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시대의 기록 1
박원순 지음 / 역사비평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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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12일

“인간의 영혼은 차돌같이 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질그릇처럼 약하다.”

인간성을 파괴하고 영혼을 파괴하는 고문이 정치권력의 유지를 위해 자행되어 왔고, 지금도 지구 어디에선가 차돌같이 강하던 영혼이 질그릇처럼 산산 조각나 차디찬 시멘트바닥에 뒹굴며 치욕과 굴욕을 당하고 있으리라…….

죽음이 오히려 희망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부딪치는 영혼에게 죽음조차 사치일 뿐 그들에겐 허락되지 않는다. 그 고문의 장소를 자백(그들의 각본대로 조작된)없인 살아 나갈 수 없으며, 고문을 당하는 그 순간은 단지 죽음보다 더 무서운 몸서리쳐지는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무자비하고 무감각한 세상 사람들의 눈먼 냉담함이다.”

예외적인 경우에 ‘한번쯤’ 고문이 용납되고 허용된다면 고문은 점차 일반화되고 말 것이다. 이는 작은 틈새가 발단이되 큰 둑이 붕괴되는 상황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고문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거나 정당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08년 3월13일

그동안 자행되어 왔던 고문의 양상과 피해자들에 대해 읽었다.

"과연 내가 그 고문의 현장에 있었다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이 각각의 case를 읽을 때마다 뇌리를 스친다. 그때마다 몸서리를 치며 이러한 잔혹한 짓이 거의 사라졌다고 느끼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면 극심한 공포심에 고개를 절래 흔들고 만다.

꿈에라도 상상하기 싫다……. 아니 이 책을 읽으면서 꿈속에서나마 그런 고문의 현장에 내가 주인공이 되어 있으면 어떡할까 하는 이상한 상상이 계속 나를 괴롭힌다.

나와 동시대에 같은 하늘은 이고 살았던 사람들…….

그들과 내가 처지가 바뀌어 있었다 하더라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었던 암울했던 시대…….

아! 나는 그저 운이 좋았었던 것이란 말인가?

그 시대에 자행되었던 고문이라는 야만적인 폭력이 지금도 그들을 미치게 하고 괴롭게 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2008년 3월19일

박원순 변호사의<야만시대의 기록1: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역사>를 겨우 끝마쳤다. 여기저기 관심을 쏟다보니 무려 일주일만의 완독이다. 중간에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갖다보니 속도가 늦어진 점도 있었고 고문과 인권에 대한 저자의 고견과 인용문들의 내용을 꼭 가슴에 새겨야만 할 것 같아 노트에 남겨놓는 작업을 병행하다보니 늦어진 것 같다.

고문을 방지하고 나아가 없애는 길은 건전한 시민의식으로 무장하고 관심을 갖고 표현하며 행동하는 길밖엔 없는 것 같다. 남의 일이 아닌, 언젠간 나와 내 가족이 말로 표현하기조차도 싫은 "거기"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면 남의 일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문제가 아닌듯하다.

나는 오늘 당장 고문방지에 대한 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것이며 나아가 진정한 인권의 보장과 인권의 신장에 기여할 수 있는 일에 동참할 것이다. 또한 지인들과 가까운 이웃들에게 인권의 고귀함을 알리고, 그러한 일들을 함에 있어 인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공부도 병행할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역사>이다. 아무쪼록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역사가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러한 역작에 리뷰가 적다는 건 많이 읽히지 않았다는 것과는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관심조차 없었다면 우리들은 저자에게 미안에게 느껴야 할 것 같다. 물론 고문의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도…….

이 글을 쓰는 나는 그 동안 인권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 부끄러웠고, 그 무관심에 치를 떨며 괴로워했을 수많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바로 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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