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 - 어느 조작 간첩의 보안사 근무기
김병진 지음 / 이매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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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길씨의 몸은 등이 아래로 처진 채 젖은 손수건으로 코부터 눈 사이를 덮었다. 숨 쉴 구멍은 입밖에 남지 않았다.
"불어라, 불어."
"항복해"
수사관들의 욕설이 한층 더 높아졌다.
추재엽이 주전자를 들었다. 생명을 잇는 마지막 구멍에 새빨간 물이 부어졌다. 이 광경을 더 쓸 수가 없다. 오랫동안 지옥의 그림을 봤다."
- <보안사> p.294

▶ 위 고문장면은 '바비큐'라고 불리는 고문 장면이다. 양팔과 다리를 묶고 팔과 다리 사이에 각각 각목을 넣어 두 개의 책상 사이에 걸쳐 놓고 무방비 상태에 있는 사람 입과 코에 고추가루 물을 넣는 고문이다. 지난 연말에 개봉됐던 영화 <남영동 1985>에서 고김근태 의원이 고문 기술자 이근안에게 고문 받던 장면이 오버랩된다.

이 책의 저자 김병진씨의 도움으로 저 지옥의 현장에서 살아나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고, 이후 김병진씨가 일본으로 탈출해 보안사의 만행을 글로 알리는 일에 큰 도움을 주었던 재일 동포 유지길씨. 그의 불굴의 정신력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정통성없는 군사정권의 정권유지 목적과 그 뜻을 받들어 보안사 수사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자행된 간첩 만들기 작업에 희생되어간 수많은 재일 한국인들의 억울함과 원통함이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고문당사자인 수사관들과 정권유지에 혈안이었던 사람들은 지금도 호의호식하며 이땅에서 아무일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김병진씨는 이책의 말미에서

"보안사를 조국의 땅에서 매장해버리겠다. 그렇게하지 않으면 이 민족의 미래는 없다." 라고 말하고, "이 대지 위에 갇혀 있는 양심들이 계속 살아 있는 한 나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 라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땅에서 매장해야 할 것이 어찌 보안사 뿐이겠는가. 매장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나라 전체를 매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조국의 미래는 없어도 아무 문제 없겠다만.

또한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힘 있는 자들의 비리와 불법에 침묵하고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한 조국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는 김병진씨의 외침이 외로운 한 마디로 남겨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짧고 미숙한 글이나마 그 한마디에 보태고 싶다.

김병진씨의 외침이 수많은 사람들의 큰 목소리로 되돌아 오길 바라며 하루를 시작한다.

<2013 2 20 이른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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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adic1 2013-02-2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국가기관이 있었나?
그 범죄 행위를 반성했던 기관이 있었나?
지금도 범죄 행위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나?
그들은 아직도 그런 행위가 조국을 위하는 것이라 믿고 있나?
조국이라 쓰고 개인의 영달이라고 읽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