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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평점 :
중학교 때 책벌레인 친구가 쉬는 시간에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어깨너머로 보니 연애소설인 것 같았다.
'얘는 책 좀 읽는다더니 이런 불량한 책을 보는 거였어?' 생각했던 나..ㅋ
나름 모범생이었던 나로서는 순정만화, 연애소설을 보는 것은 큰일 날 일이었다.
물론 그 분야에 내가 관심도 없었거니와...(지금 생각해 보니 사춘기가 고딩 때 온 듯 ㅋ)
당시에는 야한 장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히던 완전 쑥맥이었는 데..ㅎㅎ
지금은?? 엄청 밝히는 아줌마 ㅋㅋㅋ (여보 미안)
하루키가 나이 40에 자신의 20대를 회상하며 쓴 자전적 소설이기에
내가 마흔이 되었을 때 이 책을 꼭 다시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 마흔이 되진 않았지만 (도착 직전임 ㅠㅠ)읽어보았다.
역시 나이가 들었나봐 흐규규..
20대에 읽었으면 분명 야한 장면에 맘 설레는 연애소설이었겠지만,
지금은 하루키가 자신의 청춘을 회상하면서 어떤 심정으로 사랑과 상실과 인생과 이별을 얘기한 건지 알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이 뜬금없다고들 하지만, 난 그 부분이 가장 좋았다.
결국 연애에 있어서든 인생에 있어서든, 세상 혼자뿐이라는 주인공의 상실감과 고독감이
술김에 이모님과 하기라는 본능에 충실한 행위를 담담히 묘사함으로써 그 쓸쓸함이 배가 되었다.
자칫 외설로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이 하루키의 문체에서는 지극히 리얼리티적인 매력으로 다가와
사랑노래만 읊는 비현실적인 순정, 애정물보다 애잔했다.
소설의 엔딩이 미도리를 향한 또다른 순정의 시작이라면 그저그런 시시했을 스토리였을 것이다.
시시하지 않은 연애소설...내 나이 60에 다시 읽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