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령 칼럼니스트, 안동 출생, 경북대 국문과 졸업. 남의 이야기 듣기를 즐겨 급기야 사람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사람이 우주이며 한 인간의 생애 안에 가히 우주의 천변만화가 담겨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숱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지난 세기 초중반 한국 여자로 태어나 우리 역사의 우여곡절을 온몸으로 밀고 온 분들, 그들의 삶 앞에서 전율의 농도가 가장 컸다. 이 책은 그 감동의 기록이다.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이 우리들의 가장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과일이서리를 맞아야 단맛이 돌고 향기를 풍기듯 인생도 고난 속에서 익어간다는 것을 믿는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이 지금 행복한 사람에겐 삶의 확장을, 지금 불행한 사람에겐 삶의 깊이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팔뚝이 잘린 사람 앞에선 손가락이 잘린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앞세대가 몸부림치며 살아온 이야기가 뒷세대의 가슴을 울리기를, 그 울분과 통한이 서로를 연대하고 위안하고 사랑하게 만들기를, 더불어 고통을 뚫고 나와 더 너그럽고 강인해진 분들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통찰해내기를 희망한다.
한때는 국어교사였다가 신문, 잡지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잡지 <샘이깊은 물》에서 인물 인터뷰의 매력에 눈떴다. 최근에는 《동아일보》, 《신동아》, 《월간중앙> 등에 인물칼럼과 시사칼럼을 연재 중이다. 저서에 우리시대를 새로운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집안을 열어 보인 <김서령의家)가 있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긍정, 비관을 털어내는 유머, 따뜻한 인간애로 수난의 한국 현대사를 밀치고 나온 여덟 인생을 만나다.
김서령은 남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작가다. <여자전>에 대해 무엇이든 덧붙이는 글은 너절한 사족이다. 전쟁, 가난, 분단 등 현대사의 진창을 건너오신 그분들의 삶 앞에서 언어는 초라하고 우리는 부끄럽다.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그분들의 삶을 몸으로 느끼고, 자생력과 자기치유력을 기억하며, 용기와 지혜를 배울 뿐이다. 이따금 눈물을 찍어내고 한숨을 내쉬면서. :소설가 김형경
한국 근현대사를 ‘수난사‘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김서령 선생이 인터뷰한 파란만장한 운명을 헤쳐온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난은 있어도 ‘수난사‘는 없다고 느껴진다. 이데올로기 갈등, 분단, 외세의 침입, 경찰국가의 억압 등의 수난이 닥쳐와도, 이들은 끈질긴 생명력과 자존심으로 고비를 슬기롭게 넘어왔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과 이웃의 인생들을 따스하게 가꾸어 나갔다. 그러면서도 인생을 즐기려는 욕망, 유머 감각과 낙관을 결코 잃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서야 한국 사회가 분단, 전쟁, 독재를 넘어서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원동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 오슬로대 교수 박노자
"실을 금방 뽑아 숨 쉬면 아픈데도 내 방 앞에 줄은 한정 없이 길었소...." 당시엔 물론 자궁을 잃은 줄도 몰랐다. 그걸 안 건 나중에 훌륭한 남자를 만나 결혼한 이후였다. "혼인을 했으면 아이를 낳아줘야 하는 게 여자의 임무인데…암만해도 아가 안 생깁니더. 그래서 혼자 병원에 가봤더니 자궁을 끊어내고 없다 캅데다." 그 사연을 어떻게 말로 다 풀어낼 수 있으랴. 우리는 밤을 꼬박 샜다. 울고 웃었다. 왜냐하면 김수해 할머니의 이후 삶이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에.
하늘에서 내려온 남편
신선이 하늘에서 죄를 짓고 땅으로 내려온 것을 적강이라고 부른다. 김 할머니가 만난 남편이 바로 그 적강이었다. 믿을 수 없이 관대하고 여자를 귀하게 사랑할 줄 알며 남의 아픔을 애통할 줄 아는 남자, 그는 산판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는 쿨리(하층 육체노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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