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원천들 - 현대적 정체성의 형성
찰스 테일러 지음, 권기돈.하주영 옮김 / 새물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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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정치철학자 찰스 테일러의 명저다. 부제는 '현대적 정체성의 형성'이다. 언뜻 철학사 혹은 사회사적 접근으로 보이지만, 실은 계보학적 접근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찰스 테일러는 니체의 반도덕철학을 강하게 비판하는 학자이지만, 니체의 계보학적 접근으로 이런 작업을 해냈다는 것이 참 고무적이다.

그의 현대 정체성에 관한 문제의식은 이렇다. '서구 도덕철학은 본질적 선에 대한 탐구는 버린채, 의무론에만 치중했다'. 실제로 칸트부터 존 롤즈까지 서구의 정치•도덕철학을 살펴보면 '어떠어떠한 것을 하는게 옳다'는 얘기는 많이 하지만, 그것이 왜 옳은지에 관한 설명은 제쳐둔다. 인간이 목적이라는 정언명령,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선한 이유를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 결국 근대 이후 사람들은 신을 떠나보낸 후, 선의 본질을 인간의 자율성과 내면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선'이란 것 자체를 의심하고 부정했던 사람이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다. 그는 신의 죽음을 선언했지만, 신의 죽음이 갖는 함의를 명확하게 직시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테일러는 이러한 근대이후의 선과 도덕철학에 관한 자아상을 면밀히 추적해간다.

찰스 테일러는 이 책에서 자신의 작업이 불완전하다고 솔직히 시인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작업에서 한줄기 빛을 본다. 인류의 발전은 진보에 대한 낙관과 구시대 도덕의 폐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인류 스스로에 대한 기억과 공정한 평가로부터 발전이 있으리라 믿는다. 테일러는 그 작업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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