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사르트르와 하이데거를 비롯한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사유를 촘촘히 추적한 인문서입니다. 저자가 어떤 문헌을 딛고 이 논의를 세웠는지 보여주는 주와 참고 도서, 독자가 다시 찾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찾아보기는 이런 책에서 장식이 아니라 학문적 최소 신뢰 장치입니다.그걸 빼놓고 '개정판'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책의 알맹이는 그대로 두고 그 알맹이가 근거를 가진 논의였다는 증거만 조용히 삭제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일러두기를 보니 이 장치들을 온라인 링크로 제공한다고 안내되어 있더군요. 이렇게 학술적 장치를 링크에 배치한 인문 도서는 처음 봅니다. 수험서 중에는 해답이나 부록을 링크로 제공하는 경우를 종종 봤지만, 인문서에서는 낯선 방식입니다.출판 시장의 어려움에 대한 글을 자주 접합니다. 그런데 가격만을 중시하고 정작 중요한 장치는 다른 곳으로 미루는 방식이라면, 그것 역시 지금 출판 시장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아무리 싸고 좋아도 중요한 '가치'를 외주로 돌리는 건 적어도 인문학적인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구매자도 아닌데 태클을 건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다만 제대로 된 인문학 책을 사서 읽고 싶다는 열망이 큰 독자로서 남기는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