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후저는 보수적인 신학 코스를 밟은 학자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전부터 나는 회의적이었다. '보수적인 학자니깐, 자기 교파의 입장만을 변증할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두꺼운 책을 다 읽어도 배울게 없을 것 아닌가?'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과 저자의 진가가 보였다. 그는 먼저 해체철학에도 배울점이 있다고 한다. 해체는 지식의 절대성이라는 우상을 타파한다는 것이다. 반면 그는 근본주의자의 오류를 지적한다. 근본주의자는 자신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해석을 숭상하는 것이라고 폭로한다.그후에 그는 비판적 실재론(비판적 신앙주의)을 옹호한다. 성경에 대한 해석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겸손해야 하며, 그럼에도 적절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확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 오랜만에 좋은 책과 저자를 만났다. 기독교계에 이처럼 정직하고, 겸손하며, 확신에 찬 작가들이 필요하다. 기독교의 보수성이 이런거라면 나는 언제든 지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