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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정 : 나의 청년시대 - 리영희 자전적 에세이
리영희 지음 / 창비 / 198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임헌영 선생과의 대담집인 『대화』가 리영희 선생의 한평생을 조망하는 작업이라면, 이 책은 선생의 30세 초반까지 인생 전반부를 다룬 자서전격인 책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의 혼란기를 거쳐 민족상잔의 6.25전쟁을 거치면서 서서히 변모해가는 선생의 사상과 가난에 쪼들려 핍박받는 애달픈 가족사를 담담하게 때론 격렬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어두웠던 시대에 ‘사상의 은사’로서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기 시작했던 출발선상이라 할 수 있는 합동통신사 입사부터 5.16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혼란기와 변혁기를 거치며 치열해지는 선생의 현실 인식과 냉철한 비판의식은 진정한 ‘지식인’로서 변모해 가는 선생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빼앗겼던 민주주의 되찾았다가 삽질정부에게 다시 빼앗긴 지금 선생을 다시 호명한다면 그건 ‘사상의 제자’로서 후배들의 무능을 만천하에 알리는 짓일 뿐이다.
그러나 ‘더 이상 나빠질게 없어서 희망적’이라는 김용철 변호사의 역설이 가슴을 후벼 파는 지금 리영희 선생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