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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패로
메리 도리아 러셀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6월
평점 :
어렵다 어려워. 종교와 SF융합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이끌려 읽었는데 이 소설이 던져준 의문이 많다. 소설 [침묵]을 떠올리게 하는 예수회 고난 소설로 읽히기에는 메타포가 난해한.. 하지만 곱씹을 수록 대단한 책이다.
1. 단순한 SF 소설로서 읽기: 중반부까지 동료애가 너무 따뜻하고 특히 앤의 유머 멘트들 좋고 도대체 우주에 언제쯤 출발하는걸까 다소 지겨워 질때쯤, 후반부에 스피드있게 진행되는 우주 생활은 충격적이기에, 전반부 지겨움은 용서가 된다. 또한 라카트 행성의 독특한 성문화와 사회계급은 어슐러 K.르귄의 [어둠의 왼손]보다 강력했다. 계획된 출산과 인구 제한 때문에 결말에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2. 책 제목이 스패로(참새)이다. "참새 한 마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도 너희 아버지는 다 알고 있나니"-마태복음 10장 29절.. 성경에서 참새는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이다. 주인공 산도즈의 훼손된 손(강인한 나무에 붙어 자라는 담쟁이 덩굴의 늘어진 가지처럼 만드는 관습 (하스타아칼) 때문에 당한 일) 역시,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현재 영혼의 상태를 강조하는 것이다.
3. 루나 종족의 삶이 아주 독특한 데 "피에르노(마음이 고요하지 않으면 나쁜일이 일어난다)" 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영적으로 순수해 보인다. 채식종족이고, 사회적 남편과 생산 남편을 가지고 계획된 출산을 하는 양조장의 닭처럼 길러지고 육식종족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산도즈도 결말에 살기 위해 루나 고기를 먹는데 , 끝까지 이를 거부하다 굶어 죽은 마크와 대조적이다. 다른 종족을 먹는 일, 즉 육식은 나도 모르게 죄가 되어 산도즈가 겪은 비극과 연결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이것이 산도즈가 구하던 "신의 뜻" 아니었을 까 .
"저이가 나쁜 사람은 아니오, 존. 단지 인간의 본성일 뿐이지 . 이 모든 일이 자기라면 저지르지 않았을 나의 어떤 실수. 혹은 자기에게는 없는 어떤 결점 때문이기를 바랐던 거요. 그래야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 잘못이 아니었소.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우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 만약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헛짓거리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오 , 여러분. 그게 아니라면 내가 섬길 수 없는 신 때문이었고. "-p.632
4. "불만을 품는 것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대한 공격이다" 라고 했다. 이 때문에 나는 시종일관 신에게 버림당한 배신감을 드러내는 예수회 수도사 산도즈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산도즈는 자신의 영혼을 팔지 않았고, 팔렸다고 말한다. " 난 동의한 적이 없소."
검은 교황이라 불리며 나치즘, 파시즘을 지원했다고 비난 받는 타락한 예수회의 이미지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일까? ㅎ 하지만 결말에 가서. ..
"그렇게 부서지고 상처 받았어도, 에밀리오 산도즈는 여전히 자신에게 일어난 일로부터 의미를 찾으려 하고 있어. 그 사람은 여전히 신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네. ...그 사람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우리는 계속해서 들어야만 하네, 그 사람이 의미를 찾아낼 때까지 말일세. ..산도즈는 진짜야. 언제나 그랬지. 아직 돌덩어리 안에 붙들려 있긴 하지만 나는 평생을 통틀어 한 번도 지금의 그 사람처럼 신과 가까이 있었던 적이 없네. " -p. 639
*신의 뜻을 이토록 처절하게 구하려는 산도즈를 통해 우리 내면 거울을 반영한 소설 아닐까.
"우리의 잠 속에서, 잊을 수 없는 고통이 한 방울 한 방울 심장 위에 떨어지는 도다. 그러다 우리의 절망 속에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놀라운 신의 은총 속에 지혜가 찾아오는 도다." -p.646
5. "막달라가 아니야. 라자로지" -아아... 이건 도저히 해석이 안된다.
6. ""카인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소, 에드? 그는 훌륭한 믿음을 제물을 바쳤지,한데 왜 신은 그 제물을 거절했을까?" p.458 - 믿음보다 선행이 중요하다는 걸까? 오직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개신교와 대조되는 가톨릭 특유의 반종교개혁 의미를 예수회라서 단순히 옹호한 걸까?
7. 어쨌거나 , 처음에 산도즈가 의도한 신에 대한 믿음은 아래 밑줄이다.
그는 레시타에게 말하고자 했다. 우리 삶에는 특별한 순간들이 있다고. 탄생이나 죽음과 직면하는 순간, 혹은 사람의 본성이나 사랑이 완연한 모습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순간, 혹은 끔찍하게 외로운 순간이. 그런 순간이면 성스럽고 놀라운 깨달음이 우리를 찾아온다. 그런 깨달음은 깊은 내면의 고요함일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감정의 분출일 수도 있다. 어떤 계기로 아득히 먼 곳에서 비롯하거나,음악이나 혹은 잠든 아이를 통해 우리 내면에서 우러날 수도 있다. 우리가 그런 순간에 마음을 열면 일관되고 충만한 창조 그 자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런 순간에서 돌아오면 우리의 마음을 보다 숭고한 진실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고자 말로써 그와 같은 깨달음을 영원히 보존하기를 갈망한다. - P624
그는 레시타에게 말하고자 했다. 우리 종족은 그런 순간에 느끼는 진실에 이름을 붙이고자 했다고. 우리는 그 진실을 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불멸의 시로 표현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기도라고 부른다. 우리는 당신의 노래를 듣고 당신 역시 그런 진실의 순간들에 이름을 붙이고 보존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는 당신의 노래를 신의 부름으로 받아들였고, 당신을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 P624
그는 레시타에게 말하고자 했다. 나는 당신의 시를 배우고 어쩌면 당신에게 우리의 시를 가르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 있는 이유라고, 산도즈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그래서 마침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허락한 신에게 온 영혼을 다해 감사.. - P624
거기가서 미켈란젤로가 새긴 일련의 조각들을 보게. [포로들]이라고 하는 작품이지. 거대한 돌덩어리 속에 노예들의 형상이 새겨져 있네. 머리,어깨,몸통, 자유를 갈구하지만 여전히 돌 안에 단단히 붙들려 있는 모습이지. 그와 같은 영혼들이 있네. 자기 자신의 형상을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영혼들 말이야. 그렇게 부서지고 상처 받았어도, 에밀리오 산도즈는 여전히 자신에게 일어난 일로부터 의미를 찾으려 하고 있어. 그 사람은 여전히 신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네. - P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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