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서양사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이강룡 지음 / 페이퍼로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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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사»

책장에 침 좀 묻혀본 사람이라면 "하룻밤에 읽는 ㅇㅇㅇ"이라는 제목이나 부제가 붙은 책 한 권쯤은 읽어보았거나 시선 정도는 주어본 적이 있으리라.

나는 이 책을 하룻밤 만에 읽지를 못했다. 하룻밤 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 책은 일종의 사기성 마케팅의 산물이란 말인가?

책 좀 읽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미 이러한 부류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거니와 좀 더 깊은 교양이나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하룻밤에 알 수 있는 지식 따위는 없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이강룡 선생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선생의 신간 소식에 반가웠지만, 제목을 보고 나서는 의식적으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내가 믿고 있는 인문학적인 저자가 이런 제목의 책을 냈다는 걸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읽어야 평가할 수 있는 법. 내가 피에르 바야르 같은 대가라면 모를까 일단은 읽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머리말에 이 책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하룻밤 만에 역사를 알게 해준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항상 머리말 끝에 등장하는 "~에게 감사한다." 따위의 진부한 레토릭도 없다. 일단 시작은 마음에 들었다.

다시 앞으로 돌아와 차례를 보니 기대치가 급 상승한다. 명확하고도 간결한 차례는 이것만 몇 번 읽어보아도 머릿속에 서양사의 윤곽이 잡힐 정도다. 그리고 다섯 개의 부 앞에 읽을 내용을 미리 브리핑해주는 센스라니!
강유원 선생의 «역사고전 강의»의 차례를 보고 감동했었는데 이 책도 좋은 책의 조건을 시작부터 보여주고 있다. 이강룡 선생이 강유원 선생의 책을 참고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읽은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참고 문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책은 될 수 있으면 사지 않는다. 놀랍게도 요즘은 참고 문헌과 각주가 없는 대학교재도 있다!

참고 문헌을 보니 역사에 대한 기본서들을 적절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이런 정도의 레퍼런스라면 본문은 읽어보지 않아도 감이 올 것이다. 역시!

글쓰기 전문강사다운 깔끔한 문장력과 시의 적절한 참고 사진들은 가독성을 높여주었다. 잘못된 역사상식을 교정해 주고 있으며 각 장 말미의 history briefing은 상식의 폭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강유원 선생의 «책과 세계»를 필사한 적이 있다. «신곡»도 필사해봤다. 현재 이 책의 각 부 앞의 브리핑을 필사 중이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책은 역시 펴봐야 그 진가를 알게된다.

이 책의 제목은 이강룡 선생의 뜻이 반영된 것은 아닐 것이다. 내 예상이 그렇다는 것이다. 책 제목에서 쉽게 읽힌다는 뉘앙스와 함께 타겟 독자층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당연히 제목은 출판사쪽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하룻밤에 읽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독자들이 속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하룻밤에 읽히지 않은 것에 감사할 것이라 믿는다.

* 역시 레퍼런스에 강유원 선생의 «역사고전 강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

* 사실 나도 "하룻밤 만에 읽는" 책들을 많이 읽어왔고 많은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는 이러한 책들을 깍아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책의 제목을 짓는데 많은 고심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든 저자와 편집자 그리고 제작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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