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부부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귀여운 동화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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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방정환 <어린이 찬미>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 같은 꽃잎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 같은 꽃잎, 아니 아니 이 세상이 곱고 보드랍다는 어떤 표현으로도 행상수 없는 이 보드랍고 고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라 그 서늘한 두 눈을 가볍게 갚고 이렇게 귀를 기울너야 늘릴 만큼 가는게 코를 하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일을 들여다보라 우리가 종래의 자해오던 하느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앞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다. 별좋은 첫여름조용한 오후이다.
고요하다는 고요한것을 모두 모아서 그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가진것이 어린이의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고요.
한자는 얼굴을 잘 말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고요하다는 고요한것은모두 이 얼굴에서 우리나는듯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평화스럽다.
고운 나비의 날개, 비난같은 꽃잎, 아니아니, 이 세상에 곱고보드랍다는 어떤 표현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이 보드랍고고운자는 언굴을 들여다보라. 서늘한 두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기울여야들릴 만큼

가늘게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보라. 우리가종래에 생각해오던 하느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티가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가지반가지나 있느냐, 죄 많은 세상에 나서 죄를 모르고, 부처보다도, 예수보다도 하늘뜻 그대로의산하느님이 아니고 무엇이냐. 아무 죄도 갖지 않는다. 아무 획책도 모른다.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먹어서 부르웃고 즐긴다. 싫으면 찡그리고 아프면 울고, 거기에 무슨꾸밈이 있느나 시퍼런 칼을 들고 핍박하여도 맞아서 아프기까지는 방글방글웃으며 대하는것이다. 이 넓은 세상에 오직 이이가 있을뿐이다.

오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잔다. 더할 수 없는 착함과더할수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가진 어린 하느님이 편안하게 고요한잠을 잔다. 옆에서 보는사람의 마음속까지 생각이 다른 번추(醜)한 것에 미칠 틈을 주지 않고고결하게 순화시켜준다. 사랑스럽고도 부드러운 위임을 가지고 곱게 곱게순화시켜준다.
나는 지금 성당에 들어간 이상의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사람스라운 하느님의 자는 얼굴에 예배하고 있다.
어린이는 복되다!
이때까지 모든 사람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복을 준다고 믿어왔다. 그복은 많이 가져온 이가 어린이다. 그래 그 한없이 많이 가지고 온복을우리에게도 나누어준다. 어린이는 순복덩어리다.

마른 잔디에 새 풀이 나고 나뭇가지에 새움이 돋는다고 제일 먼저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 봄이 왔다고 종달새와 함께 노래하는 이도린이고 꽃이 피었다고 나비와 함께 춤을 추는 이도 어린이다. 별을 보고좋아하고 달을 보고 노래하는 것도 어린이요. 눈 온다고 기뻐 날뛰는이도어린이다. 산을 좋아하고 바다를사랑하고 큰 자연의 모든 것을 골고루좋아하고 진정으로 친애하는 이가 어린이요, 태양과 함께 춤추며 사는이가어린이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기쁨이요. 모든것이 사랑이요, 또모든것이 친한동부다. 자비와 평등과 박애와 환희의 행복과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것만 한없이 많이 가지고사는이가이런이다. 어린이의 살림 그것 내하늘의 뜻이다. 우리에게 주는 하늘의 계시(啓示)이다.
어린이의 살림에 친근할수있는사람, 어린이 살림을 자주 들이다수있는사람? 배울수있는사람은 그만큼 행복을 얻을 것이다.
어린이와 마주 대하고는 우리는 그리는 얼굴, 성낸 얼굴, 슬픈 얼굴음짓게 된다. 아무리 성질 곱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어린이와 얼굴을마주하고는 험한 얼굴을 못 가진 것이다. 어린이와 마주 앉을 때 적어도그 잠깐동안은? 모르는 중에 마음의 세레(禮)를 반고 평상시에가저보지 못하는 미소를 면 부드러운 좋은 얼굴을 갖게 된다. 잠깐인망성그동안 순화되고 깨끗해진다. 어떻게든지 우리는 그동안 순화되는 동만을 자주 갖고 싶다.
하루에도 3천가지 마음. 지저분한 세상에서 우리의 맑고도착하년마

음을 얼마나 쉽게 굽어가려고 하느냐? 그러나 때로는 방울을 흔들면서참됨이 있으라고 일깨워주고 지시해주는 어린이의 소리와 행동은 우리에게 큰구제의 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피곤한 몸으로 일에 절망하고 늘어진 때에 어둠에 빛나는 광명의 빛깔이 우리 가슴에 한줄기 빛을 던지고 새로운 원기와 위안을 주는것도 어린이만이 가진 존귀한 힘이다. 어린이는 슬픔을 모른다. 그리고 음울한 것을 싫어한다. 어느 때 보아도 유쾌하고 마음 편하게 논다.
아무델 건드려도 한없이 가진 기쁨과 행복이 쏟아져 나온다. 기쁨으로살고 기쁨으로 커간다. 뻗어 나가는 힘! 그것이 어린이다. 인류의 진화화향상도 여기에 있는것이다.
어린이에게서 기쁨을 빼앗고, 어린이 얼굴에 슬픈 빛을 지어주는 사람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요, 그보다 더 큰 죄인은 없을 것이다. 어린이의 기쁨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할 권리도 없고, 그리할자격도 없건만…… 무지한 사람들이 어떻게 많이 어린이들의 얼굴에슬픈빛을 지어주었느냐 어린이들의 기쁨을 찾아주어야 한다. 어린이들의 기쁨을 찾아주어야 한다.
어린이는 아래 세가지 세상에서 온통 것을 미화시킨다.
이야기 세상? 노래의 세상? 그림의 세상어린이나라에는 세 가지 예술이 있다. 어린이들은 아무리 엄격한 현실이라도 그것을 이야기로 본다. 그래서 평범한 일도 어린이의 세상에서는 그것이 예술화하여 찬란한 미와 흥미를 더하여 가지고 어린이 머

릿속에 전개된다. 그 때문에 어린이는항상이 세상 모든 것을 아름답게본다어린이들은 또 실제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을 이야기 세상에서 훌륭히 경험한다. 어머니와 할머니 무릎에 앉아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때 그는 아주 이야기에 동화(同化)해 버려서 이야기 세상에 들어가서이야기에 따라 왕자도 되고, 고아도 되고, 또 나비도 되고, 새도 된다. 그렇게해서 어린이들은 자기가 가진 행복을 더 늘려가는 것이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본 것, 느낀 것을 그대로 노래하는 시인이다.
고운마음을 가지고, 어여쁜 눈을 가지고 아름답게 보고느낀 그것이 아름다운 말로 힙 밖으로 굴러 나올 때, 나오는 모든 것이 시가 되고가된다. 여름날성한 나무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의 어머니가아들을 보내어 나무를 흔든다고 보는 것도 그대로 시요 오색의 찬란한 무지개를 보고 하느님의 따님이 오르내리는다리라고 하는것도그대로 시다.
개인밤은날의 검은 점을 보고는저기저기 저달속에 계수나무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내고옥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질을 짓고 천년만년살고지고고운노래를 높이어 이렇게 노래 부른다. 밝디바은 달님 속에 계수나무를 금도끼 은도끼로 찍어내고 다듬어서 초가삼간집을 짓자는 생각이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이러한 고운노래를 기꺼운 마음으로 소리 높여 부를 때, 그들의 고운넋이 얼마나 아름답게 우쭐우자라갈것이냐? 위의 두가지 노래는 어린이 자신의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고 큰 사람이 지은 것일지도모른다. 그러하나 몇 해 몇십 년 동안 어린이들의 나라에서 불러내어서어린이의 것이 되어 내려온거기에 그 노래에 스며진 어린이의 생각, 어린이의 살림어린이의 넋을볼수있는것이다.
어린이는그림을 좋아한다. 그리고 또 그리기를 좋아한다. 조금도 기가없는 순진한 예술을 낳는다. 어른의 상투를 재미있게 보았을 때 어린이는 몸뚱이보다큰상투를 그려놓는다. 얼마나 솔직한 표현이냐 언마나순진한 예술이냐.
지나간 해 여름이다. 서울친도교당에서 여섯 살 된 어린이에게 이 집교당(내부 전체를 가리키면시)을 그려보라 한 일이 있었다. 어린이는서슴지 않고 종이와붓을 받아들더니 거침없이 네모 반듯한 사각 하나를 큼직하게 그려서 나에게 내밀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이냐? 그 어린동무가 그큰집에 들어앉아 그집을 보기는 크고 번듯한 넓은집이라고 밖에 더 달리 복잡하게 보지 아니한 것이었다. 얼마나 순진하고솔직한 표현이냐? 거기에 아직 더럽혀지지 아니한 이윽고 큰 예술을 넣아놓은 무서운 참된 힘이 숨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한 포기 풀을 그린

때 어린 예술가는 연필을 쥐고 거리낌 없이 쭉쭉 풀줄기를 그린다. 그리나그한번에 쭉내어 그은 그선이 얼마나 복잡하고 묘하게 자상한 설명을 주는지 모른다.
위대한 예술을 품고 있는 어린이여! 어떻게도 이렇게 자유로운 행복만을 갖추어 가졌느냐?
어린이다. 어린이는 복되다. 한이 없는 복을 가진 어린이를찬미하는 동시에 나는 어린이 나라에 가깝게 있을 수 있는것을 얼마든지 감사한다.

소파 방정환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을 만들고, 처음으로 본격적인 아동문학과 어린이문화 운동을 일으킨 어린이 운동의 칭시자다. 그만큼 그는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했다. 특히 그는 모든 어린이는 ‘시인‘이라며 예찬했다. 고운 마음으로 보고 느낀 것을 아름다운 말로 재잘거리던 그대로 시가 되고 노래가 되기 때문이다. 또 어린이를 ‘화가‘라며 찬미를 아끼지 않았다. 조금도 기교를 부리지 않는 내신 본것을솔직하게 표현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한것이다.
간혹 아동학대에 관한 뉴스가 화제가 되곤 한다. 그런 소식을 접할때마다 분노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과연 그들에게 어린이는 어떤 존재일까. 그에게 소파의 다음 말을 들려주고싶다.

"어린이에게서 기쁨을 빼앗고, 어린이 얼굴에 슬픈 빛을 지어주는 사같이 있다 하면 그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요, 그보다 더 큰 죄(중략)힘은 없을 것이다. 어린이의 기쁨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의 기쁨을 찾아주어야 한다. 어린이들의 기쁨을 찾아주어야한다.‘

#02 방정환, <첫여름>
햇볕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아아. 행복한 아침! 그 신록의 냄새를 맡고, 그 햇볕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기운과기름이 머릿속, 가슴 속, 핏속까지 가득 생기는 것을 느낀다.


아아, 상쾌하다!
이렇게 상쾌한 아침이 다른 계절에도 있을까? 물에 젖은 은빛 햇볕에향긋한 풀냄새가 떠오르는첫여름의 아침! 어쩌면 이렇게도상쾌할까.
보라! 밤사이에 한층 더 자란 새파란 잎이 해맑은 아침 기운을 토하고있지 않느냐. 바람에 코를 간질이는것이 새파랗고 향긋한 풀냄새가 아니냐. 그리고 그 파란 잎과 그 파란 풀에 거룩하게 비치는 물기 있는 햇볕에서아름다운 새벽 음악이 들려오지 않느냐.
아아, 행복한아침!
그신록의 냄새를 맡고, 그 햇볕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기운과 기쁨이 머릿속, 가슴속, 핏속까지 가득생기는것을느낀다.

참맑은글이다. 되될수록 글이 주는 여운이 깊고 투명하다.
방정환은 가난했지만늘당당했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또한, 뛰어난 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다. 특히 당대 최고 문장가들이 한문 어투로글을 쓴 데 반해, 그의 글은 요즘 작가들의 글처럼 현대적일 뿐만 아니라주제 역시 새로움을 추구했다. 그래서 전혀 낯설지가 않다.
이 글만 해도 1920년대에 쓴 것임에도 주제나 관심사에서 도저히 70여년 전에 쓴 글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는 그가 항상 어린이처럼 순수한 마음과 영혼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첫여름은 초여름을 말하는 것으로 5월~6월경을 말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방정환이 활동하던 당시에도초여름의 아침은 매우 상쾌했나보다.
문득, 파란 풀에 거룩하게 비치는 물기 있는 햇볕에서 아름다운 새벽 음악이 들려오는 그 시절의 첫여름이 그립다.


나는 두분께 돈을 갖다드린 일도, 뭘사드린 일도 없습니다. 또한번도 절을 해본 일이 없습니다. 두 분이 내게 운동화를 사주시면, 나는 그것을 신고, 두 분이 모르는 골목길로만 다녀 금방 망가뜨리고 말았습니다.
또 월사금(학교에 매달 내던 수업료)을 주시면 두분이 못알아보는글자만을 골라서 배웠습니다. 그랬건만 단 한 번도 나를 미워한 일이 없습니다. 
집을 나갔다가 23년 만에 돌아왔더니, 여전히 가난하게 사실 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내 대님과 허리띠를 접어주셨고, 아버지는 내 모자와 양복저고리를 걸기 위해 못을 박으셨습니다. 동생도 다 자랐고, 막냇누이도 어느새 아가씨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건만 나는 돈을 벌 줄 모릅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수있을까요? 못 법니다. 못 법니다.

내게는 친구도 없습니다. 어른도 없습니다. 버릇도 없습니다. 뚝심(굳세게 버티어 내는 힘)도 없습니다.

손이 뺨을 만집니다. 남의 손처럼 차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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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자르고 신체를 두 동강 내고 귀신이 물어뜯는 등 순진하고 착한 내용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치 그런 동화를 보는 것 같다. 
그가 묘사한 유토피아, 천국, 환상 세계는 색감이 기가 막히고 아름답다. 이런 색을 쓸 수 있구나, 잔혹한 그림에서 보이는 색감은 의도 또는 무의식•적인 결과물이구나, 깨닫는다. 나라면 절대 그리지 않을 그림이기에 매력을 느낀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트레이싱을 했다고 하면 엄청난 비판을 받는데, 만약 헨리 다거의 스타일로 트레이싱을 했다면 도둑질이 아니라 하나의 창조적인 기법으로 인정받을 것 같다. 베껴 그리며 자신만의 시선으로재구성, 재활용했기에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재탄생했을 터. 베껴 그렸지만 누구의 그림보다도 독창적이며 자유분방하고 특이하다.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그의 이런 독특한 분위기는 다른 많은 화가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책을 사기 전에는 헨리 다거의 그림을 조각조각 보았고, 그의 일생을대략적으로만 알았다. 영어로 쓰이긴 했지만 여러 이야기가 실려 있어 그를 더 자세히 알게 됐다. 
특히 인터넷에 없는 그림을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그의 그림은 가로로 긴

그림이 많은데, 이 책도 가로로 긴 판형에다 중간중간 끼운 접지를 펼치민 훼손되지 않은 온전한 비율로 볼 수 있다.
한 화가의 예술 세계를 이토록 자세히 보여주는 책이라니. 많은 화집이 화가의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묵직한 종이 더미로 어딘가에 존재한다.

책에는 ‘구성‘이 있다. 작가의 생애와 생각이 순서대로 편집되어 한 인간의 세계를 만나게 해준다. 화집 감상은 내겐 선배, 이 업계의 길을 먼저 간사람의 노트를 훔쳐보는 일이다. 하여 수업 노트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이미 죽은 사람도 있고, 한국에서 전시회 한 번 연적 없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존재하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을 화가를 책 한 권으로만난다. 어떻게 이 종이 더미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아직도 내가 발견하지 못한, 만나지 못한 화집이 전 세계에 수만 종이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모험 정신이 불끈불끈 솟는다. 비인기 분야이고 제작비가 꽤 들어가는 책임에도 여기저기서 꾸준히 나오는 건 나 같은 독자가 있어서겠지. 화집을 만드는 분들, 늘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살 테니 어서 마케팅을 해주세요! 돈을 벌고 나서 제일 좋은 것 중 하나가 화집을 살때 예전보다 덜 망설인다는 점이다. 다만 화집은 일반 서점에서 흔하게 볼수 없다. 요즘은 더더욱 구매가 힘들어졌기에 바지런히 찾아다녀야 한다.

내가 한 작가의 책을 전부 다 보기로는 우리나라 작가 중에선 마영신 작가가 유일하다. 우리나라에선 『19년 뽀삐라는, 한 소년이 청년이 될 때까지 함께 지냈던 반려견을 이야기하는 만화가 많이 알려져 있다.

나는 작가님 만화 중에서 「콘센트」와 「엄마들」이 가장 재미있었다.

두 만화 모두 여성이 주인공인데, 커다란 체구의 남성 작가님이 이렇게나 여자의 인생을 잘 그릴 수 있다니 작가님의 섬세한 관찰력과 통찰력이 놀라웠다. 내용은 꽤나 현실적이고 적나라하다. 「콘센트』는 심지어 19금이다. 그런데 야하지 않다. 오히려 현실 속 남녀의 젠더 의식과 주인공의 외모콤플렉스가 리얼하게 그려진다. 너무 리얼해서 읽다 보면 내 어떤부분이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엄마들은 무려 중년 여성들의 연애 이야기다. 이 짧은 설명만으로도 어디에서 볼 수 없는 만화라는걸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만화는 너무 솔직해서 때론 시커멓고 때가 묻어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다른 만화가 하지 못하는 일을 담당한다. 작가님은 기존 만화 클리셰를 반복하며 복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삶에서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원본

을 만들어낸다. 그 점이 가장 좋다. 
"와, 나도 이런 사람 알아. 나도 이런 거 겪어본 적 있어." 작가님의 책을 보다 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마영신작가님의 만화책을 보고 이런 말이 안 나오는 분이 있다면 부럽다. 굴곡 없는 행복한 삶을 산 거다.)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는 타카노 후미코와 오카자키 교코다.
(마영신 작가님이 만화 공부를 하라며 보내주신 만화가 나중에 알고 보니 타카노 후미코의 작품이었다.) 둘 다 만화책이 국내에 번역된 지 얼마 안 됐다.
타카노 후미코는 2016년에 첫 책이 나와 근 3~4년 사이에 쭉쭉 책이 나왔다. 오카자키 교코 역시 2018년부터 만화책이 번역 출간되었고, 모두
‘고트‘라는 출판사에서 나왔다.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하는 곳인 것 같아인스타그램으로 늘 구경했던 곳인데 여기서 타카노 후미코와 오카자키교코를 설명하는 내용이 흥미로워 관심이 갔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면
‘알려질 가치가 있는 책을 선별하여 펴낸다고 한다. 정말 말 그대로 출판사 덕에 이 책들이 나에게 알려졌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 적어도 나에게는 출판사의 기치가 실현된 셈이다. 감사합니다!
타카노 후미코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만화를 발표했는데 세상에나지금까지 그린 만화가 40년 동안 고작 단행본 일곱 권밖에 되지 않는다.

그녀는 57년생이다. 그럼에도 각각의 작품이 뛰어나 데즈카오사무문화상 만화대상을 받은 것은 물론 일본에서는 그녀를 ‘만화가들의 만화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연 그녀의 만화를 보고 처음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우선 눈이너무 즐겁다. 그녀는 소녀 활극(「럭키 아가씨의 새로운 일)부터 젊은 여성의 일상을 담은 짧은 만화(빨래가 마르지 않아도 괜찮아』), 아이와 청소년의 성장기 (「친구』, 「노란책」)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데 하나같이 데생의 완성도가 지나치게 높다. 물론 기존 소년소녀 만화와는 전혀 다른 그림체라 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만화 속 칸의 구성과 앵글, 인물의 표정과 다양한 자세는 기발하고 훌륭했다. 나는 그녀의 만화를 그냥보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그림 실력이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그녀의 만화를 여러 번 정독한 후 따라 그리는 연습 같은 걸 하지 않았는데도 예전보다 사람 몸이 다양한 자세로 잘 그려졌다.
나 또한 그렇고 많은 만화가 인물 대화 장면을 그릴 때 아이앵글로인물의 상반신이나 가슴팍까지 묘사하는 쉬운 방식을 선택한다. 하지만그녀는 아주 평범한 대화 장면을 로우앵글이나 하이앵글을 과감하고도아름답게, 신선하고 자유롭게 사용한다. 그런 시도가 시선의 흐름을 방해

하기는커녕 지루하지 않고 다채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이렇게 작은 칸으로도 다양한 앵글을 시도할 수 있구나, 반성하게 된다. 앵글이나 레이아웃뿐만 아니라 시원시원하고 단순한 선으로 완벽한 인체를 그려낸다. 그림을 좋아하거나 공부하고 싶은 분이라면 반드시 도움 될 것이다.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공각기동대」 등 작품성 높은 작업에자주 참여한 천재 애니메이터 안도 마사시는 타카노 후미코의 팬이라며그녀의 인체 표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만화 내용도 재미있다. 캐릭터들은 산뜻함, 진중함, 귀여움이 넘친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 직한 엉뚱한 발상을 잘 다루는데, ‘어떻게이런 귀여운 생각을 할까!‘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노란책」이라는 만화. 한 소녀가 「티보가의 사람들』이라는 책에 빠져든 모습을 다룬다. 소녀는 소란스러운 가족들 틈에서 마지막까지 작은 전등불 아래 책을 읽고, 학교에서도 길을가다가도 책을 생각한다. 소녀는 마음속에서 책 속 사람들과 대화하기도한다. 보시다시피 줄거리가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책에흠뻑 빠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만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친구라는 만화도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 같아 매우 아낀다. 어린아이들의 감

아무튼산책

산책을 다루는 책이라면 주저 없이 사버린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산책을 만나기 전에는 단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산책』이 내 마음을지배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산책』이라는 책이 있었기에 나는 오래도록 산책이라는 행위를 사랑할 수 있었다. 오가와 요코의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와 서울의 빈민들 이야기를 담은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 오래도록 나무를 관찰한 이야기를 담은 「도시의 나무 산책기등 산책이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산책이라는 키워드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을 모두 사랑한다.

하지만 지금 내게 산책 책 중 베스트는 다니구치 지로의 산책이다.
아니 「산책』은 내가 가진 거의 모든 책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 정도로 이 만화책을 매우 좋아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의 ‘이상형‘에 가깝고 내가 가진 모든 책 중 가장 나와 닮았다. 나는 이런 책을•추구하고 싶다. 굉장히 차분한 분위기의 만화다. 그러면서도 엉뚱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다. 만화지만 대사가 많이 나오지 않고 이렇다 할 스토리나 갈등도 없다. 안경 낀 중년 남성이 터벅터벅 기회가 될 때마다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는 내용이 전부다. 그렇지만 이 책은 아름답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느낄 수 있고 서사가 없기 때문에 나의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다. 이 만화 속 장면이 조용하고 고요하기 때문에 내가 산책했을 때의 느낌이 더욱 생생하게 다시 떠오른다. 본디 산책이란 끊임없이 차분해지는행위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활기찬 곳을 걷는다 해도 그 길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가 아닌 홀로 산책하는 중이라면 내면은 자기 자신에게로 방향을 비추어 그 행위는 조용해질 수밖에 없다. 입을 꾹 다물고 세상을 바라보고 자극을 받는 동안 내 안의 감정은 분주하되 소리 없이 제 자리를 찾아간다. 그런 게 다니구치 지로의 그림에 담겨 있다.
이 만화책은 그림이 매우 정교하다. 한 컷 한 컷을 떼어서 보면 모두

물제대로 알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보는 쉬운 책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S의 말처럼 예술적인 책, 철학적인 책은 물론 아이디어가 재기 발랄하여 웃음이 나오는책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훌륭한 그림이 너무 많았다. 그림책 카페가 아니라 미술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세상에 난다 긴다 하는 그림쟁이들이 다 그림책을 만들고 있었구나.‘ 그 후로 홍대에 갈 일이 생기면 몇번이고 달달한 작당을 다니면서 눈에 불을 켜고 좋은 책을 찾았다. 그땐내용보다 그림을 보는 데 흠뻑 빠졌던 것 같다. 지망생일 때라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가 가장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숀탠, 앤서니 브라운, 로베르토 인노첸티. 완성도 높은 그림과 꽉 찬채색, 세밀한 묘사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와 그 집 이야기는 지금도 자주 펼쳐본다. 「빨간 모자는 우리가 아는 그 내용이 아니라 성폭력에 관해 매서운 통찰력과 시선을 담은현대식 동화다. 아동 성폭력의 현실과 원인을 빨간 모자 이야기를 빌려소름 돋을 정도로 멋지게 그렸다. 이 책 한 권으로 열띤 토론을 벌일 만큼압축적이고 놀라운 그림책이었다. 앤서니 브라운은 워낙 작품이 많아 조금씩 꾸준히 계속 모으는 중인데, 아직까지는 「공원에서라는 책을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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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 발표문 일부, 2017년 8월 9일
<고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비채
(그 여자는 화가 난다>, 마야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난다
<남편의 아름다움), 앤 카슨 지음, 민승남 옮김, 한겨레출판
<내가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 조르조 아감벤 지음, 윤병언 옮김, Critica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사피엔스21<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캐롤 스클레니카 지음, 고영범 옮김, 강
<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너 지음, 이재형 옮김, 부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웅진지식하우스《사무원>, 김기택 지음, 창비
<슬픈 인간》,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정수윤 엮고 옮김, 봄날의책
<시골 생활 풍경》, 아모스 오즈 지음, 최정수 옮김, 비재《암 연대기>, 조지 존슨 지음, 김성훈 옮김, 어마마마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원더박스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창비
<은밀한 생>,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흥영남·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까치
<직업의 광채>, 토바이어스 울프 외 지음, 리처드 포드 엮음, 이재경·강경이 옮김, 홍
<친밀>, 하니프 쿠레이시 지음, 이옥진 옮김, 민음사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민음사
<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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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마루야마 겐지는 첫인상부터가 강렬했다. "나는 데뷔 후 50여 년간 일본 문단과 전혀 교류하지 않는다. 자기연민 가득한 글만 쓰는 나르시시스트 집단인 일본 작가들을 싫어한다." 
오! 난 이렇게 줏대 있는 사람이 좋더라, 죽 읽어나갔다. 스물두 살 데뷔작 「여름의 흐름으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단다. 남달라 보였다. 
뒤이어 사람은왜 자립해야 하는지, 자신이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우리는 왜 계속 살아 나가야 하는지, 그의 생각이 이어졌다. 말투는 단호하고 분명했다. 당장 그의 책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를 샀다. 부제로 ‘인생이란 멋대로살아도 좋은 것이다‘를 단 에세이였다.

조금 읽고서 글자가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동안내팽개쳐두었다. 3~4년 정도 지나서였나, 계속 눈에 밟혀 다시 읽기 시작했더니 그의 생각이 너무 좋아서 단숨에 읽었다. 요약하자면 부모, 가족,
국가, 직장, 종교에 휘둘리며 살지 말고 자신 있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서 살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청춘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기 때문에과감하게 자신의 할 일을 밀어붙이라며 쉬지 않고 일갈했다.
나 또한 그림을 그리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중요했던 키워드는주체적인 자유와 세상으로부터 자립하는 것이었다. 타인에 휘둘리지 않

다는 얘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해외에서 판매 중인 헨리 다거 화집을 발견해 선물해주었다. 그래, 외국 사이트에서 찾아보면 됐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화집에는 헨리 다거의 그림은 물론 개인 이야기도 상세히 기록되어있다. 그는 생전 병원 청소부로 일했고 죽고 나서야 방에서 방대한 원고가 발견돼 이름을 알렸다. 15,145쪽에 달하는 글과 수백 점이 넘는 삽화가실린 「비현실 왕국에서 In the Realms of Unreal]]라는 판타지 동화였다. 원제목은 ‘비현실 왕국의 비비안 걸스 이야기, 어린이 노예의 반란으로 인한 글랜디코-안젤리안 전쟁 폭풍 속The Story of the Vivian Girls, in What is known as theRealms of the Unreal, of the Glandeco-Angelinnian War Storm, Caused by the Child SlaveRebellion‘으로 매우 길다. 헨리 다거는 평생 홀로 살며 몰래 작업했고, 한번도 세상에 나오지 않은 자신만의 책을 손수 제본해 금색으로 제목을 적었다. "이 세상 모든 금광의 금으로도, 은으로도 이 그림을 나에게서 살 수없다. 이들을 훔치거나 훼손하는 이들에게 잔혹한 복수가 있을 것이다"라는 메모까지 남겼다.
나는 늘 그림을 그리면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남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내 그림이 알려지고, 알려져야 그림으로 먹고살

수 있어서다. 나뿐만 아니라 화가 대부분이 자신의 그림을 세상에 발표하는 것을 전제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발표해 인정을 받고 명예를 쌓는것을 ‘목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보여줄 수 없다면 그리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언제부턴가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그림이 아니라면 애초에 그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반면 헨리 다거는 평생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자신의창작 세계에 빠져들어 그림을 끊임없이 그렸다.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림을 사랑한다고 온 천하에 떠들고 다니는주제에 실은 꾸준히 그리지 않는 내 모습이, 남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기가두려워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마감 없이, 누군가의 부탁이나 청탁 없이, 돈을 벌려는 생각 없이 자신만의 세계를 이토록 방대하게 오래도록 만들어가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창작‘이라는 단어에 혹시 다른 모습이나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화가 기묘하지만 그의 그림은 더욱 특이하다. 「비현실 왕국에서는 평화로운 왕국의 아이들이 자기들을 노예로 만들려고 하는 어른들의 침공을 받아 싸우고 투쟁하는 이야기다. 그가 상상한 왕국 속에서136

수많은 아이가 뛰어놀고 싸운다. 그 아이들 위로 형형색색 꽃과 푸르른들판이 끝없이 펼쳐진다. 때로는 괴물과 먹구름, 시체가 나뒹굴기도 한다.
기괴한 한편 너무나 아름답다. 이런 그림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이없다.
헨리 다거는 미술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아 인체를 자유롭게 그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이들 동작이나 표정을 그릴 때는 기존 광고 사진이나일러스트, 만화를 베끼는 방식을 택한다. 그래서 그림 속 아이가 사람이아니라 인형처럼 보이기도 하고 콜라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그림을독특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세련됨이나 능숙함은 없지만 신선하다. 인물데생은 그렇다 치고 그림 구도와 색감이 조화로우며 과감하고 색달라서힙하다고 느껴진다. 나비나 용 같은 환상적인 상상의 동물은 꿈속 이미지를 자아낸다.

두텁지 않은 채색도 마음에 든다. 수채화로 단 한 겹, 하나의 테두리 안에 하나의 색을 칠하거나 한 그림 안에 서너 가지 색밖에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주인공이면서도 간혹 기괴하고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데, 오히려 그런 것이 더욱 자연스럽고 강렬하게 끌린다. 실제로 어린아이에게 이야기를 지으라고 하면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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