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의 정치학 - 우리가 몰랐던 국회 보좌관의 모든 것
이진수 지음 / 호두나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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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7 / 10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자주 드는 감정은 답답함이다. 일단 사회과학이라서 추상적이다. 사용하는 개념이 실체가 없는데다가 학자마다 자기 식으로 정의한다. 보다 더 정교한 논의를 위한 시도라지만 학생들의 머리 속은 확실히 보다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게다가 정치학의 연구 대상은 권력자다. 그네들은 대개 대중과 유리되어 자기들끼리 모여 있다. 20대 정치학도와는 인연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가끔은 자연과학자나 심리학·사회학자가 부럽다. 천문학이나 양자역학 같은 분야가 아닌한 대부분 자연과학은 실험이 가능하다. 연구대상을 잡아오거나 똑같이 재현해서 눈으로 보면서 연구하면 된다. 심리학의 연구대상은 자기 머릿속에 있다. 사회학의 연구대상은 우리 삶에 있다.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하고 입증하는 것이 힘든 것이지 적어도 만나지 못해서 답답하진 않을 게다(사실, 그들의 고민은 정반대에 있다. 매일같이 마주하는데 설명할 수 없는 것도 고충이리라). 혹여 특이한 정신병을 연구하거나 특수한 계층의 은밀한 문화를 연구하는 경우라도 그 케이스를 찾기 힘들어서인거지, 뻔히 알면서도 만나볼 수 없는 정치학의 허망함과는 좀 다르다.
연구를 하게 되니 이 답답함은 두려움이 되었다. 학위 논문의 방향이 국회의원간의 내부 경쟁 쪽으로 기울어졌다. 흡사 바다를 한번도 본 적 없는데 바다를 그리게 된 화가나 사랑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연애를 묘사하게 된 작가가 된 기분이다. 대충 그럴듯하게 상상하고 조합해서 면피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모조품이고 그림자일 뿐이다. 정치학 연구를 하는 게니 그 결과가 정치에 무언가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할텐데 그 연구대상이 동떨어져 있으니, 그저 내 머릿속에 가상의 국회와 국회의원을 떠올려놓고 그걸 분석한 결과물을 내놓을까봐 걱정이다. 그건 틀렸다는 점에서 무용하고 현실을 왜곡했다는 점에서 나쁜 일이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국회와 국회의원의 ‘현장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껴보려고 다양한 문헌을 뒤적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로 완벽했다. 나는 선수(초선, 재선, 삼선, ...) 외에도 국회의원의 역량(?)을 가늠할 수 다른 요인들을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이 책에서 의원의 선수에 따라서 달라지는 업무를 자세하게 설명한다(pp.41-52). 물론 저자의 의도는 맞춤형 보좌관이 되라는 것이었겠지만, 나는 선수에 따라 달라지는 국회의원의 행동 패턴과 같은 선수 내에서도 대성할 정치인과 그렇지 못한 정치인의 분기점에 대한 ‘내부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신입 보좌관을 위한 업무지침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비단 그것만 다루고 있지는 않다. 크게는 한국 정치에 대한 소회(계파정치에 대한 평가가 인상적이었다)와 세세하게는 입법이나 선거 과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기실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단순한 직업으로서의 전문 보좌관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정치적 동반자인 소명 있는 정무 보좌관인 바, 정치에 대한 규범적·현실적 평가가 비중 있게 등장하고 있다. 꼭 보좌관이 아니더라도 제도권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이라면 분명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이가 우리 사회에 희귀하니 그저 ‘읽으면 좋을 양서(7점)‘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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