랬다.

어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고, 이에 깊이 동의한다. 과학의 자리에 과학이 아닌 것이 들어와서는 곤란하다.

몇몇 친구들에게 흐르던 지지의 마음은, 이제 퀴어 독자분들에게도 향한다. 출판 행사에 찾아와 마음을 전하고, 농담을 나누고, 가끔 같이 조금 울기도 하는 독자분들은 한층 넓은 의미의 친구일 것이다. 그리고 퀴어 독자들의 존재가 이야기들을 얼마나 풍성하게 해

"드라이란덴푼트(Drielandenpunt)?"
영어로 치면 스리 랜드 포인트인 것 같았다. B와 S가 나를 끌고경계석으로 향했다. 무엇의 경계인가 했더니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 세 나라의 국경이 한 점에서 만나는 꼭짓점을 표시하고 있었다. 
나는 흥분하고 말았다. 

그 전날, 유연한 국경이 재밌다고 말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야말로 가장 유연한 곳에 데려다준 것이었다. 네 살, 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경계석 근처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 걸음 딛을 때마다 발밑의 나라가 바뀌었다. 뒤로 국기가 셋 꽂혀 있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았다. 군인이 없었다. 
어느 나라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공원이었다.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높은 목소리로 신이 난 채 어린이들과 경계석을 빙빙 돌았다. 
내 격한 반응에 B 자매는 만족한 듯했다. 한 걸음마다 벨기에였다가 네덜란드, 네덜란드였다가 독일, 독일이었다가 벨기에…………. 뭐라 할 수 없이 멋진 경험이었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평범한 랄프 로렌 셔츠와 나이키 운동화 차림이었다. 
색색의 평상복 사이에서 혼자 눈만 남기고 검은 천으로 휘감은 모습은 둔중하게 다가왔다. 
어디까지가 당사자의 선택이고 어디서부터가 집단적 압력의 결과일지, 존중에서 비롯된 문화상대주의가 폭력에 대한 방관으로 변질되기 시작하는 지점을 어떻게 짚어낼지 항상 어렵게 느껴진다. 
세계가 이렇게망가지고 무너져가는 것은, 이 세계를 복원하고 개선할 가능성을 가진 여성들이 교육과 사회 활동의 기회를 얻지 못해서가 아닐까 두려워하며 추측하기도 한다. 
그 여성들이 잃은 가능성은 결국 인류가잃은 가능성이 될 확률이 높아 조급해지지만, 여성이 극도로 억압받는 지역에서도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먼 곳에서도 지지를 보내기 예전보다 쉬워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희망이다. 
모여서 강해지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인권 단체에 기부를 하고 오지은의 작은 자유를 들으며 마음을 다진다.
써야 하는 글이 있어서 숙소에 머물 때는 CNN을 틀어놓곤 했다.

몸에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문화가 더건강한 문화가 아닐까 싶었다. 독일은 나체주의의 역사가 긴 나라라고 한다. 벗은 몸이 그저 벗은 몸일 뿐인 사회가 가능할까? 그날 그온천에서 탈의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든 것은 아니지만, 몇 년 후 하와이에 갔을 때 가벼운 반바지만 입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보고선매우 부러웠었다. 등으로 가슴으로 가득 햇빛을 받으면 기분 좋을

상식 없음 때문이었다.
4년 후의 곤란한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기에 가뿐한 마음으로 남아 있는 장벽의 벽화를 구경하고,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열기구도 탔다. 
굵은 케이블로 땅에 연결되어 있는 열기구였지만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려 멋진 풍광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고소공포증을 느끼고 말았다. 그래도 베를린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것은 근사했다. 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건물이 있어 가보았는데, 알고 보니 SS 친위대 건물을 보존해둔 것이었다. 
그런 역사를 그렇게 커다랗게 남겨놓는 것은 대단한 신념이지 않을까 한다. 부끄러운 역사일수록 지우고 싶었을 텐데, 남겨놓는 시늉만 하고 싶었을 텐데, 그 방향으로는 가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다.

액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베를린 중앙역을 갔고, 유대인 박물관과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을 소리 나지 않게 걸었고, 브란덴부르크문을 보았고, 포츠담 광장을 가로질렀고, 벼룩시장에서 비를 맞았다.

이틀뿐이었지만 베를린에 대한 K의 자부심을 이해할 수 있었다. 베를린에는 독특한 미완결성이 있었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은 이미 촘촘하게 완성되어 있는 느낌, 딱딱하게 틀이 잡힌 느낌, 남아 있는 변화의 여지가 적은 느낌인데 반해 베를린은 다 빚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반쯤은 액체처럼 출렁거리고, 품고 있는 불안과 혼란까지도 어떤 기대감을 주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끝을 듣기 위해 기다리

결혼식의 목표는 식 중에 긴장해서 토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그러지 않았다. 평소 존경해 마지않는 소설가 K 선생님이 주례를 맡아주셨는데, 
아폴로 11호가 달에 갔을 때 닐 암스트롱과 버즈올드린을 위해 사령선 파일럿으로 남아 있었던 마이클 콜린스처럼 서로 중요한 역할을 번갈아 맡으며 살아가라고 말씀해주셔서 어떤 마음으로 주례사를 쓰셨을지 알 것 같아 눈물이 났다. 
실천하고 있느냐 하면 제가 계속 암스트롱 역할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만....…. 0 시인의 축시도 해마다 꺼내본다. 책 제목들을 다 껴안은 사랑스러운 시였다. 
와주신 분들이 즐거워하셨던 것 같아 후회가 없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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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베니스 탐색하기

집을 구했다는 뿌듯함에 마냥 젖어 있을 수 없었다. 여행 준비를 위해 남은 일정이 빠듯했다. 여의도 3배 크기의 딸이니 손바닥만 한 것 같고 자료를 통해 알아가는 베니스의 매력은 한없이 깊고 풍부했다. 도서관을 오가고 이탈리아 관광청www.enti.or.kr의 문을 두드리고인터넷의 바다에서 헤엄치면서 이 도시의 정체를 조금씩 파악해갔다. 우선 지리부터물의 도시 베니스Vicenza이탈리아는 20개의 주로 이루어져 있는데 베니스는 북부 이탈리아 베네토 Veneto 주의 주도이다. 일찍이 괴테는 베네토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며 베로나Verona, 비첸차 Vicala파도바Padova를 거쳐 베니스에 이르는 여행기를 남겼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문학작품들이 베니스와 주변 지역을 무대로 생산되었다. 편리하게도 베니스의 산타 루치아 역Stazionedi Sana Lucia Ferrovia로 표기되기도 한다)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면 웬만한 주변 지역은 무박 1일의 일정으로도 다녀올 수 있다.
이곳은 100여 개의 섬들이 얕은 물에 흩어져 있던 ‘석호 Lagoon‘ 라는 지형에 세워졌다. 6세기경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피난을 거듭하던 이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되자 이 모래땅에 나무 기둥을 박아 넣고 돌을 올리며 새 터를 다진 것, 이후 수년에 걸쳐 영토를 확장해가고 수로를 정비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현재 베니스라고 불리는 지역은 크게 세 곳좁은 의미의 베니스에 해당하는 첸트로 스토리코 Centro Storico 메스트레Mestre를 포함한 본토인 테라페르마Tcraferma, 나머지 섬들을 가리키는 에스투아리오 Estuario)을 포함한다. 400여 개의 크고 작은 다리로 연결된 이곳은 말 그대로 물의 도시인 까닭에 상습 침수 지역이 존재하고 여름철이면 습한 무더위와 극성스런 모기로도 유명하다(집을 얻을 때

쉽게 범람하는 운하에 면해 있지는 않은지, 에어컨이나 모기장이 잘 갖춰졌는지 알아보는것이 중요!

석호는 전통적으로 세스티에리 Scesticr라고 불리는 6개의 지역으로 나뉘는데 
산 마르코 SanMoon 
도르소두로 Posture, 
산 폴로SunPolo, 
산타 크로체 Santa Croce, 
카나레지오 Cannaregio, 
카스텔Castels 가 각각의 명칭이다. 

모두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가깝지만 지도를 펼쳐 놓고 위치를 익혀두는 것이 좋다. 

주변 섬인 
리도Lido, 무라노 Murano, 부라노Burano 까지는 수상버스인 바포레토 Vaponetto를 타고 갈 수 있다. 
쥬데카Gindecca의 경우 도르소두로에 속하지만 섬이기에 바포레토를 타야만 다른 지역에 갈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둬야 한다.

내발아래 베니스
Farewell to mylove

한 도시에서 한 달을 머무르니까 시간은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떠날 날이 바짝 다가왔는데도 가보고 싶고 해보고 싶은 일들이 이렇게나 많이 남아 있을 줄 처음에는 미처 몰랐다. 

눈부시게 맑은 날, 베니스를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까지 보겠다는 욕심을 내보았다. 그동안 좁은 골목길과 물길을 오가며 아기자기한 즐거움들을 만끽했다면, 떠나기 전엔 시원한 베니스의 전망을 누리며 이 도시를 눈과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

물 위에 만들어진 땅인 탓에 야트막한 산도 고층빌딩도 없는 베니스에서는 오래된 등대와 시계탑 그리고 성당의 종탑이 전망대 역할을 한다. 
세 군데 모두 산 마르코 광장을 중심으로 
탁 트인 베니스를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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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삶이 주어지기를.
내 곁에 샘이 흐르기를머리 위로 경쾌한 하늘이 펼쳐지고 발 앞에한산한 길이 이어지기를.
멈불에 누워 별을 보고 강물에 적신 빵을 먹고,
나에게는 그것이 인생이라.
그것이 영원한 삶이라.
로버트 루이스스티븐스Robert Louis Stevenson(1850-1894)힘든 일은 언젠가 지나가기를.
될 일은 되기를.
대지의 얼굴을 보여주기를.
내 앞에 길이 이어지기를.
부유함도 희망도 사랑도 내 몫이 아니지.
진정한 친구를 찾지도 않지만 머리 위에 하늘,
b 발아래 길이 펼쳐지면 그뿐."
힘든 일은 언젠가 지나가기를.
될 일은 되기를대지의 얼굴을 보여주기를.
내 앞에 길이 이어지기를부유함도 희망도 사랑도 내 몫이 아니지.
진정한 친구를 찾지도 않지만 머리 위에 하늘,
발아래 길이 펼쳐지면 그뿐혹은 내가 거니는 들판에 가을이 펼쳐지기를나무 위새 소리를 멎게 하는,
푸르러진 손가락에 입김을 부는 가을.
서리 내린 들판은 밀가루처럼 희고난롯가는 따스하네.
가을 앞에 무너지지 않으리.
겨울에도 지지 않으리.
로버트는 이런 사람이었다!

"정원을 가꿀 때 비로소 인생이 시작된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그렇다면 내 인생은 1999년에 시작되어 이제 곧 서른 살을 맞는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귀두라미가 흘러 왔다. /여기서 살아올래?

W(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뚤!
응!응!응!응!응!

살아 보자고 이곳을 찾았을 때, 나는 그림책 출간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오랜 숙제에 손댈마음을 먹게 되었다.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작은생태계의 꿈틀대는 생명력을 그림으로 남기기로 한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관찰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소박한 아름다움을 말이다.
여행 일지와도 같은 이 일기를 기록하게 된 것은 단순히 나와 가족과 친구들의 즐거움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작은 정원에 처음 발을 들인지 근 이십 년이 되는때에 이 그림들이 책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은, 이십오년 가까이 내 그림책을 편집해 주고 매력을 알아봐 준마리옹 자블론스키와 뤼세트 사비에 덕분이다. 두 사람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한다.
2019년 10월 29일프레드 베르나르

‘데이비드 보위‘가 생각나는 외도, 출노린재(Doncus pallipipedus)긴하늘요(Expercaprirata)피파루스 코로나투스(Lipares Corokatus)그보관[구미녹색바구미(Polgarusus,
(Graphosomalineatum)대표하는 한국 가수에 빨간 번개 모니를반가워!
너무아무리 해주시지만 살살다뤄주세요.
+-200라고도불려요.
정원사가딴작은 열매들을 먹고 사니까요.
(Cerambyx cerde)장미풍뎅이(Cetonia aurata)유럽떡갈잎풍뎅이(Melolonthamelolon tha)세토니아 아우라타라고도 해요.
(carabusautatus)(Triodonta zquila)노린재(Palomena prasinas)산딸기나무를 오염시키는 곤충인정해요.
블러드스퓨어 >(Timarchatene bricosa)무당벌레는전 세계에6천여 종이 있다.
내 별명은?
Clugistopterus sanguinevs]에이, 페투성이! 괜찮아?
악마!
딱정벌레 군단
"블러드AS별노린재( Pyrrhocorisapterus)Coccinella septempunctata)[이를 한번 예쁘네!
별이 일곱 개.
유럽대왕반날개너는?
법!
Lana pytisnoctiluca)암컷은 날개가 없어요.
다고요?
우린 아시아태들!
Cocypus (Leptura annuralis)Lolens)가요Cardamerahobilis) 굵은다리형 대벌레불개미들이(Triche des alverius (Maligethese멸종되는 게 내 탓은 아베에요,
(Lucinvectrue}나기 힘들어서(Brachines explodens)디집에는 주로 방어용이에요.
(Forficola aukicelarial유럽병대별기CRhagongchafulva)청력이 대회에서 5년후에 버려요.

AS나한텐아무소용없지.
개쑥갓(Senecis vulgatis)개쑥갓을 먹고나도 곧독성이생길거예요!
크림반점호랑나방(Arctia villica)태극나방과예요.
동물의영향을 주는치명적인자연에서는 검정과노랑의 조합이 ‘위험‘
표시로 통한다. 말벌도파이어 살라만다.
우리네 공사 중 위험표시와 같다.
주로 야행성진홍세방(Tyria jacobaeae)(어릴 땐 많더니 이전 희귀종이 되었다.
반출해요!
별명은불나방(Arctia Caja)잡아먹히기는 거저지타이거나방(Eoplagia quadripunctaria)뒷왕불나방(Pericallia ma trouula)
‘라이트린이라고 해요.
물어cle나방은 거의 다독성이 있어요!
우아한인뜻이에요.
프랑스못난이 아줌마라는 뜻을 있지만....
수컷은103.
3724·칼렛타이거나방(Callimet pha deminula)광대불나방(Parasemia plantaginis)완전그러니까우리는멋진듯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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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결혼을 두 사람(이성이든 동성이든)의결합이 아닌 ‘집안과 집안의 결합‘으로 보면서 결혼에 대해 이것저것 간섭하는 사람이 많다. 샌드라 역시 1965년결혼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런 부모와 친척들의 간섭을겪어야 했다. 결혼에 대해 감놔라배놔라 하는 부모와 친척들에게 샌드라가 쓴 장문의 편지가 실려 있고, 번역하는과정에서 우리 둘 다 감탄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얼마나 명확하고 명쾌하게 펼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 샌드라와 대릴이 평등한 부부에 대해 강연하러 다닐 때 강연이 끝나고 한 여성이 샌드라에게 다가와 지난번 강연을듣고 나서, 운전도 못 하게 하고 학교에도 나가지 못하게하며 이런 강연에도 참석 못 하게 하는 남편을 어떻게 처리‘ 했는지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장 통쾌한 장면이기도했다.
3. 맞벌이 부부가 있다. 아내 혹은 남편이 멀리 타지에 좋은기회를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는 그들의 업계(사회심리학계에서 남편이 더 좋은대학에 자리 잡았을 때, 그리고 아내는 그 대학에서 같이근무하다가 ‘잘렸을 때 이들이 어떻게 상황을 헤쳐나가는지가 나온다. 이 책에 나오는 ‘룸메이트 테스트‘를 독자의

상황에 맞추어 꼭 한 번 해보시길.
4. 21세기에도 아직 남편이 집안일이나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이 할 일은 아니지만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샌드라는 남편과 아이 둘을 양육하면서 청소에서부터 설거지까지 어떻게 해왔을까. 상대방이 하는 집안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했을까? 그리고 그실험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
이 책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과 남성, 그리고 또 다른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은 통찰을 준다. 지적인 통찰도 있지만,
그보다는 현실 속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많은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우리가 샌드라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앞서 인용한, 과학 저술가인 로빈 마란츠 헤니그가 쓴 장문의 글 <그의 인생 마지막날>을 통해서였다. 그 글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자신의 죽음을 이런 방식으로 결정할 수있을까? 그런 의문을 갖고 《나를 지키는 결혼생활을 찾아 읽었고, 비로소 샌드라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어떤 틀이 아닌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었던 것이다. 자살을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물론 없다. 다만 우리가 경이롭게 바라보는 지점은 샌드라가 여성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끝까지, 남들이, 사회가, 전통이 말하는 메시지가아닌 자신의 고유한 생각에 집중하며 살았으며, 그것이 가능한선까지만 살다가 갔다는 사실이다.
의식을 잃을 때까지, 그는 온전히 깨어 있었다.
2020년 11월김은령, 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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